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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 속 아기들… “카톡으로 아기 거래하다 적발도”

“가족관계증명서에 출생 기록 남을까봐 비밀리에 입양 보내려 해”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고동완 인턴기자

음지 속 아기들… “카톡으로 아기 거래하다 적발도”

  • ●‘당근마켓’ 사건 A씨, 산후조리원 내부 불만 제기 후 쉼터로 이동
    ●“사건 원인, 입양특례법으로 돌려선 안 돼”
    ●“미혼모, 여전히 육아와 직장 병행 어려움”
    ●“A씨 불안 강도 큰 편, 비난보다 이해를”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법원 허가 없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이뤄지는 입양은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불법 행위다. 그럼에도 포털에는 임의 입양 관련 글이 여러 건 올라오는 실정이다. [동아DB]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법원 허가 없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이뤄지는 입양은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불법 행위다. 그럼에도 포털에는 임의 입양 관련 글이 여러 건 올라오는 실정이다. [동아DB]

“남자 아이다. 잘 키우실 수 있는 분을 구한다.” 

“아이를 5월 출산하는데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입양 원하는 분은 댓글 남겨 달라.” 

“다음 달 초 아기가 나온다. 아기를 좋아하고 잘 챙겨주실 수 있는 분을 찾는다.” 

포털 사이트에서 입양에 관해 검색하면 나오는 글이다.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법원 허가 없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이뤄지는 입양은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는 불법 행위다.

빠른 입양은 현실상 불가능

10월 16일 오후 6시 36분경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 신생아 사진 2장과 20만 원에 입양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들의 신고를 받고 이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했다. [뉴시스]

10월 16일 오후 6시 36분경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 신생아 사진 2장과 20만 원에 입양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근마켓은 이용자들의 신고를 받고 이 게시물을 비공개 처리했다. [뉴시스]

개중에는 돈을 받고 아기를 거래하려는 부모도 있다. 10월 16일 제주에서 20대 미혼모 A씨가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 생후 36주 아이를 20만 원에 거래하겠다는 글을 올려 파문을 낳았다. A씨 글과 달리 아이는 생후 사흘에 불과했다. A씨는 공공 산후조리원에서 지내다가 글을 쓴 사실을 안 다른 ‘엄마’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19일 한 미혼모 쉼터에 입소했다. 아이는 A씨와 떨어져 제주의 한 보육 시설로 옮겼다. 



경찰은 10월 17일 A씨를 조사했다. A씨는 경찰에 “아이 아빠가 없어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입양센터와 절차를 상담하다가 홧김에 글을 올렸다”고 했다. 수사를 맡은 서귀포경찰서 관계자는 “출산 직후라 아직 깊이 있게 조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과 입양센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A씨는 10월 13일 제주의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했다. 이후 병원에 아이를 입양 보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입양센터 관계자가 산부인과를 찾아 A씨와 상담했다. 즉각 입양이 이뤄지지 않자 A씨는 퇴원 뒤 산후조리원에서 중고거래 앱에 해당 글을 올렸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을 보내려면 7일의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 직접 기르거나 위탁 가정에 잠시 맡기는 게 아니라면 아이를 보육시설 혹은 입양 관련 기관에 맡겨야 한다. 제주의 한 미혼모 쉼터 관계자는 “제주의 보육시설은 포화 상태”라면서 “다른 지역이나 해외로 아이를 보내는 경우가 아니라면 빠른 입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카톡으로 아기 거래하려다…

‘신동아’ 취재 결과 A씨 말고도 제주에서 아이를 거래하려는 경우가 더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미혼모센터 관계자는 “몇 년 전 20대 대학생 1명이 공원에서 아기를 낳고, 아기를 데리고 가려던 사람과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다 지나가던 경찰에 적발돼 쉼터로 왔다”고 말했다. 음지에서 아이가 은밀하게 거래되는 사례가 이전에도 존재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출생 기록이 남으니 아이를 비밀리에 보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아기 거래는 있었다. 2009년 대구에서 생후 3일 된 아기가 중개인을 거쳐 200만 원에 거래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1998년 3월 27일자 동아일보 기사는 서울 한 산부인과 원장 부인이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 리스트를 관리하면서 미혼모가 낳은 영아를 남편 몰래 수백만 원을 받고 팔아넘겼다고 기록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되면서 허위 입양을 막고자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외 자녀의 출생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입양 절차를 완료하면 삭제되지만 중간에 중단되면 기록이 남는다. 이에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미혼모들이 아이를 은밀하게 거래하거나 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 친부모를 찾으려 해도 출생 기록이 없으면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아이의 권리와 정보 보호라는 두 축이 충돌하는 셈이다. 

입양특례법 개정이 이뤄져 아동의 권리가 넓어졌다는 데는 이견이 적은 편이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사례관리팀장은 “부모를 선택할 권리도 없이 입양되는 아이들 처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면서 “법 개정으로 인해 입양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이유를 들면서 A씨 사건의 원인을 입양특례법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절차가 간소화된다고 영아 거래나 유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 팀장은 “친부가 곁에 없더라도 아이를 키우려는 미혼모가 많기에 이 사건을 일반화할 수 없다”면서 “무작정 A씨를 비난하기보다 입양 상담을 받은 뒤 왜 홧김에 그런 선택을 했는지, 임신을 늦게 인지한 나머지 심경이 복잡해진 탓은 아닌지 맥락을 짚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 사례를 두고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미혼모가 양육비 지원을 받으려면 중위소득 60% 이하로 가난해야 하고, 일을 병행하며 아이를 기르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A씨도 아이를 빨리 입양 보내고 직장에 복귀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 사무국장은 “양육을 방관하거나 양육비를 지원하지 않으려는 남자에게 법으로 의무를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출산 후 불안정한 심리 헤아려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8년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에 따르면 미혼모는 양육에서 어려운 점으로 ‘재정적 어려움(3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직장과 학업 병행의 어려움(22%)이 뒤를 이었다. 미혼모들은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려면 미혼부의 법적 책임 강화(50.7%)가 가장 필요하다고 봤다. 또 아동과 청소년기 교육(18.7%)도 중요하다고 했다. 

A씨는 당분간 쉼터에서 지낸 뒤 아이의 입양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국내입양센터 관계자는 “A씨는 심리적으로 심신 미약 상태”라면서 “이성만으론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고, 출산 이후 느끼는 불안 강도가 큰 편이다. A씨를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A씨가 현재 묵고 있는 쉼터 관계자도 “출산 이후 불안정한 상태는 A씨가 오롯이 겪는 경험인 만큼 마음을 헤아려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미혼모가 거처할 공간에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복지사를 통한 심리 상담이 앞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입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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