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김우중과의 대화’)을 읽고 대우 해체를 다시 보게 됐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요….”
김 전 회장은 과거 일에 얽매이기보다는 현재 하는 일과 미래에 대한 계획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신동아’와 세 차례 인터뷰하는 동안 대우그룹 해체 등 과거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침묵하거나 간단한 답변만 하고 넘어갔다. 그는 ‘김우중과의 대화’를 통해 과거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충분히 밝혔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 거제를 오랜만에 다녀오셨다고요.
“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어요. 대우조선이 있는 곳인데 인연이 참 깊은 곳이에요.”
김우중 전 회장에게 거제는 각별한 곳이다. 부실덩어리 옥포조선소(현 대우조선해양)를 인수해 과감한 투자로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고, 노사분규가 거셌던 1980년대 후반에는 2년 가까이 상주하며 노동자를 설득해 회사를 정상화했다. 그가 거제에 머물며 펴낸 책이 그 유명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1989·김영사)다. 거제는 ‘김우중 세계경영’의 모태인 셈이다.
▼ 다시 ‘세계경영’을 강조합니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죠. 미래 주역들이 청년실업이다 뭐다 해서 어깨가 처진 모습이 안타까워요. 눈을 세계로 돌리면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어요.”
▼ 해외 청년사업가(GYBM)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좋은 얘기도 말로만 해서는 믿기 어렵잖아요. 조그만 것이라도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보자고 시작했어요. 1, 2기를 거치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앞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도전의식을 가진, 마음과 생각이 굳센 인재를 더 많이 길러내려고 해요.”
청년들 이야기를 꺼낼 때는 회장의 표정이 밝아지고 말에 힘이 실렸다. 자신이 창업하던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청년’처럼 힘이 솟고 생기가 넘쳤다.
글로벌 YBM
2010년 3월 22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우 창립 43주년 기념식. 폐회를 선언하려는 순간 김우중 전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올해가 43주년이니까, 창립 50주년(2017년)까지 7년 남았어요. 50주년 행사 때는 우리(대우인)뿐 아니라 가족과 자녀까지 함께하는 행사를 가집시다. 그리고 그때까지, 지금 사회문제가 되는 청년실업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우리 대우인들이 찾아봅시다. 과거 경험을 살려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자리 잡고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웁시다.”
‘해외 청년사업가’ 육성을 위한 GYBM (Global Young Business Manager) 프로그램은 이날 김 전 회장의 제안을 계기로 2011년 시작됐다. 2012년 1기 33명이 졸업했고, 지난해엔 2기 34명이 졸업했다. 9월 27일에는 3기 66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3기까지 이어오는 동안 GYBM은 졸업과 동시에 전원 취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수립했다.
9월 27일 하노이 문화대학에서 열린 3기 졸업식에는 김우중 전 회장을 비롯해 브엉 뚜이 비엔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전대주 주베트남 한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이어진 만찬에는 호앙 투엉 아잉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졸업생을 격려했다. GYBM 졸업식 다음날(9월 28일) 김우중 전 회장을 다시 만나 1시간 30분 동안 인터뷰를 했다.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장과 김준기 GYBM 원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다음 날인 29일, 베트남의 무더운 날씨를 뒤로하고 귀국을 준비할 때 김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식사라도 함께 하자”고 했다. 뜻밖의 세 번째 인터뷰는 이렇게 성사됐다.
▼ 글로벌 YBM 연수생을 만나보니, 눈빛이 다들 살아 있더군요.
“선배들의 성공 스토리에 자극 받아 그런지 3기생부터 눈빛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세계 어느 나라 청년과 비교해도 우리 젊은이들이 참 우수해요. 우리 청년들이 해외로 많이 나가야 나라에 보탬이 돼요. 작은 울타리 안에서 우리끼리 경쟁해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