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초등 ‘수포자’ 속출 반복학습으로 연산력 키워야”

김춘구 교원그룹 사장의 수학공부법 조언

  • 최재필 | 자유기고가 jp_choi@hotmail.com

    입력2016-09-22 10: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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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자 빽빽한 ‘스토리텔링 수학’…문제 해독도 못해
    • 초등학교 4학년 때 ‘수학 운명’ 갈려
    • 연산 능력, 응용 능력 함께 길러야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요즘 수학 때문에 걱정이 많다.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가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자)’가 되면 대학 진학 등 아이의 장래는 어두워지기 마련. 그래서 많은 학부모는 아이의 수학 실력을 향상시킬 방법을 찾아 동분서주한다.

    ‘덧셈 설명하는데 문장 빽빽…한글 잘 모르면 수학도 절망’. 9월 8일자 ‘동아일보’ 기사의 제목이다. 이 보도 역시 초등학교 1·2학년 수학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1980~90년대에 비해 수학 교과서의 분량도 늘었고 난도도 현저히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른바 ‘선행학습’ 없이는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한다.

    특히 일명 ‘스토리텔링 수학’ ‘사고력 수학’이라 하는 긴 문장 형태의 수학 문제가 늘면서 삽화 대신 글자 수가 폭증했다. 스토리텔링 수학이란 수학적 개념과 의미를 역사나 일상생활 사례와 접목해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이 방식은 수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 향상에도 중점을 둔다. 이런 수준을 소화하려면 학생은 통합교과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스토리텔링 수학으로 교과서가 개정된 이후,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한글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거나 문장 이해 능력이 떨어지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은 수학 문제의 문장 자체를 아예 해독하지도 못하게 된다. 연산 능력도 자연히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결국 수학과목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너무 난해하다”


    이런 사정 때문에 몇몇 교육 전문가는 “초등학교 수학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 필요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선진국 수학 교과서와 비교해봐도 너무 난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현실은 현실이고, 학생들은 주어진 현실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요즘 입시에서 수학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 수학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구몬교육’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육전문기업인 교원그룹의 김춘구 사장(구몬사업본부장)은 9월 12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요즘 어려워진 초등학교 수학 때문에 절망하는 학생이 속출하고 있다”며 “그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적 연산 능력을 갖추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의 말은 초등학생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담고 있는 듯했다. 그에게 좀 더 구체적인 조언을 청했다.



    “뒤처지면 따라가기 힘들어”


    ▼ 수학과목만 놓고 볼 때 초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학년은 몇 학년일까요.

    “4학년입니다. 자연수의 사칙 혼합계산 개념이 정립되고 분수와 소수의 덧셈, 뺄셈 같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고학년 수학을 대비하는 성격도 있으므로 4학년을 가장 중요한 학년으로 볼 수 있죠. 새로운 단원이 많이 나오는 과정인 만큼 관련된 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봐야 합니다.”

    ▼ 초등학생 수포자가 대거 쏟아진다니 걱정스럽네요.


    “초등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연산 때문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특히 연산이 복잡해져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수학이 어려워지고, 결국 포기하게 되죠. 반복학습을 통해 개념과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초등학생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너무 쉽게 수학을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과거 고등학교에서나 나오던 수포자가 이젠 초등학교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초등생의 8.1%가 “수학공부를 포기했다”고 답하고 있다. 심지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은 “초등 6학년의 36.5%가 수포자”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 초등학생들이 안쓰럽게 느껴지는군요. 우리나라 초등학교 수학 과목의 난도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요.

    “스토리텔링 교과서로 개정되면서 많은 학부모가 기초 연산보다는 사고력·창의력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하지만 교과서 목차를 보더라도 각 학년에 필요한 수와 연산 파트는 변함없이 들어가 있어요. 특히 저학년 때 필요한 연산 능력을 익히지 못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따라가기 힘들어집니다. 다른 학생과의 격차가 더 커지게 되죠. 무엇보다 연산 능력을 갖추는 게 필요해요.”

    김 사장은 연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반복학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모들이 자녀의 수학 성적에 조급해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수학 문제에 단어가 많아서, 즉 국어를 이해하지 못해 수학을 못하는 것은 국어에 익숙해지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기본적 연산 능력이 부족한 것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 연산이라는 것은 +,-, ×, ÷ 같은 것을 의미하는 건가요.

    “더하고 빼고 나누고 곱하는 것은 기초적 연산으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배우죠. 더구나 많은 아이가 입학 전부터 이런 기초 연산 문제를 접합니다. 따라서 이런 연산을 못해서 수학을 어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아이는 없죠. 이것이 학부모가 기초 연산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 그렇다면 연산에서 중요한 대목은 무엇입니까.


    “수학은 계통성이 강한 학문입니다. 덧셈이 곱셈의 기본이 되고 뺄셈이 나눗셈의 기본이 되듯, 기초적 연산 능력이 부족하면 학년이 오를수록 복잡해지는 연산에 대응할 수 없게 됩니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 “최고의 교육상품  만들고 싶다” ▼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연간 매출 1조 원을 달성한 교육업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장평순 회장은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계발하고 자기 힘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최고의 교육 상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장 회장은 이 같은 목표를 어느 정도 실천해가고 있다는 평을 얻는다. 교원그룹은 교육사업 분야의 후발주자이지만 현재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초등교육을 대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직원 3명으로 시작
    교원그룹은 1985년 11월 장 회장이 직원 3명과 함께 작은 사무실에서 직접 학습지를 인쇄하며 시작됐다. 당시는 문제를 망라한 뒤 풀이하는 문제은행식, 암기식 학습지가 주류였다. 책의 구성이나 디자인도 조악했다.
    장 회장은 출판회사에서 근무하면서 학습지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만을 자주 접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자신이 직접 학습지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고 ‘중앙교육연구원’을 설립한다. 그는 3개월간 아이들이 공부하는 커리큘럼을 개발했고 이어 학교 진도에 맞춰 예습과 복습을 하고 실력에 맞게 맞춤형으로 공부하는 ‘중앙완전학습’을 발간했다.

    ‘서울 강남권 공략’ 적중

    ‘중앙완전학습’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고급 학습지로 평가받으며 급성장했다. 이 학습지가 현재의 ‘빨간펜’ 브랜드가 됐다.
    장 회장은 1990년 또 다른 개인 능력별 학습지 ‘구몬학습’을 시장에 내놨다. 구몬학습은  6년 만에 회원 50만 명을 돌파하는 급성장세를 보였다.
    장 회장이 선택한 전략은 ‘지역 집중’이었다. 소득수준이 높고 교육열도 높은 교육 1번지 서울 강남권을 집중 공략하며 학부모에게 구몬학습의 우수성을 인정받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서울 강남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회원 수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구몬학습’과 ‘빨간펜’의 교원그룹▼ 종이책, 스마트 기기 융합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 ▼
    서울의 한 초등학교 5학년인 최모(12·여) 양은 요즘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태블릿PC로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공부 재미에 빠졌다고 한다. 최양은 태블릿PC로 강의 동영상을 듣는다.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화면 속 선생님에게 질문한다. 그러면 선생님이 바로 답을 해준다.

    이어 최 양은 동영상으로 들은 내용을 종이책으로도 읽는다. 최 양의 부모는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와 친숙하다. 이런 기기를 활용한 교육에 아이들은 쉽게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용 인터넷 통신기기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몇 가지 문제점에 부딪혀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교원그룹이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스마트 빨간펜’과 올해 3월 출시한 ‘도요새잉글리시멤버스’가 교육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교원그룹에 따르면, ‘종이 교재로 공부하는 기존 방식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한 점’이 차별화 포인트라고 한다.

    ‘디지털 첨삭’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은 “종이책을 스마트 기기로 대체하면 종이로 공부하는 기존 학습의 장점을 버리고 스마트 기기에만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공부는 장시간 집중하며 해야 하는데 스마트 기기로만 공부하면 꾸준함과 같은 바른 공부 습관을 잡아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장기 아이들의 눈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대부분의 교육상품이 오직 기기를 통해서만 학습이 이뤄지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장 회장의 의지에 따라 교원그룹은 기존 공부법의 장점을 살리면서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학습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그래서 2015년 6월 ‘스마트 빨간펜’이 나왔다고 한다.

    스마트 빨간펜은 초등학생용 전 과목 학습지인 빨간펜과 교원스마트펜, 태블릿PC로 구성돼 있다. 종이 교재로 공부하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교원 스마트펜으로 터치하면 동영상·오디오 자료를 태블릿PC로 볼 수 있다. 1대 1 맞춤 디지털 첨삭과 LIVE 화상 특강은 스마트 빨간펜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선생님과 학생 사이의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1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스마트 빨간펜을 이용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호응이 좋다”고 말했다.

    3월 선보인 ‘도요새잉글리시멤버스’는 출시 넉 달 만에 회원 수 5만 명을 돌파하며 히트 상품이 됐다고 한다. 유아 및 초등학생을 위한 이 영어학습 서비스는 종이 교재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영어를 접하도록 한다. 교원그룹은 “도요새잉글리시멤버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동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은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인다. 동시에 체계적으로 영어를 학습한다”고 설명했다.

    증강현실과 ‘체험하는 책’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구몬 스마트 이야기독서’는 ‘읽는 책’을 넘어 ‘체험하는 책’을 지향한다고 한다. 스마트펜을 활용하면, 전문 성우가 녹음한 구연동화도 들을 수 있다. 선생님이 주 1회 방문해 4가지(전래·명작, 호기심, 인성, 탐구) 영역의 독서 활동을 지도하는데, 종이책 독서에 비해 아이들의 호응이 높다고 한다. 증강현실 기능은 특히 인기가 높은 편이라는데, 교원그룹 관계자는 “아이들이 스토리 재구성이나 어휘력 게임을 통해 읽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자기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과 연계 전집인 ‘교원 올스토리’도 QR코드, 증강현실, 동영상, 애니메이션 같은 디지털 체험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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