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호

“통일이야말로 한국을 부강케 할 유일한 길”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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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2-09-2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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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한 국제 정세 속 한반도 통일 중요성

    • 홍익인간 정신 토대로 3·1운동 재현

    • 독립운동가 가문 정신 계승해 통일운동 전개

    • 여의도 파크원 성공 원동력은 ‘창조성과 끈기’

    • 인권은 창조주로부터 비롯… ‘코리안드림’에 비전 담겨

    •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세계평화’

     8월 16일 ‘신동아’와 인터뷰를 진행한 문현진 클로벌피스재단 의장. [GPF]

    8월 16일 ‘신동아’와 인터뷰를 진행한 문현진 클로벌피스재단 의장. [GPF]

    올해는 여는 때보다 국제 정세가 불안했다.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패권 확장을 시도하면서 국제사회의 반발을 샀고, 미국과 중국도 기술·산업 분야뿐 아니라 국방·안보에서도 첨예한 갈등을 빚으며 주변국들까지 긴장하게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맞이한 77번째 광복절은 그 의미가 더 특별했다. 8월 13일 글로벌피스재단이 주최한 ‘2022원코리아국제포럼’에서 국내외 외교, 통일, 북한 전문가와 시민사회 대표들이 모여 통일의 필요성을 되새기고, 구체적 해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회사로 포럼의 문을 연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GPF) 의장은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오늘날, 한반도 통일이야말로 국제관계의 화해 무드를 이끌어낼 역사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복절 이튿날 문 의장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만났다. 그는 만면에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반듯하게 인사를 건넸다. 인터뷰가 시작되고 낮게 깔린 어조로 일목요연하게 말하던 문 의장은 통일에 대해 한국인들이 갖고 있는 편견, 통일이 한반도에 가져다줄 새로운 미래 등을 말할 땐 억양이 높아졌다. 강단 있는 눈빛과 목소리에서 누구보다 한반도 통일을 바라는 비영리단체 리더의 기개가 느껴졌다.

    홍익인간 정신 토대로 모델 국가 건설해야

    매년 광복절이면 포럼을 비롯한 여러 행사를 여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원코리아국제포럼은 한국에서 다양한 분야 지도자들을 만나 코리안드림의 비전을 공유하고, 시민운동을 이끌어가기 위해 마련한 행사다. 또 광복절 당일에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통일 한마당 대축제를 열어 많은 시민이 동참하는 자리를 가졌다. 아시다시피 통일을 실천하는 사람들(이하 통일천사)은 통일운동 분야에서 한국 역사상 가장 큰 시민 연대 조직이다. 광복 80주년이 되는 2025년까지 앞으로 3년 동안 풀뿌리 운동을 계속해 1000만 한국 회원뿐 아니라 전 세계 동포들까지 동참해 3·1운동을 재현하고, 홍익인간 정신을 중심으로 모델 국가를 건설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결국 남한과 북한 정부 지도자들이 이러한 정신을 토대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통일천사 운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일은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상향적 풀뿌리 운동이 바탕이 돼야 한다. 한국인들은 남북한 지도자들이 대화하고 협상해서 통일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은 ‘과거에 했던 일을 똑같이 되풀이하면서 결과가 바뀌길 기대한다면 미친 것과 다름없다’는 명언을 남겼다. 6·25전쟁 이후 지금껏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계속 대화만 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얼마나 많은 이가 통일을 기대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고, 김여정이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을 때 얼마나 많은 환호가 있었나.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다른 방식의 통일 운동이 있어야 한다.



    역사를 보면 중요한 변화나 변혁은 모두 시민운동을 통해 이뤄졌다. 독일 통일만 보더라도 정부 지도자들이 협상을 통해 이룩한 것이 아니라 동독과 서독 국민들이 원해서 이뤄진 결과다. 한반도 통일이라는 변혁 역시 국민적 열망이 집결된 시민운동을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만 독일 통일은 뚜렷한 비전 없이 이뤄졌기에 아쉬움이 있다. 독일 통일은 옛 소련 붕괴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금 우리나라도 국제 정세 속 한반도 상황을 놓고 보면 다르지 않다. 중국이 공산당 독재 아래 국력을 강화하면서 주변 국가들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전 세계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하고 있다. 코리안드림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통일을 위한 풀뿌리 시민운동을 계속한다면 독일 통일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중국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북한도 이에 동조하면 한반도 통일은 더 어려운 것 아닌가.

    “세계는 서구 민주주의 및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중시하는 국가와 사회주의 독재국가 및 공산주의 통제 경제 모델로 양분돼 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는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독재국가는 그 정신을 훼손한다.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 북한과 소련의 관계, 김정은 통치하의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대단히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은 강대국이 아니었고, 공산주의를 확장할 여력도 없었다. 소련 입장에서 공산주의를 전파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국가주의를 인정해 주고, 민족자결주의를 부추기면서 공산화를 일으키는 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중국은 세계 2대 경제국가로서 패권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행보를 보면 굉장히 국수주의적이고 위험하며 폭력적이다. 전 세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무시하고 침공하는 것을 지원했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당시 중국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음에도 무책임하게 행동했다. 더욱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중국이 아주 공격적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미국 권력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할 때 중국은 그가 탄 비행기를 격추시키겠다고 했다. 이것은 전쟁 선포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외적으로 서구 경제 요소를 받아들여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마오쩌둥 혁명 이후 공산주의를 포기하지도 않았고, 일당 독재체제를 포기하지도 않았다.

    중국과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근본적 차이를 봐야 한다. 서구 민주주의 체제는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기 때문에 어떠한 인간이 세운 조직, 심지어 국가도 그 인권을 훼손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진다. 그러나 공산주의는 인권과 자유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김정은 치하의 북한은 어리석지 않다. 과거 소련이 위성국가로서 북한을 인정한 데 비해 중국은 전혀 다르다는 걸 북한도 알기에 트럼프 정부와도 관계를 맺으려 했다. 따라서 남한과 북한에서 공통된 비전을 갖고 시민운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간다면 통일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금융시장 자유화에 앞장서는 이유

    2014 GPLC 파라과이에서 카르테스 대통령 등 중남미 전현직 대통령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문현진 의장. [GPF]

    2014 GPLC 파라과이에서 카르테스 대통령 등 중남미 전현직 대통령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는 문현진 의장. [GPF]

    문 의장은 글로벌 평화운동가로서 활동하는 한편 기업가로서도 성공했다. 서울 여의도에 들어선 파크원 건설을 설계부터 건축까지 외부 자본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한국의 유수 대기업 재벌도 쉽사리 이룩하지 못한 일을 해낸 데는 금융과 국제경제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념도 한몫했다.

    환태평양 국제금융허브를 실현하기 위해 금융시장 자유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일견 통일운동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지 않다. 환태평양 국제금융허브 비전은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중심 국가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는 향후 코리안드림 비전으로 이룩한 통일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모델 국가가 되도록 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설립한 파크원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8월 12일 열린 파크원 개관식에서 ‘뉴욕과 런던이 대서양의 금융허브인 것처럼 서울도 아시아와 환태평양의 허브가 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어떻게 비전이 이뤄질지 궁금하지 않은가. 파크원은 명실 공히 서울의 랜드마크가 됐다. 이 거대한 빌딩이 한국의 재벌 체제가 아닌 파이낸셜 프로젝트로 이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인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할 때 한국 금융과 관료 사회가 갖는 수많은 오점과 구조적·제도적 문제를 직접 경험했다. 근본 문제는 지금의 정치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모두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가장 심각한 건 금융과 정치의 유착이다. 한국이 세계 10대 강국으로 부상했지만 경제 분야를 놓고 보면 완전한 자유시장경제 체제는 아니다. 한국 경제는 경쟁에 의해 승자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승자를 결정하는 시스템 아래에 있다. 이것을 변화시키고자 금융시장 자유화에 앞장서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의 유착 해소를 과제로 지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은행은 엄청나게 큰 자본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몇몇 정부 관료와 대기업에 국한된다. 따라서 한국에서 기업인이 창업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주 똑똑한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이 한국에서 창업하지 않고 미국으로 떠난다. 왜 그럴까. 미국이 자본을 확보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90%는 몇몇 되지 않는 재벌 그룹에 의해 생산된다. 그 재벌은 전체 노동시장의 10% 인력만 고용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국내 총생산의 10%가 노동력의 90%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소리다.

    건강한 경제구조라면 국내총생산의 많은 부분이 중소기업에서 나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은 아니다. 반면 미국에서 상당 부분의 부를 창출하는 것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비롯한 스타트업이다. 그러면 이 중소기업을 창출하고, 키우기 위해 한국 경제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겠나. 그 연료는 자본에 있다. 은행을 민영화해서 시장 원리에 따라 운영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자본에 접근할 수 있고, 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해 한국 경제를 더 건강하게 돌아가게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마셜플랜과 일본 재건의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를 한국에 대입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에 앞서 한국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있는 ‘통일 비용’에 대해 말하고 싶다. 최근 10여 년 동안 젊은 사람들에게 잘못 주입된 정보가 ‘통일 비용은 엄청나게 크고, 그리고 그 비용을 남한이 다 감당해야 된다’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때 전제가 틀리면 잘못된 결론이 나온다. 통일 비용을 남한이 감당할 것이란 전제는 완전히 틀린 전제다. 많은 사람이 독일 통일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데 사실 한국 통일과 독일 통일은 다르다. 우선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독일과 달리 매우 중요한 지점에 위치해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동북아시아와 환태평양 지역은 미국을 위협하는 두 나라, 중국과 러시아가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인도 등 미국의 우방국가가 이 지역에 있다. 또 미국에 도발하는 북한과 맞닿아 있기에 미국은 한반도를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젊은이들을 보내 그들의 목숨을 희생했고, 2조5000억 달러의 비용을 투입했다. 미국은 또 제2차 세계대전 때 적대 국가인 독일과 일본의 재건을 위해 마셜플랜을 세우고 엄청난 자본을 투입했다. 비용을 치렀지만 그만큼 경제적 측면에서 엄청난 이득도 얻었다. 이처럼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온 미국인데 지정학적으로 자국에 매우 중요한 한반도가 통일을 추진한다면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지 않겠는가. 일본도 마찬가지로 자국을 위협하는 북한이 남한과 통일한다면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지하지 않겠는가. 아마도 서구 주요 국가들이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통일이 한국 경제를 부흥시키리라고 보는가.

    “그렇다. 한반도 통일은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남한이 필요한 모든 것은 북한에 있고, 반대로 북한이 필요한 것은 남한에 있다. 북한이 정말 그런 비전을 갖고 결합을 한다면 엄청난 시너지가 나올 것이다. 이미 미국의 유수 투자 기업들도 한반도 통일을 놓고 분석을 끝냈다. 그들은 통일이 경제적으로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실제로 통일이 된다면 엄청난 투자를 할 것이다. 코리안드림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한다면 한국의 금융 및 경제 체제가 개선되고, 지금보다 더 많은 직장과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국내외 자본에 더 쉽게 접근해 스스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주인이 될 수 있다. 테슬라도 시작할 때는 아무것도 아닌 중소기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과거 블루칩 회사였던 포드나 GM 등에 비해 테슬라의 가치가 얼마나 큰가. 테슬라 같은 기업을 한국의 청년들이 한국에서 설립하고 키울 수 있다. 결국 통일은 대한민국 청년을 비롯한 많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엄청난 이익을 줄 것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문 의장은 선친이신 고 문선명 총재로부터 많은 것을 보고 배웠고, 지금도 그 뜻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는 1996년 종교의 시대 종언을 선포하고 세계 200개 국가에 선교지가 있을 정도로 교세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스스로 통일교의 간판을 내리고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을 창설하며 교회의 깃발을 땅에 묻었던 아버지를 회고한다.

    그에 따르면 문 총재는 전 세계가 이념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을 때에도 이념보다 종교의 갈등 해소가 더 문제가 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닌, 하나님을 중심한 가정을 실현해 사회에 확대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하나님을 모시는 일이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부여한 주권이 이 땅 위에 세워지고 세계평화가 실현되는 길이라고 봤다.

    지금 문 의장이 추진하는 모든 일은 아버지 문 총재의 유지를 받든 결과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 아버지와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자신의 몸속에 고유한 정신이 흐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선명 총재도 생전 통일운동에 적극적이었는데, 그 뜻을 계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통일의 열망은 우리 집안의 뼛속 깊이 새겨진 정신이다. 종조부께서는 3·1독립운동의 핵심 역할을 하셨고, 아버지께서도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독립운동에 참가했다가 감금돼 옥고를 치르셨다. 1945년에 광복이 됐지만 독립운동가들이 열망했던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의 정식 명칭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고, 한국도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이다. 북한이 지금은 민주공화국과는 거리가 멀지만 광복 당시 북한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들의 궁극적 소망은 서구 민주주의 공화국이었기 때문에 그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다. 북한 노동당은 독립운동가들의 그런 정신과 유산에 접붙임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이 독립운동의 정신을 이어왔다고 주장한다.

    한반도가 분단된 것은 우리 국민의 염원이 아니었을뿐더러 외부 강대국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공통된 정체성을 찾아야 통일에 이를 수 있는데, 그것이 홍익인간 정신이다. 우리나라가 역사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그 정신이 중심이 돼 국란을 극복하고 모델 국가를 세우려고 해왔다. 한국인들은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고,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인데 이는 상호 연관돼 있다. 홍익인간의 이상을 실현해 통일 한국을 이루는 비전이 제 DNA에 담겨 있다. 이는 우리 집안의 뼛속 깊이 담겨진 유산이고 정신이다.”

    제2의 3·1운동이라고 칭하는 시민연대 통일운동을 전개하던데, 이번에도 2만여 명이 운집했다. 매우 고무적 현상이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분들 대부분이 시민단체 지도자급 인사들이어서 지지하는 인원이 사실은 훨씬 더 많다. 그분들은 코리안드림의 주인이 되신 분들이다. 거기 모인 지도자들에게 내가 도전 과제를 던졌다. 여러분이 홍익인간의 정신에 물을 주고, 그것이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다면 내년에는 수십만 명이, 그 후년에는 수백만 명이, 그리고 2025년에는 수천만 명이 함께해 결국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멋있는 일인가. 이제 시작이고 출발일 뿐이다.”

    평화운동가뿐 아니라 기업가로도 성공한 삶을 살아왔다. 파크원이 여의도에서 이렇게 성공할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창조성과 끈기다. 그것을 이루는 데 50여 년이 걸렸다. 30여 년 전 선친께서 그곳에 건설하려 노력했지만 이루지 못하시고, 2006년에 제게 그것을 완수하라고 말씀하셨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하나님의 축복 속에 창조성을 발휘하고, 끈기 있게 밀고 나가 마침내 이뤘다. 이번 개관 기념식에서 연설했던 것처럼 파크원 설립은 모든 한국 사람의 승리다. 파크원은 정말 한국 사람들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든 극복해 내고 포기하지 않으면 높은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사람들이 그러한 정신을 가지고 나아간다면 전 세계에 본이 될 수 있고,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그런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파크원을 설계한 리처드 로저스 경은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진 자리에 세워진 프리덤 타워를 설계하고, 프랑스 파리 퐁피두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뉴욕의 제이콥 자비츠 센터를 설계했다. 이분은 설계할 때 항상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그 의의를 반영한 건축물을 만든다. 파크원을 설계하기 전에도 한국에서 몇 달 동안 문화와 전통, 사람들을 연구하고 그것을 반영해 한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물을 만들고자 했다. 실제로 파크원을 보면 다른 어떤 건물에도 있지 않은 신비한 무엇인가가 있다. 로저스 경이 한국의 그런 정신과 문화를 반영하기 위해 정성을 들였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설명을 듣지 않았어도 무엇인가를 느끼게 되는 그런 힘이 있다.”

    종교인으로서도 뜻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하나님의 주권이 인권과 연결돼 있다고 말씀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는 인권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를 밝혀주는 핵심적인 문건이 미국의 독립선언문이다. 이것이 나오기 전까지는 역사상 인권과 자유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인간의 인권과 자유를 국제적으로 알리고 지키려는 노력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독립선언문 두 번째 단락을 보면 ‘창조주는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자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이는 자명한 일이라고 믿는다’고 나온다. 당시만 해도 영국을 포함해 유럽의 많은 국가가 왕권은 하늘에서 주어졌다는 왕권신수설을 따랐다. 그런데 미국은 ‘인권은 오직 창조주로부터 온 것’이란 개념을 바탕으로 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독립선언문은 또한 ‘정부의 목적은 창조주가 부여한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규정했다. 여기에 한 단계 나아가 ‘만약 어떤 정부가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훼손하려 한다면 그 정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것이 모든 국민의 책무’라고까지 규정했다. 이 원칙을 서구 민주주의 국가 대부분이 받아들였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참된 인권과 자유를 누릴 수 없다. 북한도, 중국도 인권과 자유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국민들은 인권과 자유를 향유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것이 창조주로부터 왔다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코리안드림을 바탕으로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통일 한국을 세우려면 그것이 누구로부터 왔는지를 명확히 아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세계평화다. 모든 사람이 다 원하고 바라는 것 아닌가.”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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