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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행세하면 죽고 ‘죄인’ 자처하면 산다?

스캔들에 대처하는 연예인의 자세

  • 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피해자’ 행세하면 죽고 ‘죄인’ 자처하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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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측이 ‘원 나이트 하는 가벼운 사람’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어느 정도 수용해 스스로 자세를 낮추는 모습도 함께 보여줬다면 여론이 훨씬 좋아졌을 것이다. 네티즌과 언론이 ‘네 잘못 아닌데 뭘 그러냐. 힘내라’면서 이진욱을 오히려 포용해줬을 것이다.

몇몇 연예인은 자신이 한 일에 한없이 관대하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만 강조한다. ‘불법이 아니니 뭐가 문제냐’라는 식으로 대처한다. 그게 대중의 정서를 자극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자신의 스캔들에 대처할 때 균형감 있게 발언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대중이 다르게 받아들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몇몇 연예인은 스스로를 강력히 단죄하는 모양새를 취해 동정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세금 추징 문제를 겪던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택한 것이 좋은 예다. 그는 연예활동에 드는 비용처리 문제로 세무당국과 이견을 보였다. ‘탈세’라는 자극적인 단어가 언론에 오르내리며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유재석과 함께 MC 2강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는 잠정 은퇴라는 강수를 던졌다.

최민수는 2008년 노인 폭행 논란을 일으켰다. 사안이 유교 정서에 반해 심각하다고 여겼는지 그는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1년간 산속에 칩거했다.





단죄, 무대응, 법대로

동양에선 이런 ‘강력한 자기 단죄’ 수법이 비난 여론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낸다. 일본 최고 인기 걸그룹 AKB48의 미네기시 미나미는 소속사의 연애 금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자 삭발한 채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방송 촬영 중 대만 국기를 흔든 사실이 중국에 알려져 논란이 일자 초췌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서 사과문을 읽었다. 그러자 쯔위에 대해 비난 일색이던 중국 여론이 동정론으로 급반전했다.   

‘무대응’도 자주 구사되는 수법이다. 변명이나 부인은 적당히 사고를 쳤을 때나 하는 것이다. 너무 나갔다면 선택의 여지도 없다. 영화감독 홍상수와 여배우 김민희는 불륜 스캔들로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러자 둘은 해외에서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경찰에 불려나온 스타가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한 뒤 입을 닫아버리는 것도 대표적 무대응 전략이다.

스캔들의 강도가 너무 세면 기획사는 대개 언급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한다. 대형 기획사 중 YG는 유독 대형 스캔들이 잦다. 빅뱅과 2NE1은 높은 인기만큼이나 큰 사고를 쳤다. 지드래곤은 대마초 흡연, 승리는 성 스캔들, 대성은 교통사고 과실치사(무혐의 처분), 박봄은 약물 밀수입 논란을 일으켰다. 기획사는 이런 일에는 대개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다만 ‘이런 무대응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다.

세월이 변한 만큼 연예계에도 새로운 흐름이 보인다. ‘법적 대응’이 그것이다. 예전에 연예인은 대개 유명세를 업보처럼 여겼다. 웬만한 루머나 비난은 참고 넘겼다. 그러나 최근엔 적극적으로 정면 대응한다.

여기엔 2000년대 ‘연예계 X-파일’ 사건이라는 중대한 계기가 있었다. 이 사건은 특정 연예인을 넘어 전체 연예인의 명예에 타격을 입혔다. 모래알 같던 연예인들이 비대위를 조직해 대응했다. 유니, 정다빈, 최진실 등이 인터넷 악플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도 연예인을 각성케 했다. 이들 사이에서 루머에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법적 대응에 나선 연예인이 크게 늘었다.



“예쁘게 지켜봐달라”

‘피해자’ 행세하면 죽고 ‘죄인’ 자처하면 산다?

티파니가 광복절 무렵 SNS에 올린 욱일승천기.

언론이 열애설을 보도했다가 해당 연예인에게 소송을 당하는 일도 빈번하다. 연예기획사도 영악해져서 기사 안에서 사진 등 열애의 물증이 뚜렷해 보이면 “좋은 마음으로 서로 알아가는 중” “예쁘게 지켜봐달라”고 보도자료를 낸다. 물증이 부족해 보이면 “민·형사상 강력히 대응”이라고 천명한다.

한 재미 언론매체가 태진아에게 억대 도박 의혹을 제기하자 태진아는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함을 주장하면서 이 언론사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태진아의 회견 내용은 수많은 언론매체에 보도됐다. 한 연예기획사 종사자는 “이제 스타와 특정 언론사 사이에 싸움이 붙으면 언론사가 진다. 스타의 전파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류 스타는 여론 형성에서 어떤 언론사 못지않게 강력한 파워를 가졌다”고 말한다.

대중은 연예인의 법적 대응에 어느 정도 관대함을 보인다. 리쌍이 건물 세입자와 분쟁을 겪자 세입자를 ‘슈퍼을(乙)’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공론화하고 있다.

‘셀프디스’는 영악하고 세련된 대처 방식으로 통한다. 성형수술 의혹처럼 가벼운 사안은 이실직고로 선수를 친다. 이효리 같은 털털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면서 여성 스타도 더 이상 신비주의를 고집하지 않는다.

몇몇 연예인은 자신의 흑역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처럼 비친다.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탈세 혐의를, 이상민과 서장훈은 이혼을, 이수근은 인터넷 불법 도박 전력을 트레이드마크처럼 활용한다. 한 공중파TV 프로그램은 인터넷 도박으로 방송을 중단한 탁재훈을 공동 진행자로 내세운다.  

자필 편지 같은 정서에 호소하는 소품은 스캔들을 막는 데에도 잘 활용된다. 티파니는 욱일승천기 파문이 커지자 자필 편지를 인터넷에 올렸다. 걸그룹 티아라의 왕따 논란이 일었을 때도, 가수 예원이 선배 이태임과 욕설 논란을 일으켰을 때도 자필 편지로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이병헌은 2013년 이민정과의 결혼 소식을 자필 편지로 알려 박수를 받았다. 그는 다음 해 20대 여성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사건에 대해서도 자필 편지를 썼다. 이때는 반응이 냉랭했다. 유부남으로서 그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고 자필 편지는 진정성 없는 형식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입대 혹은 파격적 노출

일부 남자 연예인은 대형 스캔들이 터지면 어차피 가야 할 군대를 도피처로 택하는 듯하다. 자숙 기간과 군복무 기간을 일치시키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슈퍼주니어의 강인은 폭행과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 후, H.O.T 출신 이재원은 성폭행 의혹 후, 주지훈은 마약 투약 혐의 후 각각 다음 해에 입대했다.

여자 연예인은 파격적 노출을 꾀하기도 한다. 신은경은 1996년 음주운전으로 연예계를 떠났다가 다음 해 임권택 감독의 영화 ‘노는 계집 창’으로 복귀했다. 당시로선 파격적 노출을 마다하지 않은 덕인지 무사히 복귀할 수 있었다. 1980년대 하이틴 스타 이상아는 두 번의 이혼으로 방송활동이 뜸하던 2004년 누드 사진을 찍었다.  

연예계에서 뜨기는 어렵지만 갈 때는 훅 간다. 스캔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스타의 운명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있다. 





신동아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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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윤 | 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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