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독점 인터뷰

몽둥이·쇠망치 처형, 공개총살… “말로 해선 안 듣는다, 쳐 갈겨버리라” 〈김정은〉

북한 보위성·보안성 간부 충격 증언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6-09-22 16: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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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부, 주민 300명 이상 공개처형
    • “공개총살로 인민 각성케 하라”
    • 국정원, 종교와 연관되면 곧바로 처단
    • “창광보안서가 장성택 체포”

    외치(外治)에서 핵 광인(狂人)의 면모를 드러낸 김정은의 내치(內治)는 ‘공포’로 요약된다. 김정은 공포 통치의 손발 노릇을 하는 쌍두마차가 국가안전보위성(보위성)과 인민보안성(보안성)이다. 두 조직은 올해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국가안전보위‘성’, 인민보안‘부’에서 인민보안‘성’으로 명칭을 바꿨다.

    보위성은 반탐(방첩)활동을 비롯해 김정은 보위 목적의 반(反)체제 세력 색출, 정치범 수용소 관리, 해외 정보 수집 및 공작, 고위 간부 호위 등을 한다. 북한 행정체계에 따라 도(道)와 직할시, 시(市)·군(郡), 기관·기업소별로 보위 기관이 조직됐으며 동(洞)·리(里) 단위까지 보위원이 상주한다.

    보안성은 평양 서성구역 연못동, 와산동에 걸쳐 청사가 있다. 1960년대 초 보위성과 갈라져 나왔다. 한국 경찰이 하는 일도 한다. 북한 주민 전체의 인적 사항을 관리하고 치안을 유지하며 각종 범죄를 수사한다. 전국의 교화소(한국의 교도소)도 보안성 소속이다. 압록강체육단도 운영한다.   

    ‘신동아’는 최근 탈북한 보위성 출신 망명 인사 A씨와 보안성 간부 출신 탈북 인사 B씨의 증언을 들었다. 한국 언론에 김정은의 공포 통치와 주민 통제의 양축에서 일한 이들의 증언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인사의 증언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공개처형으로 각성케 하라”


    ▼ 올해 ‘부’에서 ‘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한국 언론을 보니 보위기관들이 내각 소속으로 옮겨갔다는 터무니없는 분석이 나오더라. 크게 웃었다. 두 기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소속이다. ‘부장’이라는 호칭 탓에 조직 명이 바뀐 것이다.”(B씨)

    ▼ 호칭이 어땠기에….  

    “인민무력부도 인민무력성으로 개칭되지 않았나. 인민무력부 산하에 ‘국’이 있다. ‘국’ 아래에 ‘부’가 있다. ‘부장’만 500명쯤 된다. 보안성, 보위성도 똑같다. 일례로 보안성 감찰국에는 1부부터 26부까지 있다. 그 사람들이 다 부장이다. ‘대가리 부장’과 ‘26부장’의 호칭이 같았던 것이다.

    기관의 이름을 바꾸면서 대가리 부장의 호칭이 ‘상(相)’이 됐다. 국무위원회 직속의 ‘부’를 ‘성’으로 격상시켰다고 보면 된다. 내각의 교육성, 무역성 같은 곳과 헛갈리면 안 된다. 북한에서 내각 총리 박봉주는 ‘바지저고리’,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명목상 북한의 국가수반) 김영남은 ‘치마저고리’로 불린다. 한국 언론에 황당한 분석이 많다.”(B씨)

    ▼ 보안성, 보위부 인원은 얼마나 되나.  

    “리, 동 단위까지 조직돼 있다. 보안성 20만 명, 보위부 10만 명 정도로 보면 된다.”(B씨)

    ▼ 공포 통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

    “김정일이 죽은 이듬해(2012년)에 ‘말로 해선 안 듣는다. 불순분자를 쳐 갈겨버리라’ ‘공개처형으로 인민을 각성케 하라’는 김정은 지시가 보위성에 하달됐다. 그 후 300명 넘는 간부와 주민이 공개처형됐다.”(A씨)



    구금기간 무제한

    “김정은의 지시로 탈북 시도자나 중국으로 탈출해 북한을 왔다갔다 하는 이들에 대한 소탕전이 벌어졌다. 안기부(국정원) 놈들이나 종교 놈들하고 연관된 혐의가 드러나면 곧바로 처단한다. 일반 탈북자도 때려잡는다. 처단자 명단이 주민에게 회람된다.”(B씨)  

    북한으로 유인되거나 잡혀간 탈북자 중 반(反)국가범죄 사실이 드러난 경우 재판 없이 죽인 뒤, 후(後)보고하는 것도 김정일 때와는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 또한 조선인민군 산하이던 국경경비대가 보위성 소속으로 편입됐다고 한다. 도강(渡江)자 적발, 탈북자 유인, 탈북자 관련 정보 수집 능력 등을 강화한 것이다.

    보안성, 보위성은 탈북자 가족도 집중 관리한다. 지난해부터 ‘98작전’이란 명칭으로 두 기관이 공동으로 반체제 세력 척결 작업도 진행해왔다.

    ▼ 어느 곳이 더 센가.



    “똑같이 무섭다. 북중 국경의 놀가지(북한말로 노루. 탈북자를 가리킨다)들이야 보위성이 더 무서울 것이다. 김정은이 ‘도강’ ‘인신매매’란 말이 더는 나오지 않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하지만 인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보안성이다. 국경 지역이 아닌 내륙에서는 보안성이 기본이다. 보위성은 정치적 색채가 없으면 안 잡는다. 보안성은  다 잡는다. 보안성 감찰국 24부가 센 곳이다. 김정은 특별지시에 의한 사건, 중앙당과 국무위원회에 신소(申訴)된 사건을 다룬다.

    다만 고위간부나 그 가족이 관련된 경우에는 보위성이나 보안성의 일반 보안서가 취급하지 못하고 평양시 중구역에 위치한 창광보안서에서만 다룬다.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직접 지시만을 받는 창광보안서는 보안서 명칭을 달고 보안성과 보위성 사업을 다 본다. 2013년 12월 중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체포할 때 보안원 군복을 입은 이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이 창광보안서 사람들이다.”(B씨)

    보위성은 살인, 강도 등 일반 범죄 수사도 담당하는 보안성과 달리 반(反)국가범죄만 취급한다. 북한 형법상 일반 범죄자는 10개월까지만 조사가 가능한 반면 김정은 일가 비난 등을 저지른 이들은 구금 기간에 제한이 없다고 한다.

    ▼ 정치범 처리 절차는.


    “도(道) 단위 보위성에서 조사한 후 보위성 중앙에 보고한다. 경범죄자는 보안서(한국의 경찰서와 비슷한 조직으로 보안성 산하)로 이관하고 중범죄자들은 여죄를 확인하는 예심(추가 조사)을 수행한 후 재판에 넘긴다. 한국행을 기도했거나 반당(反黨)·반혁명분자는 사법 절차 없이 정치범 수용소에 가둔다.”(A씨)

    수사 및 구금 단계에서 급식은 기초 구금(수감 전 집결소에서 10일가량 조사를 받는다고 한다) 때는 ‘접시밥’(접시에 통강냉이를 담아 제공), 구금이 확정된 후에는 ‘식기밥’(통강냉이, 두부콩, 국)만 배급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수감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한 구금 및 조사 과정에서 계호원(한국의 교도관), 조사관들로부터 주먹·발길질 등 폭행은 물론이고 다리 사이에 나무막대를 끼워놓고 꿇어앉히는 등 가혹행위가 잦다고 한다. 계호원에 의한 성폭행 사건도 수시로 발생한다. “중국 가서 성경책 보고 남조선행을 기도한 놈들은 다 죽여도 된다”는 분위기라는 것.  



    “다 죽여도 된다”

    ▼ 피조사자나 수감자가 죽으면 문책받지 않나.

    “병으로 죽었다고 둘러대거나 ‘반(反)국가범죄 취급 중 사망’으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간혹 당 간부의 자녀가 수감되면 인맥관계를 통해 방면하기도 한다.”(A씨)

    김정은 비방 등 이른바 ‘반동선전 행위’는 보위성 비밀실 사업처(‘12처’로 약칭)에서 따로 조사한다고 한다. 반동선전 행위자의 가족까지 수감하는 게 일반적이다.

    ▼ 사형은 어떻게 집행하나.

    “정치범은 도(道) 보위성에서 예심한 후 보위성 검찰국 검사가 판사를 대신해 최고재판소 명의로 판결한다. 가족도 수감할지는 보위성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한다. 사형 여부는 중앙의 보위성에서 결정한다. 사형이 아니라 ‘노동교화형 15년’으로 선고한 후 야간에 은밀하게 사형을 집행하는 경우도 있다.

    사형 집행관은 처우에서 혜택을 준다. 사형 집행 전에 술과 고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형수는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야간에 산간지역으로 데려간 뒤 말을 걸어 방심케 한 후 불시에 나무방망이나 쇠망치로 뒤통수를 때려죽인다. 땅이 움푹 파인 곳이나 돌무지를 파헤친 자리에 매장한다.”(A씨)

    ▼ 공개총살은?

    “국가 안전 및 보위를 위해 필요할 경우 공개총살로 사형을 집행하는데, 그때는 보위상(相)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범죄 예방 목적으로 주변 지역 주민을 동원해 집행 장면을 관람케 한다. 공개총살되는 이들의 입에 나무로 된 자갈(재갈)을 쑤셔넣고 눈을 싸맨 뒤 보위원들이 새끼줄로 가슴, 허리, 무릎 3곳을 묶어 나무말뚝에 고정한다. 계호원 3명이 사형수를 향해 각 3발씩 총 9발을 조준 사격하는 방법으로 집행된다.”(A씨)



    각 3발씩 9발 조준사격

    북한 사회 전반이 그렇듯 보위기관에도 뇌물 수수가 만연해 있다고 한다.

    “뇌물은 일상적으로 오간다. 가족 면회도 뇌물을 받지 않고는 안 시켜준다. 다만 반국가범죄와 관련해선 절대 뇌물을 받지 않는다. ‘이불을 보고 발을 펴야’ 한다.”(A씨)

    ▼ 보위기관원의 사회적 지위는 어떤가.

    “보안성 차로 다른 기관 초소 앞에 서면 차단기를 딱 올리고 경례를 한다. 어느 기관 자동차인지 다 안다. 보안성 차구나, 보위성 정치국 차구나, 다 안다. 보안성 수사국 기본 성원들에게 ‘긴급수사원증’이라는 신분증이 나온다. 이 신분증으로 배와 기차 등 모든 교통수단을 무료로 승차하며 출장명령서 없이도 전국의 어느 지방이나 수사를 위해 갈 수 있다.

    보안성 간부들의 군사 칭호만 봐도 위상을 알 수 있다. 보안상은 상장 혹은 대장, 부부장은 중장, 감찰국, 수사국, 총무국 국장도 중장, 다른 국장들과 각 도(道) 보안국 국장은 소장이다. 본부의 각 부장들은 대좌다.”(B씨)  

    북한에서 ‘사법절’로 일컬어지는 11월 19일이 보안성, 보위성의 명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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