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아들을 둔 최지미(32) 씨는 2년 전 남편과 친정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셋째를 낳기로 결심했다. 당장 남편 속옷을 트렁크 팬티에서 삼각팬티로 바꾸고 배란일 2~3일 전에 부부관계를 가지려고 애썼다. ‘딸아들 구별해서 낳는 법’(고려문화사, 2012)에서 산부인과 의사인 저자가 코칭한 ‘딸 낳는 법’을 따라 한 것이다. 최씨는 “병원에서 딸이라는 말을 들은 날 기뻐서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한국이 ‘딸 선호’ 가장 강해
남아선호사상이 빠르게 사라진다는 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감지된다. TV에선 ‘딸 바보’를 자처하는 아빠들이 종횡무진하고, 인터넷에선 딸과 주고받은 다정한 카톡 문자를 공개하는 글이 자주 눈에 띈다. ‘딸아들 구별해서 낳는 법’을 출간한 고려문화사 안성희 씨는 “딸 둔 집에서 아들 낳기 바라는 마음보다, 아들 있는 집에서 둘째는 꼭 딸이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훨씬 더 크더라”고 전했다.
통계청의 출생성비 집계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그래프1). 출생성비는 1990년 116.5(여아 100명당 남아의 수)로 정점을 찍은 이래 꾸준히 떨어져 2007년 이후 정상성비 구간(103~ 107)으로 들어왔다. 2013년 출생성비는 105.3으로 1981년 출생성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정상성비 구간을 벗어난 지역은 전국에서 경북(108.2)이 유일하다. 특히 셋째 자녀 이상의 출생성비를 보면 드라마틱한 감소를 확인할 수 있는데, 2003년 136.9에서 2013년 108로 10년 사이 크게 낮아졌다.
그렇다면 자녀 출산 시기에 있는 가정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도 아들 선호에서 딸 선호로 바뀌었을까.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논문 ‘동아시아 사회의 자녀 성 선호’( 2013년 겨울호 수록)가 그것이다.
‘만일 귀하가 자녀를 한 명만 갖는다면 아들이 좋습니까, 딸이 좋습니까?’ 은 교수의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한 동아시아 6개 사회(한국,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베트남)의 응답을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