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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東亞, 한국경제학회 공동기획 | 한국 경제학 이슈와 학맥

“‘민주화 포장’ 정부 개입 성공 못한다”

경제민주화 반대하는 자유주의 경제학파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민주화 포장’ 정부 개입 성공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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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경제민주화론자들은 현재의 시장을 재벌 기업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한다. 이것이 한국에서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적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없는 배경이라는 것. 상속 부자보다 자수성가형 창업 부자의 비율이 훨씬 높은 미국과 달리 한국에선 상속 부자 비율이 높은 것도 같은 이유라는 시각이다.

반면 경제민주화 반대론자들이 바라보는 시장은 ‘현실 순응주의적인’ 측면이 있다. 시장이란 원래 불완전한 것인데, 그렇다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면 할수록 부작용만 생긴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를 자처하는 김영용 전남대 경영학부 교수의 주장을 들어보자.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시장이란 완전경쟁시장이다. 그러나 이는 아무런 정보 비용이나 자원 이동 비용이 없는 물리적인 진공 상태나 마찬가지라 인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시장이다. 결국 현실에서 존재하는 시장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여기에 개입해서 완전한 시장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이렇게 보면 경제민주화 찬성론자들은 대체로 ‘미래’를 바라본다고 할 수 있다. 미래 성장을 담보하려면 현재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올바른 시장경제체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 반면 반대론자들은 ‘과거’에 중점을 둔 듯한 논리를 편다. 이들은 과거의 눈부신 성장에 자부심을 가질 만한데도 경제민주화론자들은 이를 부정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경제학자를 대별하자면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쪽이 다수다. 그중에서도 목소리가 큰 그룹으로 자유주의 경제학자를 꼽을 수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에 참여한 경제학자들도 마찬가지다. 바른사회는 경제민주화 폐해 및 포퓰리즘 경제악법 저지 등을 주요 활동으로 내세운다.  





참여연대에 맞선 바른사회

“‘민주화 포장’ 정부 개입 성공 못한다”

2003년 ‘제3회 자유주의 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한 자유기업원과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들. [동아일보]

바른사회는 경제학자들만의 모임은 아니다. 정치학, 법학, 사회학 등 광범위한 분야의 학자 및 전문가들이 참여한 비정부기구(NGO)다. 당연히 경제 분야 외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 바른사회에 참여한 교수들은 박근혜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13년 국회가 경제민주화법을 통과시키려 하자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강의실에 있어야 할 교수들이 길거리 시위에 나선 것은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란 미명하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 입법을 무더기로 쏟아낸다고 판단했기 때문. 이들은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재계 등 보수층을 기반으로 집권한 새누리당마저 강경한 경제민주화 입법을 강행하려 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바른사회의 이런 태도는 출범 당시부터 예견된 일이다. 1994년 설립된 시민단체 참여연대 대항마로 설립됐기 때문. 참여연대가 1997년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 이후 재벌 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소액주주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 이에 맞서 우파적 가치를 중시하는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2002년 3월 창립했다.

참여연대가 재벌 개혁이나 경제민주화를 오랫동안 주장해온 만큼 바른사회가 이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바른사회가 정의하는 ‘바른 사회’란 확고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가 실현된 사회를 말한다. 2004년 바른사회 사무총장을 지낸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장 겸임)는 “아무래도 시민단체이다 보니 학문적 성취보다는 현실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하이에크소사이어티 자유주의

또 다른 경제민주화 반대 그룹으로는 1999년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를 결성해 자유주의 사상 전파에 앞장선 이들을 꼽을 수 있다. 초대 회장을 맡은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를 비롯해 김영용(전남대), 안재욱(경희대), 배진영(인제대) 교수 등이 주도해왔다. 현 회장은  황수연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매월 한 차례씩 열리는 토론회에는 회원 60여 명 중 20명 안팎이 참여한다.  

이 학회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진행한 기업 및 금융 구조 개혁을 목표로 설립됐다. 민경국 명예교수는 “당시 정부 정책은 반시장적이고 좌편향적인 데다 국민 정서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싫어하는 면이 있어 자유주의 철학을 전파하고 연구할 목적의 학술 모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자유주의란 자유시장, 제한된 정부, 법치를 기반으로 한다. 학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오스트리아 출신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사상적 지주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지적 라이벌이던 하이에크는 1970년대 들어 케인스 이론에 바탕을 둔 경제 정책이 현실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각광받았고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하이에크는 질서를 외부의 힘으로 창조된 인공적 질서와 스스로 성장한 자생적 질서로 구분하고 자생적 질서의 유지·보호를 강조했다. 사회주의 같은 인공적 질서와 달리 시장경제와 같은 자생적 질서가 인류의 번영을 약속하는 지식의 분업을 지속적으로 활성화해왔다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원들이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오랫동안 발전해온 자생적 질서인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반시장적일 뿐 아니라, 간섭을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규제를 통해 재분배하겠다는 것은 약자 보호 차원에서 앞서가는 사람 발목을 잡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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