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코로나 걸리자 ‘사과하라’더군요. 확진자가 죄인인가요?”

코로나19 앓은 28세 김지호 씨가 겪은 일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11-13 10: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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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에 걸려 물의를 일으켰으니 직장 동료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화기 너머 회사 관계자의 말에 어이없어 화도 안 났어요. 음압병실에서 고열에 시달리며 코로나와 싸우던 때였습니다. 아파서 누워 있는 사람더러 ‘사과’하라니….” 

    11월 5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만난 김지호(28) 씨가 말했다. 김씨는 5월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국립중앙의료원 음압병실(특수 격리 병실)에서 50일간 치료받았다. 할머니 장례식을 찾은 친구들에게 답례하고자 함께 식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문상(問喪)과 소규모 모임이 가능한 ‘생활 속 거리두기’ 시기였다. 확진자인 친구 1명에게 감염됐다. 6월 28일 완치돼 병원을 나섰지만 ‘확진자’라는 손가락질은 바이러스 못지않게 무서웠다. “젊고 건강한 덕에 심하게 앓지는 않았다. 몸보다 마음에 더 큰 생채기가 남았다”고 말한 김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대학 휴학 후 일찌감치 IT업계에 투신했다. 원래 직장인 스타트업 업체도 창업 당시부터 참여했다. 퇴원 후 곧 김씨는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관둬야 했다. 

    “회사 측은 ‘당신이 사무실에 바이러스를 갖고 들어왔다’고 책임을 추궁했어요. 휴일에 미열 증상이 나타났어요. 재택근무를 자청해 곧장 ‘셀프 자가격리’를 했습니다. 제게 감염된 사람도 없습니다. 사과를 거부하자 ‘처신을 어찌했기에 코로나에 걸리느냐’는 사내 ‘뒷담화’가 전해지더군요. 퇴원 후 직장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는 이유로 계속 재택근무를 하라더군요. 이후 ‘회사 밖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사실상 ‘사직권고’를 받고 직장을 떠났습니다.” 



    김씨 몸속에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없다. 지금껏 폐렴 등 후유증도 없다. 정작 후유증은 사회관계에서 나타났다. 4년간 다니던 헬스장 트레이너는 김씨에게 에둘러 헬스장 이용이 어렵다고 말했다. 단골 술집도 마음 놓고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다른 손님에게 면박당한 것. 

    김씨는 입원 중 쓴 기록을 바탕으로 10월 15일 ‘코로나에 걸려버렸다’라는 제목의 책도 펴냈다. 11월 12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만9284명, 이 중 2만5404명이 완치됐다. 김씨는 병원을 나선 완치자 중 한 명으로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에 걸렸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고 ‘코로나 블루’에 시달렸습니다. 원래 성격이 활달한 데도 말이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사회적·경제적 처지가 달라 후유증이 더 심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가 확진자의 마음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우리 사회가 연대(連帶)와 포용의 정신을 보여줘야 해요.”

    김지호 씨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로서 확진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배제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과 가족을 근거 없는 공격에서 지키고 싶다”며 얼굴 노출을 피했다.

    김지호 씨는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완치된 이로서 확진자를 향한 우리 사회의 배제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 자신과 가족을 근거 없는 공격에서 지키고 싶다”며 얼굴 노출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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