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뉴스1]
9월 19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이용호 의원은 의원들에게 ‘소신 투표’를 주문했다. 투표에 참여한 103명 중 42명이 그의 호소에 화답했다.
61표 대 42표. 결과를 뒤바꾸는 이변까지는 아니었지만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만만치 않은 지지세를 확인한 것이다.
TK(대구경북) 출신 5선 주호영 의원과 호남에 지역구(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를 둔 재선 의원이 맞붙은 원내대표 경선은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에 비유될 정도로 정치적 기반과 체급에서 차이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7일 국민의힘에 뒤늦게 합류한 이 의원은 당내 뿌리가 깊지 않아 선전을 기대한 이가 많지 않았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직후 기자들을 만나 “오늘 원내대표 경선이 국민의힘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줬다.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 원내대표도 “이용호 의원이 선전했다고 생각한다”며 “당내 건강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 달라는 (의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3‧9 대선 승리를 위해 손수 영입한 케이스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경향신문 기자 출신의 이 의원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인 1998년 국무총리 비서실 공보지원담당관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총리 비서실 정책담당비서관, 공보담당비서관을 역임했다.
국회 입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04년 민주당 후보로 17대 총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고, 2010년에는 남원시장 후보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들이켰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이강래 후보에게 밀려 본선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2016년 20대 총선 때 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창당한 국민의당 공천을 받아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국민의당 원내대변인과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21대 총선에선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재선 성공 이후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12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함께 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 입당 신청을 철회하고 국민의힘에 전격 합류했다.
‘호남 유일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이란 희소성 덕에 그는 대선 때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선대위가 선대본으로 개편된 이후에는 정권교체동행위원회 대외협력본부장을 맡아 윤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정권인수위원회에서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로 활약했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고 한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면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 성공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걸려 있다’는 그의 진정 어린 호소에 국민의힘 의원 상당수가 반응한 것이다. 만만치 않은 당내 지지세를 확인한 그에게 윤 대통령이 언제 어떤 역할을 맡길지 주목된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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