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 비번 바꾸기… 유튜버 소유권 분쟁 백태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10-1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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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 안 넘기면 성관계 영상 뿌리겠다”

    • 연인이 수익 때문에 못 헤어지고 재결합

    • 불행의 씨앗은 계정 공유?

    • “이제는 유튜버도 ‘동업계약서’ 작성해야”

    유튜브가 수익 창출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연인, 친구, 선후배가 유튜브채널을 함께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ettyImage]

    유튜브가 수익 창출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연인, 친구, 선후배가 유튜브채널을 함께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ettyImage]

    최근 결별한 ‘커플 유튜버’ A씨와 B씨는 두 사람이 같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을 누가 가질 것이냐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B씨는 3년 전 남자친구 A씨와 교제를 시작한 뒤 자기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 두 사람 연애사를 영상으로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관계가 끝나자 이 유튜브는 다툼의 중심이 됐다. A씨는 B씨가 유튜브 계정을 넘기지 않으면 두 사람 성관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성인사이트에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사람이 한때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지저분한 싸움을 하고 있다”며 혀를 찼다.

    “채널 안 넘기면 성관계 영상 뿌리겠다”

    최근 유튜브 동업자들이 채널·계정·영상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GettyImage]

    최근 유튜브 동업자들이 채널·계정·영상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는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GettyImage]

    사건의 발단은 말다툼이었다. A씨와 B씨는 지인이 모인 술자리에 참석했다가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였다. 화가 난 B씨가 사람들 앞에서 A씨에게 “내 덕에 유튜브로 돈 벌고 있지 않느냐”며 비아냥거렸다.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B씨 말투에 적잖이 상처를 받았던 A씨는 “치사해서 너랑 못 만나겠다”며 이별을 고했고, 두 사람의 연애는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두 사람이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을 더는 영상으로 찍어 올릴 수 없게 되자 B씨는 대신 자기 일상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에 콘텐츠를 계속 올리지 않으면 구독 취소가 이어져 수익이 줄어들 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A씨가 B씨에게 연락해 “왜 내 허락도 없이 네 일상 영상을 올리느냐. 이 틈을 타 커플 채널을 개인 채널로 만들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B씨는 “애초에 내가 개설한 채널이니 어떤 영상을 올려도 되는 것 아니냐”고 받아쳤다. 이에 격분한 A씨가 “네 논리대로라면 유튜브 수익금이 내 계좌로 들어오고 있으니 앞으론 내가 돈을 다 가져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 과정에서 성관계 동영상을 외부에 유포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이후 두 사람의 싸움이 어떻게 정리됐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해당 유튜브 채널에 최근에는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 상태다. 

    유튜버 활동으로 지금까지 두 사람은 매달 적게는 60만 원, 많게는 2300만 원까지 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수입 편차가 큰 이유는 기업 협찬 또는 광고 때문이다. 기업 광고를 의뢰받아 영상을 올린 달에는 ‘국산 중형차 한 대 값 정도’는 들어왔다는 후문이다. 

    이 사례는 유튜브 동업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소유권 분쟁 실태를 잘 보여준다. 최근 유튜브를 공동 운영하는 사람이 늘면서 소유권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보통 유튜버들은 처음에 계약서를 쓰거나 구체적인 수익배분에 대해 협의하지 않은 채 가볍게 ‘동업’을 시작한다. 그러다 구독자 수가 늘고 수익이 급증하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유튜버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튜브 동업자와 소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연인이 수익 때문에 못 헤어지고 재결합

    유튜브 동업자의 소유권 분쟁 유형은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채널 소유권 분쟁, 둘째 계정 소유권 분쟁, 셋째 영상 소유권 분쟁이다. 배철순 개인방송분석연구소 소장은 “양상은 다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돈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배 소장은 “유튜버가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를 관리하는 소속사)에 속해 있어도 이런 문제에는 회사가 함부로 끼어들지 못한다. 동업자 사이에서 발생한 개인적인 갈등이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했다. 

    유튜브 동업은 대체로 연인·친구·선후배끼리 한다. 처음엔 가까운 사람과 힘을 합쳐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관계가 틀어지면 유튜브 채널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연인 유튜버 사이에서는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이에 대해 유튜브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연인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사이다. 서로 앙심을 품으면 연인만 알 수 있는 사적인 일을 빌미로 상대를 협박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동업자 C씨와 D씨 커플도 결별과 동시에 갈등에 휩싸인 케이스다. 남자친구 C씨는 당초 D씨에게 채널 소유권을 주는 것을 검토했다. 이 경우 양수인, 즉 D씨가 양도인인 C씨에게 소유권 포기 대가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채널에서 발생하는 수익 일부를 매달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수익 배분 비율은 기여도에 따라 정한다. 

    그런데 두 사람을 둘러싼 상황이 복잡했다. 업무적으로 보면 기획·촬영·편집 업무를 도맡는 C씨 기여도가 컸다. 반면 채널에서 조회수가 높은 영상은 하나같이 D씨가 등장하는 것들이었다. 즉 채널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쪽은 D씨였다. 두 사람이 매끄럽게 합의를 이끌 수 있을까 세간의 관심이 쏠리던 중, 돌연(?) 이들이 재결합하며 갈등은 없던 일이 됐다. 이들이 다시 만나게 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유튜버 수입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는 바로 영상 조회수다. D씨가 출연한 일부 영상이 조회수 30만회 이상을 기록한 시점부터 이들은 월 평균 800만~9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례와 별개로 연인 동업 유튜버가 채널 소유권을 두고 크게 다투다가 채널을 유지하는 게 금전적으로 이득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재결합한 일도 있다”고 전했다.

    계정 비밀번호 몰래 바꾼 뒤 “나가라”

    유튜브 동업자 사이에서 계정 공유는 종종 소유권 분쟁의 도화선이 된다. E씨와 F씨 간 분쟁이 그런 사례다. 개인방송 BJ(진행자)인 F씨는 몇 년 전 평소 가깝게 지내던 E씨에게 “내 영상을 편집해 유튜브 채널에 올려주면 유튜브에서 들어오는 광고수익을 전부 주겠다”고 말했다. E씨가 이 제안을 받아들여 계정을 만들고 콘텐츠를 기획·촬영·편집하며 채널을 관리했다. 이후 채널이 날로 성장해 기업광고까지 찍게 됐다. F씨는 1000만 원이 넘는 광고수익 가운데 300만 원만 E씨에게 지급했다. E씨가 “광고수익 전부를 주겠다던 애초 약속과 다르지 않느냐”고 따지자 F씨는 “네 업무태도가 불량하고 콘텐츠 질이 나빠 수익을 다 지급할 수 없다. 더는 같이 일할 수 없으니 그만 두라”고 통보했다. 그러고는 유튜브 계정 비밀번호를 바꿔버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E씨는 F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F씨는 경찰 조사에서 “E씨가 일을 그만두기로 해 인수인계 과정에서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한 것이지 강탈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광고 수익 전액 지급 약속에 대해서도 “중간에 E씨 동의를 얻어 광고 수익 일부만 지급하기로 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나아가 E씨가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에게 “왜 돈을 안 주고 일을 시키느냐”고 항의했다는 이유로 E씨를 모욕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했다.

    유튜브 계정, 영상 소유권 분쟁

    유튜브 채널·계정·영상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면서 동업자 사이에서 동업계약서 작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GettyImage]

    유튜브 채널·계정·영상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면서 동업자 사이에서 동업계약서 작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GettyImage]

    유튜브 동업자 관계였던 G씨와 H씨도 계정 문제로 갈등을 겪을 뻔했다. 개인적인 사유로 유튜브를 그만 두기로 한 G씨가 H씨에게 자기 개인정보로 만든 계정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 H씨로서는 몇 년 간 제작한 콘텐츠가 모두 담겨 있는 계정을 포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이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60만 명 수준으로, 월 평균 수익이 1000만 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G씨 개인정보를 계속 이용하는 건 불합리한 일인 걸 H씨도 알았다. 이 사건은 H씨가 G씨에게 일정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3개월 간 계정을 추가 사용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H씨는 그 기간 동안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G씨 계정에 등록했던 콘텐츠를 옮기는 등 동업 마무리 작업을 했다. 이번 일로 계정 소유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H씨는 “비싼 수업료를 치렀다”며 “동업자끼리 원만하게 합의하더라도 새로 만든 계정에 콘텐츠를 옮기고 구독자에게 새로운 계정으로 옮기게 됐다는 내용을 알리는 등 번거로운 일이 많다. 처음부터 기업용 계정을 이용하는 게 나중에 일어날지 모를 갈등을 차단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인기 콘텐츠, 특히 조회수가 높은 영상을 둘러싼 소유권 분쟁도 유튜브 동업자 사이에서 골칫거리로 통한다. 친구 네 명이 함께 요리 관련 채널을 운영하던 사례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네 사람은 의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2대 2로 갈라섰다. I씨와 J씨는 이때 넷이 공동 창업한 회사에서 나와 독립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출연한 일부 영상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각각 조회수가 최소 50만 회에서 최고 300만 회에 이르는 인기 영상이었다. 조회수 100만 회 영상의 수익은 월 평균 250만 원 수준이다. I씨와 J씨는 자신들이 단독 출연한 일부 영상 소유권을 가져가는 조건으로 기존 동업자들과 운영하던 채널 소유권 일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채널에 붙는 광고 수익도 더는 가져가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이 사건 내막을 아는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유튜브 채널 가격을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 건 구독자·좋아요·댓글 개수 등이다. 조회수 100만 회가 넘는 인기 영상 소유권을 I씨와 J씨가 가진 만큼, 넷이 공동으로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 가치는 이전보다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I씨와 J씨가 나쁘지 않은 거래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는 유튜버도 ‘동업계약서’ 작성해야”

    유튜브를 둘러싼 분쟁이 잦아지자 최근 유튜브 동업자 사이에서 계약서 작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유튜버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한 네이버 카페 검색창에서 ‘동업계약서’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자, 유튜브 동업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30건 가량 검색됐다. 유튜버로 추정되는 한 회원은 이 카페에 “며칠 전 동업자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돈도 잃고 사람도 잃는 불상사를 막아 줄 수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동업계약서에는 보통 채널·계정·콘텐츠 등 사업내용, 동업자 지분비율, 회사명, 주소, 동업관계 존속기간, 동업관계 청산, 계약 불이행 시 위약금과 같은 내용을 담는다. 이에 대해 김제현 정율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유튜브 동업계약서는 업무 분할과 소유권, 수익분배 등 책임이나 권한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게 좋다. 구두로 계약 조건을 남겨도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만 입증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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