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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관리요? 소득 절반 강제로 저축하게끔 설계하는 게 시작입니다”

22년 차 자산관리사 서혁노의 가구 유형별 실전 지침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자산관리요? 소득 절반 강제로 저축하게끔 설계하는 게 시작입니다”

  • ● 신혼부부라면 실수령액 파악 후 항목별 예산안 작성해야
    ● 맞벌이해도 한 가정, 두 가계부라면 가정경제 빨간불
    ● 의료비 세액공제는 소득 낮은 배우자 앞으로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재무설계 상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재무설계 상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Gettyimage]

자산관리사 서혁노 씨는 재무설계 전문가다. 2000년부터 자산관리 상담을 해왔다. 한국경제교육원㈜을 설립해 5년째 이끌고 있다. 2017년 12월 네이버 오디오 클립 ‘서혁노의 돈돈돈’ 진행자로 발탁돼 고객의 재무 고민을 숙제 풀듯 해결하고 있다. 관공서, 기업체, 국가 및 시 지원센터, 재단 등의 세미나를 통해서도 대중에게 돈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서로는 ‘내 월급에 딱 맞는 족집게 재테크’(원앤원북스) 등이 있다. 고객을 실제로 만나 상담하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에 매주 연재한 칼럼 가운데 보편적 사례를 정리해 묶은 책이다. 많은 직장인이 고물가·고금리 공포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내 월급에, 내 나이에, 우리 가정에 딱 맞는 재무설계를 고민하는 요즘, 그에게 해법을 물었다.

재무설계는 다이어트와 같다

재무설계란 뭔가.

“기본적으로 자신의 현금 흐름을 분석하고, 목표에 따른 소비 지출 계획을 세우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재무설계가 막연히 어렵게만 느껴져 전문가에게 맡기는 이들이 적잖다. 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하나.

“꼭 그런 건 아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다. ‘서울시의 사회초년생 맞춤형 재무설계’ 같은 공적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다만 전문적 도움을 받아야 할 때는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다이어트로 살을 뺄 때 식단을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해야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듯 재무설계도 방향을 잃지 않고 한결같이 실천해 나가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고객들에게 ‘재무설계는 다이어트와 같다’고 말한다.”

자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도, ‘벼락거지’도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재무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나.

“시장은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 요소가 지금 당장 불쑥 튀어나올 수도 있다. 재무설계는 이를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서 원장은 재무설계의 핵심으로 ‘내 인생이 추구할 목표가 뭔지 파악하고, 그에 따른 재무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먼저 자산과 부채 규모를 확인하고 수입과 지출이 각각 얼마인지 알아야 한다. 내 투자 성향 등 기초자료를 수집한 뒤 이를 토대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계획을 짜고, 새어나가는 지출이 있는지 점검하고, 저축과 투자 상황을 단기·중기·장기로 배분해 재무설계를 실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동 재무 목표 설정은 필수

나이·월급·가구 유형에 따라 재무 특성이나 점검할 부분이 다를 것 같다. 구체적으로 조언할 게 있나.

“먼저 부부의 급여 실수령액을 파악한 후 항복별 예산안을 만들어볼 것을 권한다. 부부가 됐다면 가정의 재테크를 위해 공동의 재무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 자금을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같은 직장에 다니지 않는 한 급여일은 다를 것이다. 정확한 실수령액을 파악하고 상여금이나 수당 등으로 매달 수입이 일정하지 않다면 연간 총 수입을 12개월로 나눠 월평균 급여를 정한다. 이후 세부 항목별 지출을 정리한다. 부부가 어떤 항목에서 얼마를 쓰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정기 지출과 비(非)정기 지출로 나누고 거기에 따른 예산안 계획을 세운다. 예산안을 짤 때는 세부 항목을 하나하나 잡지 말고 주거비나 양육비, 식비, 용돈, 보험료, 교육비 정도로 간단하게 항목을 분류한다. 그 후 부부의 공동 정기 지출 통장과 비정기 지출 통장을 나누고, 월평균 소득의 3~6배 정도의 비상 자금을 만들면 된다.”

결혼 후 경제관념이 달라 갈등을 겪는 부부도 많다. 결혼한 후 가져야 할 경제 습관이 있나.

“일단은 가계부를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 가정 내에서 소비나 현금 흐름을 파악하기 가장 용이한 것이 가계부다. 다음으로 지금 당장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다.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저축하고 그 돈으로 투자해 돈을 불려야 한다. ‘선(先)지출 후(後)저축’이 아닌 ‘선저축 후지출’을 습관화해야 한다. 이 부분은 사회초년생이든 신혼부부든 모두에게 동일하다. 신용카드는 한 장만 사용할 것을 권한다. 공제나 여러 혜택을 비교해 본 후 부부에게 가장 필요한 카드 한 장을 제외한 나머지 카드는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 구입은 최대한 나중으로 미루는 것을 추천한다. 과도한 월세가 나갈 경우엔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월세보다 적은 금액의 이자를 내는 게 더 유리하다. 또한 부채를 지지 않는 게 가정의 재무 환경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지름길이다.”

요즘 수입의 일정 부분을 생활비로 내고 남은 돈을 따로 관리한다는 젊은 부부가 많다.

“맞벌이 부부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제는 한 가정에 두 개의 통장, 두 개의 가계부가 존재하다 보니 가정 안의 돈이 어디로 흐르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외벌이 부부보다 소득이 높은 데도 가정경제가 어려운 이유다. 그래서 맞벌이 부부에게 공동 재무 목표 세우기는 필수다.”

부양가족 공제는 급여액 높은 배우자에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은 “외벌이 부부의 경우 선저축 후지출을 습관화하고 명확한 자녀 교육 철학을 세우면 저축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호영 기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은 “외벌이 부부의 경우 선저축 후지출을 습관화하고 명확한 자녀 교육 철학을 세우면 저축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호영 기자]

부부가 각자 관리하던 통장과 가계부를 하나로 합치기 어려운 상황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장에 이름표를 붙여서 자금의 목적과 기간을 정리하고 그에 따라 자금을 분배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칫 서로에게 자녀 교육이나 주택 구입, 노후 설계 같은 목적 자금을 떠넘기는 일도 벌어지기 때문이다. 운용 기간이 1~3년 이내의 단기 목적자금이라면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우선 염두에 두고, 확정형 예·적금으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 운용 기간이 4년 이상이라면 국내와 해외로 나눠 시장을 넓게 보면서 투자 환경 변화에 대응해 준비하면 된다. 또 직장인 맞벌이 부부는 연말정산을 각각 진행하기 때문에 의료비나 교육비를 중복해서 공제하지 않는 등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면 연말정산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신용카드 소비 증가분에 대해 추가 소득공제가 이뤄지는데, 카드 사용액이 총급여액의 25%를 넘어야 한다. 여기에 카드 사용액이 지난해보다 5% 초과했다면, 증가분에 대해 10% 추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의료비, 취학 전 아동을 위해 지출한 학원비, 교복 구입비 등을 신용카드로 지출했다면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의료비 공제는 총 급여액의 3%를 넘는 금액에 한해 공제받을 수 있다. 급여액이 낮으면 공제 기준을 쉽게 넘길 수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은 소득이 낮은 배우자의 지출로 잡는 게 좋다. 소득세는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부양가족 공제는 부부 중 근로소득 금액이 높은 배우자가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 또한 고정 지출은 소득이 좀 더 높은 배우자의 소득 범위 안에서 소비해야 한다.”

자녀 교육 철학 세워야 교육비 고민 줄어

자녀 교육비는 외벌이든 맞벌이든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렇다. 자녀의 대학 자금 준비도 중요하지만 당장 자녀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사교육비는 더욱 올라가게 돼 있다. 철저하게 지출이 통제되지 않는 한 추가 소득 없이는 사교육비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고객에게 자녀 교육비와 관련해 명확한 자녀 교육 철학부터 세우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아이가 두각을 드러내는 분야가 뭔지, 선행학습을 계획한다면 진도를 얼마나 나갈 것인지, 사교육으로 학습 결손을 보충한다면 인터넷 강의를 활용할지, 학원에 등록할지, 아니면 과외를 받을 건지 등을 파악하고 현재 재무 상황과 예산 등을 감안해 결정하는 것이다. 이후 그 목표를 부부와 자녀가 공유하고 다 함께 최적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엄마가 앞장서 ‘과외를 받아야 한다’ ‘초등 6학년 때 중등 수학을 배워야 한다’고 외치기만 해서는 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소득 대비 저축은 얼마나 해야 할까.

“지출 계획을 정해 생활비, 주택비, 식비 등의 지출을 고정화하고 저축 여력을 만드는 일부터 해야 한다. 소득의 40~50%는 강제적으로 저축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현재 순자산, 경제활동 기간 등을 고려해 주택 마련, 노후, 창업 등 미래의 재무 계획을 고려해 분배해야 한다. 1~3년의 단기 목적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면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나 위험성이 낮은 상품인 예금, 채권, 원금보장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상품으로 목적자금을 마련하면 된다. 중·장기 목적자금을 설계할 때는 좀 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상품으로 구성해야 한다.”

1인 가구는 비상자금 반드시 챙겨야

1인 가구가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나.

“노후 준비와 비상금이다.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이외 개인연금을 따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연금을 많이 불입해 준비하면 좋지만 현재 자금 여력이 없다면 시간이 지나서도 수시로 추가 납입을 할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또 가입자가 살아 있는 동안 평생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종신형으로 연금 수령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1인 가구는 갑작스럽게 사고나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기에 약정된 공제를 제외하고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게 좋다. 암, 뇌혈관, 허혈성심장질환 등의 큰돈이 발생하는 질병의 진단비와 성인병, 질병, 상해수술 등의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보험료는 소득의 3~7% 선에 맞추고 일할 수 있는 기간을 고려해 납입 기간을 정하면 된다. 예기치 못한 경제활동 단절을 대비해 소득의 3~6배 이상의 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과 같은 단기 유동성 상품을 활용해 비상예비자금으로 모아야 한다.”

끝으로 그는 “잘 벌고, 잘 아끼고, 자신에게 맞는 좋은 상품에 가입해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것이 재무설계의 핵심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재무설계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뻔하다. 지출에서 줄일 수 있는 건 줄이고, 통장을 쪼개서 비상금을 만들고, 목표와 계획을 세워서 저축하고, 목돈 만들어서 부채를 갚는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는 건 어렵다. 재무설계의 핵심은 어떻게 방향성을 잡고 균형을 잡아 쭉 함께 갈지 고민하는 것이다. 마치 숨바꼭질 같은 인생의 여러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듯 말이다.”



신동아 2022년 10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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