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호

주호영 “윤석열 즉시 데려올 정도로 이야기 돼 있다”

당대표 도전 주호영 의원의 작심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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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1-05-2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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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당 합당 9부 능선 넘었다

    •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실망은 계속 이어져

    • 복당 막을 명분 없으나 홍준표도 고민해 봐야

    • 초선들의 당권 도전, 고무적이나 시기상조

    • 김종인은 나에게도 정치 관련 독려 아끼지 않아

    • 도로 영남당? 당 통합 해치는 자해성 발언

    • 당 분열 멈추고 초선부터 중진 힘 합쳐야

    • 대선 국면에 필요한 것은 길 잘 아는 늙은 말

    • 당대표 되면 윤석열 바로 영입 가능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조영철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조영철 기자]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당대표는 ‘통합형 리더’다. 다양한 색깔의 당원들과 합심해 정권교체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나라고 자신한다.”

    5월 13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주호영 의원은 6월 11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 의원은 이미 미래통합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로 일하며 당의 변화를 몸소 만든 인물이다.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다음 날인 4월 8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자 주 의원이 비대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국민의힘을 이끌기도 했다. 당대표 선출이 ‘최고경영자(CEO)’ 선발이라면 대부분의 회사가 원하는 ‘성공한 경험이 있는 CEO’인 셈이다.

    그가 당대표 선거 출마를 결정한 것은 5월 10일. 현재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후보는 총 8명(이준석, 주호영, 김웅, 홍문표, 조경태, 권영세, 윤영석, 조해진). 이 중 주호영 의원을 제외한 7명이 4월 중에 당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주 의원은 5월 6일만 해도 “당대표 출마 가능성을 두고 고민 중”이었다.

    지지율 격차 줄어드는 것은 당연

    그가 숙고 끝에 당대표 선거에 나선 이유는 당의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주 의원은 “국민의힘의 가장 큰 약점은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을 찾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이 돼야 한다. 비상대책위원과 원내대표로 1년간 당을 바꿔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들이 믿고 지지할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며 “정치 신인이라고 더 개혁적인 사람인 것은 아니다. 중진도 충분히 개혁을 이끌 수 있다. 나는 개혁 의지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 의원과의 일문일답.

    - 1년간 당을 이끌어오며 재보궐선거 승리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보나?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의 실망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 본다. 하지만 여당에 실망한 여론만으로는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치대국약팽소선(治大國若烹小鮮)’이라는 말이 나온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굽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는 잠깐만 방심해도 태우기 십상이다. 이처럼 국민의힘도 재보궐선거 승리에 도취돼서는 안 된다. 겸손한 자세로 항상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의 말처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4월 30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7.3%, 민주당 지지율은 27.8%로 9.5%포인트 차이였다. 하지만 5월 7일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5.1%포인트로 줄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35.3%, 민주당 지지율은 30.2%였다.

    - 정부 여당에 대한 실망이 커진다지만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는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보내는 관심이 커진다. 투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의사 표현에도 적극적이다. 반면 선거가 끝나고 나면 상대적으로 정치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정치 표현에도 소극적이다, 여야 간 지지율 차이가 자연스레 좁혀지는 이유다. 물론 국민의힘이 여권보다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선거가 아니라도 다시 격차를 벌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홍준표 복당 막아선 안 된다

    일각에서는 지지율 하락이 국민의힘이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서라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의 사면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 4월 21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은 4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찾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다. 5월 10일 홍준표 의원이 복당 의사를 밝힌 것도 한 요인이 됐다. 또 다른 당대표 후보인 김웅 의원은 “홍 의원님은 보수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잃게 한 분이다. 이분을 다시 당에 받아들인다면 ‘도로 한국당’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 초선의원들을 중심으로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의미가 있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복당 혹은 정치권 복귀를 준비 중인 보수정당 중진들도 초선의원들의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 그렇다면 홍 의원의 복당을 막아야 한다고 보나?

    “그렇지는 않다. 야권 대통합을 이야기하는 시점에서 원래 우리 당에 있던 사람의 복당을 막을 수 없다. 게다가 비슷한 조건이었던 권성동·김태호 의원도 이미 복당했다. 기준을 달리하는 것은 부당하다.”

    권성동·김태호 의원은 2020년 4월 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자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복당을 신청해 권 의원은 2020년 9월 17일, 김 의원은 2021년 1월 7일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회복했다.

    - 보통 당대표 선거는 중진들이 나서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초선 김웅 의원과 30대 중반의 젊은 이준석(36) 전 최고위원이 후보로 나섰다.

    “도전은 칭찬할 만하다. 목표를 높게 설정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으로서 크게 성장할 기회라고 본다.”

    초선이 당대표? 아직 이르다

    주호영 의원이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DB]

    주호영 의원이 5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동아DB]

    - 중진 의원들이 물러나고 초선의원들이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당의 쇄신을 위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 세대교체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어느 당이든 중진과 신인들이 조화를 이루는 편이 가장 좋다.나무 하나로는 숲이 될 수 없다. 고목도 필요하고 묘목도 필요하다.”

    - 김웅 의원은 5월 7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 김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고 표현했는데….

    “김 비대위원장은 여러 사람의 정치 도전을 원하고 격려한다. 특별히 한 사람에게 관심을 둘 인물이 아니다. 나에게도 (당권에) 도전하라고 자극을 줬다. 정치권 대선배로서 초선의원의 도전을 격려했다고 본다.”

    - 초선에 당대표직을 맡기기는 시기상조라고 보나?

    “이번 당대표는 대선을 이끌어야 한다. 대선이라는 국면을 앞두고는 노련한 사공이 필요하다. 늙은 말이 길을 잘 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만 해도 2007년 제17대 대선 때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을 맡아 승리에 일조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대선을 겪어본 중진을 중심으로 당이 합심해야 한다.”

    - 4월 30일 김기현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당대표까지 영남 인사가 앉게 되면 ‘도로 영남당’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당대표 외에도 당내 요직은 많다. 정책위의장,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대선 후보 자리도 남아있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두 자리에 영남 인사가 앉았다고 ‘영남당’이라 하는 것은 유치하다.”

    주 의원은 “당대표가 되더라도 당을 이끄는 것은 12월 9일까지다.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당대표는 뒤로 물러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표 자리를 두고 ‘도로 영남당’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 당을 해치는 자해적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 일각에서는 당대표 선출 규칙을 바꾸자는 이야기가 있다.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바꾸자는 의견은 부적절하다.”

    국민의힘의 당대표는 당원 투표(70%)와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해 선출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4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00% 국민전당대회로 당대표를 선출하자”고 주장했다.

    - 당심과 민심이 유리될 수 있으니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줄이고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늘리자는 주장도 있다.

    “국내 정당 중 이미 국민의힘이 당대표 선출 시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가장 높다. 게다가 당심과 민심은 다르지 않다. 과거에는 당심과 민심이 유리되는 현상이 있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당원들은 다르다. 당원들의 가장 큰 소망은 집권이다. 최대한 이 소망에 적합한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주 의원의 지적대로 당대표 선출 여론조사 반영률은 국민의힘이 가장 높다. 민주당의 당대표 선출 여론조사 반영률은 10%. 정의당과 국민의당은 당대표 선출에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투명한 경쟁으로 민심과 당심 함께 잡겠다

    - 당대표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 당을 운영할 계획인가?

    “어떤 사람을 중용하고, 어떤 정책을 수립하는지가 중요하다. 국민이 원하는 사람에게 당의 중요한 역할을 맡길 예정이다. 정책 수립에도 최대한 민심을 반영하겠다.”

    - 민심을 반영할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여론조사는 물론 다양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심층적으로 민심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 당의 모든 구성원이 참여한다. 당내 모든 역량을 활용해 민심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당 전원이 협력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 당대표의 과업 중 하나는 대선후보 경선 관리다. 이에 대한 계획은 있나?

    “대선에 뜻이 있는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개경쟁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경쟁 과정도 당원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 대선후보 경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경선에 나설 인물도 중요하다.

    “당내에서 재능 있는 후보군을 발굴하는 동시에 범야권 통합을 통해 후보군을 넓힐 것이다.”

    유력 대선주자 중 범야권 인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2명으로 좁혀진다. 이 중 윤 전 총장은 범야권을 넘어서 전체 대선주자 중 지지율 수위를 다투고 있다. 5월 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윤 전 총장은 응답자 32.0%의 지지를 받으며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이재명 경기도지사(23.8%), 3위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9.0%)였다. 한편 안 대표의 지지율은 4.1%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안철수 영입 초읽기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DB]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동아DB]

    - 현재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는 윤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가장 높다. 어떻게 그를 영입할 계획인가?

    “우리 당이 혁신에 성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대선후보 경선 과정이 투명하다면 영입이 쉬워질 것으로 본다.”

    주 의원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고는 “내가 당대표가 되면 (윤 전 총장을) 즉시 데려오겠다”고 말했다.

    - 즉시 데려올 수 있나?

    “지금도 여러 채널을 통해 (윤 전 총장과) 교류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검사 시절) 대구에 3번이나 근무했다. 나는 그동안 대구에 쭉 근무해 왔다. 서로 겹치는 지인이 많다. 서울에서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오래 살았다. 그만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해 왔고 (윤 전 총장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

    - 금방 영입할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가 됐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 국민의힘은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도 진행 중이다. 언제쯤 합당이 완료될 것이라 보고 있나?

    “(합당은) 거의 다 진행됐다. 기업 합병으로 따지면 지분, 재산 상태, 고용승계 등 모든 부분에 대한 논의가 끝났다.”

    - 합당 진척도를 숫자로 표현한다면

    “명확한 숫자로 표현은 어렵고, 9부 능선을 넘었다고 보면 된다.”

    -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후보 영입 및 발굴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후보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대선에 나선 예비 후보를 위한 홍보 전담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이 조직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로부터 각 후보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이외에도 공약준비팀을 통해 각 후보가 공약을 만드는 일을 돕고 이를 잘 알릴 수 있는 온라인 선거 조직도 만들 것이다.”

    통합과 혁신 동시에 노린다

    - 본인을 통합형 리더인 동시에 개혁 의지가 가장 강한 후보라 소개했다. 통합과 혁신은 결이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동시에 추구할 방안이 있나?

    “통합과 혁신을 분리해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범야권 인사를 당으로 끌어들인다고 생각해 보자. 일종의 통합인데, 범야권 인사가 들어와 당의 분위기가 변화한다면 그 자체로도 혁신이 된다. 반대로 혁신이 통합을 쉽게 만들기도 한다. 국민의힘이 국민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는 당으로 변모한다면 유능한 범야권 인사를 영입하는 일이 한층 쉬워질 것이다.

    - 그렇다면 통합으로 당을 혁신하기 위해 당대표에 도전하게 된 것인가?

    “둘 중 하나를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혁신과 통합을 동시에 이뤄내야 한다. 범야권 인물은 물론 당 내에 다른 목소리를 가진 당원들이 섞일 수 있도록 돕고,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을 신뢰할 수 있도록 당의 경쟁력과 지지율을 올려야 한다.”

    - 이를 위한 청사진이 있나?

    “비대위에서 정강·정책을 통합과 혁신에 알맞게 고쳐 뒀다. 이를 잘 지키고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 자세히 설명해 달라.

    “통합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국민의 자유와 번영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정당이나 인물과도 손잡을 계획이다.”

    - 혁신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보다 국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우선하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다. 이를 위해 당의 구조를 수평적으로 개편해 여러 당원이 모아 온 국민의 요구를 들을 예정이다. 동시에 당원이 아니더라도 국민의힘에 원하는 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를 만들 계획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합당 #당대표선거 #신동아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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