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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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고려대학교안산병원 - 지역거점 ‘연구혁신병원’

  • 기획·취재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6-09-22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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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환별 전문센터화…거점병원 역할 정립
    • 지역 클러스터 기반의 융·복합 연구 선도
    1985년 5월의 고려대안산병원 개원은 태생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의료 불모지인 경기 안산 지역에 고려대의 열정과 도전의 씨를 뿌려 인술을 펼치려는 지역 최초의 대학병원이 설립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빈약한 국내 경제 상황에서 병원 신축 재원을 마련하긴 쉽지 않았다. 국내에서 재원 확보가 힘들어지자 해외로 눈을 돌렸고, 우여곡절 끝에 서독재건은행(KFW)으로부터 차관을 도입해 병원을 설립했다. 개원 당시 안산병원 규모는 내과·일반외과·정형외과·신경외과·산부인과·소아과·안과·이비인후과·피부과·비뇨기과·방사선과·마취과·임상병리과·치과·건강관리과 등 15개 진료과, 100병상.



    30여 년 지역 성장 파트너

    농어촌 복합지역에다 공단 배후도시로 의료 서비스 수요가 컸지만 자체 도시 기능을 갖추지 못한 안산지역 주민에게 안산병원 개원은 단비와도 같았다. 병원 개원과 함께 안산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다. 개원 당시 안산지역 인구는 9만6000여 명에 머물렀지만, 개발과 성장을 거듭하면서 1987년엔 16만 명에 이르렀다. 인구 증가에 대응해 안산병원은 1987년 간호사 기숙사로 쓰던 병원 2층을 개·보수해 50병상을 증설했고, 금정-안산 간 수도권 전철 개통으로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도시 개발이 이뤄진 1988년엔 300병상 규모로 늘렸다.

    안산병원은 계속되는 안산 발전에 부응하기 위해 1998년 신축 본관을 준공해 재활의학과·흉부외과·성형외과·병리과·응급의학과 등을 새롭게 개설하고 600병상 규모의 증축을 이뤄냈다. 외환위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노력해 이뤄낸 결과다.



    2012년 1월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지역 최상위 의료기관으로 승격되면서 역할이 확대됐지만, 100여 만 명에 달하는 안산·시흥지역 주민의 의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었다. 안산병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4월 기존 지상 9개 층으로 구성된 본관 건물에 3개 층을 증축해 710병상 규모를 갖췄고,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실상부한 경기 서남부지역 대표 병원으로 거듭났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10~11월 진료지원동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 시 기존 710병상에서 830병상으로 늘어나 병상 부족 현상을 해소할 전망. 현재 증축이 완료된 본관 13층엔 행정부서와 스카이라운지가 들어서 원활한 진료를 지원하고, 고객 편의시설로도 활용 중이다.

    안산병원은 향후 13층을 단계적으로 병실로 전환해 약 120병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증축과 함께 늘어나는 병실은 환자 편의를 최대한 배려해 구성되며, 국내 유수 병원과 견줄 수 있는 양질의 환경을 갖추게 된다.

    진료지원동은 본관과 별관 사이에 들어선다. 총 7개 층으로 예정된 이 공간엔 1, 2층에 응급의료센터를 확장해 소아응급실을 마련하는 동시에 응급중환자실을 신설한다. 3~7층은 교수 연구실과 의사 숙소로 쓰인다.



    개원 때부터 특성화 전략

    안산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지역 환경에 걸맞은 특성화센터 개설을 통한 지역거점병원을 지향했다. 특히 본관 신축 이후엔 공단 배후도시이자 교통 요충지인 안산지역 특성에 맞게 직업환경의학센터, 재활의학센터, 응급의료센터를 특성화함으로써 교통사고 및 산업현장 재해가 빈번한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왔다. 2011년 4월엔 보건복지부가 안산병원을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로 선정해 응급의료센터, 내·외과 중환자실과 더불어 중증환자를 수용할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명실상부한 지역 중심 의료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최근엔 첨단 치료를 위한 특성화센터 추가 개소, 외래 재배치 등 과감한 투자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시설 및 장비 확충에 노력했다. 이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와 직결돼 그 혜택이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결과로 이어진다.


    암센터

    내·외과 협진을 통한 진단과 치료, 전문성 높은 암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암치료 등 맞춤형 진료는 암환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2009년 도입한 최첨단 방사선 암치료기 리니악과 2011년 업그레이드한 지역 최초의 암 치료기 래피드아크, 부작용과 합병증이 없는 고주파 온열 암치료기도 각광받는다. 최근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발표한 암 적정성 평가에서 대장암, 유방암, 폐암 분야 최우수 등급을 획득해 암치료 중심 병원으로서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11월 개소한 암센터에선 국내 최고 수준의 의료진과 장비, 선진 의료 시스템 구축으로 ‘진단-검사-치료-재활 원스톱(One-stop) 서비스’와 ‘다학제(多學際) 통합진료’ 등 집중·통합치료를 제공해 안산·시흥지역을 비롯한 수도권 암환자들이 최고 수준의 암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소화기센터

    소화기질환 환자를 위한 체계적인 원스톱 진료를 선보인다. 기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취담도내시경과 함께 이중풍선 소장내시경, 캡슐 내시경, 내시경 초음파 등 최첨단 장비를 완비해 구강에서 항문까지 모든 소화관 진단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선종, 조기 암 등은 내시경 치료를 통해 말기 암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적 시술에 힘쓰고 있다.

    특히 위장관에서 발생한 조기 암은 최신 치료법인 내시경점막하박리술을 통해 외과적 수술 없이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완치 가능하다. 점막에 국한된 조기 위암과 조기 대장암의 경우 내시경을 이용해 암세포를 완전히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만성질환자나 노인 등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유용하다.

    심혈관센터

    예고 없이 찾아오는 심뇌혈관질환에 대해 심평원으로부터 2년 연속 최우수등급인 1등급을 획득하는 등 체계적인 응급의료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24시간 대비체계를 갖춘 심혈관센터는 환자가 내원한 당일에 필요한 검사를 실시하고, 관상동맥조영술이 필요한 환자는 당일 시술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협심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진료는 골든타임 내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핵심인데, 안산병원에선 심장혈관이 막힌 환자가 도착하면 심평원 권장 치료시간인 ‘90분 이내’보다 빨리 치료를 진행한다.

    심장질환 등으로 실신하거나 흉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응급당직의가 해당 환자의 심전도 결과를 담당 의료진에게 전송해 시술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는 것은 물론, 응급 심혈관 촬영 등 논스톱 응급치료시스템을 통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실시한다.

    장기이식센터

    다수의 간·신장 이식뿐 아니라 심장 이식 등 다양한 이식수술에 성공해 만성 장기 부전 환자에게 희망을 준다. 최근엔 혈액형이 적합하지 않은 간 이식에도 성공했으며, 체계적 협진을 통해 심폐 동시 이식 등 다장기 이식도 진행한다.

    장기 이식 분야에선 치료의 노하우와 최첨단 병원 시스템 외에도 이식수술 팀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안산병원에선 마취통증의학과, 흉부외과, 소화기내과, 신장내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 사이에 체계적이고 정확한 협진이 이뤄진다. 수술 후에도 이식받은 장기에 거부 반응이 생기지 않았는지, 악화되진 않았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다.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지정

    안산병원은 올해 8월 보건복지부에 의해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됐다. 안산을 중심으로 한 시흥·화성·오산지역은 의료기관 밀집지역인 서울까지의 접근시간이 길고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젊은 부부 세대가 많이 이주하므로 소아 환자의 최종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필요하다. 이에 안산병원은 연간 약 1만5000명의 응급 소아환자 진료를 담당해왔고, 경기 서남부지역 거주 약 79만 명의 소아청소년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 지정에 발맞춰 안산병원은 소아 응급환자 전담의 5명과 간호사 13명을 추가로 운영하고 환자의 빠른 치료와 입원을 위한 코디네이터 운영, 소아 응급환자 전용 입원실 6병상과 중환자실 2병상 및 음압격리병상 마련으로 소아 응급환자를 신속히 진료, 완치할 수 있는 모든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진료지원동 증축과 연계되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 기준을 상향하는 조건을 충족시켜 운영하며, 내년 하반기 개소 예정이다.



    융·복합 연구 선도

    안산병원은 2005년 의과학연구소 개소를 시작으로 인체유래물은행을 비롯해 통합임상시험센터, 인간유전체연구소, 난치성질환중개연구소, 노인건강연구소, 단원재난의학센터, 통일한국 보건의학연구소와 첨단 임상의료 장비와 실험동물 시설 등 풍부한 연구 기반을 갖춰 병원 내 지속가능한 연구지원 시스템과 연구 역량을 마련했다.

    최근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전기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인천보호관찰소, 한국산업기술대,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등 지역 산·학·연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해양생물자원을 이용한 신약후보물질 개발, 의료기기 분야 융·복합 연구, 영상진단기기 및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 안산시의 산·학·연·관 핵심 주체들로 구성된 과학기술혁신 클러스터인 ‘안산사이언스밸리’ 참여기관으로도 업무협약을 맺어 의료산업 연구 및 발전에 기여할 전망이다.

    안산병원의 핵심 연구 분야 중 하나는 제브라피시(zebrafish, 의학 연구에 많이 이용되는 인도 원산의 담수어) 연구다. 제브라피시는 인간 유전체와 높은 유사성(90% 일치)을 지닌 척추 모델로, 쥐 모델보다 비용이 낮고 빠른 번식과 성장으로 대량 연구가 가능하다. 이미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많은 활용을 통해 비용 절감과 개발 실패율 감소 효과를 얻고 있다. 안산병원도 선두주자로서 제브라피시의 장점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통합임상시험센터는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임상시험이 진행되도록 최상의 연구 환경을 제공해 임상연구의 질적 향상 및 효율 극대화를 추구한다. 궁극적으로는 안산병원의 임상연구 국제경쟁력 확보, 연구중심병원으로의 도약을 지원한다.

    인체유래물은행은 연구용 인체자원 수집과 분양, 폐기 및 연구 수행을 목적으로 한다. 특화한 진료 분야와 관련한 자원 수집과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인체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인간 질병 예방과 치료법 개발을 통해 의생명과학 발전의 토대가 되도록 기여한다.



    인간유전체연구소는 질병관리본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의 대단위 코호트(cohort, 조사연구와 인구학적 연구에서 특별한 기간 내에 출생하거나 조사하는 주제와 관련된 특성을 공유하는 대상의 집단) 중 하나인 안산코호트 연구를 진행해 한국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당뇨, 고혈압, 비만, 골다공증,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 관련 보건·생체지표를 개발하고, 주요 질환 발생과 관련한 한국인의 특이한 환경적·유전적 위험요인을 규명한다.

    난치성질환중개연구소는 희귀난치성 질환의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난치성 질환의 병인(病因) 및 치료법과 관련한 기초·임상연구를 수행함으로써 학제간 연구와 국내외 학술교류 융합 중개연구를 통해 난치성 질환의 진단·치료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노인건강연구소는 노인질환에 대한 진단기술, 조기 발견, 예방·교육 프로그램 및 치료기술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며 노인건강 유지 및 증진에 힘쓰고 있다.

    단원재난의학센터는 세월호 참사 등 재난의료 거점 의료기관 역할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예기치 못한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적 의료 및 대응체계 관리 시스템 구축, 재난의학분야 발전과 재난의학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을 목표로 한다.

    안산병원은 앞으로도 지역 산·학·연 기관과 연계해 보건의료기술 발전을 위한 융·복합 연구를 선도할 계획이다. 이승훈 안산병원 연구부원장은 “임상진료와 기초·임상연구를 함께 진행하는 ‘혁신형 첨단임상진료센터’와 다기관 협력 연구를 위한 ‘산·학·연·병 융합연구센터’ 설립을 통해 지역 클러스터 기반의 ‘연구혁신병원’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안산병원은 지난 30여 년 동안 지역거점병원답게 진료비 지원, 의료봉사,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해왔다. 개원 이래 계속된 저소득층 환자 대상 진료비 지원은 지속적으로 늘어 2014년의 경우 800여 명의 환자에게 약 22억 원을 지원했다. 또한 1997년 이래 교직원의 자발적 참여로 매월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는 ‘끝전성금’ 모금을 통해 연 2회 사회복지시설 및 저소득층 가구에 생필품을 전달하는 등 지속적인 나눔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외국인 근로자 자녀 쉼터인 ‘코시안의 집’ 방문을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 대상 의료봉사와 후원을 이어가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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