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연평도 피살 한 달, 아직도 풀리지 않은 7가지 의혹

유가족 “왜 월북 몰아가나… 국민 보호 못 하면 국가 존재 이유 없어”

  •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0-10-2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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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족 “‘대통령 믿고 따르겠다’ 답장은 예의 차원, 정부 ‘월북’ 발표 납득 못 해”

    • 인사처장 “순직으로 보기 어려워”… 유가족 “성급한 발언” 반발

    • 이씨 월북 시도했나…軍 “단순 실종”→“자진 월북” 오락가락

    • 주호영 “‘연유(燃油) 발라 태우라’ SI 확인”, 北 “시신 아닌 부유물 소각”

    • 北 총격 후 시신 없어졌다?…구명조끼 입은 시신이 어떻게 사라지나

    • 軍, 이씨 北선박 접촉 인지 후 피살까지 6시간 ‘수수방관’ 까닭

    • 靑, 피살 인지 후 10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왜 보고 안 했나

    • ‘통지문’은 받고 ‘구조 요청’은 못 하는 이상한 ‘남북 연락 채널’

    • 유엔 인권보고관 “北통지문, 사과 아냐”…김정은 책임론

    북한군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가 생전 근무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북한군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가 생전 근무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박영철 동아일보 기자]

    “정부는 왜 죽은 동생이 월북했다고 몰아가는지 해명해야 한다. 동생이 아직 생존했던 ‘골든타임’에 구조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이유도 밝혀라. ‘북한이 살해할지 몰랐다’는 정부 해명은 불성실하기 그지없다. 고인이 자기 가족이었다면 그리 답하겠나. 국민을 보호 못 한다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없다.” 

    북한군에 살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의 친형 이래진(55) 씨가 10월 14일 ‘신동아’와 전화 통화하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같은 날 이래진 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하루 전 이씨의 조카(피살 공무원 이씨 아들)가 문 대통령에게 받은 답장이다. 이씨의 조카는 이래진 씨를 통해 10월 8일 문 대통령 앞으로 편지를 보내 “(부친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고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항의했다. 

    문 대통령은 “해경과 군이 여러 상황을 조사하며 총력으로 아버지(피살 공무원 이씨)를 찾고 있다.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한다”고 답했다. 이래진 씨는 문 대통령의 편지 내용을 두고 “대부분 (문 대통령이) 이미 언급한 내용이었다. 책임자가 있다면 엄중 문책하겠다는 의지가 미약했다. 진실한 답변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피살 공무원 이씨의 아들은 10월 19일 오전 대통령의 편지에 다시 답장을 보냈다. 유가족 측이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대통령이 약속한 것을 믿고 따라가겠다는 긍정적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씨의 유가족은 정부 발표를 수긍한 것일까. 10월 20일 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이래진 씨는 “대통령 스스로 의혹을 해소할 방법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조카의 편지는 이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차원에서 보낸 것”이라며 “동생이 월북했다는 정부와 군의 주장은 여전히 결코 납득할 수 없다. 앞으로 정부 발표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사실관계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文 대통령 답장, 진실한 답변 없어”

    9월 22일 이모 씨가 북한군에 살해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의문점은 크게 7가지다. ①이씨의 월북 시도 여부 ②북한의 시신 훼손 여부 ③피격 당시 구명조끼를 입었는데도 북한이 통지문에서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배경 ④군이 북한 선박 접촉 후 피살까지 6시간 동안 ‘수수방관’한 까닭 ⑤청와대가 피살을 인지하고도 10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 ⑥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는 등 ‘남북 연락 채널’이 가동됐는데도 ‘구조 요청’을 하지 않은 점 ⑦이씨 살해를 지시한 주체가 그것이다. 

    ①이씨는 월북을 시도했나 

    우선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부의 설명이 논란이다. 이씨 피살 사건 수사를 맡은 해양경찰청은 이씨가 월북하려다 살해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29일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사건 중간수사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실종자(이씨)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은 점 △북측이 이씨의 신상 정보를 소상히 파악한 점 △이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이 근거다. 해경 관계자들은 9월 28일 국방부를 방문해 군 첩보 자료를 열람했다. 

    정작 군은 실종 당일 이씨의 월북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0월 7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이씨가) 북한으로 넘어간다는 판단을 못했다. 최초 월요일(실종 당일 9월 21일)에 보고받고 (이씨가) 북측으로 갈 가능성이 있느냐고 실무진에게 물어봤는데 ‘월북 가능성이 낮다, 없다’고 보고 받았다. 그때는 통신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軍, 월북 의사 육성 확인 못 해

    국방부는 9월 24일 오전, 이씨의 피살 사실을 처음 발표했다<사건일지 참조>. 발표 당시 군은 대북 감시·감청 결과를 토대로 북측이 이씨의 월북 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정보 당국 관계자도 “첩보 분석 결과, (이씨가) 월북을 시도한 것과 사격이 이뤄진 것, 시신이 훼손된 것을 한 덩어리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군은 이씨가 월북 의사를 직접 밝혔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10월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인철 합참의장은 “희생자(이씨)가 북한군이 물었을 때 답변한 육성이 있느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상식적으로 희생자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첩보가 이씨 육성이 아닌 북한군의 대화에서 나온 것을 시사한 발언이다. 하 의원이 “(감청 내용에)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가 있었느냐”고 묻자 원 의장은 “단어는 있었다”고 답했다. 

    북한도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9월 25일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이씨를 발견한 당시 정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

    “나 같으면 자결한다”… 유가족 향한 ‘막말’

    해경이 이씨 동료들의 진술을 무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10월 9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해수부로부터 ‘무궁화 10호 선원 13명의 진술조서 요약 보고서’를 입수했다. 9월 23~24일 해경은 무궁화 10호(이씨가 생전 근무한 어업지도선) 선원 13명(이 중 4명은 이씨와 일면식이 없어 구체적 증언 없었다고 함)을 대상으로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조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선원들은 “월북 가능성은 없다”면서 “(이씨가) 최근 이혼했고 금전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자살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같은 날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홍희 해경청장은 “어떤 근거로 이씨가 월북했다고 판단하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에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일부 여권 지지자는 숨진 이씨와 유가족을 향한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10월 14일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100만 당원 모임’ 계정에 올린 글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국기를 위반하고 북괴에 월경한 자가 영웅이냐”며 “월북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가족아. 나 같으면 조상에게, 나라에 부끄러워 자결한다”고 유가족을 비난했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9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몰래 자진 월북하는 것은 보수야당이 그토록 수호하려는 국가보안법 제6조(잠입·탈출) 위반 행위로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반국가 중대범죄행위”라며 “민간인이 월북을 시도하다 군부대에 적발되면 당연히 제지당해 체포되어 조사받고 처벌된다. 제지에도 불구하고 월북을 계속 감행할 경우는 사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이씨가 월북했다는 정부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10월 14일 이씨의 친형 이래진 씨는 해경 측에 무궁화 10호 선원 9명의 진술 조서 공개를 청구했다. 이래진 씨는 “(동료) 선원들에게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묻는다면 모두 불가능하다고 답할 것”이라며 “해경이 왜 동생이 월북했다고 단정했는지 의문이다.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니 해경을 더는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월북 여부에 따라 이씨가 ‘순직 공무원’ 예우를 받을 수 있을지도 결정된다. 10월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이씨가 월북 중 살해당했다면 순직으로 보기 어렵느냐”는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그렇게 판단한다”고 답했다. 권 의원이 “가족이 이씨의 순직을 입증하거나 (정부의) 월북이라는 주장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며 “입증 책임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묻자 “제도적으로 어렵다”고 답했다.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르면 “어업감독 공무원이 어업지도선 및 단속정에 승선해 불법어업 지도·단속(그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복귀 및 부수활동을 포함한다)을 하다가 입은 재해”는 ‘위험직무 순직공무원’ 요건에 해당한다. 이씨가 어업지도선에 승선해 위험한 업무 중 순직했다면 위험직무 순직공무원으로 예우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순직 공무원의 유가족은 공무원재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상금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위험직무 순직자의 유가족이 받는 보상금은 전체 공무원의 평균 월 소득액의 45배, 연금은 고인의 생전 월 소득액의 43%다. 일반 순직자 유가족의 보상금(전체 공무원 평균 월 소득액의 24배)과 연금(생전 월 소득액 38%)보다 많은 액수다. 

    황 처장 발언을 두고 이래진 씨는 “성급한 발언이었다.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다. ‘답변 못 한다’고 답했어야 했는데, 마치 동생이 월북자인 것처럼 표현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②시신 훼손 여부 

    우리 군·정보 당국 분석과 북한의 설명이 가장 크게 엇갈리는 점은 북한군이 시신을 소각했는지다. 우리 측 분석에 따르면 고속정에 탑승한 북한군은 9월 22일 오후 9시 40분 이씨를 총격해 살해했다. 20분 뒤인 오후 10시 방호복·방독면을 착용한 북한군이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북한이 이씨 사살한지 몰랐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과 소리가 없어 수색했으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많은 양의 혈흔을 확인했다”며 “(이씨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서 소각”했다고 밝혔다. 총격을 가한 것은 사실이나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태웠다는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월 29일 YTN 인터뷰에서 “(북한이) ‘연유(燃油·연료용 기름)를 발라서 (시신을) 태우라고 했다’는 것을 국방부가 SI(Special Information·특별취급정보)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씨 피살에 대한 ‘대북규탄결의안’이 무산된 것을 두고는 “북한이 전통문(25일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에서 시신은 불태우지 않고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하니 (민주당이) 그 부분을 빼자는 것”이라며 “그걸 고치고 나면 규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③구명조끼를 착용했는데도 북한이 통지문에서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배경 

    북한이 통지문에서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대목도 의문이다. 우리 군은 실종된 이씨가 북한 선박과 최초로 조우할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총격으로 사망했더라도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북한 측 해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9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북한에 ‘남북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현재(10월 16일)까지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④국군이 피살까지 6시간 동안 ‘수수방관’한 까닭 

    군이 이씨가 북한 측과 접촉한 것을 알았는데도 구조 시도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다. 군은 실종된 이씨를 처음 포착한 후 북한군에 살해되기까지 6시간 10분 동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군은 이씨가 북한 선박과 접촉하고 북한군에 살해돼 시신이 훼손된 과정을 실시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북한 수산사업소 소속 선박이 이씨를 발견했다. 이씨는 구명조끼를 입은 채 부유물에 올라탄 상태였다. 6시 36분 문재인 대통령도 북한이 실종된 이씨를 발견했다고 서면으로 보고받았으나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9시 40분 북한군에 살해될 때까지 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이씨의 구조를 시도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9월 24일 오전 11시에서야 이씨의 피살 사실을 공개하며 “원거리 해역에서 일어난 일을 다양한 첩보를 종합 판단해 재구성했다. 북한 해역에서 일어난 상황을 실시간 확인해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군의 한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북한이 이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울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⑤청와대가 피살을 인지하고도 10시간 동안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 

    청와대가 피살 사실을 파악하고 대통령 보고까지 10시간이 걸린 점도 문제다. 9월 22일 오후 10시 30분 청와대는 이씨가 북한군에게 살해됐다는 군의 첩보를 입수했다. 2시간 30분 후인 이튿날 오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관계 장관회의가 열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불참했다. 

    9월 23일 오전 1시 26분(미국 현지시각 22일 오후 12시 26분)부터 42분까지 16분 동안 제75차 유엔총회에서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영상이 상영됐다(녹화 시점은 9월 15일).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뼈대였다. 청와대는 이씨 피살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담은 대통령 연설 영상을 그대로 내보냈다.

    靑 “정확성 확인하느라…” 해명

    북한에 살해된 공무원 이모 씨 친형 이래진 씨(왼쪽)가 10월 8일 청와대 앞에서 피살 공무원 이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전달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북한에 살해된 공무원 이모 씨 친형 이래진 씨(왼쪽)가 10월 8일 청와대 앞에서 피살 공무원 이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전달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같은 날 오전 8시 30분 문 대통령은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피살 사실을 대면 보고받았다. 피살 후 10시간, 관계장관회의가 끝나고 6시간이 경과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사실이라면 국민들이 분노할 일이다.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9월 23일 오후 1시 30분 “이씨가 실종됐으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9월 22, 23일 대통령 보고가 늦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28일 오후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심야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토막토막 난 첩보를 잇고, 사실관계를 추론하고 그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대통령의 시간은 너무 일러서도 늦어서도 안 되는 단 한 번의 단호한 결정을 위한 고심의 시간이다.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고심하는 지점은 ‘위기관리’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9월 28일 오후 2시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 대단히 송구한 마음”이라며 피살 사건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두고는 “북한의 최고지도자로서 곧바로 직접 사과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⑥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는 등 ‘남북 연락 채널’이 가동됐는데도 ‘구조 요청’을 하지 못한 점 

    남북 간 ‘연락 채널’을 이씨 구조에 활용하지 못한 점도 논란이다. 9월 25일 오후 2시 서훈 안보실장은 같은 날 오전 북한 통일전선부가 보낸 통지문을 공개했다. 북측은 통지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을 전했다. 같은 날 대통령 지시에 따라 서 안보실장은 9월 8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와 12일 김 위원장이 보낸 답신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북한의 태풍 피해를 언급하며 “하루빨리 북녘 동포들의 모든 어려움이 극복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오랜만에 나에게 와닿은 대통령의 친서를 읽으며 글줄마다 넘치는 진심 어린 위로에 깊은 동포애를 느꼈다”고 화답했다. 


    “북측과 연락한 수단 없다”더니…

    통전부의 우리 측 카운터파트가 국가정보원임을 감안하면, 국정원-통전부 간 연락 채널이 살아 있었다는 얘기다. 

    이씨 피살 후 정부는 남북 연락 채널이 끊겨 북측에 연락할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군 당국 간 핫라인이 끊겨 피살과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도 유엔사 정전위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9월 24일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북측과 연락할 수단이 지금 없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6월 9일 북한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남북 간 공식 연락 채널을 단절했다. 정상 간 핫라인과 동해·서해지구 군 통신선 등 주요 채널이 모두 끊겼다. 1주일 후인 16일 북한은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9월 28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통일부가 남북 대화 채널이 완전 단절됐다고 말한 가운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北 총격 책임, 더 높은 권력자에게 있어”

    ⑦누가 이씨 살해를 지시했나 

    누가 이씨를 살해하라고 지시했는지도 의문이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고속정)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 근무규정이 승인한 행동 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 향해 사격”했다고만 밝혀 노동당·북측 수뇌부의 개입 사실을 명시하지 않았다. 

    우리 측은 더 윗선의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서욱 장관은 북한이 ‘고속정장의 결심으로 사격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현재까지 (군이 분석한) 정황이 맞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10월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발언). ‘북한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로 이씨가 살해당했다는 군의 기존 주장을 고수한 것이다. 국방부는 9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 “북한 해군사령부까지 보고됐다”고 비공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북한 해군사령부 등 윗선이 해당 사안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배제할 수 없다”며 북측 수뇌부의 사격 지시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격을 지시하지는 않았을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9월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이씨 살해를) 김정은 위원장이 지시한 것이 아니다. 현지 사령관 등 간부 지시로 움직이지 않았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씨 살해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더라도 김 위원장이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9월 2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중요한 몸짓이지만 사과는 아니다. 북한 통지문은 끔찍한 인권유린의 책임이 총격을 가한 당사자뿐 아니라 북한의 더 높은 권력자에게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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