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그린 뉴딜, ‘그린’은 돼도 ‘뉴딜’은 안 돼”

에너지정책 전문가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 정현상

    doppelg@donga.com

    입력2020-10-15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원전 전기로 수소 생산하자

    • 기후위기 막으며 65만 일자리? 말 안 된다!

    • 해상풍력, 보급보다 국산화 전략 먼저

    • 위기에 처한 정유업계 살길은

    • 원전에서 연간 20만t 수소 생산 가능

    • 전기차 보조금 재원은 유류세

    • 열에너지 로드맵 만들어야

    •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해야

    • 전기요금 1조 원 내는 기업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지호영 기자]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 [지호영 기자]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은 글로벌 화두다. 친환경 에너지산업을 일궈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늘리겠다는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6000조 원의 천문학적 투자를 통해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그린 뉴딜 계획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럽은 지난해 말 탄소세 신설 등을 담은 ‘유럽 그린 딜’을 발표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0월 6일 2030년까지 영국의 가정집이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풍력발전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서도 지난 5월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을 두 축으로 하는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세계적 흐름에 궤를 같이하고 있다. 더욱이 기후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친환경 에너지산업이 더욱 각광받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 그린 뉴딜은 장밋빛 전망만 할 수 없는 형국이다. 뒤늦은 출발에다 세밀한 전략도 부족하다. 벌써부터 엇박자가 나는 곳도 있고, 기간산업이던 정유업계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그린 뉴딜의 문제점과 빠르게 변하는 에너지 부문의 현안을 듣기 위해 10월 5일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유승훈(50)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를 만났다. 유 교수는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대해 “‘그린’은 달성할 수 있으나, ‘뉴딜’은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린이냐, 뉴딜이냐 선택해야

    -정부가 내놓은 그린 뉴딜 정책이 태양광 등 보급 확대 위주인데,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 신에너지는 연료전지를 말한다. 국내시장 여건을 보면 태양광은 중국산 점유율이 매우 높고, 풍력은 유럽산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연료전지는 미국산 점유율이 높다. 가격이나 기술 경쟁력에서 국산이 이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망을 늘리면 ‘그린(친환경)’은 달성할 수 있으나, ‘뉴딜(일자리)’은 매우 어려운 구조다. 뉴딜은 외국에서 이뤄지고 우리는 ‘그린’만 얻게 되는 상황이라 이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안은 뭔가. 

    “그린을 추구하는 것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이므로 가야 할 길이긴 하다. 유럽도 태양광을 많이 보급하지만 그린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산 제품을 사서 설치했다. 우리도 ‘그린’에 더 방점을 둔다면 중국산을 사서 그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반면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뉴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길로 가야 한다. 그린이냐 뉴딜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기후위기도 막고 2025년까지 일자리도 65만 개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국민 앞에 솔직해야 한다. 정말로 뉴딜을 하려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가운데 국산화할 건 하고,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는 태양광의 경우 국산 제품이 비싸다 해도 공공부문에서 채택하면서 국산과 외산 비중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내 태양광 기술이 우수해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민간에서는 중국 것을 많이 쓴다. 중국은 자국산 태양광 제품에 보조금까지 주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보조금을 줄 수 없다 보니 기술규격으로 규제 장치를 만든다. 올해부터 태양광 패널이나 시설을 만들 때 환경기준을 넣어서 친환경 제품을 쓰도록 규제하고 있다. 일종의 비관세 장벽으로 중국산을 막으려 하는데, 중국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WTO에서도 기술 장벽은 문제라고 보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산 점유율이 너무 높다 보니 국내 대표적 태양광 기업 OCI는 올해 태양광 패널의 기초 소재인 폴리실리콘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말레이시아로 공장을 옮기기로 결정했다. 태양광 전지의 일부 부품을 만드는 웅진에너지는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한화큐셀은 미국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해상풍력 보급보다 국산화 전략 먼저

    국내 첫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소인 제주 탐라해상풍력 단지. 두산중공업이 설치한 발전기 10기(30MW)에서 나오는 전기로 제주도민 약 2만4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국내 첫 상업용 해상풍력발전소인 제주 탐라해상풍력 단지. 두산중공업이 설치한 발전기 10기(30MW)에서 나오는 전기로 제주도민 약 2만4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다. [두산중공업 제공]

    -해상풍력은 그린 뉴딜의 성공 대상이 될 수 있나. 

    “해상풍력은 이제 국내시장이 열리고 있다. 해상풍력은 현재 125메가와트(MW)가 설치돼 있는데, 2030년까지 12기가와트(GW)를 설치하는 게 정부의 목표다. 100배로 늘어나는 수치다. 그걸 우리 제품으로 설치하려면 대용량 풍력발전을 국산화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금 당장 보급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 덴마크산이나 독일산이 들어오게 된다. 먼저 전략을 세우고 보급을 늘려야 진정한 뉴딜이 될 수 있다.” 

    유 교수는 “국내에서 KTX가 자리 잡은 과정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레일이 고속철도를 도입할 때 기술이전을 조건으로 입찰해 프랑스 알스톰사로 선정했고, 이 회사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로 인해 국내 독자 기술로 KTX산천이 탄생한 것이다. 이 기술은 해외 수출도 하고 있다. 

    “풍력의 경우 유럽과 우리의 기술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덴마크의 베스타스 같은 해상풍력 최강자와 합작회사를 만들거나 그 회사 제품을 사면서 기술이전을 요청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지자체와 민간이 각기 소규모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입찰할 때도 값싼 외국산을 쓸 수밖에 없다. 한전 등 규모가 있는 기관이 베스타스에 단독으로 접근해서 기술이전을 받는 방식이라야 뉴딜이 된다. 그런데 한전은 발전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어 문제다. 혹은 생산 공장이나 생산 기지를 유치하는 전략도 세울 수 있다. 대만은 베스타스와 협상해서 생산기지를 대만에 짓기로 하고 해상풍력을 늘리면서 고용도 창출하기로 확정했다.” 


    위기에 처한 정유업계 살길은

    현행법상 시장형 공기업은 전기사업을 한 가지만 할 수 있어 이미 판매사업을 하고 있는 한전은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국회에서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한전 같은 시장형 공기업이 앞으로 두 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전은 이미 대규모 해상풍력사업단을 꾸리고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분야에 사업자가 매우 많은데 한전이라는 거대 사업자가 들어가면 소규모 사업자들이 위축된다는 논리가 만만찮다. 한편 두산중공업, SK E&S, 현대중공업, LS 등 주요 기업들도 해상풍력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석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전환이나 친환경 일자리 창출 사업인 그린 뉴딜로 가장 위기에 처한 곳은 정유업계다. 코로나19로 항공용과 산업용 수요도 크게 줄었다. 휘발유·경유 등을 정제하고 원료를 생산하는 규모가 세계 8위 수준인데,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5조 원의 영업손실이 났고, 연말 전망도 먹구름이다. 

    파국적인 기후변화를 겪지 않고, 온도 변화를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국제사회의 목표에 맞추려면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총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Net Zero·온실가스 배출량만큼 감축)이 돼야 한다. 정유업계에는 이것도 부담이다. 

    “한국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따라가는 것은 물리적으로야 가능하겠지만, 그것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사실상 정유공장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해야 한다. 철강 제품이나 시멘트 제품을 생산할 때도 엄청난 온실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분야도 위기를 맞게 된다. 탄소중립이 되려면 어떤 부분에서 온실가스가 나오면 다른 부분에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은 조림밖에 없다. 이마저 땅이 좁아 국내에선 대규모 조림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원전에서 연간 20만t 수소 생산 가능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면 나름대로 우리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당연하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위기에 빠지는 기존 산업에 대안은 무엇인가. 

    “예컨대 철강 부문에서 환원재로 탄소를 사용하고 있는데 수소를 사용하는 파이넥스 공법을 확대할 수 있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개발했지만 주류로 쓰지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소를 구해야 하는데, 제철소에서 쓰는 많은 양의 수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정유공장에서도 부생(副生)수소가 나와 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한다. 그런데 휘발유·경유 수요가 줄자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현실적으로 수소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수소는 온실가스를 동시에 배출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의 의미가 없어진다. 철강 부문에서 수소를 환원재로 이용하려면 결국 국가가 나서서 수소를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할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것은 어려운가. 

    “물(H2O)은 안정적 성질을 갖고 있어서 수소(H)를 전기분해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재생에너지의 유휴 전력을 수소 생산에 사용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수명이 다하기 전의 원전을 폐쇄해 나가고 있는데, 너무 아까운 시설이니까 폐쇄하지 말고 수소 생산 용도로 사용하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원전 1기에서 연간 20만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수소에너지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있다. 어떤 한계가 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방향은 잘 잡았다. 무엇보다 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원전을 활용한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소는 압축해야 해서 운송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소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곳이 같도록 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2025년까지 73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정부의 그린 뉴딜 목표가 ‘기후변화 대응과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없다고 비판받고 있다. 

    “그린 뉴딜 계획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그 목표를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대비 1억7300만t을 감축해 2030년 5억3600만t을 배출하겠다는 목표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계획(NDC)을 가지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산업의 축소 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지원 대책도 없다.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예컨대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회사들이 위축되고, 거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많은 협력업체도 도산하거나 위기에 처한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지원 대책은 없다. 전기차 보급 확대라는 방향은 맞지만 망해가는 사업에 대한 대책을 만들지 않으면 산업혁명 당시 러다이트운동 같은 신(新)러다이트운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일자리 늘리는 뉴딜인 줄 알았는데, 일자리가 줄어들고 산업생태계가 망가지는 상황이 생기면 정책이 탄력을 못 받고 사회적 갈등이 커질 수 있다.”

    전기차 보조금 재원은 유류세

    -어떤 대책이 가능할까. 

    “자동차 부품업체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전기차는 구조가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부품업체가 뛰어들 방법이 없다. 다만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경우 부품사들이 들어갈 부분이 있을 듯하다. 수소연료전지차 부문에서 현대차는 기술력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이나 버스 쪽으로 영역을 확장할 경우 부품업체들이 수소차 부품을 공급하는 쪽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방향을 유도하고 기술개발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 

    1조 원대 전기차 구입 보조금에 대한 논란도 있다. 재원이 유류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유류세가 가뜩이나 위축된 정유산업을 위해 쓰이는 게 아니라 경쟁 관계에 있는 전기차에 쓰여 비판을 받는 것이다. 

    “요즘 전기차가 인기 있다 보니 1800만 원대 구입 보조금(국고와 지자체)이 대부분 소진됐다. 지금 전기차를 사려는 이들은 보조금을 받을 수 없고, 보조금을 받으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지역이 많다. 문제는 전기차 판매량 가운데 테슬라가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다 보니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의 절반이 외국업체에 가는 것이다. 물론 테슬라 핵심 부품인 배터리 일부가 국산이라 해도 배터리는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산업 진흥을 지원하는 부처는 산업부이고,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부처는 환경부이다 보니 약간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서 전기차를 지원하되 국내업체에 보조금이 더 가게 한다든지 유류세 등이 정유·자동차 산업 발전에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의 의미가 곧 탈(脫)석탄 및 탈원전이라고 알고 있는 이가 많다. 그 중간 과정에서 생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태양광과 풍력에 적합한 자연환경이 별로 없다. 그래서 일본은 2030년까지도 n분의 1(1/n·전체를 총수로 나눈 것)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 석탄, 가스, 원전, 재생에너지 비중을 4분의 1씩 유지하는 것이다. 에너지 부족 국가는 그렇게 가야 한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석탄과 원전 비중을 합치면 80% 가까이 된다. 이것을 줄여서 n분의 1 전략을 택하는 게 효과적이다.” 

    -n분의 1 전략으로 갈 경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 

    “탄소중립 달성은 힘들다.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절반이 되니 불가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기술의 발전 속도를 봐야 한다. 지금 하동과 보령발전소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할 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이것을 저장하거나 화학적으로 다른 물질로 바꿔야 하는데 기술이 부족하다. 탄소중립은 2050년이 목표이기 때문에 그사이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늘어나는 LNG발전

    중견 건설사 ㈜한양이 6월 29일 전남 해남군 구성지구 솔라시도 일대에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소(축구장 190개 규모)를 한국남부발전, KB자산운용 및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등과 함께 준공했다. 전력 생산량은 연간 약 129기가와트시(GWh)로 2만7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다.

    중견 건설사 ㈜한양이 6월 29일 전남 해남군 구성지구 솔라시도 일대에 국내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소(축구장 190개 규모)를 한국남부발전, KB자산운용 및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등과 함께 준공했다. 전력 생산량은 연간 약 129기가와트시(GWh)로 2만7000여 가구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다.

    -탈(脫)원전 정책이 진행 중인데, 원전 정책에서 보완돼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탈원전은 가동되고 있는 원전도 멈추는 것을 말하는데, 국내에선 탈원전 정책이라기보다 감(減)원전 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과 독일이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는데 공정률 90%인 원전도 건설을 중단했다. 우리는 신한울 3·4호기만 건설 중단과 관련해 이슈가 되고 있고, 건설 중인 원전은 그대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전은 설계수명이 다했다고 해서 반드시 쓸 수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수해서 수명을 연장할지, 폐로(廢爐)를 할지, 혹은 수소 생산을 위한 가동으로 방향을 바꿀지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원전은 솔직히 너무 아까운 자산이다. 여러 선진국에선 원전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상 수명 다한 원전은 다 폐지하는 것으로 돼 있긴 하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사회 전체가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원전 처리 문제를 새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인가. 

    “사회적 논의를 거쳐 대안이 없다고 하면 폐로해도 된다. 지금 전력 상황에서 원전을 폐기하기 시작하면 결국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발전용 천연가스 사용량이 늘어나게 된다. 가스도 생산되지 않는 나라인데, 가스 사용을 마냥 늘릴 수도 없다.” 

    -현재 LNG발전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작년에 국가 계획상 LNG 비율은 18%로 잡혔다. 그러나 실제 발전량은 26% 정도 됐다. 작년에 미세먼지가 이슈가 되면서 봄여름 석탄발전의 가동을 줄였다. 원전에서도 공극이 발견돼 가동을 중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LNG 발전량이 늘어났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이동량이 줄면서 공기가 깨끗해졌는데, 감염병이 잠잠해지면 다시 미세먼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석탄발전은 수시로 가동을 중단해야 하고, 미세먼지가 덜 나오는 가스 발전이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 전환이 된다 해도 LNG발전은 그 위상이 어느 정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LNG발전에 과도하게 의존해도 문제 아닌가. 

    “비중이 30% 이상 높아지면 문제가 된다. 가스 가격은 늘 불안정하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동에서 가스를 사오다 보니 이란 등 중동의 정국이 불안해지면 문제가 된다. 중동에서 가스를 가져오려면 부피를 줄이기 위해 액화시킨다. 액화를 통해 부피가 300분의 1로 줄어들지만 비용이 올라가 국내 LNG가 세계 최고 가격이다. 석유는 국내에 90일 사용분을 비축하지만 가스는 1주일분만 비축한다. 가스 비축용 탱크도 혐오시설이고 비용이 많이 들어 더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열에너지 로드맵 만들어야

    -탈(脫)석유화는 분명한 트렌드인데, 어떤 문제를 눈여겨봐야 하나. 

    “답을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 탈석유화와 관련한 분명한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연료에서 원료로 전환(Fuel to feed)’이다. 수송용 휘발유는 줄지만 마스크·옷·플라스틱 등에 쓰이는 석유화학 원료는 3000여 가지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둘째 ‘석유에서 가스로 전환(Oil to gas)’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BP는 자사를 가스회사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천연가스는 석유보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가 적게 나온다. 전 세계 매장량도 천연가스가 더 많다. 이처럼 석유 의존도가 줄어들면서 석유를 다 쓰기 전에 석유 시대의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많은 사람이 전망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현대차와 수소에너지 관련한 협력을 하고 있는 이유도 석유 다음 시대를 준비하려는 데 있다.” 

    -열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한가. 

    “국내 최종 에너지 사용 형태의 33%가 열이다. 유럽은 50%가 열이다. 유럽은 EU 차원에서 2050년까지 열에너지 관리를 위한 ‘열 로드맵(Heat Roadmap Europe)’을 만들었다. 열의 발생 장소와 수요·공급 장소를 밝힌 로드맵이다. 이를 활용해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온실가스도 줄일 계획이다. 국내에선 열을 전담하는 정부 부처도 없다. 산업부 분산에너지과에서 송전선로, 가상발전소, 배터리 등 다른 업무와 함께 열을 관리한다. 열에너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예컨대 인천의 제철소에서 나오는 열을 인천이나 서울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데도 에너지 공급 사업자 간 갈등 탓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열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한전이 올해 저유가로 3조 원대 흑자를 내면서 전기요금이 연료비에 연동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국제 연료가격이 떨어지면 연동해서 전기요금도 내리고, 연료비가 올라가면 전기요금도 올리는 게 합리적이다. 연료비가 상승하면 전기요금을 올려서 소비자에게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연료비 연동제를 실시하되 한계를 정해서 전기요금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을 막으면 소비자의 우려를 덜 수 있다. 요금 조정은 분기에 한 번 정도 하면 적당하다.”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해야

    -영수증에 전기요금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고지하는 나라도 있던데. 

    “우리도 소비자가 전기요금의 구성을 알게 해야 한다. 특히 기후환경 부분에 대해선 소비자가 그 내용을 알도록 분리 고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전 매출이 60조 원인데,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에 2조 원, 배출권거래제 정산으로 6000억 원을 썼다. 기후환경 비용으로 4.4%를 집행한 것이다. 이것을 소비자가 부담한 것이므로 소비자는 알 권리가 있다. 앞으로 기후환경 비용은 점점 커져 곧 10조 원에 이를 것이다.” 

    -송전선 갈등을 피하기 위해 수요지 인근에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소규모 분산형 전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도시에서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대규모로 건설할 수 없다. 도시에서 분산형을 늘릴 현실적 방안은 지역난방 같은 열병합발전소를 대도시에 짓는 것이다. 서울에도 이미 노원과 양천에 열병합발전소가 있고, 마포 당인리발전소에도 열병합발전소를 대규모로 짓고 있다. 주민들은 온수와 난방열을 공급받을 수 있으므로 이에 긍정적이다. SK하이닉스가 청주·이천 등의 공장 증설 지역에 자가발전용으로 대규모 열병합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이런 형태도 분산형 전원 확대에 크게 기여한다.” 

    -제주의 풍력발전이 과도해 출력 제어가 수시로 이뤄진다고 하는데, 어떤 대안이 있나. 

    “제주 상황이 심각하다. 태양광발전을 민간사업자들이 하고 있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 커테일(curtailing·단축)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공기업의 풍력발전을 중단시킨다. 그럼에도 민간 발전 용량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는 전력이 과수요일 때 블랙아웃이 온다고 알고 있으나 과공급이어도 블랙아웃이 올 수 있다(전력 공급이 지나치게 많으면 표준에서 벗어나 전력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 제주 전체에 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제주에서 남는 전기를 육지로 보내는 것이 가능한가. 

    “제주도가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와 육지는 1, 2연계선으로 전력이 연결돼 있다. 3연계선도 공사 중인데, 이 모두가 전남 지역으로 연결돼 있다. 제주에서 발전된 전기가 남을 경우 육지로 보낸다면 결국 전남 지역으로 보내는 것인데, 전남엔 태양광이 집중돼 있어 전력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많은 곳이다. 신안에 해상풍력 설비도 잔뜩 들어설 예정이다. 전남에서도 커테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제주에서 전기를 보내려고 하면 전남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반발해 전남과 제주의 지역 간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전기요금 1조 원 내는 기업들

    -우리나라가 OECD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 1위이고,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과 GDP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 구조 자체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아 국민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나온다. 국내 대표적 주력산업인 정유·반도체·철강 ·자동차 업종이 전기를 엄청나게 많이 쓴다. 지난해 한전 매출이 60조 원인데 현대제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이 연간 1조 원대의 전기요금을 낸다. 전체 전력소비량에서 산업용 전기가 57.4%다. OECD 최상위권이다. 반면 국내 1인당 주택용 전기 소비량은 OECD 평균의 절반이다. 일반 국민은 전기를 매우 아껴 쓰고 있다.” 

    유 교수는 현재 한국의 에너지 문제를 두루 꿰고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50)에 산업부 제9차 전력수급계획 총괄분과 위원장도 맡고 있다. 국내 경제학 분야에서 학술논문 피인용 1위에 오른 적이 있을 만큼 업적도 뛰어나다. 비결이 뭐냐는 우문에 현답이 튀어나왔다. 

    “체질상 술을 잘 못 마신다. 노는 데 젬병이라 연구실에서 주로 생활한다. 시간을 많이 투입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연구실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연구 생활이 취미이자 특기이고, 논문 쓰는 게 잡기다. 잡기가 직업과 맞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1970년 부산 출생
    ● 서울대 자원공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 박사
    ● 고려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호서대 해외개발학과 교수
    ●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
    ● 산업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분과 위원장
    ● 現 산업부 제9차 전력수급계획 총괄분과 위원장
    ● 現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