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업체, ‘용역사무소’ 차려놓고 ‘혁신기업’ 자처
노동법 사각지대 ‘라이더’ 보호해야
청년정치 플랫폼 준비 중… 뛰놀 공간 만들 것
제보자 공격 秋에 분노… ‘내가 당직사병이다’ 캠페인 주도
文, 청년 삶 팍팍한데 ‘BTS 만남’ 홍보해서야…
서울시장? 걸음마 아기가 마라톤 출전하는 격
9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웅 의원이 ‘라이더유니온’이 선물한 장식품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김우정 기자]
최근 서울동부지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27) 씨의 ‘특혜 휴가’ 의혹 사건과 관련해 ‘봐주기식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받고 있다. 사건 배당 후 8개월 째 기소 여부도 결정하지 못한 가운데, 핵심 증거 확보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신동아’는 서울동부지검 수사의 문제점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김 의원은 정중히 거절했다. 검찰 출신 야당 의원이 개별 사건 수사에 대해 구체적 인터뷰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보수정당 약점 ‘노동 문제’ 정면 돌파
9월 13일 김웅 의원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오늘은 내가 당직병사다” 문구가 적힌 사진. [페이스북 캡처]
김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환경노동위원회를 택했다. 법사위에서 자신을 ‘검찰 수호대’로 비판할 여당과 정쟁을 벌이기보다 보수정당의 약점인 노동 문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취지다. 청년과 노동을 주제로 인터뷰를 다시 요청하자 김 의원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9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 의원을 만나 청년·노동 문제에 대해 물었다.
-추미애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에 2030세대가 분노한다. 이 분노가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너무나 당연하다. 여당의 실책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골목에서 경쟁하는 식당 두 곳이 있다고 치자. 한 식당에서 식중독 사고가 나자 다른 식당 사장이 ‘이제 손님이 몰리겠지’라며 기뻐하는 격이다. 자기 식당도 과거에 식중독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는데 말이다. 국민은 지금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식당이 있는 ‘먹자골목’ 자체를 불신한다. ‘국민의힘 식당’은 주방장과 시설 모두 바뀌어 다시는 식중독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성민(24) 최고위원을 ‘깜짝’ 발탁했다.
“누군가의 ‘키드’라는 말을 듣는 이는 이미 청년 정치인이 아니잖나. 박 최고위원이 ‘나이만 어린 이낙연’에 머물지 않을까 우려된다. 앞으로 자기만의 정치적 목소리를 드러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과거 우리 당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자기 목소리를 내며 그 나름 활약했다. 그럼에도 당의 주류가 바뀌어 ‘청년정당’으로 변신한 것은 아니잖나. 당이 청년의 목소리를 수용할 정도로 민주적인지가 중요하다. 민주당을 보라. 자기 신념을 드러냈다고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조응천 의원이나 박용진 의원이 당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자 공격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24세의 젊은 최고위원이 얼마나 존재감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이제 소수의 청년을 발탁해 당의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는 대중에게 먹히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청년정치’에 손 놓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김재섭 비상대책위원 등 젊은 인사들이 ‘청년의힘’이라는 ‘당 속의 당’을 만들고 있다. ‘청년정치발전소’도 신설해 청년정치를 위한 싱크탱크로 삼을 예정이다. 다만 당내 청년 정치인들에게 당장 새로운 어젠다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자신만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시간이 있어야 한다. 당장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더라도 꾸준한 준비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내년쯤 전당대회에서 이들이 독자 세력을 이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일단 여유를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
“청년 정치인 150명 결집한 ‘하우스(HOW'S)’”
이 대목에서 김 의원은 “일회성 ‘깜짝 발탁’이 아니라 청년이 정당에 들어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 새로운 청년 정치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자세히 설명해달라.
“협동조합 형태의 청년 정치 플랫폼, 일명 ‘하우스(HOW'S)’ 개소를 준비하고 있다. 청년 정치에 관심 있는 이들이 모여 편히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오신환 전 의원이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나와 김병욱·유의동 의원, 홍철호·김수민 전 의원이 함께한다. 여기에 당 중앙청년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치에 뜻을 품은 젊은이 150여 명이 모였다. 국회 근처 여의도 지역 한 상가에 카페로 쓰이던 빈 공간이 있다. 그곳을 임대해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북카페 공간과 세미나실 등을 갖춰 여러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정치 낭인’이 하릴 없이 차나 마시는 공간이 아닌, 정치와 정책 개발에 뜻을 둔 젊은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지향한다.”
-협동조합 형태인 이유는.
“청년 정치 플랫폼을 만들어보려 했는데 마침 오신환 전 의원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 협동조합 형태로 만들자는 것은 오 전 의원의 아이디어다. 조합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조합원 1명이 동등하게 1표씩 행사한다. 청년정치 조직으로서 독자성을 유지하려면 조합 형태가 바람직하다. 특정 정치인이 자신만의 조직으로 변질시켜 좌지우지할 수 없게 하기 위한 방책이기도 하다.”
김 의원이 최근 특히 주목하는 청년이 있다. 서씨의 휴가 관련 의혹을 처음 폭로한 공익제보자 현모 씨다. 현씨는 2017년 6월 25일 당직 근무 중 서씨의 휴가 미복귀 사실을 인지했다. 전화로 서씨에게 부대 복귀를 요구했지만 곧 낯선 장교가 찾아와 ‘서 일병(추 장관 아들)의 휴가가 연장됐다’고 무마했다고 증언했다. 현씨는 6월 서울동부지검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같은 내용을 진술했으나 “검찰이 오히려 ‘증거 있느냐’고 물었다”며 검찰의 은폐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권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은 현씨를 공격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9월 12일 SNS 계정을 통해 “추미애 장관 아들 서 일병 관련, 모든 출발과 시작은 당시 현○○(황 의원은 실명 거론) 당직사병의 증언이었다.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 그동안 이 사건을 키워온 현씨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권 지지자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SNS상에서 현씨를 ‘일베’로 매도하며 공격했다.
김웅 의원은 9월 13일 SNS 계정에 “오늘은 내가 당직병사다”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게시했다. 김 의원의 제안으로 국민의힘 내 청년 정치 연구조직 ‘요즘것들 연구소’는 ‘내가 당직사병이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SNS에 올리는 글에 ‘내가 당직사병이다’라는 해시태그(온라인 게시물에 붙이는 꼬리표)를 붙여 현씨에 대한 지지를 촉구한 것이다. 카투사 전역자들이 “현 병장을 응원하고 함께 하겠다”며 캠페인에 동참했다. 현씨에 대해 이야기하자 김 의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가 당직사병이다’ 캠페인에 나섰다.
“현씨를 향한 여권의 공격에 경악했다. 황희 의원은 현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비판했다. 현씨를 비난하라고 좌표를 찍어준 셈이다. 추 장관은 “최초 제보자(현씨)도 이제 후퇴하고 발뺌하는 상황”(9월 17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이라고 말했다. 현씨 주장의 진정성에 공개적으로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자기 아들을 살리려고 남의 아들을 공격했다. 젊은이 한 명의 진술만 막으면 거짓말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민주주의 국가 맞는가. 나라도 현씨를 도와야겠다 싶어 ‘내가 당직사병이다’ 캠페인을 시작했다.”
“제보자 향한 여권의 공격에 경악”
-여권이 현씨를 공격한 이유는 뭘까.“추 장관 아들 측은 이번 의혹을 ‘지휘관에게 사전 구두승인을 받았다. 절차상 실수가 있었다’는 식으로 무마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사전에 승인된 휴가였다면 당시 당직 병사였던 현씨가 모를 리 있나. 또한 서씨는 ‘복귀하라’는 현씨의 말에 왜 ‘현재 지휘관 승인으로 휴가 중’이라고 답하지 않았나. 여권은 이 핵심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제보자인 현씨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메시지를 반박하지 못 하니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이다.”
-현씨를 직접 만났나.
“아니다. 전화 통화조차 한 적 없다. 여권은 현씨에게 배후가 있다고 몰아가고 있다. 야당 의원이 접촉하는 것이 오히려 현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이 프레임을 짜서 몰아가는 데 천재적이라 조심해야 한다.”
김 의원은 이 대목에서 “여권은 ‘특혜 휴가’ 의혹을 진영논리로 몰아가 무마하려 한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을 때 보인 태도와 똑같다”며 “‘검찰이 수사 중이니 지켜보자’고 시간을 끌며 의혹 제기와 비판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년 동안의 검사 생활로 수사에 잔뼈가 굵은 김 의원에게 서울동부지검의 수사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동부지검은 수사가 시작된 지 8개월 동안 기소 여부조차 정하지 못했다”고 운을 떼자 김 의원은 답을 피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압수수색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긴급성이다. 서울동부지검이 이제 와서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것은 뒤늦게 시늉만 하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수사 의지가 있다면 중요 증거를 진작 압수했을 것이다. 사건 관련자들이 여태껏 증거를 그대로 뒀을까.”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인가.
“군 관계자가 추 장관 보좌관의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이 오히려 ‘기억이 확실하냐’고 몰아붙였다고 한다. 이런 수사를 한 인물은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이 사람을 다시 동부지검으로 파견해 수사를 계속 맡긴다? 서울중앙지검이 다른 곳의 검사를 파견받아 수사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 반대는 보지 못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무에게나 추 장관 아들 관련 사건을 맡길 수 없으니, 이미 손에 피 묻힌 사람에게 다시 수사를 시킨 것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秋, 아들 사건에 ‘불기소 결정문’ 써준 것”
-서울동부지검 수사진이 골치 아프겠다.“글쎄, 과연 골치 아플까. 일부 검사들은 권력에 확실히 눈도장을 받을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다. 보통 사람은 이익과 압력에 따라 움직인다. 공직 사회에서 외압이 버젓이 가해지는데 개인에게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부당한 압력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건강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떤 검사라도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장관의 의향대로 수사하면 편안한 검사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지 않나. 정진웅 차장검사(광주지검)는 한동훈 검사장에게 ‘플라잉 어택’을 가했지만 오히려 영전했다. 서울고검이 ‘독직폭행’ 혐의로 정 차장검사를 소환하려고 해도 무시하고 있다. 독직폭행 피의자의 승진을 보고 다른 검사들이 무엇을 느끼겠나.”
-수사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나.
“무혐의가 나올 것이다. 추 장관이 이미 사건의 결론을 내지 않았나. 현씨의 증언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검찰에 현씨 증언을 증거로 채택하지 말라고 구체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자신의 아들 관련 사건에 사실상 ‘불기소 결정문’을 써준 것이다.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담당 검사 1명이 검사장과 장관을 모두 이겨야 한다. 가능하겠나.”
추 장관이 국회에서 현씨 증언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지 이틀이 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1회 ‘청년의 날’을 맞아 청와대에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방탄소년단의 활약을 치하하면서 “청년의 눈높이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되려면 채용·교육·병역·사회·문화 전반에 공정이 체감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문 대통령이 청년의 아픔에 공감한다며 BTS를 만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현실과 맞느냐”고 물었다. “한국사회의 청년 대부분은 취업 준비생이다. 취업에 성공해도 고용·처우가 불안정하다.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보면 삶이 팍팍하다고 호소한다”고 그는 말했다.
21대 국회 환노위에 소속된 김 의원은 최근 ‘플랫폼 노동’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배달대행업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단기간 고용이 이뤄지는 새로운 노동 형태다.
“플랫폼 업체, 두 가지 ‘신화(神話)’로 책임 회피”
9월 9일 김웅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를 만났다. [김웅 의원 제공]
-‘플랫폼 노동’ 문제에 관심 갖는 이유는.
“기존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 하는 업무 종사자가 늘었다. 배달 대행 플랫폼의 주문으로 상품을 배달하는 ‘라이더’가 대표적이다. 특정 업체에 속한 근로자임을 인정받으려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업체가 정한 규정에 따라 구체적 업무 지시를 받았는지, 사측이 제공한 도구를 작업에 사용했는지, 고용 형태의 전속성(專屬性)이 있는지 등이다. 최근 등장한 라이더 등 플랫폼 근로자는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 주문으로 음식을 배달하다가 5분 후 ‘쿠팡’의 물품을 나르는 식이다. 라이더가 특정 업체에 전속성을 띨 수 없다.”
-라이더를 비롯한 플랫폼 근로자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다.
“그렇다. 사실상 배달 플랫폼 업체에 속해 일하는데 명목상 ‘사장’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못 받는다. ‘배민’ 등 플랫폼 업체들은 분명 타인의 노동을 이용해 수수료를 챙긴다. 플랫폼 업체는 두 가지 신화(神話)를 통해 책임을 회피한다. 첫째 ‘스타트업 혁신 기업’을 자처한다. 현재 플랫폼 사업의 본질은 일종의 용역사무소를 차려 수익을 내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시장을 연 ‘개척가’ 이미지를 내세운다. 자신들은 단지 새 시장을 열었을 뿐, 소비자와 플랫폼 근로자가 서로 직접 거래하므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국민 눈높이에서는 왜 라이더가 근로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불공정이다.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정당한 노동에 정당한 보호가 따른다는 믿음 없이는 국가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책은 무엇인가.
“이들이 근로자임을 인정받을 수 있게 법적 ‘근로자성’의 범주를 확대해야 한다. 다만 이 방법은 법 전반을 재정비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당장 시급한 것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다. 이들은 분명 근로자로서 일하는데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다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 사실상 사용자인 업체에게 고용·산재보험료를 징수해야 한다. 초단기 근로계약이니만큼 분·초 단위로 끊어서 말이다. 가령 어떤 라이더가 하루 28분 동안 ‘배민’ 주문으로 배달했다면, 28분만큼의 산재보험료를 배민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근로 시간 산정을 위해 업체에 관련 빅데이터도 요구해야 한다. 기존 근로자 범주에 포함할 수 없다면 새로운 명칭을 고안할 수도 있다. 일례로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사업자’로 명명한 후 지배적 지위에서 이들에게 업무를 중개하는 업체에 노동법상 고용주와 같은 책임을 지울 수 있다.”
이 말을 마치고 김 의원은 사무실 책상 뒤편에서 가방을 하나 꺼내보였다. 가방 손잡이에 ‘라이더유니온’과 ‘뭉치면 바뀝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장식품이 걸려 있었다. 그는 “‘라이더유니온’이 선물한 것”이라며 자랑하듯 말했다. 라이더유니온은 2019년 노동절(5월 1일)에 결성한 라이더 노동조합이다. 같은 해 11월 서울시로부터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받아 법적으로 공식 노조가 됐다. 김 의원은 9월 9일, 22일 라이더유니온 관계자와 만나 라이더 처우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보수정당 소속 의원으로서 이례적 행보 아니냐”고 묻자 “안 그래도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를 만났더니 내게 비슷한 얘기를 했다”며 웃었다.
“라이더들은 절박했다”
“최근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과 ‘플랫폼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제레미아스 아담스 프라슬 지음)를 번역한 이영주 정책국장을 만났다. 배민·요기요 등 플랫폼 업체들이 사실상 고용주로서 근로자를 통제하면서도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더라. 라이더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방안에 대해 대화했다. 라이더들은 절박했다. 위험한 근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 당, 저 당을 가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가. 플랫폼 근로자 같은 약자를 지키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여야가 따로 없다. 여야가 합의해 해답을 찾아야 한다.”김 의원은 검찰개혁 이슈뿐 아니라 청년과 노동 문제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윤희숙 의원 등과 함께 국민의힘 내에서 서울시장 후보로도 꼽힌다. 서울시장 출마 의향을 묻자 김 의원은 한참 웃다가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런 소문에 침묵을 지키니 오히려 ‘정말 출마할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금까지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누가 있나. 김세연 전 의원밖에 없다. 김 전 의원 정도 ‘급’ 되는 사람이 불출마를 선언하면 사람들이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데 나처럼 정치 경력이 6개월도 채 안 되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난 서울시장직에 생각이 없다’고 선언한다? 아마 ‘정신 나갔다’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장 출마는 걸음마 시작한 아기가 마라톤에 나서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