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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지주회사 허용” vs “삼성 위한 특혜”

재벌개혁 방법론 논쟁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중간 지주회사 허용” vs “삼성 위한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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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식 개혁

“점진적인 재벌 개혁론에 대해 ‘구조적인 문제 제기가 부족하고, 현실의 틀 안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구조적 접근법이나 거대 담론의 중요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동안 이런 방법으로는 대부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반면 작은 변화를 통해 ‘이렇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것이 더딘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더 빠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재벌 개혁의 한 방법으로 소액주주 운동을 계속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상조 교수)

박상인 교수는 구조적 개혁의 방법으로 재벌 그룹 단위별 지주회사 지정 및 금산분리 시행을 제안한다. 박 교수는 이스라엘의 2013년 재벌 개혁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만하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은 역사상 ‘평화시에 재벌 개혁에 성공한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이 큰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의 재벌 개혁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 노동조합 소유 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재벌이 급격하게 형성되자 개혁을 단행했다. 재벌 그룹 단위별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도록 하고, 비(非)금융 지주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의 금융회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금산분리 원칙을 실현했다. 아울러 민영화 때 경제력 집중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특정 기업을 지주회사로 지정한다. 그래서 재벌의 편법 승계가 가능했다. SK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에 편입되지 않은 SK C&C가 그룹의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 및 관리를 독점해 엄청난 수익을 내왔다. 그 수익을 바탕으로 SK C&C는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했다. 결국 SK C&C의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이 회사를 통해 SK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SK는 지난해 SK(주)와 SK C&C를 합병하면서 이런 논란을 해소할 수 있었다. 


“중간 지주회사 허용” vs “삼성 위한 특혜”

금산분리는 어떻게?  

박상인 교수의 이스라엘식 재벌 개혁에서 가장 큰 논란이 예상되는 부분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 문제다. 김상조 교수와 박상인 교수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지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박 교수는 보다 엄격한 금산분리를 주장한 반면 김 교수는 현실을 인정하는 견해다.



박 교수의 주장대로 이스라엘식 재벌 개혁을 한다면 직접적인 타깃이 될 그룹은 삼성이다. 삼성이 현재 계열사로 거느린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삼성증권 같은 회사를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상조 교수는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이겠느냐”고 반박한다. 김 교수의 주장을 들어보자.   

“현실적으로 우리 재벌이 금융회사를 소유했는데 이를 매각하도록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매각을 강제하는 법을 제정하려 해도 국회에서 통과될 수 없거니와 설사 통과된다 한들 누가 인수하겠나.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바꿔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김상조 교수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제안한다. 현재 재벌이 산하 계열사로 비금융회사와 금융회사를 모두 거느리는 만큼 그 테두리 안에서 금산분리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다. 김 교수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주장의 근거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를 든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재 보험, 에너지, 제조업 등 25개 업종, 80여 개 자회사를 거느린 다각화 그룹이다. 김 교수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들 자회사를 금융 지주회사와 산업 지주회사로 분리한 다음 내부적으로 중간 지주회사 사이에 방화벽까지 설치해놓았기 때문에 한쪽 지주회사의 리스크가 다른 쪽으로 전염될 위험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상인 교수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 주장은 삼성을 위해 총대를 메는 격이라고 반박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두는 것을 금한다. 따라서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국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가능하다. 삼성은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에 대해 말을 아끼지만, 이는 삼성의 숙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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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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