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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살찌우는 ‘알잘딱깔센’ 삼치가 몰려왔다

[김민경 ‘맛 이야기’] 가을 식탁에 맨 먼저 도착하는 듬직한 생선 반찬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밥상 살찌우는 ‘알잘딱깔센’ 삼치가 몰려왔다

우리 집에는 다섯 생명이 살고 있다. 인간이 둘, 고양이가 셋이니 밥과 반찬을 만들어 먹는 입은 두 개밖에 없다. 그럼에도 찬거리를 사러 수퍼마켓에 들르면 머뭇거리고 기웃거리다가 뒷걸음질 치는 날이 많다. 며칠 전에 무 1개, 잎채소 1봉지, 달걀 15개 사고 나니 1만 원이 넘는 게 아닌가. 알뜰살뜰함이라는 것을 멀리 두고 사는 나 같은 사람도 움찔하게 만드는 물가다.

‘이럴 거면 나가서 사 먹는 게 낫겠다, 무 하나로 만드는 요리는 어떤 게 있을까’ 따위를 생각하며 가뿐한 장바구니를 들고 걷는 중에 살림꾼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동네 마트에 물 좋은 생선이 나왔길래 우리 부부 것까지 샀으니 저녁에 요리해 먹으란다. 삼치 한 마리를 가져다주며 “요즘에는 제철에 나는 싼 거나 물 좋은 재료 하나로만 반찬 만들어야 돼. 비싸 비싸 다 너무 비싸.”라며 푸념을 곁들였다. 2만 원 조금 넘게 주고 며칠을 맛있게 먹을 생선을 구해 온 친구의 장바구니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것 같다. 가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고공물가 속 우리집 밥상의 갈 길이 얼핏 보였다.

삼치는 등이 푸른 물고기이지만 흰 살 생선의 면모를 갖고 있어 굽고, 조리고, 끓이고, 튀기는 등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하기에 좋다. [Gettyimage]

삼치는 등이 푸른 물고기이지만 흰 살 생선의 면모를 갖고 있어 굽고, 조리고, 끓이고, 튀기는 등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하기에 좋다. [Gettyimage]

10월 즈음부터 살 오르는 등푸른 물고기

삼치는 10월 즈음부터 한창 살이 오르고 맛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고등어보다 훨씬 길고 넓으며, 살이 두껍고 수분이 많아 부드럽고 촉촉하다. 한 마리만 있어도 4인 가족이 실컷 먹을 양이 되고, 뼈 바르기도 어렵지 않아 요리하기도 먹기도 참 좋은 생선이다. 기름기가 고등어보다 적어 고소한 맛은 부족하지만만 그만큼 비린내도 덜하다. 등이 푸른 물고기이지만 흰 살 생선의 면모를 가지고 있어 굽고, 조리고, 끓이고, 튀겨서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제철의 느낌을 밥상에 차려낼 수 있기에 음식 하는 이의 마음이 뿌듯하다.

친구가 가져다준 삼치의 포장을 풀어보니 우리 부부라면 서너 끼를 해결하고도 남을 양이다. 대가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뼈를 중심으로 살을 떠서 각각 세 등분 되어 있었다. 가운데 토막은 하도 커서 한 번 더 토막 냈다. 깔끔해 보이지만 핏기가 있으면 비린내가 나므로 흐르는 물에 꼼꼼하게 씻는다. 뼈가 붙은 쪽에는 피 찌꺼기가 낄 수 있으니 손으로 문질러가며 헹군다. 잘 씻은 생선토막의 물기를 종이로 꼼꼼히 닦는다. 당장 구워 먹을 것은 앞뒤로 소금을 뿌려 간을 한다. 소금간은 너무 짧게 하면 맛이 안 들고, 너무 오래 하면 생선의 제맛이 오히려 빠진다. 15분 내외가 적당하다. 간이 배는 동안 한 토막씩 비닐로 감싸 공기가 닿지 않게 한 다음 냉장할 것, 냉동할 것을 나눠 보관한다.

밀가루 묻혀 구우면 비린내까지 잡아줘

삼치구이. [Gettyimage]

삼치구이. [Gettyimage]

생선은 종류에 상관없이 구울 때마다 다양한 실패의 맛을 내게 안겨줬다. 어떤 날은 껍질이 팬에 들러붙고, 어떨 때는 생선살에 물이 고여 싱겁고. 또 다른 날은 살집이 오그라들며 단단해진다. 덕분에 여러 해결법도 배웠다. 역시 밑간이 중요하다. 소금기가 적당히 들어야 물기가 빠지며 탄력이 살아나 구울 때 다루기 쉽다. 대부분의 생선은 껍질에 기름이 많으니 팬 바닥에 먼저 올리면 좋은데, 껍질 속 콜라겐이 수축하며 오그라들기 일쑤다. 이럴 때는 소금 간을 하기 전 껍질에 칼집을 낸다. 껍질이 쩍하고 들러붙는다면 팬이나 기름이 덜 달구어졌을 수 있다. 예열을 충분히 하고 생선 껍질에도 기름을 조금 바르자. 살집을 단단하게 익혀 먹기를 즐긴다면 살 쪽부터 먼저 팬에 굽는다. 수분이 빠지며 쫄깃함이 살아난다.



생선전용 그릴이나 에어프라이어,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생선을 맛있고 보기 좋게 굽고 싶다면 밀가루가 답이다. 밑간을 한 생선에 밀가루 또는 전분을 골고루 묻힌다. 묻힌 다음에는 꼼꼼하게 두드리며 털어낸다. 이 과정에서 축축한 생선이 가루 옷을 얇게 입게 된다. 이렇게 준비하여 구우면 형태가 온전하게 유지되고, 밑간도 빠져나가지 않으며, 행여 날 수 있는 비린내도 잡아준다. 게다가 조리 중에 기름이 덜 튀니 안전하고, 청소도 한결 쉽다.

삼치구이. [Gettyimage]

삼치구이. [Gettyimage]

간장에 졸이면 저장 기간 늘어나

맛좋게 구운 생선은 그대로도 훌륭한 반찬이 되지만 이걸 간장양념에 조려두면 다음날 저녁까지 먹을 수 있는 단기 저장 반찬이 된다. 간장에 설탕, 물엿 같은 달콤한 재료를 넣어 골고루 섞는다. 그다음 맛술이나 청주를 섞어 비린내에 대비한다. 마늘, 생강, 통후추, 양파, 대파, 마른고추 같은 향신재료를 넣고 물을 타서 한소끔 끓여 양념장을 만든다. 이때 다시마나 큼직하게 썬 무를 넣어 같이 끓이면 더 맛있다. 이 양념을 구운 생선에 붓고 골고루 끼얹어가며 뭉근하게 조린다. 양념에 넣은 건더기 중 통후추나 생강 같은 것은 건져내고 나머지는 함께 끓여 생선조림을 완성한다. 고춧가루 풀어 만드는 칼칼한 조림도 좋지만 간장으로 달고 짜게 생선을 조려두는 게 반찬으로 먹기엔 더 만만하다.

얼려 둔 생선은 천천히 해동하여 감자나 무를 큼직하게 썰어 넣고 국물을 적게 잡아 찌개를 끓이면 된다. 아니면 살을 발라 생선가스나 탕수육처럼 튀김을 해도 맛있다. 만약 냉동 생선으로 구이를 한다면 해동하지 말고 바로 기름에 지진다. 그래야 수분이 빠지지 않아 맛있다.



신동아 2022년 10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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