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교촌치킨 ‘코스피 상륙작전’,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는?

[유통인사이드] IPO 성적표에 더본코리아·한솥 초관심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0-11-0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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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킨업계 매출 1위, 스테디셀러 집중

    •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최초 ‘직상장’

    • 공모주 청약 경쟁률 1318.3대 1

    • ‘롯데 맨’ 소진세 부임 후 체질 개선

    • 가맹점 확대·신사업 확장 청사진

    • 지속성장 미지수, 투자자 신중한 판단해야

    교촌치킨으로 유명한 교촌에프엔비의 유가증권 상장일은 11월 12일이다. 교촌에프엔비는 기업 공개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교촌에프앤비, 뉴스1]

    교촌치킨으로 유명한 교촌에프엔비의 유가증권 상장일은 11월 12일이다. 교촌에프엔비는 기업 공개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교촌에프앤비, 뉴스1]

    대한민국의 치킨 사랑은 남다르다. 한국인이라면 야식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치킨이다. 온 가족이 모여 저녁 식사로 먹기도 하고, 직장인들의 회식에서도 단골 메뉴로 꼽힌다. 한국에서 운영되는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018년 기준 409개에 달한다. 전국 곳곳에서 영업하는 치킨집은 8만7000개 수준이다. 가히 ‘치킨 공화국’이다. 

    교촌치킨은 이런 치열한 시장에서 2014년 이후 매출 기준으로 1위 자리를 지켜온 브랜드다. 시장 점유율은 11% 정도다. 주목할 점은 교촌치킨이 단순히 점포를 우후죽순 늘려서 1위가 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교촌치킨의 매장 수는 1234개로, 경쟁사인 BBQ(1636개), bhc(1469개)보다 적다. 그런데도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3801억 원을 기록하며 BBQ(2464억 원), bhc(3186억 원)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교촌의 새로운 도전

    교촌에프엔비(이하 교촌)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기업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해 ‘실탄’을 마련한 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가증권 상장일은 11월 12일이다. 

    이번 상장은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최초의 ‘직상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앞서 증시에 입성한 할리스에프앤비(할리스커피), MP그룹(미스터피자), 해마로푸드서비스(맘스터치), 디딤(연안식당) 등은 기존 상장 업체를 인수 합병하는 식의 ‘우회상장’을 택했다. 2012년 당시 BBQ제네시스 계열사였던 bhc의 경우 ‘직상장’에 도전했지만 상장 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교촌의 이번 상장은 국내 치킨업계의 선두 주자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동시에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치킨의 힘’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증권 시장의 반응은 좋다. 교촌이 10월 28~29일 진행한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 결과 상장 공모가를 희망 밴드(1만600원~1만2300원) 상단인 1만2300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수요 예측은 일종의 가격 검증 제도라고 이해하면 쉽다. 교촌 측과 상장 주관 증권사들이 책정한 희망 공모가가 과연 적정한지 투자자들에게 물어보는 과정이다. 여기서 교촌의 주당 가격을 높게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이번 수요 예측에는 총 1109곳의 기관이 참여해 99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화제가 된 SK바이오팜(835.66대 1), 빅히트엔터테인먼트(1117.25대 1)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수요 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자 중 교촌의 공모주 가격이 1만2300원 이상이어도 사겠다고 답한 비중은 91.1%에 달했다고 한다. 

    주관사인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11월 3일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교촌 공모주 청약은 경쟁률 1318.3대 1로 마감했다. 일반 투자자에게 배정된 공모주는 116만주로, 증거금은 9조4047억 원이 걷혔다. 해당 청약 경쟁률은 코스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빅히트(1117대 1)를 뛰어넘는다. 단 공모가(1만2300원)는 빅히트(13만5000원)보다 낮아 증거금은 적은 편이다. 빅히트 증거금은 58조4236억 원에 달했다. 

    즉 투자자들은 교촌의 현재와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현재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고, 미래 전망도 밝다는 의미다. 

    우선 교촌의 현재를 살펴보자. 교촌은 1991년 설립돼 내년에 창립 30주년을 맞는 기업이다. 현재 BBQ, bhc와 함께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의 ‘빅3’로 여겨진다. 세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65%가량이다. 교촌은 그간 꾸준히 매출액을 늘려오면서 2014년 업계 1위에 올라섰다. 당시 처음으로 매출액 2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후 2017년에는 매출액 3000억 원을 넘어서는 등 빠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교촌은 메뉴를 우후죽순 만들지 않고 ‘스테디셀러’를 차근차근 성공시키며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1991년 간장 소스를 특징으로 하는 교촌 오리지널 시리즈를 내놨고, 한참 뒤인 2004년 매운 치킨인 레드시리즈를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2010년 내놓은 교촌 허니시리즈 역시 히트를 쳤다. 교촌 측도 자사의 성공 비결을 “스테디셀러 전략 덕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체질 개선

    교촌이 BBQ나 bhc에 비해 매장 수가 적은 것도 ‘안정적 경영’과 관련이 있다. 교촌은 지금껏 인구수 기준으로 1만7000명~2만5000명이 되는 상권에 1개 가맹점만 둬 왔다. 가맹점의 ‘영업 상권’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다. 가맹점당 연평균 매출액이 2018년 기준 6억2000만 원으로 2위인 BBQ(4억 원)를 훨씬 상회했다. 폐점률도 1% 안팎으로 낮은 편이다. 

    안정적 경영을 해오던 교촌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해부터다. 교촌의 창업주인 권원강 전 회장이 2019년 3월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선언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4월에는 ‘롯데맨’으로 불렸던 소진세 회장을 영입해 주목받았다. 소 회장은 롯데슈퍼 대표와 코리아세븐 대표,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교촌은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적자를 내던 일부 계열사와 여타 사업을 접으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했다. ‘담김쌈’ ‘숙성72’ 등 수익률이 저조한 가맹 사업을 정리하고, ‘수현에프앤비’와 ‘케이씨웨이’라는 이름의 계열사는 흡수 합병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교촌의 사업 구조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더욱 안정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변화가 오직 창업주의 ‘결단’만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교촌은 2018년 코스피 상장을 공식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해 권 전 회장과 6촌 지간인 한 임원의 직원 폭행 사건으로 갑질 논란이 불거졌고,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있었다. 상장 역시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권 전 회장이 물러난 것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다. 결과적으로 창업주의 ‘결단’으로 1년 반 만에 반전이 이뤄졌다. 

    이처럼 교촌의 현재는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그렇다면 교촌의 미래는 어떨까. 

    우선 경쟁 상황을 보자. 교촌은 1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는 아니다. BBQ와 bhc 역시 꾸준히 성장하며 교촌을 뒤쫓고 있다. 빅3 외에도 이른바 ‘1세대’ 치킨 브랜드로 여겨지는 페리카나와 처갓집 등도 오랜 단골 소비자들을 기반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최근 페리카나는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또 경쟁력 있는 신생 업체가 지속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교촌이 앞으로 계속 1위를 지키리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가맹점 확대에서 HMR 진출까지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회장이 10월 22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교촌에프앤비 기업공개(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제공]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대표이사 회장이 10월 22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교촌에프앤비 기업공개(IPO)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제공]

    교촌 측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미래 사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촌은 10월 22일 IPO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교촌은 이날 ‘지속 성장을 위한 4대 전략’을 소개했다. △가맹사업 확장 및 상권 맞춤형 매장 개발 △신성장동력 확보 △해외시장 공략 본격화 △초격차 R&D(연구개발) 인력 확보 등이다. 

    교촌은 8월 말 기준으로 1234개인 가맹점 점포를 2025년까지 1500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기존 소형 매장들을 중대형 매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60% 정도였던 중대형 매장을 5년 뒤에는 9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신사업 확장 계획도 내놨다. 가정간편식(HMR) 사업을 본격화하고, 가공 소스 사업에도 힘을 싣는다는 계획이다. 수제 맥주 사업도 한다. 12월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테스트 기간을 거쳐 내년 상반기쯤 본격 판매할 예정이다. 수제 맥주는 기존 주력 제품인 치킨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여겨진다.
     
    그간 다소 소극적으로 추진해왔던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교촌은 현재 중국과 미국, 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 37개 매장만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중동, 대만, 호주, 터키 등에 진출해 총 25개국에 500여 개 매장을 내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를 통해 지난해 3800억 원이었던 매출액을 2025년 7700억 원까지 끌어올리고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39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수요 예측 결과가 좋았다는 것은 이런 교촌의 계획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교촌이 지속해 성장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있다. 일단 교촌은 국내 치킨 시장에서 성공한 것 외에는 뚜렷하게 보여준 게 없다. 해외 사업의 경우 전체 매장이 37개에 불과하다. HMR 사업이나 수제 맥주 사업도 이제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시장에서도 이런 부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주영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소형 매장을 중대형 매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출액 상승으로 이어져 업계 평균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신사업은 숫자로 보여지기까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투자자의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교촌은 이날 간담회에서 예비 투자자들을 향해 ‘미래 가능성을 봐 달라”고 강조했다. 소 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드러내고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면서 “지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성장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래 가능성을 바라봐 달라”고 강조했다.


    교촌 상장 예의주시 백종원의 더본

    교촌의 상장은 향후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상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한국에서 여러 프랜차이즈 기업이 상장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다.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의존도가 높고 소비 트렌드에 실적이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수익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교촌의 상장으로 이런 ‘선입견’이 줄어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는 기업들이 있다. 향후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외식 업체들이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이미 상장을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 SK바이오팜·빅히트 등 굵직한 IPO 딜을 담당한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둔 상태다. 아직 구체적 상장 일정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언제든 IPO 시장에 나올 수 있는 기업이다. 

    도시락 업계 1위 한솥도 교촌의 상장 과정을 예의주시하는 업체다. 한솥은 지난해부터 상장 준비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교촌의 경쟁사인 BBQ와 bhc 역시 상장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경기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외식 프랜차이즈업 특성상 안정적인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점은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촌의 IPO를 통해 그동안 넘지 못할 산으로 여겨졌던 외식 업계 직상장이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코로나19 여파에도 실적 충격이 덜한 기업이나 신사업 확장을 통해 차별화를 추구한 기업을 중심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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