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5년 만에 배터리 업계 유망주 등극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은 올해 4분기
8월 프리IPO 업무협약 체결, 기업가치 22조 원 평가
미국 공장 3곳 증설, 글로벌 톱3 노려
게임 체인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
[GettyImages]
SK온의 입장은 한결같다. 충분한 현금 창출력을 갖춰 제대로 된 몸값을 책정받을 시점에 IPO를 진행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로서 예상되는 IPO 시점은 2025년이다.
SK온은 업계 후발주자지만 2017년 본격 투자를 시작한 이후 적극적 투자와 지원으로 5년 만에 국내 2위, 세계 5위 배터리 회사로 성장했다. 포드·현대차·기아·폭스바겐·다임러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때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 LG화학과 삼성SDI가 양강으로 꼽혔지만, SK온까지 합류해 삼국지가 된 지 오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람과 함께 돈도 SK온으로 모이고 있다. SK온은 SK그룹 차원에서도 정유, 통신, 반도체에 이어 그룹을 먹여 살릴 핵심 회사다
4분기 흑자 전환 목표, 달성 가능성은?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SK온 모두 SK온의 IPO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공식석상에서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IPO를 진행할 것”이라고 대답해 왔다.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의미다.실제 IPO를 진행하는 회사 처지에서 가장 큰 관건은 밸류에이션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성장세만 놓고 보면 이견이 없으나 SK온이 아직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몸값 책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SK온이 내다보는 손익분기점(BEP) 달성 시점은 올해 4분기다.
SK온은 지난해 매출 3조398억 원을 달성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전년 1조6102억 원보다 무려 90%나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상업 가동을 시작한 중국 옌청 및 후이저우(惠州) 공장 등 해외 배터리 공장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업손실 폭이 워낙 컸다. 4분기에만 309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연간 영업손실은 6831억 원에 달한다. 초기 가동 공장의 고정비 부담과 연구개발비 등 판관비 증가 및 일회성 인건비 등으로 영업손실 폭이 증가했다는 게 SK온 설명이다.
SK온은 지난해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증설 계획을 내놓고 있다. SK온의 말대로라면 신규 공장이 가동될 때마다 초기 고정비 부담이 불가피하다. SK온은 이전부터 2022년쯤 손익분기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으나 당시보다 생산능력 목표가 늘어나고 그만큼 신규 공장도 많아지는 만큼 2022년 손익분기점 돌파가 가능할지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아직 분위기는 좋지 않다. 상반기 SK온의 실적을 보면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SK온은 여전히 올해 4분기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태도다. 증설에 따른 초기 고정비 부담이 발생하긴 하겠지만 기존 공장을 통해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해 안정화가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이뤄진 2분기 실적 발표 때도 SK온은 4분기 흑자 전환 목표를 다시 언급했다. 앞서 1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목표 달성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발 물러났는데 다시 자신감을 찾은 셈이다.
아쉬움 남는 프리 IPO
IPO 이전까지 필요한 자금은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8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스텔라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최대 2조 원 규모 프리 IPO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온 기업가치를 22조 원으로 평가하고 신규 발행되는 전환우선주(CPS)에 최대 2조 원 규모까지 국내 PE 컨소시엄이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SK온은 당초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을 이유로 외국계 투자자를 중심으로 4조 원 규모의 프리 IPO를 진행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어그러졌다. 금리 인상과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시장 여건이 워낙 좋지 않아 방향을 튼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가치가 당초 목표보다 낮아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초 외국계 투자자들과 논의할 당시 거론되던 SK온의 기업가치는 35조 원이었으나 시장 상황이 SK온에 불리하게 바뀌면서 눈높이를 낮췄다.
SK온이 예상한 상장 시기는 2025년 이후다. 이때까지 필요한 자금은 연간 4조 원에서 최대 5조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연초 계획보다 투자비 부담이 최대 20~30% 가까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SK온 입장에서 마냥 IPO를 미룰 수도 없다. 대규모 투자가 단기간 이뤄질수록 유리한 배터리 산업의 특성을 볼 때 SK온의 IPO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초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10조2000억 원을 확보했다. 이 가운데 8조8000억 원이 증설에 쓰인다. 거점별로 살펴보면 미국에 5조6000억 원, 유럽에 1조4000억 원, 중국에 1조2000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나머지는 국내 몫이다. SK온이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하면 다소 ‘실기’한 것 아니냐는 뼈아픈 지적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시장 의구심 잠재우는 높은 성장성
포드(Ford) 차량에 들어가는 SK온의 배터리 ‘F150 셀’.[sk이노베이션]
최근 SK온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2019년 약 6900억 원이던 매출이 3년 만인 올해 10배 이상으로 불어나 7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에 상반기(2조5479억)의 2배 가까운 매출을 거두겠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온 매출이 올해 7조 원을 돌파하고 2년 뒤인 2024년에 16조 원, 2025년 21조 원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 톱3을 바라보던 목표는 어느새 ‘톱’으로 바뀐 지 오래다.
현재 주력하는 시장은 미국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3곳을 짓기로 했다. 합작법인 생산 규모는 129GWh(기가와트시)로 전기차 190만 대 이상에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SK온이 조지아주에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단독 공장을 더하면 모두 15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창저우·후이저우·옌청 등에서 모두 77GWh, 헝가리에서는 코마롬·이반차에서 47.5GWh의 생산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튀르키예(터키)에서도 현지 회사와 손잡고 30~45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온의 생산능력은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예상 생산능력이 400GWh다.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생산능력이 각각 연산 155GWh, 40GWh로 세 배 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이가 좁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돈과 함께 사람도 몰린다
SK온은 최고경영진도 말 그대로 ‘드림팀’이다. 김준 부회장, 지동섭 사장 등 그룹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경영인뿐 아니라 오너 일가도 합류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과 지동섭 사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김준 부회장은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SK온을 향한 SK그룹의 기대와 관심을 알 수 있다.최재원 수석부회장과 김준 부회장 공히 SK그룹에서 손꼽히는 배터리 전문가다.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초기 단계부터 기획한 인물로 전해진다. 경영 복귀 전에도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하거나 완성차 회사 등 주요 기업들과 만날 때 직접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SK온 대표이사로 선임될 당시에도 최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주도한 점 △글로벌 사업 감각과 네트워크가 풍부한 점 등이 고려됐다.
김준 부회장은 2016년 말부터 SK이노베이션을 이끌며 배터리 사업의 기틀을 짰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전을 이끄는 등 전장에서 잔뼈도 굵다. 지동섭 사장도 빼놓을 수 없다. 그룹 내 손꼽히는 전략통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분사가 알려졌을 때부터 일찌감치 SK온 대표이사로 거명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경력직 채용을 대거 늘리며 적극적으로 인력을 끌어모은다. 연구개발(R&D)과 생산관리뿐만 아니라 전략이나 기획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올해 입사한 경력직 직원 출신도 다양하다. 다른 기업뿐 아니라 컨설팅 회사, 법무법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이 SK온에 모여들고 있다.
임원급 영입도 활발하다.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전체 임원의 17%가 외부 출신이다. SK이노베이션을 거쳐 SK온에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총괄하는 최경환 부사장도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이다. 최근 신규 영입된 임원 중에서는 삼성전자, 맥쿼리증권, 쿠팡에서 옮겨온 인물이 눈에 띈다.
이들이 SK온에 모인 이유로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뚜렷한 성장성과 함께 그룹 차원의 적극적 육성 의지가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나서서 전기차 배터리를 미래 사업으로 지목하고, 2026년까지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친환경 사업에 모두 67조4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지난 9월 1일에는 SK하이닉스에서 개발제조총괄을 지낸 진교원 사장도 SK온에 합류했다. 아직 출범 1년이 채 되지 않아 사장 이상 고위급 임원이 손에 꼽히는 상황에서 들인 중량급 인사다.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신설하고 진 사장에게 초대 COO를 맡기는 등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SK온은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향후 배터리 시장 판도를 흔들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배터리로 충격이나 훼손에 강한 데다 주행거리도 늘릴 수 있다.
배터리 3사가 모두 연구개발에 총력을 쏟는 상황에서 SK온은 아직까지는 연구개발 비용은 물론 인력 역시 가장 규모가 작다. 다만 공격적으로 비용과 인력을 늘리고 있어 격차 역시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 부회장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SK온 포함)의 연구개발 인력을 2023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에만 연구개발 비용으로 792억 원을 썼다. 매출 대비 비중은 7.45%로 매우 높은 편이다. SK온은 지난해 10월 1일 출범해 이전까지는 배터리 관련 투자 내역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4분기 비용을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1년 동안 쓰는 연구개발 비용은 3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매출 대비 비중 추정치는 10%를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