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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미원맛소금 팝콘’에 ‘말표 흑맥주’ 한잔?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오늘 밤 ‘미원맛소금 팝콘’에 ‘말표 흑맥주’ 한잔?

  • ● 편의점업계, 10월 초 출시한 레트로 감성 제품 연달아 인기몰이
    ● GS25 ‘미원맛소금 팝콘’, 식품기업 ‘대상’이 내놓은 사상 첫 과자
    ● CU ‘말표 흑맥주’, 1955년 창업한 구두약 제조사 ‘말표산업’과 협업
    ● 코로나19 시대 ‘홈술’ 문화 타고 편의점 주류·안주류 매출 상승
    ● 젊은이는 “재밌다” 중장년은 “정겹다”
10월 2일 GS25가 단독 출시한 ‘미원맛소금 팝콘’. 64년 전통의 미원 브랜드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왼쪽) 10월 8일 CU가 단독 출시한 ‘말표 흑맥주’. 1967년 판매를 시작한 ‘말표 구두약’의 시그너처 디자인을 차용했다.
[GS25 제공, CU 제공]

10월 2일 GS25가 단독 출시한 ‘미원맛소금 팝콘’. 64년 전통의 미원 브랜드를 활용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왼쪽) 10월 8일 CU가 단독 출시한 ‘말표 흑맥주’. 1967년 판매를 시작한 ‘말표 구두약’의 시그너처 디자인을 차용했다. [GS25 제공, CU 제공]

직장인 김은석(44) 씨는 지난 주말 GS25 편의점에 갔다가 과자 코너에 놓여 있는 대용량 맛소금을 발견했다. ‘이게 왜 여기 있지?’ 하며 손에 든 순간, 제품 포장지의 ‘미원맛소금’ 아래 적힌 ‘팝콘’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린 시절 늘 집에서 보던 ‘미원맛소금’ 디자인을 그대로 본떠 만든 ‘팝콘’이었다. 김씨는 “웃음이 빵 터졌다”며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더니 친구들도 하나같이 ‘재미있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미원맛소금 팝콘, 출시 일주일 만에 발주량 10배 증가

1970년 4월 동아일보 광고 지면에 실린 미원맛소금 광고. [동아DB]

1970년 4월 동아일보 광고 지면에 실린 미원맛소금 광고. [동아DB]

‘미원’은 1956년 출시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조미료다. 어느 음식에든 한 꼬집 넣으면 감칠맛이 살아난다는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누렸다. ‘미원맛소금’은 같은 회사에서 1970년 내놓은 제품이다. 그해 4월 1일자 동아일보 22면 하단에는 인기 배우 김지미 씨가 모델로 나선 ‘미원맛소금’ 광고가 실렸다. ‘식탁의 새 벗이 나왔읍니다–국내 최초로 미원이 개발한 신제품!!!’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개된 제품 로고는, 김씨가 최근 편의점에서 본 팝콘 포장지에 그려져 있는 것과 똑같다. 중장년층이라면 누구나 “와, 미원맛소금이 팝콘에?” 라면서 한 번쯤 다시 들여다볼 만한 디자인이다. 지난 주말 편의점에서 ‘미원맛소금 팝콘’을 구매해 먹었다는 오은희(45) 씨도 그랬다. 오씨는 “어릴 때 이모 댁에 놀러 가면 늘 팝콘을 한 솥 가득 튀긴 뒤 맛소금을 솔솔 뿌려주셨다. 미원 로고를 보는 순간 그 시절 추억이 떠올라 저절로 손이 갔다”고 말했다. 

‘미원맛소금 팝콘’은 GS25가 식품기업 대상과 손잡고 10월 2일 단독 출시한 ‘신상품’이다. 최근 편의점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GS25에 따르면 10월 8~10일 3일간 매출이 출시 후 첫 3일(10월 3~5일)과 비교해 약 588.1% 늘었다. 편의점 점주가 본사에 제품을 신청한 발주 건수도 출시 초기와 비교해 일주일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박도영 GS리테일 차장은 “현장 점주들 얘기를 들어보면 ‘미원맛소금 팝콘’ 출시 소문을 듣고 가게에 와서 ‘그 제품은 어디 있느냐’고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며 “팝콘 주 구매층인 젊은이뿐 아니라 중장년 세대까지 관심을 보인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짭짤한 맛 ‘황금 비율’ 찾고자 50여 차례 실험·연구

동아일보는 지난해 말 근대화 이후 한국 기업사를 조망하는 ‘한국 기업 100년, 퀀텀점프의 순간들’이라는 특별기획 기사를 연재했다. 당시 미원은 각 분야 전문가가 선정한 ‘한국 기업 혁신 상품 및 브랜드’ 6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가 1976년 선보인 한국 최초의 독자 개발 국산차 포니(1위), 1963년 생산을 시작한 1호 국산 라면 삼양라면(4위), 동서식품이 1976년 개발한 세계 최초 일회용 커피믹스(8위) 등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파워 브랜드’ 위상을 확인한 셈이다. ‘미원’이라는 이름에서 중장년층은 향수를, 젊은 층은 복고의 매력을 느낄 만하다. 

그렇다면 전 국민이 아는 브랜드 미원과 팝콘의 만남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이 제품을 기획한 황보민 GS리테일 MD는 “3, 4월경 처음 아이디어를 낸 뒤 제품 출시까지 약 6개월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사이 대상식품연구소 연구원들이 참여해 ‘맛소금을 첨가한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팝콘’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조미료 및 장류 전문 기업으로 유명한 대상이 과자 제품을 출시한 건 64년 역사상 처음이다. 이 때문에 개발팀은 샘플 테스트를 53차례 할 정도로 연구를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팝콘 조미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소금과 ‘미원맛소금’의 배합 황금 비율을 찾는 데 힘을 쏟았다. 황 MD는 “맛소금이라는 이름 때문에 짠맛이 두드러질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 먹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맛소금 특유의 감칠맛과 고소하고 담백한 팝콘의 매력이 잘 어우러진 게 이 제품의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등록된 시식평을 봐도 “생각보다 짜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황 MD는 “이 제품이 처음엔 개성 있는 포장으로 눈길을 끌지만, 시간이 지나면 맛으로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970년대 구두약 시장 제패한 ‘말표’ 신화 재현

최근 편의점 CU에서는 ‘말표 흑맥주’가 단연 화제다. 10월 8일 CU가 단독 출시한 이 맥주 캔에는 53년 전통의 ‘말표 구두약’ 시그너처 디자인이 담겨 있다. 1970~80년대 거의 모든 가정 신발장에서 볼 수 있던 익숙한 야생마 캐릭터가 보리이삭을 입에 문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말표 구두약’ 제조사 말표산업은 1955년 ‘태양사’라는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1967년 ‘국산 구두약의 시초’로 평가받는 ‘말표 구두약’을 내놓으며 국민 기업으로 부상했다. 동아일보 1993년 6월 14일자에는 “(말표 구두약이 나오기 전) 구두약 하면 미 8군에서 흘러나온 것이나 조잡한 기술로 만든 몇 가지가 전부였다. 여름에는 녹아내리고 겨울에는 갈라지는 등 품질이 형편없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 있다. 이때 품질력을 갖춘 말표 구두약이 나타나면서 순식간에 시장을 제패했다고 한다. ‘말표’라는 제품명은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이 지어준 것으로, 당시 ‘말가죽’이 최고의 구두 재료로 손꼽히던 것을 염두에 둔 작명이었다. 앞 기사는 “말표 구두약이 호황을 누렸던 때는 70년대 중반. 연간 1500만 개씩 팔렸다. 그러나 도로 포장률이 높아지고 웬만한 사람이면 구두도 몇 켤레씩 갖게 된 때문인지 요즘은 구두약을 찾는 손님이 뜸해 고민”이라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말표 구두약’을 만드는 말표산업의 주력 사업 분야는 건물 관리용 왁스 및 자동차용품 생산·판매 쪽으로 바뀌었다. 구두약 매출은 전체의 10% 정도로 축소됐다. 하지만 추억의 야생마 캐릭터와 익숙한 ‘말표’ 로고를 단 제품은 지금도 국내 구두약 시장점유율 1등을 지키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말표 구두약’이 1974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군에 납품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덕에 어린 시절 구두약을 사용한 경험이 없는 젊은이들도 군 제대 후엔 ‘전투화에 광낼 때 사용한 구두약’으로 ‘말표 구두약’을 추억하게 된다. 

말표 흑맥주 캔에는 “부모님 구두 옆에 늘 놓여 있던 말표. 추억의 말표가 스퀴즈 브루어리와 만나 시원한 흑맥주로 탄생하였습니다. 어엿한 어른이 된 우리, 이제 말표 흑맥주를 함께 즐겨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여기 등장하는 ‘스퀴즈 브루어리’는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에일부문 대상을 받은 강원 춘천의 양조장으로, 말표의 ‘야생마’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개성 강한 맥주를 만들어낸 주역이다. 

CU는 5월에도 맥주맛으로 정평이 난 소규모 양조장과 손잡고 전 국민이 아는 복고 브랜드를 내세운 수제 맥주를 출시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의 백곰 캐릭터를 활용한 ‘곰표 밀맥주’가 그것이다. 밀맥주 특유의 부드러운 맛과 은은한 복숭아 향이 인상적인 이 맥주 제조사는 국내 1호 수제맥주면허 기업 ‘세븐브로이’였다. 친숙한 브랜드로 소비자 눈길을 끌고 맛으로 마음까지 사로잡은 ‘곰표 밀맥주’는 출시 초기 “매대에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간다”는 말이 나올 만큼 매진 돌풍을 일으켰다. 지금도 각 점포가 물량 공급을 기다릴 만큼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곰표 밀맥주’ 이어 ‘말표 흑맥주’까지 연타석 홈련

5월 ‘곰표 밀맥주’를 출시해 화제를 모은 CU는 최근 ‘말표 흑맥주’를 통해 또 한 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CU 제공]

5월 ‘곰표 밀맥주’를 출시해 화제를 모은 CU는 최근 ‘말표 흑맥주’를 통해 또 한 번 인기몰이에 나섰다. [CU 제공]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이승택 MD는 “편의점에서 수제 맥주 4캔을 1만 원에 판매하는 행사가 계속 진행되면서 최근 독특한 패키지와 맛을 앞세운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많이 늘었다”며 “이번에 출시한 ‘말표 흑맥주’는 ‘곰표 밀맥주’ 못지않은 퀄리티와 개성을 갖춘 상품인 만큼, 올가을 겨울에 걸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승택 MD 말처럼 ‘말표 흑맥주’는 쌀쌀한 계절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제품이다. 보리 맥아를 까맣게 태워 만든 어두운 색부터 은은한 밝은 빛의 ‘곰표 밀맥주’와 뚜렷이 구별된다. 제철 과일인 밤 향을 첨가해 쌉쌀한 홉 맛에 은은한 달콤함이 어우러지게 한 것도 독특하다. 유철현 BGF리테일 과장은 “아직 출시 초기라 ‘말표 흑맥주’ 판매량을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렵지만 초반 반응이 뜨거운 건 분명하다. 현재 발주량이 일반 맥주 신제품의 4배쯤 된다”고 밝혔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밤 향이 나는 게 새로우면서 맛있다”처럼 맥주 맛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집에 있던 말표 구두약과 말표 흑맥주를 나란히 놓고 촬영한 사진을 올리며 “이제 막 캔을 따려고 한다. 중후한 구두약 향이 피어날 것 같다”는 글을 쓴 네티즌도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고무신으로 유명하던 기차표와 편의점이 협업한 제품도 나오는 것 아니냐”며 또 다른 복고 상품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친 네티즌도 있었다. 

CU는 올해 화이트데이 때도 말표산업과 손잡고 ‘말표 종합선물세트’를 출시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핸드크림, 풋크림, 립밤 등 화장품을 말표 구두약 통에 담은 이 기획 제품은 7000개 한정 물량이 일주일 만에 다 팔렸다. 전문가들은 편의점업계가 최근 이런 아이디어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는 건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소비자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사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편의점업계, 아이디어 상품 개발 계속할 듯

한국편의점산업협회(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4만672개에 달한다. 이 수치는 협회에 포함된 5개사(GS25·CU·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 편의점 수만 집계한 것으로, 이마트24 등 미가입사 점포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게 분명하다. 그렇다 보니 이제 수도권 주요 상권에는 편의점 들어설 자리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편의점업체들은 현재 영업 중인 타사 편의점을 자사로 편입하고자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며 유통업계에서 편의점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대형마트(-5.6%), 백화점(-14.2%) 등의 매출은 모두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반면 편의점 매출은 같은 기간 1.9%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홈술’ 트렌드가 확산한 것도 편의점에는 날개를 달아줬다. ‘동네 가게’에서 술과 간단한 안주류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련 제품 판매가 증가 추세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9월 10일부터 16일까지 CU 소주 매출은 전월 동기(8월 13~19일) 대비 20.9%, 맥주는 3.2% 각각 늘었다. GS25의 경우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팝콘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32.7% 많다. 이런 시점에 편의점 본사가 ‘미원맛소금 팝콘’이나 ‘말표 흑맥주’처럼 대중의 재미를 자극하는 제품을 개발해 흥행에 성공하면 소비자는 해당 제품을 사러 특정 브랜드 편의점에 들르게 되고, 이것은 점포 매출 상승으로 이어진다. 점주의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편의점업계는 앞으로도 주류와 스낵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인지도를 가진 ‘레트로 브랜드’와 계속 손잡을 가능성도 크다. 황보민 MD는 “아직 구체적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미원맛소금 팝콘’ 같은 신제품을 내놓고자 업체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며 “관련 제품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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