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균성 입증된 금·은 함유 기능성 칫솔모 개발
- 네트워크 판매업체 ‘애터미’ 통해 대량 판로 확보
- 동반성장,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
디오텍코리아(www.deotech.net)의 지난해 매출액은 130억 원. 국내 시장을 넘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에 칫솔을 비롯한 기능성 구강 케어 제품을 수출한다. 첨단 생산 시스템과 기술력을 갖춘 디오텍코리아는 월 350만 개의 칫솔 생산 능력을 갖췄다. 지난해 한국무역협회로부터 1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말 300만 달러 수출탑을 받을 탄탄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6년 전만 해도 험로를 헤매고 있었다.
품질은 자신, 판로에 한숨
서울 태생으로 고교 졸업 직후인 20세 때부터 칫솔 제조업체 엔지니어로 17년 동안 일한 김 대표가 자기 사업에 나선 건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가을. 인천 부평구의 100㎡(약 30평) 남짓한 지하 공간에 공장을 차렸다. 칫솔 하나만큼은 제대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품질 좋은 제품을 내놨지만, 첫해 매출은 1억 원으로 초라했다. 판로 개척이 문제였다.그럼에도 김 대표는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아 한국생활용품시험연구원 품질보증 Q마크를 획득하고, 한국원적외선응용평가연구원(KIFA)으로부터 세균배양 실험에서 항균성을 입증받아 금·은 함유 기능성 칫솔모까지 개발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대기업 제품이 아니란 이유로 소비자가 외면하니 대형마트 입점은 언감생심이었다”고 회상한다. 품질로는 대기업을 이길 자신이 있었지만,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에선 대기업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
“우리뿐 아니라 대다수 중소기업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큰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안 팔리면 무용지물이잖아요.”
B2B(기업 대 기업) 영업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며 인천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공장을 옮긴 때가 2001년. 가뜩이나 회사 경영도 어려운데 2008년엔 누전으로 화재까지 발생해 공장이 전소했다. 암담했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일념으로 심기일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장을 시작하고 11년째 되던 해의 매출이 5억4000만 원에 불과했어요. 유통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발버둥친다고 판로가 손쉽게 개척되는 게 아니니 마음고생이 심했죠.”
“최고 제품을 최저 가격에”
▼ 유통망 확보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신(新)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던 중 2010년 한국 토종 네트워크 판매업체 애터미(ATOMY)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 우리 칫솔이 타사 제품보다 품질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는지 애터미 측에서 ‘파는 건 우리가 책임질 테니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못 팔던 제품을 팔아주겠다는 업체가 나왔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납품 가격 때문이었다.
“애터미 측이 칫솔 1개당 990원에 팔겠다더군요. 해당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1500~2000원이었으니, 당최 말이 안 되는 판매가죠. 납품 원가에 애터미 측의 판매 마진 등을 따져보니 990원에 팔아선 답이 안 나오겠더라고요. 그런데 박한길 애터미 회장이 ‘원가 절감 방법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겁니다.”
김 대표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박 회장과 수시로 머리를 맞댔다. 박 회장은 원료값을 선금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제품 디자인은 한 가지로 단순화했다. 금형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였다. 공정 개선과 설비 자동화 등을 통한 원가 절감에도 나섰다.
“애터미 측은 지독하다고 하리만치 원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절대 품질(↑), 절대 가격(↓)’의 제품을 요구했거든요. 제품의 질은 최고로, 납품 가격은 아주 싸게 해달라는 것이죠. 많이 팔아준다곤 했지만, 2009년 설립된 애터미의 당시 연 매출이 300억 원이 안 되던 터라 사실 크게 기대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애터미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을 ‘을(乙)’이 아니라 ‘동반자’로 여긴다는 박 대표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어요. 납품 대금도 현금으로 결제해준다는데…. 그래서 결심했죠. 밑지는 셈치고 한번 믿어보자. 많이 팔아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 별 기대 없이 납품을 시작했군요.
“긴가민가했죠. 그런데 계약하고 일주일도 채 안 됐는데 계약금이 입금됐어요. ‘어, 이 회사는 정말 뭔가 좀 다르네’ 싶었죠. 납품 후 일주일도 안 지나서 잔금까지 다 들어왔어요. 납품한 물건이 얼마나 팔리느냐와 상관없이 대금 전액을 지급한 거죠. 재고 부담도 제조사에 떠넘기지 않고. 사업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애터미의 결제 방식은 ‘신세계’나 다름없었죠.”
김 대표는 애터미 측이 첫 거래라 일부러 신경 써주는 게 아닌가 싶어 의구심이 들었지만, 디오텍코리아가 애터미에 납품한 이후 현재까지 이런 결제 방식엔 변함이 없다고 한다.
“애터미 결제 방식은 ‘신세계’”
디오텍코리아의 칫솔 브랜드는 30여 종. 그중 애터미 납품용은 ‘애터미 금칫솔’(성인용)과 ‘애터미 콤팩트’(성인·어린이 겸용) 2종이다. 첫 납품 수량은 20만 개. 사나흘 만에 품절됐다. 디오텍코리아도, 애터미도 놀랐다. 당시 디오텍코리아 칫솔의 한 달 판매량은 40만 개였다.애터미의 현금 결제 시스템은 디오텍코리아의 유동성 개선에 큰 힘이 됐다. 디오텍코리아는 애터미에 납품한 지 2년여 만인 2012년 경기 파주에 새 공장을 마련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셋집’을 전전했는데 내 공장이 생기니 가슴이 벅차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김 대표의 지인들은 부러운 시선을 감추지 못한다. 애터미라는 안정적인 유통 채널을 확보한 데다 납품 대금도 현금으로 결제해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납품 때는 별도의 계약 없이 디오텍코리아가 애터미 물류 시스템에 접속해 재고 수량을 파악한 뒤 ‘알아서’ 납품하면 된다.
애터미에 납품한 이후 디오텍코리아 매출은 급상승했다. 애터미에 납품 전이던 2009년 5억4000만 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납품 이후인 2012년엔 5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13년 70억 원, 2014년 99억 원으로 해마다 매출이 수직 상승했다.
“칫솔은 내 인생”
“지난해 애터미를 통해 팔린 우리 칫솔이 자그마치 2000만 개입니다. 엄청나죠? 디오텍코리아 매출의 82%가 애터미에서 발생해요. 애터미가 지난해 국내 매출 7000억 원, 해외 수출 1000억 원을 달성할 정도로 고속 성장하면서 우리 매출도 동반성장한 거죠.”디오텍코리아는 애터미에 납품한 이후 국내외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아 수출량도 늘었다.
“과거엔 ‘우리 물건 좀 팔아달라’고 유통업체를 찾아다니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지금은 애터미를 통해 칫솔이 많이 팔리는 데다 제품의 질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나서 국내 업체들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ODM(제조업자 개발 생산) 주문이 늘고, 해외에서 찾아오는 바이어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중국에선 우리 제품의 ‘짝퉁’도 생겨났죠.
질 좋은 제품을, 원가를 최대한 절감해 ‘착한’ 가격에 애터미에 납품했더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낳게 된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고, 애터미는 좋은 제품을 납품받으니 이보다 더 좋은 ‘윈-윈(win-win)’이 있을까요.”
6명으로 시작한 디오텍코리아 직원은 9월 현재 51명. 공장 근로자 대다수가 파주 인근 주민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일조해 자부심을 느낀다”는 김 대표는 “든든한 판로가 확보되니 직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됐다”며 “우리 회사 협력업체 10여 곳도 동반성장하게 돼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디오텍코리아의 목표는 국내 1위로 올라선 후 세계적인 칫솔 전문기업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칫솔 제조 기업으로선 드물게 자체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품질 개선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흙수저’ 물고 태어나 ‘금칫솔’로 자수성가한 김 대표. 그에게 칫솔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여섯 음절로 즉답했다.
“칫솔은 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