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새만금개발청]
1일 오전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과 쌍방울그룹 간 ‘유착’이 있다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장에 대해 한 말이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 원 규모 전환사채를 페이퍼컴퍼니 두 곳이 사들였다. 이 중 한 곳의 사외이사가 이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 이태형 변호사”라며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20억 원을 내줬다는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당사자”라고 주장했다. 거대 야당 당수가 얽힌 정계 스캔들과 관련해 쌍방울그룹이 거론되면서 그룹 ‘실소유주’로 꼽히는 김성태(54) 전 쌍방울그룹 회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1954년 전북 익산시에서 이봉녕‧창녕 형제가 설립한 ‘형제상회’를 모태로 한다. 내의 브랜드 쌍방울로 성공을 거뒀고 무역‧패션‧리조트 등까지 영역을 넓혔지만 외환위기 때 자금난으로 급격히 사세가 기울었다. 애드에셋, 대한전선 등으로 손바꿈을 거친 후 2010년 김성태 전 회장에게 인수됐다.
인수자금의 원천은 ‘고리대금업’으로 전해진다. 9월 16일 주간조선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전주에서 활동하다가 상경해 업소를 운영했고, 고리대금업으로 재산을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인수 후엔 크레인‧소방차 제조(광림), 소프트웨어 유통(디모아), 연예기획사(아이오케이컴퍼니), 반도체 장비(미래산업)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활발한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주가를 부양한 후 시세 차익을 통해 다시 자금을 마련하곤 했다.
이스타항공, 쌍용차 등 대어급 기업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인수 의지’를 드러내며 적극 참전했다. 그때마다 쌍방울, 광림 등 계열사 주가가 올라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도 했다. 2014년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작 혐의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정치권’에서 김 전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린 건 1조6000억 원의 금융 피해를 낳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때부터다. 당시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에게 브로커 엄모 씨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는 김 전 회장의 측근으로 쌍방울 미래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 대표와 권 원내대표 간 논쟁을 불러일으킨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2019년 10월 발행한 100억 원 규모의 쌍방울그룹 전환사채에서 비롯했다. 또 쌍방울그룹 계열사가 지난해 누군가에게 빌려준 단기대여금이 200억 원이 넘는다. 검찰은 이를 김 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횡령한 자금이라고 보고 8월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회장은 5월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6월부터는 태국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화 도피 생활’ 의혹으로 논란을 낳았다. 18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한국 음식을 즐기며 지인들을 만나고 있다. 쌍방울 임직원을 통해 김치와 횟감 등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태국까지 공수 받았다.
특수부 고위 검사 출신 변호사 A씨는 “자신의 측근이 하나 둘 씩 잡혀 들어가면 심리적 압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측근이라고 해도 수사를 받다가 비밀을 누설할지 모른다는 불신을 떨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도 이를 이용해 수사망을 좁혀나갈 것이고, 결국 김 전 회장은 귀국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키 맨’이 돌아오면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아는 의혹에 대한 김성태 전 회장 측의 해명을 듣고자 쌍방울그룹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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