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긴급특집 | 김정은, 공포를 쏘아 올리다

“나와 무관한 일” “한국이 뒤통수쳤다” “중국 견제용”

‘한국 사드 배치’ 향한 3갈래 중국 민심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hanmail.net

    입력2016-09-21 11: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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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언론만 요란…국민은 대부분 무관심
    • “한국 쇼핑·여행객 오히려 늘어”
    • ‘안티 한국’ 네티즌, 한국 비판 앞장
    • 사드 여론 관리해 ‘혐한(嫌韓) 쓰나미’ 막아야
    불과 얼마 전까지 중국 당국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대외 관심사는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원론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정도지, 크게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중국이 거국적으로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해상 및 육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실현에 필요한 주변국의 이해를 얻기 위해 적극적인 외교가 국가적 현안이었으다.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및 일본 등과 벌이는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도 중요했다. 아직 현실로 다가오지 않은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마치 이 문제를 그전부터 현안으로 다루고 있었다는 듯 예민하게 반응했다. 사드가 자국을 겨냥하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남·동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최대 대외 현안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고 할 만하다.

    베이징 공안국의 고위 간부 W씨는 ‘한국통’으로 한국 커뮤니티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교민 사회의 유력 인사들과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수년 전 고위직으로 승진하면서부터는 현장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현장보다는 책상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을 테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정보 수집 풀가동한 관리들

    그런데 그가 최근 다시 베이징 한인 사회에 나 보란 듯 모습을 나타냈다. 이유는 곧 밝혀졌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교민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사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수년 전처럼,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한국인들을 열심히 만날 것”이라는 말까지 털어놓더라고 한다.

    외교부에서 한국 업무를 오래 다룬 C씨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해만 해도 웬만한 한국 기자나 관리들이 그를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아예 작심을 한 듯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듣는 처지였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다. 사드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재중(在中) 언론인, 관리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사드 배치는 절대 불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관영 언론은 더하다. 언제 사드와 관련한 연구를 그리 많이 했는지, 비판적인 기사를 매일같이 마구 쏟아낸다. 특히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人民日報)’ 자매지 ‘환추시보(環球時報)’는 한국과 군사적 무력충돌을 불사해야 한다는 요지의 논조를 앞세우며 흥분한다.



    ‘대목’ 만난 학자들

    9월 4~5일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린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기 무섭게 신화(新華)통신을 비롯한 관영 언론들이 “양 정상의 회담은 사드 문제 때문에 아무것도 합의한 것 없이 끝났다”고 폄하한 것은 이런 보도 태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사드 외의 현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한 한국 언론의 보도와는 전혀 딴판이다.

    각 대학과 연구소의 교수, 연구원들은 완전히 ‘대목’을 만났다. 조금만 유명세가 있으면 이 신문, 저 방송에 끊임없이 이름을 내민다. ‘중복 출연을 하지 않으면 유명 학자가 아니다’는 말까지 나도는 게 현실이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의 스인훙(時殷弘) 교수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사드가 중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결코 믿을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유행어가 됐다. 그는 9월 초 열린 제5회 서울안보대화에도 중국의 민간 옵서버로 참석했다. 그는 자국 언론을 통해 “한국이 정말 사드를 배치하면 중국은 보복할 수밖에 없다. 불행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보복 중에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푸는 것도 포함된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한국에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일삼았다.

    중국 일반 시민들의 인식은 당국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이런 반응과는 차이가 크다. 우선 “도대체 사드가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사드가 뭔지도 모르는 중국인도 적지 않고, 설사 안다 해도 나와는 상관없다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인 경우가 많다. 거의 매달 주말을 이용해 한국에 쇼핑을 하러 간다는 베이징 시민 청메이 씨의 말을 들어보자.

    “사드가 뭔지는 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 한국 정부에 화가 많이 나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하지만 당장 그것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북한 핵 문제처럼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내가 굳이 그 문제 때문에 행동에 제약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한다. 주위에서 내가 그러는 것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물론 상황이 더 악화되면 내 행동도 조금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다음 주에도 한국에 쇼핑하러 간다.”

    청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중국인들은 한류(韓流) 팬을 의미하는 이른바 ‘하한주(哈韓族)’들 사이에서는 주류에 속한다. 10대 중반 무렵부터 한류에 푹 빠졌다는 20대 중반의 베이징 IT업계 직원 수이란 씨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사드가 뭔지 알고 싶지도 않다.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도 귀를 막겠다. 내 관심은 오로지 한국에 여행 가서 쇼핑하는 것이다. 베이징에 있을 때는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 투도우(土豆)나 아이치이(愛奇藝) 등의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보는 게 일상이었다. 그런 내게 사드인지 뭔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 인생은 사드와 무관하다.”

    수이란 씨보다 더한 사람도 없지 않다. 허베이(河北)성 랑팡(廊坊)시에 사는 허쥔 씨는 최근 서울 명동의 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 매장을 찾았다. 그는 이 브랜드의 모델인 빅뱅 멤버 지드래곤 이름이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 등을 사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작심하고 달려갔다고 한다.

    “올해 목표가 명동의 그 매장에 가서 지드래곤의 체취가 느껴지는 모자 등을 사는 것이었다. 당시 엄청나게 인파가 몰려 못 살까 봐 불안했는데 다행히 살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사드, 사드 하는데 솔직히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드 문제로 내가 한국에 못 가는 일이 생기면 관심을 갖겠지만. 그럼 ‘왜 못 가게 하느냐’고 따지겠다. 왜 개인의 사생활이 사드로 침해를 받아야 하는가.”


    무관심한 시민들

    이런 분위기는 중국 곳곳을 다녀 봐도 감지할 수 있다. 한국 관광상품을 선전하는 광고가 길거리에 넘쳐나고, 한국 전문 상품을 파는 매장 역시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마스크팩의 히트로 인기가 절정에 달한 화장품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한국산 화장품 로드숍 기업 ‘카라카라’를 운영하는 이춘우 사장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대(對)한국 경제 보복이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산 화장품의 인기는 그야말로 욱일승천(旭日昇天)이라는 말이 딱 맞다. 연예 부문을 비롯한 일부 산업은 사드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우리 업계는 정 반대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더 늘었다.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으면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 같다.”

    중국과 한국 양쪽에서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아쓰다얼(阿斯達爾) 여행사 쉬밍 사장도 비슷한 생각이다.

    “사드가 양국 현안이 된 이후 중국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별다른 압력이 없다. 중국의 보복이 공식적으로 확정된다면 모르겠으나 현재 분위기로 보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우리 회사의 경우 한국 방문객이 예년에 비해 20% 이상 늘었다. 다른 여행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 만약 중국 정부가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저 한국에 ‘압박 정도’만 가한다면 이런 흐름엔 변화가 없을 듯하다. 당분간은 중국인들의 발길이 한국으로 이어질 것이다.”



    거품 문 ‘애국시민’들

    하지만 정부 당국이나 오피니언 리더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아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일반인도 없지 않다. 우선 한류에 대해 원래부터 반감을 갖고 있던 그룹을 들 수 있다. 안 그래도 걸고 넘어갈 만한 이슈가 없는지 늘 혈안이 돼 있는 이들은 사드 배치를 기화로 한국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다. 자신의 애인이 한류에 깊이 빠진 탓에 자연스럽게 ‘안티 한국’이 됐다는 베이징대 학생 정하이 씨는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은 수출액의 30% 안팎을 중국에 의존한다. 이 정도 비중은 세계 최고인 것으로 안다. 중국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그만큼 많이 얻는다면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한국은 과거부터 그렇지 않았다. 과실만 따먹었다. 그러던 차에 사드 문제가 터졌는데, 그건 대화를 하고 바로 돌아서서 뒤통수를 친 격이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 내가 한류에 비판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내가 만난 많은 한국인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비판의 강도가 세질 수밖에 없다. 한국인을 비하하는 ‘가오리방쯔(高麗棒子)’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사드 배치가 이뤄지는 순간 맛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무력으로 순식간에 사드를 제거해야 한다. 중국은 지지 않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들 중 일부는 한국인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사고’를 치기도 했다. 9월 1일 서울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한-중전 응원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압록강을 건너가는 사진을 합성해 집어넣은 것. 6·25전쟁 당시 중국 지원병이 압록강을 건너던 사진으로, 한국 팬들에게는 일본 축구 팬들이 욱일승천기를 꺼내 든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중국 당국도 정도가 심했다고 보고 제재를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나라든 애국주의 그룹은 존재한다. 이들은 정부 당국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한국 비판에 대한 논리도 거의 차이가 없다. 베이징의 한 라디오 방송국 간부 진융광 씨의 말은 중국 정부 당국의 주장처럼 들린다.

    “사드 X밴드 레이더의 탐측 반경이 2000km에 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중국에 대응할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게 말이 되는가. 우리를 바보로 아는가. 미국과 한국은 적당히 해야 한다.”

    이들 그룹은 조직도 꽤 잘돼 있다. 지난 8월 21일 부천 석왕사에서 열린, 사드 반대를 위한 한중 양국민 합동 집회 ‘동북아시아평화기원 촛불 대집회’를 기획한 것도 이들 세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리적 반대’ 나선 전문가들

    드물지만 자신들이 습득한 정보와 뉴스 등을 통한 이성적 판단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그룹도 있다. 주장도 나름대로 합리적이다. 변호사인 반루이 씨의 주장은 이렇다.

    “사드는 단 한 번도 검증되지 않은 무기다. 핵 미사일을 공중 격추한다는 말을 우리로서는 믿을 수 없다. 과거 미소 냉전 시대에 한창 열을 올리던 스타워즈와 뭐가 다른가. 그렇기 때문에 사드의 주목적이 중국의 미사일 네트워크를 탐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의견에 동의한다.”

    대체로 젊은 전문가 그룹인 이들도 이런 생각을 SNS에 담아 열심히 퍼 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사들은 자신들이 친하게 지내는 재중 한국인들에게도 이런 메시지를 보낼 뿐 아니라 격렬한 토론도 불사한다.

    현재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보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감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겨 소강 상태로 접어든 듯하다. 한때 우려되던 중국의 보복 조치들도 많이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G20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의 내부적 요인 때문이다. 동시에 한중 정상회담에 찬물을 뿌리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감정이 다시 쓰나미(지진해일)처럼 폭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때 가서는 한국에 대한 비난과 혐한(嫌韓) 감정이 더 극렬해질 수 있다. 그나마 온건한 목소리를 내던 이들도 거대한 쓰나미에 묻혀버릴지 모른다. 중국정법대 한셴둥(韓獻棟) 교수는 다음과 같은 희망을 내비쳤다.

    “한국과 중국 관계는 역사상 지금보다 좋았던 적이 없다. 사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던 지난 6~7월에도 혐한 감정을 드러내는 중국인이 많지 않았던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혐한 목소리가 높았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사드 문제로 양국의 좋은 관계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 지혜롭게 해결해야 한다. 소통과 협상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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