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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禹,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리’ 안 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이 관찰한 ‘우병우와 문고리 3인방’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禹, 알 수 없는 이유로 ‘정리’ 안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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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안보 위기에 우 수석 문제가 방해돼서야…”
  • ● “정리할 건 정리하고 야당 협조 구해야”
  • ● “3인방, 왕성하게 활동 중”
박근혜 대통령은 9월 12일 여야 대표들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거취와 관련해 “우 수석은 현재 (검찰) 특별수사팀이 구성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자”고만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 수석은 본인이 억울하더라도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한다” “측근이 아니라 국민을 끌어안으셔야 한다”고 강하게 건의했지만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우 수석 관련 의혹이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인사권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건…”

이 모습과 겹쳐지는 장면이 있다. 정윤회 문건 파문이 정가를 덮은 지난해 1월 박 대통령은 의혹의 당사자이자 ‘문고리 권력 3인방’인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을 감쌌다. 박 대통령은 “3명의 비서관은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묵묵히 고생하면서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했고 이번에 대대적으로 확인했지만 비리가 없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그런 비서관을 내친다면 누가 내 옆에서 일을 하겠느냐”고도 했다.

지금은 박 대통령에게 우 수석이 3인방과 거의 동급의 위치에 있는 참모로 비친다. 한때 이들 3인방을 ‘청와대 얼라들’이라 지칭하며 각을 세운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우 수석과 3인방을 어떻게 관찰하고 있을까. 유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왜 우 수석을 정리하지 않는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다른 사람이 고소한 것도 아니고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수사 의뢰를 한 것 아닌가. 특별감찰관은 우리가 합의해서 만든 제도다. 민정수석이 타이틀을 유지한 채 수사를  받는 게 말이 되나. 본인이 당연히 사퇴해야 하고, 사퇴를 안 하면 대통령이 정리하는 게 맞다.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국가안보가 비상 상황이다. 이런 때일수록 여야가 초당적으로 안보 위기에 대처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병우 수석 건 같은 문제가 방해돼선 안 된다.”

▼ 박 대통령이 왜 우 수석을 감싼다고 보나.

“(‘허허’ 웃으며) 도대체 왜 정리가 안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추측을 할 수 없는 노릇인데 진짜 이해가 안 된다.”

▼ 우 수석에게 너무 많은 힘이 쏠려 있어서 대체재가 마땅찮기 때문이라는 둥 여러 말이 있는데.

“정말 모르겠다. 추측으로 어떻게 얘기하겠나.”

▼ 우 수석이 지난해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힘이 떨어진 문고리 3인방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비서관 3명은 계속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던데 왜? 그 사람들이 현직에 있으니 활동을 안 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 청와대 비서관이 뭐 언론에 시끄럽게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건 아니잖나. 우 수석이 비서관 3명 대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그렇고….

어쨌든 늦었지만 이 문제를 정리하고 가는 게 대통령도 남은 임기 중에 야당의 협조를 구할 건 구하는 데 필요하다. 특히 안보 문제가 위중하다. 우리 내부에서 결속하지 않고 자꾸 딴 소리를 하는 건 안 될 일이다. 사드 문제도 결론을 내야 하고, 물론 별개의 사안이긴 하지만 특별감찰관이 수사 의뢰를 했으면 정리할 건 정리하고 야당 협조를 구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 국민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거다.”


“禹, 위탁받아 종합관리”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해 내부 사정을 잘 아는 A씨는 현실적으로 처신이 어려운 3인방의 권력을 우병우 수석이 위탁받아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3인방과 우 수석 사이에 권력 균점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A씨의 말이다.

“정윤회 리스트 파문으로 그 난리가 났는데도 3인방의 위세가 과거와 똑같네, 이런 얘기가 나오면 곤란해진다. 3인방이 전면에 나설 수 없으니까 누군가는 그걸 대신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 역할을 했는데 김 실장이 청와대에서 물러나면서 새로 판을 짰고, 그 결과 우 수석이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청와대에서 우 수석의 파워는 어느 정도일까. 3인방의 그것 이상일까. A씨는 “외부적으로 비치기엔 우병우 수석이 3인방의 빈 자리를 메우면서 오히려 그의 권력이 3인방을 넘어선 것 같은데, 내부적으로 자기들끼리 어떤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 수석과 3인방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3인방이 전면에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우 수석이 그들 몫까지 떠안아 대외적 파워를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우 수석의 고유 업무인 민정 업무가 3인방과의 공생관계를 바탕으로 폭넓게 추진되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있다. 청와대 주변에선 이들이 연배가 비슷해 서로 말이 잘 통하며 자주 의견을 나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런 말들이 맞다면 박 대통령이 우 수석을 내치기가 쉽지 않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 퇴진 후 새 이너서클이 구축된 상태에서 그 한 축을 끊어내면 제대로 된 국정 보좌를 받기 어려운 까닭이다. 

前 청와대 비서관 A씨 ▼ “정윤회 수사 때 김진태 검찰총장도 배제됐다” ▼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급 참모로 근무한 A씨는 당시 업무 특성상 비서실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2014~2015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정윤회 문건과 관련된 비화(秘話)를 전했다. A씨는 실명 공개를 꺼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윤회 문건 파문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김영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8월 21일 작고)뿐만 아니라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도 배제됐다는 증언이다. 지금까지는 김기춘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핫라인을 구축해 김영한 민정수석을 배제했고, 이 때문에 김 수석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하라는 김 실장의 지시를 어기고 항명 파문을 일으키면서 전격 사퇴(‘신동아’ 9월호 보도)한 걸로 알려져 있다. A씨는 검찰 라인에서도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이 배제되고 검찰의 다른 간부가 우병우 민정비서관과 호흡을 맞췄다고 주장했다.

“잘 몰고 간 거지”

공교롭게도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김영한 민정수석이 항명 파동을 일으키며 물러난 뒤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민정비서관이 민정수석으로 수직 승진한 건 처음이다. A씨가 당시 우병우 비서관과 호흡을 맞췄다고 주장한 검찰 간부도 고위직에 올랐다. 

▼ 당시 김기춘-우병우 라인이 정윤회 문건 파문 수습을 주도했다는데.

“그때 청와대에선 김영한 민정수석이, 검찰에선 김진태 검찰총장이 소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우병우 민정비서관과 검찰의 다른 간부가 핫라인을 개설해 일을 처리하다시피 했다고 알려진다. 우병우-검찰 고위간부 라인이 하는 일을 우병우 비서관이 바로 김기춘 실장에게 보고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갔다고 들었다. 청와대가 검찰을 잘 몰고 간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척졌다간 죽겠구나’

▼ 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수석을 감싸는 건 그때 사건을 잘 처리한 공로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그런 부분보다 레임덕 방지를 위해서 아니겠나. 우병우 수석이 사정기관의 각종 라인을 꽉 잡고 있기 때문에, 실무책임자들도 자기 사람들로 채워놓았기 때문에 우 수석이 바뀌면 그런 라인들이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는 거지. 거꾸로 얘기하면 한번 놓으면 둑이 터지니까 놓을 수 없는 거 아니겠나.”

▼ 일부에선 우 수석이 정윤회 문건 파문을 조사하면서 깊숙한 부분을 많이 알고 있어 내치지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정윤회 문건과 관련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그 이후에 (우 수석이 여러 분야를 관장했기 때문에) 그런 점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 청와대 안에서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인물이 없나.


“이번에 청와대 전체가 흔들리는 걸 보고 대통령에게 읍소를 좀 해볼까 하는 참모들이 더러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끝까지 우 수석을 지키는 걸 보고 ‘아이고, 괜히 척을 졌다가는 죽겠구나’ 하는 생각에 다들 입을 닫았다고 하더라. 과거의 예를 보면 집권 4년차엔 (청와대 참모들의) 비위와 관련한 첩보가 막 쏟아진다.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생각보다 너무 세게 틀어막으니까, 조선일보 사례를 봐도 그렇고. 그래서 겁이 나서 다들 입을 다문다는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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