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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ICBM’ 뒤에는 북한-중국-이란 커넥션 있다

中,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美에 도전

  •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괴물 ICBM’ 뒤에는 북한-중국-이란 커넥션 있다

  • ● 이동식 미사일 상식 깬 北 ‘괴물 ICBM’
    ● 그 많은 이동식 발사대(TEL)는 어디서 왔을까
    ●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 中이 공급했다
    ● ‘북극성-4ㅅ’ SLBM, 韓 미사일방어 무력화
    ● 신형 전차·장갑차는 한국군 동종 장비와 대등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노동신문=뉴스1]

수천 년간 동양의 패자(霸者)를 자처해 온 중국인은 세계 그 어느 민족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하고 위험한 세계관을 갖고 있다. 바로 ‘천하사상(天下思想)’이다. 중국 땅을 중원(中原)이라고 일컫는 표현에서도 드러나듯 중국인은 세계의 중심이 중국이며, 중원을 차지한 한족(漢族)을 제외한 이민족은 오랑캐라고 인식해 왔다. 한반도에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중국을 사대(事大)하며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해 온 한민족(韓民族) 역시 중국인의 눈에는 동쪽의 오랑캐(東夷)에 불과했다. 

세계 각국의 정치학자와 지식인이 최근 중국의 성장과 팽창을 우려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같은 중국인의 천하사상이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1648년 수립된 베스트팔렌 체제(Westphalia system)에 기반을 두고 발전해 왔다. 베스트팔렌 체제에서 모든 국가는 국가 사이의 관계에서 고유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동등한 주권국으로 인식되며 이러한 인식이 오늘날 국제질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중국,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의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베스트팔렌 체제를 부정하고 천하사상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사드 사태 때 뼈저리게 당한 것과 같이 타국에 대한 내정간섭은 일상이 됐다. 중국인들에게 국제법을 무시한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9단선 장악, 통일전선전술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진행 중인 공작 활동은 중화(中華)가 다시 세상의 중심에서 천자국(天子國)으로 모든 오랑캐 위에 군림하기 위한 과정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중화제국(中華帝國)으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중국이 최근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다시 꺼내 들고 나왔다. 이이제이는 한조(漢朝) 이후 중국 역대 왕조가 주변 오랑캐들을 평정하고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즐겨 사용한 전략인데, 최근 중국은 중화제국 부흥의 가장 큰 걸림돌인 양이(洋夷·미국)와 왜구(倭寇·일본), 남동이(南東夷·한국)를 제압하기 위해 한반도 북부의 북동이(北東夷·북한), 멀리 서역(西域)의 서융(西戎·이란)에 칼자루를 쥐여주기 시작했다.

우리 국민도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통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좋게 말해 패권 경쟁이지 작금의 현실은 중국이라는 ‘주변국’이 미국이라는 ‘중심국’에 덤벼드는 형국이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일 만한 경제력·군사력·외교력을 갖추지 못했으며 덩샤오핑(鄧小平)이 경고한 바와 같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상당 기간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에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한 직후부터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융단폭격을 맞았다. 한때 세계경제의 떠오르는 태양이던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몫 챙겨보려던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제 미국 주도하에 탈중(脫中)을 넘어 반중(反中) 진영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화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중국 기업은 중국공산당의 스파이 활동에 협력했다는 혐의를 받으며 곳곳에서 퇴출되고 있다.

북한-중국-이란 안보 커넥션

미국은 전 세계 수십 개 국가와 거미줄 같은 동맹관계를 맺은 나라이자,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나라이며, 스위프트(SWIFT·국제 송금망)로 대변되는 국제금융 시스템을 장악한 나라로 애초부터 중국이 대적할 상대로 삼을 만한 나라가 아니었다. 

중국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았다. 덩샤오핑은 후대에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어둠 속에 숨어 힘을 키우며 향후 100년간 미국에 도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시진핑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리며 미국을 적으로 돌리고 말았다. 당연히 중국은 수세(守勢)에 몰렸고, 중국은 패권 도전 이전부터 꾸준히 관리해 오던 미국의 골칫거리 두 나라, 북한과 이란을 앞세워 이이제이에 나섰다. 

미국에 북한과 이란은 정말 골치 아픈 존재다. 두 나라는 미국 본토 안보에 별다른 위협을 주지 못하지만,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이스라엘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세력이자 전 세계의 반미 세력과 독재정권, 범죄조직 등에 무기를 팔며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량국가’다. 

이들 두 불량국가에 ‘반미’는 체제 유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명분이다. 두 정권은 실정(失政)으로 인한 국민의 불행을 미국 탓으로 돌리며,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유도해 주민들을 단결·단속해 체제를 유지한다. 두 나라 모두 미국에 대적하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갈구했으며, 반미라는 공통의 기치 아래 최근 수십 년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이들 두 나라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이이제이 전략을 펴기에 더 없이 좋은 파트너다. 중국은 미국과 갈등이 급속도로 고조된 최근 2년간 북한과 이란에 상당한 공을 들이며 반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 인간은 하나의 도구이자 수단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민주주의 진영에서 방탄헬멧과 방탄복 등 전투원의 안전과 편의를 돕기 위한 전술 장비가 크게 발달한 것과 달리 북한군 보병 장비는 반세기 넘도록 진화가 거의 없었다. 

북한은 2016년 이후에야 일부 특수전 부대에 신형 전투복과 장구류를 보급했다. 2018년 열병식에서 이러한 장비를 대거 선보였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군의 신형 전투복과 장구류는 서방 진영의 전술 장비를 어설프게 흉내 내기만 했지, 전술적 가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판 워리어 플랫폼, 中이 공급했다

중국 북방공업이 생산하는 소총 QBZ-95B. [노동신문=뉴스1]

중국 북방공업이 생산하는 소총 QBZ-95B. [노동신문=뉴스1]

이랬던 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한국의 보병 현대화 프로그램인 ‘워리어 플랫폼’에 필적하는 수준의 신형 장비를 풀세트로 갖춘 병사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최근 2년간 보병 장비와 전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유감없이 과시했다. 

북한군 병사들의 개인화기는 7.62㎜ 탄환을 사용하는 AK-47과 AKM소총의 파생형인 58식과 68식 보총, 5.45㎜ 탄환을 사용하는 AK-74의 파생형인 88식 보총 등이 보급돼 있다. 전자는 후방 예비부대와 비전투부대를 중심으로 보급됐으며, 전방의 보병 전투원은 88식 보총을 주력으로 사용한다. 이들 소총은 보급된 지 수십 년이 지나도록 개량된 적이 없다. 

2016년부터 헬리컬 방식으로 불리는 대용량 원형 탄창을 장착한 총기가 일부 식별되기는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장탄수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고, 이러한 방식의 탄창은 급탄 불량이 잦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니었다.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총기들은 달랐다. 88식 보총을 기반으로 제작된 단축 카빈형 소총이 등장했으며 피카티니 레일 시스템(Picatinny rail system)을 통해 광학조준경(혹은 고배율조준경), 전술 조명 장치, 적외선 표적 지시기, 수직 손잡이 등 부가장비를 장착한 총기들이 식별됐다. 이 총기들에는 다양한 유형의 소음기가 장착돼 있다. 북한이 특수작전은 물론 야간작전에 대한 대비를 상당히 해놓았다는 증거다. 

한국이 워리어 플랫폼 추진 초기에 소총과 레일 시스템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것과 달리 북한군 병사들이 손에 든 총기는 무기 선진국의 전문가 자문을 받았을 법한 액세서리 세팅이 돼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불펍식(Bullpup type) 소총이다. 불펍식 소총은 휴대성을 극대화하고자 소총의 길이를 줄인 것이다. 약실을 개머리판 쪽으로 옮겨 소총 손잡이 뒤에 탄창 삽입구가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일부 병력이 이 같은 형태의 총기를 들고 있었으며 광학장비와 레일 시스템, 소음기도 달려 있었다. 

이 불펍식 소총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전체 형상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사용하는 불펍식 소총의 단축형인 QBZ-95B와 거의 같다. 세계 각국에서 모방 생산되는 AK나 AR 계열과 달리 QBZ-95B는 오직 중국 북방공업(北方工業)에서만 생산된다. 북한이 이러한 형상의 총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에서 불펍식 총기를 제공받았음을 의미한다.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해군이 신형 총기를 들고 있다. 이 신형 총기는 중국 인민해방군  단축형 소총 QBZ-95B와 외관이 거의 같다. [노동신문=뉴스1]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북한 해군이 신형 총기를 들고 있다. 이 신형 총기는 중국 인민해방군 단축형 소총 QBZ-95B와 외관이 거의 같다. [노동신문=뉴스1]

불펍식 소총, 방탄복은 中도태장비

이 밖에도 북한군 병사들은 케블라 소재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방탄헬멧, 플레이트 캐리어(Plate carrier)로 불리는 방탄판 삽입 구조의 몰리(MOLLE)형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이들 방탄복은 통일성 없이 굉장히 다양한 형태였다. 이러한 방탄복들은 북한에서 제조가 불가능하다. 

방탄복 제작에 사용되는 아라미드(Aramid) 섬유는 생산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당연히 북한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 방탄복은 물론 고체연료 미사일 추진체 캐니스터 제작에도 사용되는 전략물자로 유엔(UN)에서 일찌감치 제재한 품목이다. 

북한이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생산에 쓰기에도 모자란 귀한 소재를 병사들을 위한 방탄복에 썼다는 것은 난센스다. 북한군 장병들의 개인 군장류에 들어간 방탄복과 관련 피복은 다른 경로로 조달됐다고 봐야 한다. 공교롭게도 북한군에 이러한 신형 방탄복이 대량으로 보급된 것으로 추정되는 올해 2월, 중국이 140만 벌에 달하는 방탄복을 긴급 발주 형태로 대량 구매한 사실이 있다. 

단축형 불펍식 소총 QBZ-95와 중국군 방탄복은 공통점이 있다. 중국의 도태 장비라는 점이 그것이다. 중국이 올해 초 QBZ-95를 QBZ-191로, 구형 방탄복을 신형 방탄복으로 바꾸며 대량의 도태 장비가 생겼다. 같은 시기 북한군 개인 장구류가 대규모로, 그것도 아주 짧은 시기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면 공급처를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많은 차량은 어디서 왔을까

10월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군 소형 장갑차 부대. [노동신문=뉴스1]

10월 10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군 소형 장갑차 부대. [노동신문=뉴스1]

무기체계 국산화는 그 국가의 과학기술 수준과 산업 인프라가 얼마나 잘 갖춰졌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미국과 유럽의 강대국들처럼 우수한 과학기술력과 탄탄한 산업 인프라를 갖춘 나라에서 개발·생산되는 무기체계는 성능과 신뢰성이 우수해 세계 곳곳에 수출되지만,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에서 만들어진 무기체계는 해외 바이어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광복 직후 한국보다 탄탄한 산업 인프라를 갖고 있었다. 중공업 우선 정책을 추진해 일찌감치 무기체계 국산화에도 나섰다. 북한의 산업 인프라는 공산주의 경제 시스템의 모순과 주체사상 기반의 계획경제 정책의 난맥, 나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고, 이는 곧 북한 군수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북한군이 보유한 대부분의 장비가 극도로 낙후된 이유는 돈이 없어서기도 하지만,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생산할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대량으로 배치한 T-62 계열의 천마호 전차를 시작으로 이를 개량한 폭풍호, 신규 개발한 선군호 등의 신형 전차를 지속적으로 내놓았지만, 전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과 변속기는 국산화하지 못했다. 

북한은 함경남도 신흥군에 위치한 61호공장에서 전차를 생산하는데, 2010년 7월 집중호우로 공장이 침수되면서 공장 내 창고에 보관 중이던 230여 대의 중국제 디젤엔진이 침수 피해를 당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신형 전차 생산은 수년간 중단됐고, 중국이 새롭게 디젤엔진을 공급한 뒤에야 생산이 재개됐다.
 
북한도 트럭과 장갑차에 사용되는 디젤엔진을 자체 생산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무게가 가벼운 상용 트럭이나 경장갑차에 들어가는 100~200마력 미만의 엔진이다. 수십t에 달하는 전차나 대형 궤도 차량을 움직이려면 엔진이 전차의 엔진룸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기가 작아야 하며 출력은 700~1000마력이 넘어야 한다. 격렬한 기동을 버틸 수 있는 높은 내구성과 신뢰성도 필수다. 

이런 고출력·고신뢰성 디젤엔진은 자동차공업 선진국인 한국조차 어려워하는 분야다. 한국군 차세대 주력전차 K2 흑표가 엔진과 파워팩 문제로 전력화가 10년 가까이 지연됐다는 점, 아직도 많은 디젤엔진에 독일과 미국 등 공업선진국의 베어링 등 부품을 가져다 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북한이 왜 전차와 장갑차, 탄도미사일 탑재용 대형 트럭을 자체 개발·제작하지 못하고 밀수에 의존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파격적 디자인·성능 갖춘 차량 등장

북한은 10월 10일 열병식에서 파격적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전투 차량을 대거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10월 10일 열병식에서 파격적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전투 차량을 대거 공개했다. [노동신문=뉴스1]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차량 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다양한 신형 장비를 선보였지만, 그 장비들을 실은 차량들은 중국·러시아·체코제 차량의 껍데기만 바꾼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차량, 그것도 서방 선진국이나 중국의 최신형 전술 및 궤도형 차량과 흡사한 파격적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차량을 대량으로 공개했다. 

중국의 사륜구동전술차량 멍쓰(猛士), 일본 육상자위대의 고마쓰 경장갑기동차와 형상이 매우 유사한 사륜구동전술구동차부터 미국의 스트라이커 MGS(Mobile Gun System)를 연상케 하는 무인포탑 장착 8X8 차륜형 화력지원차량, 중국의 수출형 전차 VT-4, 이란의 줄피카르(Zulfikar) 전차와 흡사한 신형 전차, 한국의 K9 자주포와 흡사한 신형 자주포는 물론 다양한 미사일을 실은 세 종류의 궤도형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Transporter-Erector-Launcher)에 이르기까지 이날 선보인 차량은 대부분 신형이다. 

그중 신형 전차는 보기륜(차량의 중량을 분산해 지지하고 무한궤도 위에서 회전하면서 차량을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 7개나 되는 대형 차체와 포탑을 가져 전투중량이 족히 50t급은 돼 보였으며, 신형 자주포 역시 후방 스페이드가 장착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볼 때 40t급 안팎의 중량일 것으로 추정된다. 보기륜이 10개의 대구경 방사포 탑재 장갑차, 보기륜 6개의 금성 3형 지대함미사일 탑재 장갑차, 보기륜 8개의 북한판 이스칸데르 탑재 장갑차 모두 전투중량이 해외 유사 장비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추정할 때 30t 이상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형 전차와 장갑차는 한국군의 동종 장비와 대등한 수준의 교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그 자체로도 상당한 위협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궤도형 미사일 발사 차량들이다. 당초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TEL을 100~200여 대로 추산하면서 대북제재 때문에 추가적인 TEL 확보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런데 북한은 새로운 TEL을 이렇듯 다양하게, 그것도 대량으로 공개했다. 한국의 북한 미사일 조기경보와 대응이 완전히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도대체 이 많은 신형 중장비를 어떻게 만들었으며, 거기에 들어가는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 장비들은 어디에서 조달했을까.

이동식 미사일 상식 깬 ‘괴물 ICBM’

10월 10일 열병식에서 북한이 공개한 ‘북극성-4ㅅ’ SLBM. [노동신문=뉴스1]

10월 10일 열병식에서 북한이 공개한 ‘북극성-4ㅅ’ SLBM. [노동신문=뉴스1]

이번 열병식에서 세계 각국 전문가들과 언론이 가장 주목한 것은 역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형 ICBM을 ‘괴물’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북한이 공개한 신형 ICBM은 이동식 미사일의 상식을 깨는 것이다. 

북한이 공개한 신형 ICBM은 액체연료를 사용하며, 여러 개의 로켓을 묶은 클러스터링(Clustering) 구조의 1단 추진체를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이러한 구조의 장거리미사일을 만든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전문가들이 경악한 것은 이번에 공개된 미사일의 크기다. 

신형 ICBM은 길이가 24m, 직경이 2m가 훨씬 넘었다. 세계 최대 이동식 탄도미사일로 평가되던 러시아의 RT-2PM2, 일명 ‘토폴-M’이 길이 22.7m, 직경 1.9m, 중국의 차세대 ICBM DF-41이 길이 21m, 직경 2.25m인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크기다. 

신형 ICBM 발사 차량은 미사일 기립 장치를 포함한 차체의 전체 길이가 26~28m에 달했고, 차체의 폭도 4m 가까이 됐다. 이 차량에 얹은 미사일이 액체연료 방식의 대형 미사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사일 탑재 시 전체 중량은 100t을 가볍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에서 이러한 덩치는 동선에 심각한 제약을 받는데도 ‘괴물’을 만들어낸 이유는 간단하다. TEL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기에 ICBM을 발사할 TEL 몇 대는 파괴돼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또한 각각의 미사일에 들어가는 탄두 숫자를 늘리면 다른 미사일이 파괴되더라도 충분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미사일의 길이와 지름이 크게 늘어나면 추진체 자체의 체적도 커지기에 그만큼 더 많은 연료와 산화제를 실을 수 있다. 그러면 페이로드(Payload)가 증가해 넉넉한 사이즈의 다탄두 재진입 운반체(PBV·Post Boost Vehicle)도 탑재할 수 있다. 

신형 ICBM에 3~4기의 핵탄두 재돌입체(RV·Reentry Vehicle)를 탑재한 후 미국 동부 해안을 향해 2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하면, 이것만으로도 미국 본토의 미사일 방어 능력을 초과하는 공격이 된다. 2기의 ICBM에 탑재된 최대 8기의 RV를 요격하려면 32기의 GBI(지상기반요격미사일)가 필요하다. 이는 미국이 현재 보유한 GBI 전체 재고의 70%를 초과하는 수량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 겨냥한 SLBM 다탄두화

북한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능력을 초과하는 ICBM 전력으로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대남 타격에 특화된 SLBM으로 한국을 옥죌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북극성-4ㅅ’ SLBM은 기존의 북극성 3형보다 길이가 2m 짧아지고, 지름이 약간 커졌다. 최근 그 존재가 알려진 전략잠수함(SLBM 6발을 실을 수 있다)에 탑재하기 위해 길이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미사일의 길이가 줄면 연료와 산화제 탑재량도 준다. 이는 사거리가 짧아졌음을 의미한다. 직경이 증가했다는 것은 PBV 설치, 즉 다탄두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거리가 2000㎞급으로 평가되던 10m 길이 북극성 3형보다 사거리는 짧고, 탄두는 더 많이 싣는 SLBM이 의미하는 바는 뻔하다. 한국이 구축하고 있는 장거리 레이더나 경북 성주군의 사드 레이더의 사각지대까지 잠수함을 이동시켜 한국의 측후방 해역에서 핵미사일을 여러 발 날리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MD를 뚫고 워싱턴과 뉴욕을 타격할 수 있는 ICBM으로 미국의 손발을 묶는 동시에 한국의 MD를 무력화할 SLBM으로 대량의 핵공격을 퍼부을 능력을 갖추면 한반도의 주도권이 북한 손아귀에 들어간다. 김정은이 열병식 연설에서 “영광의 밤을 맞이했다” “정의로운 투쟁목표들이 빛나게 달성됐다”고 선언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게다가 ‘괴물 ICBM’ 뒤에는 북한-중국-이란 안보 커넥션이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나선 후 단 한 차례도 비핵화에 돌입한 적이 없다. 한국의 대북정책과 무관하게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 결국 미국과 한국을 옥죄고 제압할 수 있는 ‘결전병기’를 거의 완성했다. 이런 상황을 목도하면서도 북한이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여기는 인지부조화에 빠져 있다면 대한민국은 압도적 무력 앞에 스스로 인질이 돼 돈으로 평화를 구걸하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나라가 되고 말 것이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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