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운데)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2월 4일부터 2018년 2월 1일까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기사 7만6000여 개에 달린 댓글 118만8800여 개의 공감·비공감 신호 8840만 1200여 회를 조작하는 데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드루킹 측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김 지사의 차기 대선 출마는 사실상 무산됐다. 친문(親文) 적자로도 불리는 김 지사는 이낙연(68)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56) 경기지사의 양강 구도를 깰 다크호스로 평가받았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핵심 친노(親盧)다.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수행팀장을 지냈을 만큼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한다. 당내에서는 친문 성향 권리당원 사이에서 상당한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다. 당 주류인 친문의 지지를 일거에 결집시킬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이번 판결로 무주공산에 뜬 친문 표심을 두고 양강 간 쟁탈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김 지사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면 대권 지형에 큰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을 텐데, 유죄가 선고돼 대권 경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이 대표와 이 지사 간 친문 지지를 확고히 다지려는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가 7월 30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 접견하고 있다. [박영대 동아일보 기자]
김 지사가 낙마하면서 이 대표의 친문 끌어안기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친문인 박광온 의원과 최인호 의원을 각각 사무총장과 수석대변인에 임명했다. 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정태호, 김영배 의원 역시 전략기획위원장과 정무실장을 맡고 있다. 이에 비해 이 지사 측근 그룹에는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제외하면 친문 인사가 드문 편이다.
이 대표가 ‘대권주자 김경수’의 잠재적 지지그룹을 확보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친문의 지지를 받고 있다기보다는, 그간 친문이 이 대표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 친문은 순혈주의가 강하다.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하지 않은 과거도 아예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주목하는 인물로 정세균(70) 국무총리도 있다. 김 지사를 제외하면 주요 대권후보군 중 범친문으로 분류할 만한 인물은 정 총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당내 기반만 놓고 보더라도 산업자원부 장관과 국회의원 6선을 하고 당 대표를 3번 역임한 정 총리가 이 전 총리보다 앞선다는 평가다. 신 교수는 “김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로 친문은 정 총리를 대안 중 하나로 여길 것”이라면서 “정 총리가 범친문의 단일 주자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22일 창립 세미나를 여는 ‘민주주의 4.0 연구원’(가칭)에 주목하고 있다. 4.0 연구원은 홍영표, 전해철, 도종환, 김종민, 황희 의원 등 친문 핵심이 주축을 이뤘다. 당초 여권에서는 김 지사의 항소심 선고와 맞물려 민주주의 4.0 연구원이 향후 친문의 대선 전초기지 역할을 하리라고 보는 분위기였다. 김 지사의 대선 출마가 어려워지면서 대권주자 사이에서 역으로 민주주의 4.0 연구원을 향한 구애가 쏟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