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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역사성으로 유토피아를 구현하다

프랑스 파리, 리옹

  •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창의성, 역사성으로 유토피아를 구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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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 샤펠(Sainte Chapelle, Paris)

센 강의 시테 섬 서쪽, 법원(옛 궁전 건물)에 있는 생트 샤펠은 창호 및 석재 부분에 대한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국제건축사연맹(UIA) 본부에서 전문분과위원장 합동회의가 끝난 후 단체로 현장을 방문했다. 보수공사를 담당한 베룩스사가 초대해 이루어진 공식 방문이었다. 일반 관광객 관람이 끝난 후의 탐방이라 내부를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

시테 섬은 센 강에 있는 자연적인 섬 두 개 중 하나로 중세도시 파리가 재건된 곳이기도 하다. 서쪽으로는 왕궁, 동쪽으로는 대성당이 있었으며 19세기 말까지는 그 사이가 주거지와 상업지였다. 이후 점차 경찰 건물과 법원 등 관공서로 채워지고 주거지는 서쪽 끝에 조금 남아 있다.

생트 샤펠은 옛 왕궁 부속감옥인 콩시에르제리와 함께 시테 섬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부속 감옥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되기 전까지 지낸 곳으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된다.

‘빛을 사방으로 방사한다’



성(聖)스러운 예배당이라는 의미의 생트 샤펠은 가시면류관, 에데사 성화상 등 예수 수난 관련 유물인 루이 9세의 소장품을 수장하기 위해 궁전 내에 지어진 중세 고딕 양식의 예배당이다. 1239년경 건립을 시작해 1248년 봉헌됐는데 프랑스 고딕 시기 중 ‘빛을 사방으로 방사한다’는 뜻을 지닌 러요낭(1240~1350년) 기(期)의 백미로 꼽히는 건축물이다. 러요낭이라는 용어는 당시 풍미했던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rose window)의 사방으로 향하는 창틀 때문에 미술사 연구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프랑스혁명 때 심하게 파괴된 것을 복구했는데 파괴될 때 첨탑과 금란(Baldachin)이 철거되고, 유물은 이리저리 분산됐다. 창호의 3분의 2가 원래의 것이기는 해도 오늘날의 모습은 거의 재창조된 것이며, 흩어진 유물은 모아서 현재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성보박물관에 수장해놓았다.

생트 샤펠도 19세기에 보수공사가 진행됐는데 건축가 자크 펠릭스 뒤방의 진두지휘로 1855년 수리를 완료했다. 장 바티스트 앙투안 라쉬와 비올레 르 뒤크도 이 보수공사에 참여했다. 이때 수리보고서가 아주 잘 정리돼 동시대 문화재 수리의 좋은 예로 간주됐다. ‘보석상자 구조’라고 불리는 이 예배당은 다른 건물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여겨진다.

공해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관람객 탓에 스테인드글라스가 심하게 손상돼 동시출입 인원수를 통제한다. 1970년 이래 지속적인 보수공사를 하는데 재원의 대부분을 개인 기부금에 의존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루이 9세 탄생 800주년인 2014년에는 완료되기를 갈망했으나 여전히 수리 중이다.



파리 메트로의 아르누보 입구(The Paris Metro, Art Nouveau Entrance ca. 1900)와 스타크의 노(Starck Oars)

생트 샤펠에 가느라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시테 역에서 내리니 엑토르 기마르(1867~1942)가 설계한 아르누보 메트로 출입구다. 1899년 파리 지하철 운행을 앞두고 출입구 설계에 대한 공공건축물 설계경기가 진행됐다. 우여곡절을 거쳐 아르누보(1890~1910년에 가장 활발했던 당대 건축운동) 건축가 엑토르 기마르가 설계 기회를 갖는다.

그는 부챗살 모양의 프레임 위에 유리 덮개가 있는 유형과 아예 덮개가 없는 유형 두 종류의 입구를 설계했다. 식물을 형상화한 이 주철제 조형물은 지금에 와선 프랑스 아르누보의 고전적인 예로 간주된다. 1900~1912년 사이에 141개의 입구가 지어졌고 그중 86개는 아직도 사용 중이다. 시테 역의 입구는 덮개가 없는 유형이다. 마침 숙소 앞인 이탈리아광장 역도 같은 유형이라 밤낮으로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파리에서 거리를 걷다보면 건물에 연도나 건축가의 이름을 새겨놓은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역사물 표지판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타크가 설계한 것으로 스타크의 노(Starck Oars)라고도 한다. 이는 단순히 노 형상의 조형 때문이 아니고 ‘파도에 의해 흔들리기는 해도 절대 전복되지 않는다’는 파리 시의 라틴어 모토를 기리면서 배의 노를 떠올리기 위한 것이라 한다. 전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가 파리 시장이던 1992년 지서더코사에 의뢰해 설치한 건축유산 설명 패널이다. 옥외광고물 회사 지서더코는 공공자전거 렌털, 버스정류소 광고, 가로 조형물 등으로 유명한 다국적기업이다. 필립 스타크는 767개의 패널을 디자인했다.



◇ 리옹

가끔 파리에 가도 리옹은 방문하기 힘들었다. 회의 핑계에, 또 멀어서 선뜻 방문하기 어려웠는데 세계유산도시를 걷다보니 500km는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공식 일정이 끝난 다음 날 아침 파리를 출발해 TGV로 두 시간을 달려 리옹으로 갔다.

도시 정주의 연속성

프랑스 남부의 역사도시 리옹은 10개의 평가 기준 중 두 개의 평가 기준에 부합된다고 인정받아 ‘리옹의 역사지구(Historic Site of Lyons)’라는 명칭으로 1998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됐다. 두 평가 기준은 도시 정주(定住)의 연속성과 도시 건축의 발전과 진화라는 점이다.

리옹은 기원전 1세기 로마인에 의해 갈리아의 수도로 창건된 후 지속적으로 유럽의 정치, 문화, 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리옹의 오랜 역사는 다양한 도시 조직과 여러 세기에 걸쳐 지어진 수많은 건물로 생생하게 설명된다.

‘구현된 유토피아, 20세기 건축의 다른 견해’라는 제목으로 소개하는 리옹 지역 다섯 곳의 혁신 주거지 개발은 미래 비전을 가진 건축가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막강한 후원자들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새로운 건축과 도시계획이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할 것이라는 믿음을 공유했다.

이 다섯 곳의 사회적 프로젝트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인구에 회자됐다. 리옹 및 빌뢰르반에서 시작한 선구적인 아방가르드는 에보와 퍼르미니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퍼르미니는 재건축 및 고층단지라는 맥락 속에서 모더니티가 풍미했던 곳이다. 지보흐에서는 삼각형 디자인의 조합으로 도시 건축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중 유토피아의 정점을 찾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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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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