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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유력 대선 후보 반기문 vs 문재인 총력검증

너무 성급한 대북유화책 비극적 재앙 부를 수도

문재인의 불안한 국가관

  • 윤평중 | 한신대 철학과 교수 pjyoon@hs.ac.kr

너무 성급한 대북유화책 비극적 재앙 부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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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국가관은 대선주자로서의 강·약점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다. 지도자는 국가의 본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국가의 본질인 공공성과 사적 이해관계를 뒤섞어버려 나라를 망가뜨린 박근혜는 처참한 몰락을 맞고 있다. 문재인은 박근혜가 파괴한 공공성을 되살려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현실정치의 지평에서 이런 출발이 성공적인 마무리를 반드시 보장하는 건 아니다.

국가는 정의 실현의 주체이면서 특정 영토 안에서 폭력을 독점한 권력기구다. 막스 베버의 말처럼 정치 지도자는 때로 ‘권력과 폭력에 깃든 악마적인 힘과’ 제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는 적나라한 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치자가 정의와 폭력의 평행선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하는 점은 국가철학과 리더십의 영원한 주제다. 문재인은 노무현 정부의 2인자였음에도 운동권 지식인의 자화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2년 대선의 문재인은 ‘직업(소명)으로서의 정치’를 확신하지 못한 채 급조된 정치인이었다.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 이후 그가 ‘운명’을 거론했던 이유다. 문재인이 정치를 호명한 게 아니라 정치가 그를 호명했던 것이다. 결국 2012년 문재인은 프로 정치인이 아니었다. 그의 이러한 수동성이 18대 대선 패배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음은 물론이다.



도덕 근본주의·포퓰리즘 언명들

그렇다면 2017년의 문재인은 프로 정치인인가. 주어진 운명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소명(직업)으로서 현실정치를 다룰 자세를 갖추었는가. 그러나 그가 정의 실현과 상극 관계에 놓이기도 하는 폭력 주체인 국가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작금의 정치적 진공상태에서 그가 쏟아내는 도덕 근본주의적·포퓰리즘적 언명들이 이런 우려를 입증한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백번 지당한 당위명제지만 벌거벗은 힘의 충돌로 소용돌이치는 국제정치의 현장에서 이를 어떻게 구현해낼 수 있는지 실천방법론이 진짜 관건이다. 문재인은 이에 대해 침묵한다.

당선된다면 가장 먼저 북한을 방문할 것이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즉각 재개할 것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유일체제 옹위의 절대무기인 핵미사일로 대한민국의 실존을 위협하는 김정은과의 평화공존이 제2의 햇볕정책 같은 유화정책만으로 가능한지 문재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유화정책과 압박정책 모두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했고 북 핵무장을 막지 못한 게 북한 문제의 진실이다. 북한체제의 내구성과 제국 중국의 북한 거들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유화책과 압박정책의 단순 대립을 넘어 제3의 접근법을 찾아야 할 시점에 문재인은 유화정책으로의 복귀만 너무 성급하게 설파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드 배치를 재검토하겠다는 말도 단선적이다. 사드의 함의는 방어용 미사일 배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의 밀어내기와 미국의 버티기’라는 세계사적 패권 게임에 관한 문명사적 인식이 필수적이다. 제국 중국의 대륙문명 대(對) 제국 미국의 해양문명의 각축전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선택해야 하는지와 직결된 21세기 국가 대전략의 문제다. 사드 배치는 민족주의적 감성과 이념적 접근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국제정치적 난제이므로 철저히 베버적인 힘의 쟁투라는 국가철학의 지평에서 냉철하게 다뤄져야 마땅하다.



“더 신중해야”

문재인이 재협상하겠다는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도 더 신중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민심에 영합하는 것만으론 창출되지 않는다.     

문재인은 내면의 믿음을 의무감으로 실천하는 ‘신념윤리’의 인간형이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의 가치에 충실한 사람이다. 하지만 프로 정치인은 백척간두의 지평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 신념윤리가 때로 비극적 재앙을 낳기도 하는 게 정치의 장(場)이기 때문이다. 프로 정치인의 소명은 ‘어떻게 나의 정치적 목표를 이뤄 현실적 결과를 창출할 수 있겠는가’로 확장돼야 한다. 이것이 ‘책임윤리’의 지평이다. 객관적 상황을 살펴 자신의 선택이 초래할 결과를 예상한 후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능력이 책임윤리다.

진실하지만 아마추어적인 정치인 문재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정치적 책임윤리다. 특히 남북관계는 권력과 폭력이 교차하며 온갖 물리적 갈등이 폭주하는 아수라(阿修羅)의 현장 그 자체다. 정치인 노무현이 자신의 진보적 신념윤리라는 좁은 틀을 넘어 책임윤리 차원에서 추구한 정책이 제주 해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제국 중국의 군사적 팽창과 한미 FTA의 성과는 노무현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노무현은 열렬 지지층의 이반(離反)을 감수하고 민심을 거스르면서까지 국가백년대계에 충실하고자 했다. 현실정치에서 선한 의도보다 중요한 게 결과다. 이처럼 정치적 책임윤리에 입각한 확장성을 증명해야만 정치인은 지도자로 우뚝 선다. 국가의 본질에 대한 명철한 인식을 가져야만 성공한 대통령이 된다. 2017년의 문재인이 과연 그런 담대한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대한민국이 묻고 있다.




신동아 2017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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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 한신대 철학과 교수 pjyoon@h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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