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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문자에 아른거리는 ‘이재명 민주당’ 운명

[노정태의 뷰파인더] 개딸 등에 업고 억강부약의 黨으로?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전쟁’ 문자에 아른거리는 ‘이재명 민주당’ 운명

  • ● 양당제 민주주의의 한국적 유산
    ● ‘캐치 올 파티’와 반대로 간다?
    ● ‘압도적 지지’ 혹은 ‘압도적 외면’
    ● 당직자 전화번호 공개의 의미
    ● ‘팬덤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도중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이날 오전 김현지 보좌관이 보낸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도중 “백현동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개발 관련 허위사실 공표, 김문기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 메시지는 이날 오전 김현지 보좌관이 보낸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변은 없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열린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 ‘0.5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대표 자리에 올랐다. 77.77%라는 역대 최고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과시한 이재명. 그가 이끄는 민주당은 ‘문재인의 민주당’이 아닌 ‘이재명의 민주당’이 될 것이다.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재명과 그의 지지자들을 향해 축하의 말씀을 건넨다.

문제는 그 밖의 모든 사람들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친명’은 아닌 정치인과 지지자 그룹,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층, 특별히 국민의힘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대선 당시 ‘이재명은 안 된다’는 생각에 윤석열에게 한 표를 던진 넓은 의미의 중도층, 정치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무당파 등,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과연 그 모든 이들에게 ‘민주당 당대표 이재명’과 그의 시대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까.

많은 이들이 벌써부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납득 가능하겠지만 어떤 경우는 이재명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혹은 그의 지지층에 대한 감정적 반감의 표출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정치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함부로 앞날의 일을 예단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생물에게는 태어나고 죽는 벗어날 수 없는 법칙이 있다. 정치 현상에 대한 예측도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정치학의 일반 원리들, 그리고 몇 개의 역사적 사건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통해, 이재명의 민주당이 갖게 될 정체성과 행보를 예측해볼 수 있다.

예측은 비관적이다. 현재로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 다가올 총선과 대선의 결과를 예측하는 차원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망가진 정당, 속이 곯은 정당, 국민 다수의 지지를 온전히 받지 못하는 정당일지라도 때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그런 결과는 국가 전체를 위해, 더 나아가 해당 정당의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바람직한 의미에서 ‘이기는 정당’이 되려면, 사실상 다시 태어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누가 대통령 되건 바뀌지 않는 것

8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8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당대표로 선출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해 이렇게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민국이 5년 단임제 대통령을 뽑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또 국회의원 역시, 비례대표 의석이 있긴 하나 기본적으로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런 나라의 정치는 두 거대 정당이 서로 정권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제도적 여건상 한국의 정치는 거대 양당의 대결 구도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요즘도 사회 일각에서는 ‘양당제=악’ ‘다당제=선’이라는 구도를 고수하는 이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한국 정치가 엉망진창인 이유는 사실상 그리 큰 차이가 없는 두 거대 정당이 서로 정권을 잡거니 뺏거니 하는 식상한 구도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판자들이 볼 때 양당제는 ‘그놈이 그놈’인 상황에서 못난 두 놈들이 싸우고, 그 중 덜 못난 놈을 골라야 하는 불쾌한 선택을 강요하는 제도다. 따라서 설령 선거 제도를 인위적으로 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다당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정치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양당제에 대한 이러한 비판에는 분명 수긍할만한 구석이 있다. 특히 양당제가 대립 관계에 있는 두 정당을 서로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든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으로 유명했던 방송인 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후 발생한 사건들을 논외로 놓고 보자면, 이는 미국에서도 벌어져 왔던 일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낙태, 동성혼, 기타 등등 여러 문화적 사안에서 서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외교 안보 등 더 ‘딱딱한’ 분야로 넘어오면, 미국의 정치인들이 내놓는 정책과 그들이 취하는 태도는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권은 이전에 비해 훨씬 큰 주체성을 발휘하고자 했다.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및 북한을 둘러싼 국제 정치에서 족적을 남기고자 했다. 이러한 사안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보수 계열 정당의 차이가 퍽 도드라져 보인다. 그러나 특히 경제 영역으로 넘어오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 어떤 정치인이 달려들어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자들, 즉 관료 조직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국정 운영의 큰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여당과 야당은 사실상 의견 합의를 통해 그러한 종류의 사안을 해결한다. 어떤 민주국가가 양당제 국가라는 것은, 두 정당이 목숨을 걸고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싸운다는 것을 뜻하지만, 동시에 누가 대통령이 되건 바뀌지 않는 부분들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빅 텐트 파티

왜 양당제 국가의 두 거대 정당은 서로를 닮아가는 걸까. 대선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는 1인 1표 원칙에 의해 치러진다. 두 거대 정당의 고정된 표밭, 이른바 ‘집토끼’들은 어떤 경우에도 상대편을 찍지 않는다. 그들의 표는 누구에게나 상수로 여겨진다.

이 경우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양당제 국가의 정당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이념적 스펙트럼의 끄트머리에 놓여 있는 우리의 ‘집토끼’들에게는 관심을 덜 기울여도 된다. 대신 스스로 중도(中道)로 여기는 이들, 이번 선거에서는 이 당 찍었다가 다음 선거에는 저 당 찍을 수도 있는, 변덕스럽기 짝이 없는 이들을 공략해야 한다. 정치권과 가까운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처럼 ‘중원 싸움’을 해서 승리해야 대통령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이렇듯 모든 유권자를 공략 대상으로 삼는 정당을 정치학에서는 ‘캐치 올 파티’(Catch-all Party)라고 한다.

두 정당이 대결하고 있는데, 한 정당은 이념정당으로 남아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캐치 올 파티 전략을 구사한다고 가정해보자. 선거를 하면 누가 이길까. 당연히 캐치 올 파티가 승리를 거둘 것이다. 이념정당은 그 이념을 지지하는 이들의 표만 얻을 수 있는 반면, 모든 유권자를 공략하는 캐치 올 파티는 훨씬 더 넓은 곳에서 득표할 수 있으니 말이다. 따라서 상대가 캐치 올 파티 전략을 택한다면, 정치적인 승리를 진지하게 꾀하는 정당의 선택지는 단 하나 뿐이다. 이쪽도 캐치 올 파티가 된다.

캐치 올 파티 전략은 ‘빅 텐트 파티’(Big Tent Party)라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독자 여러분께도 퍽 친숙한 용어일 것이다. 최근 20여 년 간 정치권에서 워낙 낭비된 탓에 ‘빅 텐트’라는 말은 그저 철 지난 유행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해당 용어는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캐치 올 파티 전략을 수행하려면 다양한 의견과 이력을 지닌 여러 정파를 하나의 정당으로 묶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어떤 정당이 빅 텐트로서 기능하려면 서로 다른 이력과 입장, 지향을 지닌 정파가 하나의 정당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당 내 이견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는 규칙이나 전통 등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꼼꼼하게 따지고 들어가자면 서로 이견이 크고 불만도 다양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직접 드러내고 ‘전쟁’을 하는 식의 태도로는 캐치 올 파티를 유지할 수 없다.

정리해보자. 한국은 양당제 국가다. 양당제 국가에서 두 정당은 상대적으로 수가 많지 않은 소위 ‘집토끼’를 다소 소홀히 하면서, 대신 투표장 들어갈 때까지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말하는 법이 없는 ‘산토끼’를 사냥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두 정당은 서로 비슷한 정책을 유사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쪽으로 진화한다. 다양한 이념적 지향을 동시에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시에 두 정당은 다양한 의견이 내부에서 존재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래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

8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당선자들이 손을 들며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 박찬대 고민정 의원, 이재명 대표, 정청래 서영교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8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뒤 당선자들이 손을 들며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 박찬대 고민정 의원, 이재명 대표, 정청래 서영교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의 민주당이 향후 걷게 될 정치적 앞날을 섣불리 낙관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캐치 올 파티’와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재명은 ‘억강부약’으로 대표되는 본인의 확고한 선악 구분과 정치적 피아식별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오직 이재명의, 이재명만의, 이재명의 뜻이 중요할 뿐이다.

8월 30일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을 보자. 당대표 선거 출마가 불발된 후 약 30여 일 간 이어졌던 침묵을 깬 그는, 신임 당대표 이재명에 대한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제목부터 강렬했다. “‘압도적 지지’로 읽을 것인가, ‘압도적 외면’으로 읽을 것인가.”

박지현이 볼 때 이재명은 ‘압도적 지지’로 당대표가 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압도적 외면’을 당한 것이라는 해석을 제시한 것이다.

이재명이 당대표로 선출된 8월 28일, 전당대회가 열린 서울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의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비해 전통적으로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열성당원이 많은 당이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은 2층 좌석까지 꽉 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1층에 꾸려진 좌석도 미처 다 채우지 못했다. 흔히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의 열혈 지지층의 환호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으나, 텅 빈 공간에 메아리치는 이재명 반대 세력의 야유를 다 덮어버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신임 당대표를 뽑는 행사가 끝났다고 보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황량한 분위기였다.

민주당의 내부 갈등과 분위기는 숫자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 권리당원의 투표율은 37%에 지나지 않았다. 온라인 투표율 역시 저조했으며, 그 중에서도 호남의 온라인 투표율은 19%에 불과했다. 사실상 조직적으로, 혹은 이심전심으로, 투표 보이콧을 했다는 해석이 가능할 정도다. ‘압도적 지지가 아닌 압도적 외면’이며, “이미 지방선거 때부터 당 대표는 이재명 의원이었고, 이번 전당대회는 그저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는 박지현의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도 그래서다.

이재명은 대선후보 시절이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 당대표 수락연설을 듣거나 전문을 읽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일.

“강자와 동행하며 약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강자의 횡포를 억제하고 약자를 부축해 함께 사는 대동 세상을 만드는 것, 다 함께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정치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재명의 연설문을 아무리 뒤져봐도 ‘경제성장’ 같은, 중도층이 선호하는 주제는 등장하지 않는다. 캐치 올 파티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당직자는 ‘공인’인가

캐치 올 파티를 가능케 하는 전제조건이자 결과인 빅 텐트 파티의 개념으로 보더라도 지금의 민주당이 처한 현실은 암울하다. 친문과 친명의 갈등은 이번 전당대회와 당대표 선출 과정을 통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개딸’로 불리는 열성적인 강성 지지층을 말리지 않기 때문이다. 말리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더 부추겨 본인의 당내 정치를 위한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친명은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문자폭탄이나 SNS 댓글테러 등 압력을 넣는 방식을 즐겨 사용한다. 친문이라고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화력’ 면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것이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이렇듯 ‘팬덤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일각의 우려 혹은 기대처럼 이재명이 당대표가 되고 난 후 팬덤 정치와 단번에 손을 끊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손절’하는 일 역시 벌어지지 않았다. 현실은 정반대로 진행되는 중이다. 당대표가 된 이재명은 당원들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명분하에 세 가지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첫째, 중앙당에 당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당원존을 만들 것. 둘째, 당원들의 편의를 위해 전자당원증을 도입할 것. 셋째, 중앙당 및 각 시도당 홈페이지에 당직자의 이름과 직책, 담당업무, 당사 전화번호까지 공개할 것.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세 번째 지시사항이다. 당직자의 이름, 직책, 전화번호를 공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정치인들은 선거 승리를 위해 이름을 내걸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전화번호가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문자폭탄을 보내는 행위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문자폭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국회의원에게 있어서 ‘알려진 위험’에 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당직자의 경우는 다르다. 당직자는 본인이 직접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한 ‘공인’이라 보기 어려운 직업군이다. 하고 있는 일이 정치와 관련돼 있을 뿐 평범한 직장인에 더욱 가깝다고 이야기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런데 왜 이재명의 민주당은 당직자의 이름과 직책과 전화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규정할까. 당직자들을 향해 ‘너희들 조심해’라는 식의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러한 정치적 풍토 속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이 ‘빅 텐트 파티’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재명 스스로가 강성 팬클럽의 지지에 힘입어 지난 대선에서 막판 추격전을 벌였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로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당내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는데, 대체 왜 지금 와서 개딸이라는 훌륭한 ‘몽둥이’를 손에서 내려놓아야 한다는 말인가,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정반대 방향으로 급가속하는 중이다. 9월 1일, 이재명이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찍히면서 공개된 메시지의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재명의 정치 인생을 함께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이 보낸 메시지는 다음과 같았다.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으로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 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

여당과 정부를 상대로 ‘전쟁’을 운운하는 메시지를 보좌관이 보내고, 이재명은 마치 찍어서 퍼뜨리라는 듯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두고 읽는다. 캐치 올 파티의 지루한 정책 대결도, 빅 텐트 파티가 보여주는 일견 원칙 없어 보이는 인재 영입 및 포괄 전략도, ‘전쟁’ 앞에서 남아나기란 어려울 것이다. 18대 대선 패배 이후, 적어도 겉으로나마 캐치 올 파티 전략을 수행하려 했던 ‘문재인의 민주당’과 달리, 처음부터 강경 투쟁 노선을 천명하고 있는 ‘이재명의 민주당’을 보며 우려를 감출 수 없는 이유다.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신동아 2022년 10월호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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