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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범죄지도’를 공개하지 않을까

민간연구팀 공개 서울 범죄지도… 살인은 구로구, 마약은 강남·서초구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경찰은 왜 ‘범죄지도’를 공개하지 않을까

  • ● 장현석 경기대 교수팀, 서울시 행정동별 범죄 안전등급 첫 공개
    ● 서울시 약 절반(49.6%), 범죄 발생 빈도 높은 4·5등급 해당
    ● 살인은 서울 서부권, 강도는 동부권 빈발
    ● 수사기관, ‘지역 민심 고려’ 등 이유로 세부 자료 비공개
    ● “시민 안전 지키려면 정보 투명하게 알려야”
살인, 강도 등 주요 범죄 발생 빈도를 서울시 행정동 단위로 분석한 지도. 색이 진할수록 해당 범죄가 자주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장현석 교수 제공]

살인, 강도 등 주요 범죄 발생 빈도를 서울시 행정동 단위로 분석한 지도. 색이 진할수록 해당 범죄가 자주 발생한 것을 의미한다. [장현석 교수 제공]

언론을 통해 연일 강력범죄 소식이 보도되며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경찰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국민 개개인이 생활 주변 위험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생활안전지도(www.safemap.go.kr)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신동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3가’ 치안 상태를 확인해 봤다.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만 3년간 발생한 ‘치안사고’ 통계를 바탕으로 한 위험도가 ‘4등급’으로 나타났다. 이 사이트는 치안 위험을 1~5등급, 다섯 단계로 분류한다. 숫자가 클수록 더 위험하다는 의미다. 충정로 지역 지도에는 ‘주의’를 당부하는 듯한 오렌지색 경광등 표시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행안부의 치안사고 통계는 전체 범죄뿐 아니라 살인, 강도, 절도, 폭력, 방화, 마약, 도박, 성폭력, 약취/유인 등 9가지 세부 범죄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역시 ‘충정로3가’를 검색하자 ‘폭력’ 위험 5등급, ‘성폭력’과 ‘강도’ 4등급, ‘약취/유인’은 1등급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충정로3가’ 어디에서 성폭력 범죄가 주로 발생하는지, 각각의 범죄가 몇 건씩 일어났는지, 서울 또는 대한민국 전체와 비교할 때 ‘충정로3가’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인지 아닌지 등에 대한 정보는 얻기 어려웠다.

기자가 궁금함을 느낀 내용은 사람들이 좀 더 안전한 주거나 직장을 구하려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다. 장현석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외국의 경우 지역 부동산 사이트만 들어가도 언제, 어디서, 어떤 범죄가 일어났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정보를 알아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 설명이다.

“경찰은 ‘세부 정보를 공개하면 지역 주민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우범지대’로 낙인찍혀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경찰은 범죄 발생 장소를 공개하면 범죄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어떤 장소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는 정보가 피해자 노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도 발생 빈도 높은 서울 동부권

일각에서는 경찰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행정편의주의’를 꼽기도 한다. 지역별 범죄 발생 현황은 경찰 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국민 개개인이 경찰지구대 또는 파출소의 업무 성과를 비교·평가할 수 있다. 그 결과는 경찰 인사 이동 및 승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찰 처지에서는 지역별 범죄 발생 정보가 세세히 공개되지 않는 현재 상황을 더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 시민 안전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를 생각하면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 교수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현재 정부가 공개한 정보를 재가공해 시민이 지역별 안전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각 자료를 완성했다. 장 교수 연구팀이 4월 대한범죄학회 학술지 ‘한국범죄학’에 발표한 ‘서울시 행정동 수준의 범죄 분포에 대한 탐색적 연구’ 논문에는 살인, 강도 등 8가지 주요 범죄에 대한 분석 결과가 담겨 있다.

연구진은 서울 지도를 행정동별로 나눈 뒤, 2016~2019년 사이 발생한 각각의 범죄 발생 빈도를 서로 다른 색으로 표시했다. 색이 연한 행정동이 상대적으로 범죄에서 안전한 곳이다(그림 참고). ‘신동아’는 이 자료를 제공받아 지역별 범죄 현황을 검토해 봤다.

전체 범죄를 기준으로 할 때 1등급에 해당하는 ‘안전 지역’은 서울 행정동 가운데 5.9%에 불과했다. 서울의 약 절반(49.6%)은 상대적으로 범죄로부터 위험한 지역(4등급 25.5%, 5등급 24.1%)에 해당했다. 8가지 개별 범죄 가운데 ‘위험 지역’ 범위가 가장 넓은 것은 성폭력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역 행정동 가운데 53.3%가 성폭력 ‘4등급(29.5%)’ 또는 ‘5등급(23.8%)’에 속했다.

발생률이 지역에 따라 가장 크게 차이 나는 범죄는 살인이었다. 살인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서울 서남권을 비롯한 외곽에 집중적으로 분포했다. 특히 강서구와 영등포구, 구로구 등에 5등급에 해당하는 행정동이 밀집했다.

강도 역시 지역별 발생 정도가 많이 달랐다. 서울 도심보다는 동부권에서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를 보면 동북권의 노원구·중랑구, 동남권의 서초구·강남구·송파구 등에 4·5등급 행정동이 밀집한 것이 확인된다. 마약과 도박 관련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강남구·서초구 쪽에 집중돼 있었다.

장 교수는 “이 자료를 보면 범죄 발생과 지리적 위치 사이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왜 특정 지역에서 특정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는지 확인해 대응 조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경찰은 자체적으로 관련 자료를 분석해 순찰 및 범인 검거 등에 활용한다. 그러나 해당 내용이 시민에게 공개될 경우 범죄 예방 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게 장 교수 의견이다.

“환경범죄학자들은 범죄가 발생하려면 세 가지 요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범행 동기를 가진 범죄자(motivated offender)가 △매력적인 범죄 대상(suitable target)을 만났는데 마침 △보호자가 없는 상황(absence of guardian)일 때 범죄가 발생한다.”

과거 범죄학은 이 가운데 첫 번째 요소에 가장 주목했다. 범죄자를 교도소에서 교정·교화해 범죄 동기를 없애면 사회가 좀 더 안전해지리라고 봤다. 그러나 1960~70년대부터 교도소가 재범률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가 잇달아 발표됐다.

심지어 범죄 동기가 특정인에게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이제 상식이 됐다. 장 교수는 “내심 ‘나는 범죄자 아니야’라고 철석같이 믿고 사는 사람도 부지불식간에 죄를 저지르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바닥에 떨어진 1만 원짜리 지폐를 발견했다고 해보세요. 마침 주위에 아무도 없으면 상당수 사람이 ‘오늘 운 좋네’ 하면서 지폐를 집어 들 거예요.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저지르는 거죠. 범죄 동기는 상황이 맞아떨어지면 보통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생겨납니다.”

환경 개선을 통한 사회 안전 강화

장 교수는 ‘동기가 부여된 범죄자’가 언제, 어디에나 있는 현실에서 범죄를 막으려면 두 가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첫째, 범죄 대상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절도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 가정집 창문에 철제 기둥을 덧대는 것만으로도 범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둘째, 보호자를 만드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 전담 경비원을 배치하든지 폐쇄회로(CC) TV를 설치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 경찰이 순찰 횟수를 늘릴 수도 있다. 정부가 범죄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범죄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 시민이 스스로 안전조치를 취하고, 나아가 지자체 및 경찰에 예방적 조치를 요구해 지역사회 안전도를 높일 수 있다. 장 교수는 “최근의 연구는 환경이 범죄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보여준다. 7월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된 만큼 세부 지역 단위 범죄 자료를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연구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시범죄지도 #CPTED #재범예방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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