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풍수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봤을 때 새만금은 ‘국운 융성’을 위한 기폭제가 확실하다. 지금까지 느린 팔자걸음이었다면 이젠 잰걸음을 해야 하는 이유다. 왜 그럴까. 풍수 원론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자.
풍수(風水)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이다.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는 뜻이다. 산들이 사방을 에워싸면 바람이 갈무리(藏風)되고, 강이나 바닷가에 터전이 있으면 물을 얻는 것(弦)이 된다. 도시 입지도 마찬가지다. 도시가 산간분지에 있으면 ‘장풍’이 되고 물가에 있으면 ‘득수’가 된다.
그런데 풍수 고전 ‘금낭경’은 “풍수의 법은 물을 얻음이 으뜸이고, 바람을 갈무리함이 그다음이다”라고 정의한다. 산보다 물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러한 관념은 “냇가에 사는 것이 강가에 사는 것만 못하고, 강가에 사는 것이 바닷가에 사는 것만 못하다”는 속담과도 상통한다. 산에 사는 것보다 물가에 사는 것이 더 좋다는 뜻이다. 정말 그럴까.
水主財, 국제해양도시 최고 입지
실제로 산(山)을 고집하는 자는 망(亡)했고, 물을 가까이 하는 자는 흥(興)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조선의 수도 한양(서울)과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선 에도(도쿄)를 예로 들어보자.조선의 전통 풍수에서는 사신(四神, 청룡·백호·주작·현무)을 상징하는 사산(四山)이 구비되는 것을 이상적으로 여겼다. 한양(서울)의 경우 북악산(현무)·인왕산(백호)·낙산(청룡)·남산(주작)이 감싸는 좋은 땅으로 보았다. 이렇게 되면 바람이 잘 갈무리(장풍)되고 적의 침입으로부터 방어는 유리하지만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 풍수는 전통적으로 사신(四神)을 언덕(현무), 호수(주작), 흐르는 물(청룡), 큰길(백호)로 보았다. 일본의 도읍지는 산보다는 물을 중시함을 알 수 있다. 즉 산을 중시하느냐(主山) 혹은 물을 중시하느냐(主水)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에 큰 차이가 있었다.
산은 정적(靜的)이며 분지를 형성한다. 분지는 교통과 물류의 이동이 어렵고 폐쇄적이다. 문물의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보수적이다. 반면 물은 동적(動的)이며 강이나 바다로 대표된다. 교통과 물류 이동이 쉽고 개방적이며 진보적이다.
고려의 경우 물을 중시한 해양 세력(왕건)이 정권을 잡았다. 반면 조선은 산을 중시하고 바다를 멀리했다. 섬에는 사람을 살지 못하게 비워버리는 이른바 해금공도(海禁空島) 정책을 폈을 정도이다. 그 결과 조선은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가 됐다.
산이 아닌 바다를 활용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이 육당 최남선이다. 육당은 자신이 발간하는 잡지 ‘소년’(1908)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 조선인들이) 우리나라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인 것을 아주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중략)…큰 바다를 지휘하는 사람은 무역을 지휘하고, 세계 무역을 지휘하는 사람은 세계 재화를 지휘하기에, 세계 재화를 지휘함은 곧 세계총체를 지휘한다.”
자본주의 발달 이후 유럽은 경쟁적으로 세계 제일 강국(패권국)이 됐고,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이 한때 패권을 차지했다.
그러나 패권을 꿈꾸던 프랑스만은 끝내 제국을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가 해양국가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나라의 수도가 분지에 있는지, 해안에 있는지는 그 나라의 흥망성쇠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고 했다. 이처럼 풍수는 산과 물 두 가지 요소가 핵심인데, 그 가운데 물을 택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를 여는 땅’ 새만금은 바다와 강(동진강 만경강)을 택했다. 풍수상 좋은 입지다.
새만금은 동진강·만경강·금강을 명당수로, 그리고 서해를 객수(客水)로 하며, 멀리 전주 인근의 모악산 지맥이 끝나는 지점에 자리한다. 풍수에서 ‘산은 인물을 주관하고(산주인·山主人)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수주재·水主財)’는 말이 있다. 새만금 입지가 취한 것은 ‘큰 물’임을 알 수 있다. 재물이 풍성해질 땅이다. 주산 모악산은 ‘엄뫼(어머니 산)’라고 한다. 어머니가 낳을 자식(새만금)은 부자가 될 아이다. 산과 물로 본 새만금 풍수의 특징이다.
따라서 새만금은 몇 차례 개발계획이 바뀌었지만 그 입지상 국제해양도시로 나아가야 한다. 다행히 최종 확정된 새만금 개발계획(MP)은 국제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윤명철 동국대 교수가 주장하는 ‘동아지중해(EastAsian-mediterranean-sea, 서해와 동해처럼 나라와 나라가 만나는 지중해)’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해양도시로 뻗어나가려면 새만금 땅을 잘 써야 한다. 이와 관련해 새만금에는 산업단지, 농생명용지, 관광레저용지 등 적절하게 땅을 활용할 계획이다.
明堂發福, 복은 사람이 짓는 것
여기에 몇 가지 제안을 한다면, 전북도청을 새만금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함께 낙후된 전북이 비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도청 소재지가 산간분지인 전주에 있는 것보다 큰 강이나 바닷가로 나아가야 한다.환경부와 새만금개발청 등 정부 부처는 수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풍수 고전 ‘박산편(博山篇)’은 물의 맛과 색을 4등급으로 분류하는데, “푸른색(碧色)에 단맛이 나며 향기로운 물이 최상의 물이며, 흰색(白色)과 시원한 맛에 온기가 느껴지는 것이 두 번째, 묽은 색(淡色)에 맵고 강한 맛이 나는 것이 세 번째, 시고 떫고 밥이 상하는 냄새가 나는 것은 최악으로 논할 바가 아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새만금 유역의 하천 72개 지점의 수질조사 결과 ‘매우 나쁨’이 23곳, ‘나쁨’이 2곳, ‘약간 나쁨’이 11곳이었다(2013년 전북 보건환경연구원). 풍수의 핵심은 물을 얻는 것이 으뜸이지만, 물 가운데에서도 “푸른색에 단맛이 나며 향기로운 물”이 되어야 한다. 풍수학적 관점으로 봤을 땐 새만금 입지에 더해 물을 잘 관리하면 ‘동아지중해’ 국제도시는 절로 탄생한다. 끝으로 새만금을 외국인이 쉽게 부를 수 있는 아름답고 명쾌한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개명을 통해 풍수에서 말하는 기운을 바꾸는 것도 좋다.
목적은 ‘명당발복(明堂發福)’이다. 명당을 써서 그 결과로 복을 받는 것이다. 새만금은 국제도시로서 더 이상 바랄 바 없는 좋은 위치이다. 그것을 명당으로 만드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