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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 다 밝혀졌고 유병언 죽었는데 뭘 더?”

세월호 특검 무용론

  • 이정훈 | 편집위원 hoon@donga.com

“사고 원인 다 밝혀졌고 유병언 죽었는데 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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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지휘관 임무 안했다

“사고 원인 다 밝혀졌고 유병언 죽었는데 뭘 더?”

4월 16일 전복된 세월호. 해경의 123정이 다가가자,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원들이 제일 먼저 123정으로 건너와 구조됐다.

세월호 전복 침몰의 직접 원인은 누가 수사해도 명백하기에 추가할 것이 없어 보인다. 때문에 특검은 부차적인 요소를 찾는 데 주력할 것 같은데, 검찰은 이를 의식한 듯 사건의 본질이 아닌 부차적인 부분도 파고들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청해진해운 관계자가 공무원이나 검사기관원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을 밝혀내 금품이나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그리고 해운 비리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해 88명의 ‘해피아’를 구속기소했다.

해양경찰청의 부실한 대응도 따지고 들어갔다. 현장에 출동했던 목포해경 123정의 미숙한 대처와 그곳에서 선박 관제를 담당하는 진도 VTS (Vessel Traffic Service)의 잘못된 운영을 거론했다. 검찰은 123정에 대해서는 OSC라는 전문 용어를 사용했다. On Scene Commander의 약자인 OSC는 ‘현장지휘관’으로 번역된다.

검찰은 123정 정장인 김모 경위가 그날의 OSC였다고 단정한다. 관련 법령에 따라 123정은 세월호가 참사를 당한 ‘진도 연안 3구역’에서 해상경비와 해난구조, 해양오염 감시, 해양범죄 조사, 대(對)간첩작전 등 해양경찰이 해야 하는 모든 임무를 책임지는 지서(支署) 격이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전복은 단원고 학생 최모 군이 당일 오전 8시 54분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 함으로써 알려졌다. 그리하여 123정이 출동했는데, 그때 목포해경서와 그 상위 기관인 서해지방해경청은 ‘해상수색구조 매뉴얼’에 따라 “김 정장이 OSC로 지정됐다”고 거듭 통보했다. 그러나 김 정장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현장지휘관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사고 선박과 교신해 긴급조치를 취하는 것인데, 그것부터 하지 않았다. 세월호의 이모 항해사가 인근에 있는 배는 누구나 들을 수 있는 국제조난주파수(VHF 16번 채널)로 두 번이나 호출했을 때도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9시 46분, 세월호에 다가가 선장 이모 씨 등이 제일 먼저 123정으로 건너올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세월호 승객들을 배 밖으로 나오게 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9시 48분에는 123정 요원인 박모 경장이 세월호 조타실(운전실)에 들어갔으나 김 정장은 박 경장에게 세월호의 장비로 “퇴선하라”는 방송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 비상벨도 누르게 하지 않았다. 10시 10분경 배가 더 기울어져 객실 문 등으로 바닷물이 들어오자, 선미 침실에 있던 김모 군 등 11명이 자기 판단으로 배 밖으로 나왔는데, 이는 퇴선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는 증거다.

123정은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할 때까지 대공(對空)마이크나 해경헬기에 달려 있는 마이크 등을 이용해 승객들에게 “배 밖으로 나오라”는 방송도 하지 않았다. 한 달 후 이것이 문제가 되자 함정 일지를 조작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대공마이크로 방송했고, 123정 요원들에게 세월호로 올라가 승객들을 퇴선시키는 조치를 했다고 꾸몄다는 것.

검찰은 해경의 진도 VTS가 야간에는 소속 요원의 절반 인원만으로 운영됐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들 역시 교신일지를 조작해 근무하지 않은 요원들도 야간에 근무한 것처럼 꾸몄다.

부차적인 문제도 찾아내

검찰은 해양경찰과 구난(救難)업체 언딘 사이의 뒷거래 사실도 찾아냈다. 육상교통에 비유하면 언딘은 레커차 업체라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곳곳에 레커차가 대기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은 교통경찰로부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받으면 달려와 차량을 견인해감으로써 먹고산다.

사고 소식을 남보다 빨리 알려면 평소 교통경찰과 친해야 한다. 해양사고도 비슷하다. 해양경찰로부터 제일 먼저 정보를 받은 구난업체가 돈을 번다. 언딘은 해경 간부들과 평소 좋은 관계를 유지한 덕분에 사업을 잘할 수 있었다.

해난 사고 처리 비용은 사고를 당한 선사(船社)가 지불하므로 선사는 보험회사와 상의해 구난업체를 선정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해경 측은 청해진해운에 전화를 걸어, “현재 사고 현장에 작업 중인 (구난) 업체로 언딘이 있다”고 거짓말을 해, 청해진해운과 언딘이 계약을 맺게 유도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청해진해운이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한다.

그때 언딘의 김모 이사는 현장 선점을 통한 ‘알박기’를 했다. 영산강에서 수문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의 바지선 2003금호호를 뺏다시피 끌어내 사고 현장으로 가게 한 것. 덕분에 2003금호호는 희생자 시신을 수습하는 유일한 잠수 작업 바지선으로 인정받았다. 한발 늦게 현장에 온 다른 바지선은 언론사의 취재 지원용 등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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