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 나물을 넣고 지은 솥밥. [CJ제일제당 제공]
양파향이 어우러진 구수한 버섯밥
송화버섯과 은행을 넣은 솥밥. [마켓컬리 제공]
이맘때면 어디서나 햅쌀을 구하기 쉽다. 나처럼 밥 짓는 실력이 부족한 이가 갖출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자원이 신선하고 품질 좋은 쌀이다. 쌀은 한꺼번에 들여놓기보다 도정 날짜를 살펴 가며 조금씩 자주 사 먹는 게 좋다.
눈부시게 하얀 백미로 밥을 지어도 좋지만 현미와 검은 쌀, 붉은 쌀, 찹쌀 등을 섞어 보고, 귀리나 수수, 기장과 차조, 여러 가지 콩과 보리 등도 섞어 가며 자기가 좋아하는 밥맛을 찾아가는 여정도 재밌다.
제아무리 맛좋은 밥도 반찬이 없으면 앙금 없는 붕어빵과 같다. 이럴 때 필요한 게 솥밥이나 버무리밥이다. 솥밥은 여러 재료를 쌀과 함께 넣고 밥을 짓는 것이고, 버무리밥은 갓 지은 밥에 다른 재료를 넣고 휘휘 섞는 것이다.
이 계절의 솥밥을 꼽으라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버섯밥이다. 냄비 바닥에 도톰하게 썬 양파를 넉넉하게 깔고 그 위에 불린 쌀을 넣고 맨 위에 버섯을 듬뿍 얹는다. 버섯은 아무리 많이 얹어도 숨이 팍 죽으니 양손 가득 잡아 두 움큼 정도 얹어도 된다. 향을 즐기고 싶으면 표고버섯, 씹는 맛을 즐기고 싶다면 느타리‧백만송이‧팽이버섯 등을 택한다. 밥물은 평소보다 조금 적게 잡고 바글바글 끓여 익힌 다음 밑바닥 양파까지 골고루 섞어 먹는다. 양파가 눌으면 더 맛있으니 물이 잦아든 뒤 냄비 바닥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날 때까지 잠깐 둬도 된다. 구수하고 향긋한 버섯물이 스며든 밥에 달게 익은 양파를 섞어 먹는다. 간을 안 해도 심심하지 않다. 반찬 생각이 나면 생김에 양념장 곁들여 한 입씩 싸 먹으면 된다.
납작납작 썬 무와 향긋한 굴의 조화
밥 뜸을 들일 때 굴을 넣으면 향긋한 굴솥밥이 된다. [GettyImages]
시래기와 곤드레나물처럼 향이 좋은 묵은 나물도 솥밥 짓기에 알맞은 재료다. 물에 불린 나물을 삶아 입맛대로 간을 살짝 한다. 들기름에 다진 마늘을 넣어도 좋고, 참기름에 국간장을 조금 섞어도 좋다. 나물을 먹기 좋은 길이로 썬 뒤 쌀과 섞어 밥을 지으면 끝이다. 구수한 나물 솥밥에는 청양고추 쫑쫑 썰어 넣은 칼칼한 양념간장이 제격이다.
솥밥은 되도록 냄비에 짓는다. 압력밭솥으로도 가능하지만 쌀 외 재료에서 나오는 수분 양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하면 밥이 질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솥 바닥에 붙은 눌은 밥 긁어먹는 재미를 보려면 주물이나 바닥이 두꺼운 스테인리스 냄비를 택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