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개장을 앞둔 이케아 광명점.
10월 8일 경기 광명시 시민체육관. ‘가구 공룡’ 이케아(IKEA)가 이런 문구를 내걸고 개최한 채용설명회엔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20~30대 젊은이부터 유모차를 밀고 온 주부, 50~60대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였다. 강당 문이 열리자 구직자들은 한 장짜리 입사지원서를 간단히 작성한 뒤 부서별 부스로 찾아가 간이 면접을 보고 궁금한 점들에 대해 질문도 했다.
면접 상담을 마치고 강당 밖으로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둘로 나뉘었다. 설레거나, 실망하거나. 10년간 어린이집 교사로 일했다는 채화진(58) 씨는 전자다.
“이젠 나이가 많아 어린이집에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집에만 있는 건 너무 무료해요.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잖아요. 경력도 살릴 겸 어린이놀이방을 담당하는 부서에 지원했어요. 판매 직원 중에는 60대인데도 뽑힌 사람이 있대요.”
아이를 안고 온 주부 셋은 시간제 근무에 지원했다고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이나 남편이 집에 있는 주말에 일할 생각이에요. 적은 돈이라도 가계에 보탬이 되고, 잠깐씩 집을 떠나 사회생활을 하면 활력도 되고요.”
이들과 달리 정훈석(가명·32) 씨는 거의 울상이었다.
“5월부터 이케아 여러 부서에 이력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근데 아직 된 게 없어서 더 지원할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나왔어요. 그런데 풀타임은 남은 게 없다고 합니다.”(이케아는 복수 지원 및 불합격자의 재지원을 허용한다.)
김씨는 채용설명회 전날 이케아가 공식적으로 밝힌 ‘최저시급 9200원’(주휴수당 포함)에 대해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시급이 정말 9200원이라면 풀타임이라면 모를까 시간제로 일할 순 없어요. 이제 결혼도 해야 하는데…. 이케아에 입사해도 다른 일을 하나 더 구해야 어느 정도 생활이 될 것 같아요.”
“결혼도 해야 하는데…”
이케아가 한국 첫 매장인 광명점의 12월 개장을 앞두고 직원 500여 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논란은 크게 3가지로 △고용 형태 △채용 일정 △급여 수준에 관한 것이다.
우선 고용 형태와 관련해 이케아 입사 지원자들 사이에서 “정규직을 지원했는데 면접에서 시간제 제안을 받았다”며 볼멘소리가 나왔다. “정규직은 얼마 안 되고 시간제만 많은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이케아는 “풀타임이나 시간제나 똑같은 정규직”이라고 해명한다. 즉 주당 40시간을 일하는 일반 정규직과 주당 16시간에서 32시간까지 일하는 시간제 모두 4대 보험, 경영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동일한 복리후생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채용 일정에 대해서는 ‘감감 무소식’이라는 불만이 컸다. 이케아 취업 인터넷 카페에서는 이력서를 제출한 뒤 면접 오라는 연락을 받기까지 두세 달이 걸렸다거나, 면접 본 지 두 달이 지나도록 합격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급여와 채용 일정, 합격자 발표일까지 사전에 정확하게 공지하는 한국 기업과는 매우 다르다.
한 구직자는 “기다리다 못해 전화를 걸었더니 불합격이라고 확인해줬다”며 “결과가 나온 즉시 알려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정모 과장은 “외국계 기업의 채용 일정이 한국 기업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채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임원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는 경우에 특히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이케아는 경기 광명시에 첫 매장을 열면서 500여 명의 직원 중 300여 명을 광명시민 중에서 뽑기로 했다. 그러나 광명시 역시 이케아에 대해 언짢은 표정이다. 심재성 광명시 일자리창출과장은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북유럽 기업이라고 해도 한국에 왔으면 한국의 채용 문화를 따라야 하는데, 채용 정보를 숨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2년 12월 광명점을 개장한 코스트코는 이러지 않았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