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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무책임한 정부·기업에 분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모임 강찬호 대표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무책임한 정부·기업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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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슈퍼마켓에서 독성물질 팔아도 방관한 정부
  • ● “보상 근거 없다”던 환경부의 이중성
  • ● 접수자 절반 이상 피해자 인정 못 받아
  • ● 5만여 화학물질 중 정부 관리 10% 남짓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무책임한 정부·기업에 분노”

강찬호씨의 외동딸 나래(7) 양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

많은 사람이 “세월호 참사 이후 세계관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국가와 이웃이 사회 곳곳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며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막연한 믿음이 산산이 깨졌고, 나와 내 가족 역시 저 비참한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찾아든 것. 1년이 멀다하고 끔찍한 사건·사고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가족만큼은 언제나 안전할 것이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지난 6월 발족한 ‘생명을 살리는 안전사회포럼’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모임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사회 구성원은 각자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논하기 위해 최열 환경재단 대표,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등 시민 99명이 뜻을 모았다.

9월 23일 ‘생명을 살리는 안전사회포럼’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2차 월례포럼을 열었다. ‘거리의 엄마 아빠에게 듣다.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려면?’이라는 제목을 내건 이날 포럼에는 “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거리에 나선 엄마, 아빠들이 앞장서 목소리를 냈다.

이날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강찬호 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가족모임(이하 피해자모임) 대표를 맡고 있다. 그의 늦둥이 외동딸 나래(7) 양은 만성 폐질환을 앓고 있다. 그는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고는 참 닮았다”고 했다. 사고 발생 직후 정부의 엉터리 대처, 특별법 제정을 두고 벌어진 정치권 갈등, ‘안타까운 사연’에만 초점을 맞춘 언론보도, 엉뚱한 ‘정치 성향’ 때문에 본질이 흐트러진 것 등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문제점이 가습기살균제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불거졌다는 것. 그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의 유독성을 인정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속 시원하게 해결된 문제는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9월 26일 경기 광명시 한 카페에서 그와 다시 만났다.

2011년 6월 15일 새벽. 다섯 살이던 나래가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긴급 입원했다. 곤히 자던 나래의 호흡이 갑자기 빨라졌기 때문. 그간 나래는 콧물, 기침, 비염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몇 달째 동네 병원에서 처방받은 감기약을 복용했다. 혈액검사, 엑스레이 검사 등을 마친 뒤 담당의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강씨에게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을 꺼냈다. 나래의 병명은 ‘원인불명 간질성폐렴’. 사망확률이 60%라고 했다.



마트에서 사온 유해물질

한 달간 치료가 이어졌다. 거듭된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아이의 몸은 풍선처럼 부어올랐다. 그래서 강씨는 한때 치료를 거부했다. 간호사이던 아내와 지역 시민단체에서 근무하던 강씨는 나래를 돌보기 위해 모두 일을 그만뒀다. 의사는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도 나래는 생명을 건졌다. 강씨는 “아내가 간호사였기 때문에 아이가 호흡곤란 단계에 이르기 전에 응급실을 찾았다. 천운(天運)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래의 폐는 이미 섬유화(장기 일부가 굳는 것)가 상당부분 진행됐다. 강씨는 “폐렴, 천식, 비염은 이제 일상이 됐다. 나래는 평생 폐암과 같은 무서운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나래는 체육시간에 뛰지도 못하고 늘 별도 수업을 받는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나래의 폐는 악화될 뿐 나아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왜 아이가 ‘원인불명 간질성폐렴’이라는 질환을 앓게 됐을까. 강씨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유사한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 사례가 많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는 것.

“세월호 참사와 닮은꼴…무책임한 정부·기업에 분노”

8월 31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관련 기업 처벌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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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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