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경실련 김헌동 “집값 상승률 11% 통계는 대통령 심기 경호용”

“文정부, 전세 씨 말리고 투기꾼엔 ‘꽃길’ 열어줘”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10-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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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진보개혁’ 가면 쓰고 집값만 올려

    • 내년 선거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나와야 집값 잡혀

    • ‘통계 근거’ 추궁 질의서 보내도 청와대 ‘묵묵부답’

    • 정부가 투기 권장해 놓고 개인 종부세 6% ‘폭탄’

    • 분양가 공개 및 상한제·후분양제 도입해야

    • 임대사업자 집값 80% 대출…전세 씨 말려

    • 홍남기·김현미 진작 경질했어야

    • 文국정과제 ‘도시재생뉴딜’, 세금으로 투기꾼 집 고쳐줘

    • 2000년 2억 대치 은마아파트, 盧·文 10억씩 올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홍중식 기자]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 [홍중식 기자]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으니 전셋값도 덩달아 뛸 수밖에요.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 동안 집값을 계속 높여놓고 전셋집의 씨도 말려놨습니다.” 

    김헌동(65)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이 탄식하듯이 말했다. 전세난이 세입자를 옥죄고 있다. 지난 9월 전국 주택 전셋값은 5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10월 5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9월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전셋값은 0.53% 높아졌다. 2015년 4월(0.59%) 이후 최고치다. 전세 물량이 줄어 세입자는 월세·반(半)전셋집으로 내몰리고 있다. 

    김 본부장은 1981~2000년 쌍용건설 등 건설사에서 근무하다 부동산 가격 안정의 필요성을 느껴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2004년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 2019년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10월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실련 사무실에서 김 본부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전셋집 씨 말려놔”

    - 전세난이 심각하다. 

    “세입자가 전세·월셋집 중 어디 살고 싶겠나. 당연히 전세 아닌가. 전셋집은 가뜩이나 찾는 사람이 많다. 그 와중에 정부는 집주인이 월세 놓기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주택 임대사업자에게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허용(2017년 12·13 대책)하지 않았나. 집주인은 남은 20%만 보증금으로 받고 월세를 놓으면 되는 것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혜택을 본 이들이 3년 동안 주택 100만 채를 샀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전셋집 100만 채를 월셋집으로 만든 것이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영향은 없나. 

    “7월 31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법) 개정 후 두 달여가 지났다. 일단 임차인과 계약하면 4년 동안 전셋값을 못 올린다. 단기적으로 임대차법이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더 근본적 원인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폭등한 집값이다. 전셋값은 집값을 따라간다. 당장 매매가가 오르면 집주인은 전셋값도 올리고 싶어 하지 않겠나. 더욱 많은 이윤을 노리는 게 시장의 생리다.” 



    - 임대차법 개정 취지는 세입자 보호인데. 

    “큰 방향에서는 옳지만 100점 만점에 50점짜리 제도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됐다. 문제는 전월세신고제를 핵심으로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은 내년 6월 1일로 미뤄졌다는 것이다. 아직 시·군·구청에 전월세 임대료·보증금, 임대기간을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당국이 실제 전월세가 얼마에 계약됐는지 모르는데 상한선을 어떻게 정하나. 임대기간을 모르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어찌 지켜주나. 도입 순서가 뒤바뀌었다. 정부가 실제 임차인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추가 부동산 대책을 검토하는 모양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세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을 묻자 “(전세가격이) 단기적으로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고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 같다”며 “(8·4 부동산 대책 발표 후) 2개월 정도면 어느 정도 효과가 나지 않을까 했는데 (전세가격이) 안정화되지 못해 안타깝다. 추가 대책을 계속 강구해 보겠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전세가격 상승 배경을 두고서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상당수 전세 물량이 이번에 연장되는데 이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은 매물도 적고 (주택 임대인들이) 임대차 3법을 피해 과도하게 전셋값을 올린 상황을 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文만 홍남기·김현미 유능하다고 믿는 듯”

    7월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7월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같은 날 신동아 전화 인터뷰에서 김 본부장은 “전세 가격 대책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집값이 오르면 전셋값은 덩달아 오르게 마련이다. 전세 가격을 잡으려면 결국 주택 가격 자체를 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홍 부총리가 국정감사에서 “(주택 매매가가) 부동산 대책 이후 보합세나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답답하다. (대통령이) 홍 부총리는 물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진작 경질했어야 한다. 문 대통령만 이들을 유능하다고 믿는 듯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초 부동산 가격을 취임 이전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서울 아파트 가격은 52% 올랐다<인포그래픽 참조>. 이미 주택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보합세·안정세라고 평한 것은 정책 실패를 자인한 셈이다. 전세 가격을 잡겠다는 선포가 반대로 가격을 높이겠다는 말로 들린다.” 

    - 김현미 장관은 문 정부 들어 서울 주택 가격이 11% 올랐다고 하는데(7월 23일 국회 대정부질문 발언). 

    “어처구니없다. 경실련이 분석해 보니, 문 대통령 재임 3년 동안(2017년 5월~2020년 5월)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실거래가 기준)은 6억600만 원에서 9억2000만 원으로 52%(3억1400만 원)나 급등했다. 한국은행·통계청 자료와 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을 참고했다.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7년 3월) 때 상승률은 29%였다. 이명박 정부(2008년 12월~2013년 2월)에서는 도리어 3% 낮아졌다. 김 장관이 국토부 관료들에게 제대로 된 통계를 보고 받는지 의심된다.” 

    - 김 장관 발언의 근거는 무엇일까. 

    “나도 궁금하더라.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물었다. 통계를 내는 데 사용한 표본이 서울시내 어느 아파트이고, 계산에 적용한 시세는 얼마인지 말이다. 국토부는 ‘통계법과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자료제공이 불가하다’고 답했다. 근거 자료가 비밀이라는 것이다.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김 장관이 보고받은 통계는 좋게 말하자면 ‘정책 생산용’ 통계인 듯하다. 나쁘게 말하면 대통령 ‘심기 경호용’이다. 대통령과 장관의 치적, 관료의 안위를 위해 현실을 덮는 것이다. 


    “대통령 치적·관료 안위 위해 현실 덮어”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 발언을 상기해 보라.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11월 29일 ‘2019 국민과의 대화’ 방송에서 발언). 깜짝 놀랐다. 당장 동네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가서 물어보면 집값이 얼마나 뛰었는지 체감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 집값만큼은 꼭 잡겠다고 공언했다. 그토록 많은 대책을 내놓고도 대통령과 각료들이 부동산 실태조차 파악 못한 것 아닌지 걱정이다. 답답해서 청와대에도 주택 가격 통계의 근거를 물었다.” 

    - 청와대의 답변은. 

    “8월 24일과 9월 24일 두 차례 공개질의서를 보냈지만 아직 답이 없다. 애초에 요구한 기한(10월 7일)까지 답할 것이라고 기대도 안 했다. 이 정부의 특징은 자기편이 아니면 소통을 안 한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청와대에 질의 내용을 공식 문서로 보냈다. 관련법(‘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관공서는 민원서류를 접수하고 14일 안에 답변해야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답변 안 해도 별 처벌이 없으니 깔고 뭉개는 것이다. 기록을 남기고자 계속 답변과 해명을 요구할 생각이다.” 

    이 대목에서 김 본부장은 “현 정부는 잘못된 통계와 인식으로 부동산 정책을 다룬다. 그러다 보니 집값을 잡겠다며 이제껏 24번의 대책(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큰 대책 6번”, 같은 날 김현미 장관은 “종합대책 5번”이라고 주장)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전무했다? 

    “2017년 6·19대책부터 올해 8·4대책까지 수차례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집값을 잡아 국민을 이롭게 하는 정책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최근 8·4 부동산 대책을 보자. 핵심은 서울 도심을 재개발·재건축하겠다는 것 아닌가. 노후지역을 활성화한다는 명분이나 공감하기 어렵다. 서울 대부분 지역의 주거용 건축물은 수십 년 이상 더 사용해도 큰 문제없다. 박정희 정부 시절 산비탈에 무허가로 지은 건물이야 당연히 위험하다. 이처럼 위험한 주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결국 세금 들여 원래 있던 건물을 밀어버리고 초고층 아파트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인근 주택 가격 급등의 발판이 될 뿐이다. 

    문 대통령의 부동산 분야 주요 국정과제인 ‘도시재생뉴딜’ 사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정비지원’ 등 5개 사업에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한다. 정책의 결과는 어땠는가. 전남 목포시에서 손혜원 전 의원의 투기 의혹이 터졌다. 서울에서는 문 대통령이 취임 전 살던 서대문구 홍은동 등 강북 지역의 빌라·다세대주택 가격이 뛰었다. 투기꾼들이 1채에 2억 원 정도 하는 주택을 대여섯 채씩 샀다. 이들에게 꽃길을 열어준 셈이다. 도시재생뉴딜 사업에 들어가는 50조 원은 국민 혈세다. 무주택자의 세금이 포함된 이 돈을 왜 투기꾼의 헌 집을 고쳐주는 데 써야 하나.” 


    “‘도시재생뉴딜’, 세금으로 투기꾼 집 고쳐줘”

    - 일각에서 주택 공급량 부족을 지적한다. 

    “문 대통령 임기 초에 시작한 3기 신도시는 어느 한 곳 삽도 뜨지 못했다. 땅도 제대로 확보 못했다. 그래놓고 예약 제도를 도입했다. 아파트 가격도 정하지 못한 상태인데 그게 어디 예약인가. 언제 완공될지 모르는 신도시에 아파트를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 전국의 주택이 약 2200만 채다. 자기 명의로 집을 가진 사람이 1400만 명 정도다. 주택 800만 채는 다주택 보유자 몫이라는 말이다. 이 800만 채의 거래 향배는 집값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주택 가격 안정이 서민에게 희소식이지만, 다주택 보유자에게는 ‘재산 가치 하락’이다. 일단 집값이 떨어지면 불안해진 다주택 보유자는 100만, 200만 채를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낸다. 이런 물량을 늘리는 것이 최고의 주택 공급 대책이다. 새 아파트를 짓느라 토지 수용하고 건물 지을 필요 없는 ‘즉시 공급’이다.” 

    -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높이면 어떤가.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는 없다. 이번 정부는 개인에게만 종부세 최고세율을 6%로 올렸다(2020년 7·10 대책, 과표 94억 원 초과 다주택 보유자 대상). 개인이 가진 아파트는 비싸야 100억 원이다.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세율은 0.7%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유한 삼성동의 10조5000억 원 상당 땅이나 15조 원에 달하는 롯데그룹의 제2롯데월드 모두 0.7% 세율을 적용한다.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조차 실제 거래액의 30~40%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역 앞 옛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은 실제 1조 원에 거래됐지만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은 38.4%에 불과했다. 100억 원짜리 빌딩을 가진 개인이 무슨 죄가 있어 재벌 기업의 10조 원 넘는 빌딩보다 9배 가까이 높은 세율을 부과받나. 말이 되나.” 


    “수도권 30평 아파트 2억 원대 분양 가능”

    그렇다면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일까. 실효성 있는 부동산 대책을 묻자 김 본부장은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하고 분양가에 상한선을 두면 된다. 원가 공개가 어렵다면 후분양제를 도입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단독주택이든 아파트든 주택가격은 땅값과 건물 짓는 값의 합이다. 이 비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건설사가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1평(3.3㎡)을 짓는 데 평균 500만 원 정도 든다. 30평(99㎡) 아파트의 경우 건축비만 따지면 1억5000만 원 정도다. 땅값은 어떨까. 경기도 논밭이 보통 1평에 200만 원 정도다. 서울 강남의 그린벨트 지역 토지는 300만 원 선에서 거래된다. 여기에 1평당 건축비 500만 원인 아파트를 건설하면 가격은 1평당 700만~800만 원이다. 30평 규모라면 2억1000만~2억4000만 원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 

    - 탁상공론 아닌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3억짜리’ 강남 아파트를 분양했다(서울 강남권 ‘보금자리 주택’).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송파구 장지지구에 1평당 분양원가 780만 원으로 아파트를 짓고 1020만 원에 분양했다. 강서구 발산지구는 1평당 원가 580만 원에 짓고 650만 원에 분양했다. 주변 시세의 절반 정도 가격이었다. 공공부문이 공급한 아파트가 부동산 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MB·오세훈 쌍두마차 집값 잡아”

    - 비결이 무엇일까. 

    “이 전 대통령은 현대건설·한국도시개발(현 현대산업개발) 사장 출신이다. 부동산 시장의 생리를 이해했다. 한국토지공사·대한주택공사를 합쳐 지금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만들고 현대건설 시절 측근 이지송 씨를 초대 사장에 임명했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LH가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공공 아파트를 내놓자 부동산 시장도 안정됐다. 오세훈 전 시장은 시장 시절인 2006년 9월 25일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상한제·후분양제 도입을 천명했다.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던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오 전 시장의 공표 사흘 후 28일에 분양원가 공개로 선회했다(2006년 9월 28일 MBC ‘백분토론’ 발언). 야당 서울시장의 결단에 대통령이 고집을 꺾었다.” 

    - 이명박 정부 시절 서울 아파트 가격(-3%)이 낮아진 것도 그 때문인가.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쌍두마차가 돼 집값을 잡은 것이다. 진보 정부는 ‘집 없는 서민’의 울분을 대변한다며 집값을 잡겠다고 공언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집값을 폭등시켜 부동산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공고히 한다. 예를 한 가지 들겠다. 2000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매매가가 2억 원이었다. 2008년 노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 14억 원이 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2억 원 정도 낮아졌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3년 만에 22억 원이 됐다(2020년 8월 28일 115㎡ 세대 23억8000만 원 실거래). 노 전 대통령은 5년 동안 10억 원, 문 대통령은 3년 동안 10억 원을 올렸다.” 

    “10억 원을 올렸다”고 말하는 김 본부장의 얼굴이 상기됐다. 그는 “처음 부동산 관련 시민운동을 시작할 때, 진보 정부의 개혁에 힘을 싣고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점차 준비되지 않은 정당의 집권이 부동산 시장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나 절감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 무슨 악영향을 끼쳤나. 

    “우리 사회를 보라. 취업난에 젊은이들은 연애도 못 한다. 급증한 집값·전셋값에 결혼도 엄두를 못 낸다. 가정을 꾸려 자식 낳을 기회마저 박탈당한 셈이다. 이게 무슨 나라인가. 소수의 불로소득을 위해, 무능한 대통령의 번듯한 경제 성적표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해야 하나.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이토록 많은 아파트를 짓는 나라는 한국뿐일 것이다. 경제가 크게 성장하지도, 일자리가 많이 생기지도 않는데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산다. 소수 투기꾼이 이처럼 많은 집을 쇼핑하듯이 사재기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여야 의원, 집값 급등 이득 함께 본 ‘부동산 연정(聯政)’”

    - 30~4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서 집을 산다고 한다. 

    “이번 정부가 3년 동안 그런 세상을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시장에 계속 ‘부동산을 팔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말을 믿고 집을 판 사람들은 어떻게 됐나. 문 대통령 임기 초반에 강남 아파트를 팔았다면 1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셈이다. 반대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처럼 부동산을 산 사람은 수억 원의 차익을 봤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 불문하고 당연히 영혼이라도 끌어다가 부동산을 사고 싶지 않겠나.” 

    -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뀔까. 

    “지금 정부 인사들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집값이 더 치솟아 정권이 위태로워져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지면 상황이 좀 바뀔 듯하다.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고 오세훈 전 시장이 했던 것처럼 부동산 이슈를 선점하면 여당도 가만히 있을 순 없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도 야당 서울시장의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국민의힘도 민주당과 다를 바 없다. 의원 중 상당수가 다주택자로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득을 봤다. 여야가 함께 ‘부동산 연정(聯政)’이라도 하는 것인가. 보수 야당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집값은 절대 안 잡힌다. 나도 ‘진보 개혁’의 가면을 쓴 채 집값만 올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계속 비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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