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순진리회 관계사 발해농원㈜ 대표 황교익
검찰 “김만배, 유동규에 대순진리회 선감 소개해 줘”
“정진상, 성남시장 선거 때 9000표 얻었다”
대순진리회 “분파별 세부 사항 알지 못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2021년 6월 17일 경남 창원시에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운영하는 ‘황교익TV’ 유튜브에 출연했다. [유튜브 캡처]
이 대표 측과 대순진리회의 관계는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 측근들의 공소장과 압수수색영장에 자세히 적혀 있다. 김 전 부원장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014년 5월 대순진리회 선감들을 만난다. 선감은 최소 3000명의 신도를 거느린 대순진리회의 간부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에게 대순진리회 선감을 소개한 사람은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로 알려진 김만배 씨. 당시 김 씨는 “성남 지역에 약 3만 명의 대순진리회 신도가 있다”며 “대순진리회가 조직력이 좋아 이를 통해 선거운동을 하면 좋을 것”이라며 유 전 본부장에게 선감들을 소개했다. 유 씨는 이 만남을 정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공소장에는 2014년 6월 4일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이후 정 전 실장에게 “종교 단체를 통한 선거운동이 효과가 있었느냐”고 물었다는 대목이 있다. 이때 정 전 실장은 “더 많은 득표를 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적혀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조사에서 “정 전 실장이 (대순진리회 덕분에) 9000여 표를 더 얻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대순진리회는 지난해 11월 21일 남욱 변호사의 첫 재판 진술에도 등장한다. 남 변호사는 당시 “2014년 지방선거 전 이재명의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투표를 해준다는 조건으로 김만배 씨로부터 전달받은 자금 1억8000만 원 중 일부를 대순진리회에 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황교익 “내 본업은 발해농원㈜ 대표이사”
황 씨는 2006년 이전부터 대순진리회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2006년 6월 황 씨가 ‘주간동아’에 쓴 칼럼 ‘콩 미세분말로 만든 전두부 아시나요’에서 그는 “맛 칼럼니스트 일은 취미”라며 “내 본업은 발해농원㈜ 대표이사”라고 밝혔다. 이 칼럼에 따르면 발해농원은 러시아 연해주에 4억2000만 평의 농지를 소유한 영농법인의 생산물을 가공해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다. 황 씨가 칼럼에서 언급한 영농법인은 대순진리회가 2002년 러시아 연해주에 설립한 아그로상생이다.황 씨가 대표로 일한 발해농원 역시 대순진리회와 관련이 깊은 회사다. 발해농원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회사는 2005년 9월 설립됐다. 본점 주소는 ‘서울 광진구 중곡동 58-25’로 기재됐다. 현재 이 주소에는 대순진리회 중곡동 본원 건물이 위치해 있다. 당시 농원 사업을 잘 아는 관계자는 “황 씨가 대순진리회를 믿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순진리회 관계사에서 급여를 받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순진리회 측은 “황교익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있는 바가 없다”며 “대순진리회 본부는 아그로상생 등 관련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대순진리회 측 설명에 따르면 이 단체는 1996년 박한경 도전 사망 후 분열했다. 이후 강원 횡성군·경기 여주시·서울 중곡동·경기 포천시 본부도장 등 4개의 분파로 나눠졌다. 2013년 11월 공동대표 3명(윤은도 선감, 민운기 선감, 김환택 교감)을 선출하며 분열은 끝난 듯했다.
대순진리회 관계자는 “2013년 분열이 끝났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내부의 상황은 다르다”며 “같은 종파에서도 세부 분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각 분파가 독립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이 어떤 일을 벌이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그로상생은 이 가운데 중곡동 도장 분파의 사업으로 알려졌다. 대순진리회 측 관계자는 “각 분파 세부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아그로상생의 경영 및 황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李 “황교익 내가 골랐다”
2021년 8월 13일 경기도지사이던 이 대표는 황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황 씨가 2020년부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대표 지지 발언을 이어온 터라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당시 경기도 측은 “내정이 아니라 (황 씨를) 후보군에 올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2021년 8월 17일 채널A 주관으로 열린 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 TV토론회에서 이 대표가 “(황 씨를) 제가 골랐다”고 인정했다.
이날 토론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대표에게 “황교익 씨 내정을 두고 ‘보은 인사’ ‘지사 찬스’라는 비아냥거림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철회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는 “황교익 씨로부터 은혜를 받은 부분이 없으므로 보은 인사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토론회 사흘 뒤인 같은 해 8월 20일 황 씨는 “경기관광공사 임직원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며 경기관광공사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관광공사 전임 사장이 이 전 대표의 측근이던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었다”며 “단순히 지지 발언만 했다고 맡기기에는 큰 자리”라고 말했다. 지지 발언 외에도 황 씨와 이 대표 간 인연이 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신동아’는 황 씨에게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와 SNS 메시지를 통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대순진리회 “선거 개입? 확인할 방법 없다”
검찰 공소장에 등장하는 선감들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순진리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에는 분당대진고, 분당제생병원 등 대순진리회가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이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 등장한 선감들이 병원, 학교와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대순진리회 측은 “병원, 학교를 한 분파가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검찰 공소장 내용이 사실이라면) 일부 분파에서 (성남시장 선거에) 개입했을 수 있으나 대순진리회 본부는 이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서울 중곡동 분파 인사가 경기 성남시에서 활동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황 씨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곡동 분파가 이 대표 측과 관계를 맺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와 황 씨의 관계를 차지하더라도 대순진리회 일부 종파는 민주당과 관계를 맺어왔다. 대통령선거를 두 달여 앞둔 2022년 1월 4일 민주당은 국회에서 ‘대전환 선거대책위원회 4050위원회 종교본부 발대식’을 열어 전통 종교 단체 대표들에게 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을 발급했다. 대순진리회 대표로 알려진 김찬성 선감도 이날 임명장을 받았다. 대순진리회 측은 “김찬성은 소수 일파를 거느리고 독립한 사람”이라며 “지금은 대순진리회 4개 분파와도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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