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코언 지음, 부키, 520쪽, 1만8000원
‘음식에 대한 거의 모든 생각’ 서문의 한 대목이다. 저자가 우리 삶을 ‘파멸’로 이끌려는 걸까. 아니다. 그가 강조하는 건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에 그릇된 금기에 빠져들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가 확인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소금 섭취량을 줄일 경우 우리 몸은 체내에 소금을 더 많이 저장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호르몬 대사에 변화가 생긴다. 소금은 인류가 오랜 시간 갈망해 온, 생명 유지의 필수 성분이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닐스 그로달 박사팀의 연구를 보자. 학자들이 염분과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 167편을 검토한 결과, 소금 섭취량을 줄이면 혈압이 낮아지긴 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2.5% 증가하고, 중성지방도 7% 증가했다. 이 경우 심혈관계 건강은 오히려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소금이라는 주제에 흑백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소금만이 아니다. 지방, 탄수화물, 열량 등 저자가 보기에 ‘흑백논리’로 접근하면 안 되는 ‘주제’는 제법 많다. 우리 몸은 날마다 일정량의 지방을 필요로 한다. 지방이 있어야 뇌와 신경계가 작동하고, 피부와 머리카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음식에 담겨 있는 지용성 비타민이 잘 흡수된다. 저자는 “무시무시한 ‘헬스클럽 얼굴’(움푹한 뺨, 주름살, 퀭한 눈)을 갖기 싫다면 당신 몸 세포에 지방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저지방 요구르트를 먹는 행위의 위험성도 경고한다. 식품 제조사들은 음식에서 지방을 제거하면 맛이 없어지는 걸 잘 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액상과당을 비롯한 첨가물을 퍼붓는다. 시판되는 저지방 요구르트 대부분이 살찌는 데 기여하는 ‘정크 푸드’인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자는 “저지방 요구르트는 식품에서 좋은 성분을 제거하고 그 자리를 훨씬 나쁜 성분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탄수화물 섭취 또한 ‘악’이 아니다.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대규모 연구를 보면 매일 아침 초콜릿 케이크를 먹은 그룹이 그러지 않은 쪽보다 같은 기간 더 많은 체중을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를 진행한 다니엘라 야쿠보비츠 박사는 “아침 일찍 달콤한 간식을 먹은 사람이 하루 동안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를 덜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음식의 영역에서는 절대적으로 좋은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도 없는지 모른다. 저자는 “(건강하게 먹겠다는 생각에)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것은 필패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음식에 관한 어떤 문제에서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는 먹음으로써 존재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이냐를 결정할 때 전문가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성찰하라”는 저자의 조언이 묵직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