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호

20대 리포트

커피전문점, 왜 한국 여성의 일상 문화 됐나?

  • 이수진 언론인·동아논술작문기사쓰기아카데미 수강생

    annlsj@naver.com

    입력2019-04-2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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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가 미끄럼틀 그네 모래밭이 있는 놀이터에서 뛰어놀 듯이, 젊은 여성은 커피전문점을 그들의 놀이터로 여긴다. 이제 한국에서 커피전문점은 ‘젊음’과 ‘여성성’을 상징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서울 잠실 소재 S사에서 근무하는 오모(여·28) 씨는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면 반드시 커피전문점을 찾는다. 한 주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의례이고 유희”

    “주문대에서 음료를 고른다. 어떤 때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어떤 때는 아이스커피, 어떤 때는 카페모카…. 컵의 크기를 정한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포인트 할인을 적용받으면서 계산한다. 이런 익숙한 루틴이 즐겁다. 적당한 테이블을 골라 앉아 있다 신호가 오면 음료를 받는다. 이윽고 음료를 사이에 놓고 친구와 밀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한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커피전문점에서의 이런 일 하나하나가 내게는 ‘의례’이고 ‘유희’인 셈이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커피전문점은 젊은 여성의 주된 문화 공간이 됐다. 제주시의 E사에 근무하는 강모(여·26) 씨는 “친구와 맛집을 간 뒤엔 커피전문점에 꼭 들른다”고 말했다. 강씨는 “남자들끼리 저녁에 만나면 대개 술을 마시지만 여자들은 술이 없어도 커피전문점에서 도시적 분위기, 아늑함, 풍미가 있는 음료, 대화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젊은 남녀 직장인에게 ‘점심식사 후 티타임’은 익숙한 문화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점심시간대 커피전문점에 대한 충성도’는 젊은 여성이 가장 높다. 점심시간이 1시간으로 빠듯해도 이들은 시간을 짜낸다. 여의도 I사에 다니는 김모(여·29) 씨는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 사이에 여의도 커피전문점마다 점심식사를 끝낸 직장인들로 꽉 들어찬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자리를 확보해 한 잔을 마시고 사무실로 복귀하는 직장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40분 허허벌판 걸어서

    공기업 지방 이전에 따라 한국전력이 전남 나주혁신도시로 처음 이주했을 때 이 회사의 여직원들이 겪은 어려움은 커피전문점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 여직원은 “회사 주변이 허허벌판이어서 가장 가까운 커피전문점을 걸어서 오가는 데에 40분이 걸렸다. 그래도 갔다 오는 여직원이 더러 있었다”고 했다. 



    서울시내 대학가 커피전문점에선 조별 과제를 준비하거나 스터디 모임을 하는 여대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서울 K대학 재학생 이모(여·25) 씨는 “시험기간엔 학교 주변 커피전문점에서 안경 쓰고 머리 질끈 묶고 공부한다”고 말했다. 

    노량진 고시촌이나 다른 역세권 주변 커피전문점에선 20대 여성이 노트북과 책 몇 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몇 시간째 들여다보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취업준비생 권모(여·27) 씨는 “커피전문점에 오래 머물러 있다 보니 개인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온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제 커피전문점은 길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온다. 20대 여성들이 이곳에 들어가는 장면은 사람이 하루 세끼를 먹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이들은 자신이 먹은 음료와 쟁반을 자발적으로 정리하는 면에서도 세계 제일이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커피전문점은 20대 여성의 주류 문화가 아니다.

    ※ 이 기사는 ‘동아논술작문기사쓰기아카데미(담당 허만섭 신동아 기자)’ 강좌 수강생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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