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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학생 무면허 탑승 합법화…학원가 ‘킥라니’는 지금도 위험천만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12월 중학생 무면허 탑승 합법화…학원가 ‘킥라니’는 지금도 위험천만

  • ●학원 마친 후 교복 입고 인도 위 ‘쌩쌩’
    ●전동킥보드 하나에 학생 두세 명 탑승
    ●바퀴 크기 작아 사고 위험 커
    ●규제 완화 해놓고 안전 대책은 미흡
10월 28일 밤 10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문영훈 기자]

10월 28일 밤 10시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시민들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고 있다. [문영훈 기자]

“일 벌어져야 대책이 나올까요.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전동킥보드 하나에 올라타요. 헬멧을 쓰는 건 본 적도 없어요. 위험하다고 말해도 학생들이 들을 리 없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사거리에서 매일 밤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는 이문규(70) 씨가 이렇게 말했다. 12월 10일부터 만 13세 이상이면 면허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법 시행에 앞서 안전 대책 마련 계획을 밝혔지만 시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고라니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10월 28일 밤 9시 30분 학생들이 은마사거리 인근 인도 위를 오갔다. 흰 불빛이 멀리서 다가오더니 전동킥보드 하나가 학생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쳤다. 대치동에 거주하는 박모(18) 양은 “같은 반 학생들도 전동킥보드를 많이 탄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함께 전동킥보드를 타고 이동한다. 부딪힐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학원 강의가 끝나는 밤 10시가 지나자 인도는 보행자와 자전거‧전동킥보드를 탄 이들이 뒤섞여 혼잡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이륜차(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제2종 운전면허 중 하나인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만 16세부터 취득 가능) 이상 소지해야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부모 면허를 이용해 전동킥보드를 탄다. 

두세 명이 전동킥보드 한 대를 이용하기도 한다. 오후 10시 경 안모(16) 군은 친구와 함께 전동킥보드 위에서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길 기다렸다. 그는 “어머니 운전면허를 전동킥보드 대여 앱에 등록했다”면서 “위험한 건 알지만 편하니까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를 타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불안하다. 대치동에서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하는 안모(73) 씨는 “학생들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파른 골목길을 내려가는 걸 자주 본다. 언제나 다칠까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 탑승자는 ‘킥라니’로 불린다. 고라니처럼 갑자기 길에서 튀어나와 붙여진 말이다.

요철에도 걸려 넘어지는 전동킥보드

20대 국회는 임기 막바지에 전동킥보드 규제를 완화했다. 5월 20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개인형 이동장치’ 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자전거 범주로 묶었다. 이에 따라 12월 10일부터 차도뿐 아니라 자전거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포함한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 이용이 가능하다. 면허 규정도 사라져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통과 후 청와대 홈페이지에 PM 규제 강화 관련 국민청원이 9건 올라왔다. 동의 수를 합하면 2만4714명이다. 한 청원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전동킥보드에 치여 중환자실에 입원했다”며 “강력한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동킥보드 관련 사고는 급증하고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상반기 한 보험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는 886건으로 지난해 상반기(336건)보다 2.6배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PM 관련 사고로 지난해 8명이 사망했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전거와 비교해 바퀴가 작은 전동킥보드는 도로 요철에 걸려서도 넘어진다. 차량과 부딪히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용히 이동하는 전동킥보드 특성상 보행자 안전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 신모(20) 씨는 “이어폰을 낀 보행자들이 많아 경적을 울려도 못 듣는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 해놓고 안전 대책은 미흡

8월 20일 국토교통부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PM 이용 교육 및 대여사업자 보험 가입 의무화 방안을 내놨다. 법 시행 한 달을 앞두고 학생들은 아직 PM 관련 교육을 받지 못했다. 중학교 국어 교사 김모(27) 씨는 “12월부터 중학생들이 전동킥보드를 면허 없이 탈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 조례 시간에 반 학생들에게 타지 말라고 말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럿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모빌리티 업체 라임코리아는 법 개정 후에도 만 18세 이상만 이용 가능한 현행 정책을 유지할 예정이다. 전동 킥보드 ‘씽씽’을 운영하는 피유엠피는 전동킥보드용 블랙박스를 개발 중이다. 피유엠피 관계자는 “사용자 경각심을 유도하고 킥보드 주차 문제를 해결하고자 내년 상반기 블랙박스 상용화를 계획 중이다. 여러 명이 함께 타지 못하도록 기술적 해결방안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전제호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청소년들은 전동킥보드를 놀이기구로 생각한다.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채 규제만 완화되면 안전사고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야간의 경우 시야 확보가 힘들어 안전사고 우려가 크다. 청소년에 한해 전동킥보드 이용시간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면허를 대체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부는 범법자를 줄여야 한다며 면허가 없는 학생들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했다. 단속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마냥 규제를 푸는 것은 책임 회피다. 면허가 없으면 교통상황 이해도가 떨어진다. 교육 이수증을 발급하는 등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



신동아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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