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재테크

안전 투자 대상은 내수·성숙기·유틸리티 업종

배당주 투자 전문가 피트 황 지상 강의

  • 피트 황 | 배당주 투자자, ‘치과의사 피트씨의 똑똑한 배당주 투자’ 저자

    입력2016-09-22 17: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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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적인 재테크는 ‘수익률 높은 투자법’ ‘안전한 투자법’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투자법’이다. 배당주 투자는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최근 배당주가 금융가에서 추천하는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배당이란 기업이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영업해서 발생한 이익 중 일부를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 한 해 영업활동을 해서 남은 순수익이 100억 원이라면 그 일부는 내년을 위한 투자 및 운영자금으로 기업 내에 유보하고, 일부는 주식을 가진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준다. 이 기업이 주주들에게 순수익 중 20억 원을 배당할 경우 ‘배당성향’은 20%가 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배당에 인색한 경향이 있었다. 우리 코스피 시장의 배당성향은 지난해 평균 19.4% 수준이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의 약 19.4%를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주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주식시장의 평균 배당성향은 44.6%에 달한다. 일본이나 중국의 배당성향도 30% 정도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의 배당 문화가 변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배당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 것. 그뿐만 아니라 한국 금융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기존의 불간섭 원칙을 일부 수정해 기업에 배당을 요구하며, 정부도 다양한 배당 장려책을 내놓는다. 따라서 향후 우리 기업의 배당성향은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배당주 투자자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3년 반 누적수익률 570%

    한국의 일반적인 주식 투자자들은 배당을 경시하는 측면이 있었다. ‘겨우 주가의 몇 퍼센트밖에 안 되는 배당금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필자가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치과의사 면허를 받았을 때는 2008년 금융위기의 폭풍우가 쓸고 지나간 직후였다. 개원가의 환경이 여의치 않은 것을 보면서 목표를 수정했다. 개원을 해서 수익을 내겠다는 욕심을 줄이고, 일과 투자를 병행하면서 안정된 수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배당을 후하게 주는 회사는 시중금리의 3, 4배를 거뜬히 넘어서는 두둑한 배당금을 챙겨주기도 한다. 여유자금이 많은 사람일수록, 큰돈을 굴리는 사람일수록 ‘시중금리의 3, 4배’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수조 원에서 수백조 원을 굴리는 기관들은 어떻겠는가. 자연히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배당을 늘린 기업들은 주가도 자연스럽게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필자도 최근 몇 년 동안 배당금 자체에서 높은 수익을 얻었고,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도 취할 수 있었다.  

    필자는 2009년부터 배당주 투자에 집중했다. 2013년 1월부터는 투자 성과를 쉽게 모니터링하기 위해 투자 계좌에 현금을 추가로 불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익률을 수치화했고, 보유 중인 종목들을 분석해 매달 블로그에 공개했다. 그 결과 3년 8개월 동안의 누적수익률이 570%에 달했다. 같은 기간에 코스피가 1997포인트에서 2035포인트로 1.9% 상승한 것에 비춰보면 이러한 투자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해엔 배당금이 2000만 원이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고, 올해 배당금 수익은 지난해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40~50대 직장인이 꿈꾸는 최고의 노후 대비가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고 한다. 따박따박 건물 월세를 받으며 여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 구입에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에 건물주의 꿈을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배당주는 좀 더 접근하기 쉬운 투자처다. 작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고, 건물주가 월세 받듯 매년 배당금을 받으면서 주가 상승으로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높다, 안전하다, 쉽다

     ‘새롭고 비밀스러운 뭔가가 압도적인 성과를 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유망한 성장산업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는 것을 주식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러한 부류다. 물론 유망 성장산업에 투자하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을 선도할 만한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고, 그런 기업을 찾는다 해도 이후의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보라.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무렵 각광받던 기업 중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을 제외한 많은 기업이 쇠락의 길을 걸었다. 새롬기술, 싸이월드, 버디버디 등이 그런 사례다.

    2009년 필자는 배당을 잘 주는 회사로 유명하던 윤활유 제조사 한국쉘석유에 투자해 1년 반 동안 15%가 넘는 배당금을 받았고, 주가도 100% 이상 상승해 시세차익도 짭짤했다. 배당주 투자는 유망 성장산업 투자와 거리가 있다. 그러나 좋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안정적인 배당주에 투자하면 리스크를 줄이면서 알찬 수익을 낼 수 있다. 굳이 이해하기 어려운 업종의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 구름 위의 꿈을 좇기보다 지금 디디고 있는 땅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배당주 투자가 답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재테크는 ‘수익률이 높은 투자법’ ‘안전한 투자법’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투자법’일 것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배당주 투자가 이런 조건들에 가장 가까운 투자법이다.

    첫째, 배당주 투자는 배당수익과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투자법이다.

    둘째, 배당주 투자는 좀 더 안전한 투자법이다. 배당은 ‘신호’다. 기업이 배당을 꾸준히 잘 준다는 것은 대개 ‘사업이 건실하게 잘되고 있다’는 의미다. 배당주 투자는 배당에 초점을 맞추고, 이자와 비슷한 성격인 배당금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종목을 골라서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만한 경영이나 적자, 부실회계 등의 요인으로 주식이 휴지 조각이 돼 투자금의 대부분을 잃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셋째, 배당주 투자는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투자법이다. 배당을 매년 꾸준히 잘 주는 기업들로 한정해서 투자하면 된다. 이런 기업들은 대개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러므로 수많은 기업의 재무제표 속에 숨은 리스크들을 찾기 위해 들이는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며,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뒤통수를 맞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배당주 투자를 하겠다면 일단 배당을 매해 꾸준히 잘 주는 기업을 고른 다음에 ①사업 현황 ②사업의 수익성 & 재무건전성 ③배당 현황 ④지배구조 & 경영진 평판 ⑤주가 수준(저평가 여부) ⑥금융시장 상황 등을 함께 체크하면 된다.

    알짜 배당주 고르는 법

    앞에서도 말했듯이 배당을 꾸준히 잘 주는 기업들로만 한정해 투자를 고려하므로, 일반적인 주식투자보다 수월한 면이 있다.

    또한 배당을 매해 잘 주는 기업은 재무 건전성이 높으므로 주식투자보다 좀 더 안전해 투자 부담이 덜하다.

    알짜 배당주를 고르려면 특히 ‘배당 현황’과 ‘대주주 지분율(지배구조)과 경영진 평판’을 살펴봐야 한다. 배당 현황이란 매해 배당을 꾸준히 주는지를 체크하는 것인데, 이는 각 기업이 발행하는 사업보고서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주주 지분율도 사업보고서에 나와 있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고 배당금을 매해 잘 지급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낮다. 배당금이 높다면 대주주가 받아가는 배당액도 많으므로 순수익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데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의 소액주주가 돼 대주주와 함께 배당금을 받는 것은 좋은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기본적인 투자법에 더해, 경기 상황을 반영하는 국채 금리에 주목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국채는 국가가 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와 함께 그 나라 금리의 대표적 지표 중 하나다. 배당주 또한 주식이므로 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한국 경제를 잘 보여주는 지표인 국채 금리의 움직임을 함께 고려했다. 필자는 국채 금리 대비 기업의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을 국채시가배당률이라고 이름 짓고, 이를 투자 판단에 활용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주가가 1만 원이고 배당금이 300원이면 시가배당률은 3%이고, 당시 국채 금리가 1.5%라면, 국채시가배당률은 2배다. 필자가 그 기업의 배당 이력을 바탕으로 수년간의 국채시가배당률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며 매수와 매도 시기를 판단했다. 이를테면 국채시가배당률이 그 기업의 중간값보다 높으면 매도, 낮으면 매수를 고려하는 식이다.  



    물론 배당투자가 만능은 아니다. 투자인 만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다른 투자기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할지 모르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불황이 닥쳤을 땐 배당을 잘 주는 기업들의 주가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고 했다. 이길 수 있는 싸움인지 미리 확인한 다음 전투에 임하라는 뜻이다. 특히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는 이처럼 ‘이겨놓고 싸우는 투자’가 더욱 절실하지 않을까.



    예비 은퇴자에게

    예비 은퇴자들의 경우 특히 시중 금리 이상의 배당을 꾸준히 지급하고, 업황이 안정적이며, 경쟁력 있는 기업을 택하는 것이 좋다. 이런 기업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어 배당금도 물가상승분만큼 증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예·적금보다 낫다. 아울러 배당을 꾸준히 늘릴 수 있으면, 기업의 주가 역시 배당 증가와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므로 자산을 지키는 데 유리하다.

    보통 통신, 전기, 수도, 가스 등의 유틸리티(utility) 업종, 식료품 등 성숙기에 이른 업종의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경기에 민감한 수출기업보다는 SK텔레콤이나 KT&G처럼 안정적인 내수기업들이 연금 형태의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하기가 낫다.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을 사고파는 직접 투자가 어렵다면 배당주 펀드에 가입하거나 배당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신영증권의 고배당펀드 정도가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에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다양한 간접 투자상품이 출시됐다. 물론 그중에도 편입하는 회사에 따라 투자 성향과 수익성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후 결정하는 것이 좋다.

    노후 대비를 위해 임대 부동산에 관심이 있지만 운용 노하우가 없거나 투자금이 부족한 경우라면 임대 부동산 펀드 개념의 리츠(REITs,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뮤추얼펀드)를 소개하고 싶다. 리츠는 부동산을 구입해 임대 운영한 수입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하므로 임대 부동산 투자와 배당주 투자를 섞어놓은 형태에 해당한다.

    최근 정부에서도 뉴스테이(New Stay, 중산층을 대상으로 한 장기 민간임대주택) 등의 정책으로 리츠를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어 관심을 갖고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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