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규제 완화 신호탄 쏘자 서울 재건축 들썩, 호가는 천장 뚫려

윤석열 시대의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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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2-04-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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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제 완화 기대감에 부동산 시세 반등

    • 인수위 부동산TF, 양도세 중과부터 완화

    • 다주택자 매물 시장 풀리게끔 유도

    • 서울 재건축조합 기대↑… 지역별 온도차 커

    • 압구정 “팔 이유 없어” 목동 “재건축 먼 얘기”

    • 원희룡 국토부 장관 후보 “규제 완화 신중히”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약속한 가운데 대선 한 달 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2곳의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사진은 4월 초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뉴스1]

    새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약속한 가운데 대선 한 달 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2곳의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사진은 4월 초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뉴스1]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승리로 이끈 요인 중 하나가 ‘부동산 민심’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2017년 5월부터 지금까지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대책 헛발질에 피로감을 느낀 터였다. 최근 5년간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려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28차례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투기 수요 근절과 가격 안정을 위한 금융·세제 개편 △실수요자 보호 및 서민 주택 부담 경감을 위한 공급안 마련 △주택공급정책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정부의 목표와 달리 집값은 전국적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지역에 따라 집값이 2배 이상 오른 곳도 적지 않았다. 2월 부동산R11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간 전국 아파트값은 약 83.97% 상승했다.(표1 참조) 지역별로 세종이 111.77%로 가장 높았고, 서울 110.25%, 대전 91.55%, 경기 85.57% 순이었다. 오름 폭이 가장 작은 경남(11.33%)을 비롯해 강원(11.76%)과 경북(12.95%)도 1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 5년간 전국적으로 부동산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5년간 서울 아파트값 평균 110.25%↑

    부동산시장을 불안하게 만든 주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오판이 지목된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재화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데, 부동산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대도시의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주택 노후화로 멸실 가구 역시 꾸준히 늘어나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정부는 이런 시대 변화에 발맞춰 매년 신규 주택 공급 계획안을 발표해야 집값 안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대기수요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첫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취임한 김현미 전 장관은 그해 8월 2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주택 공급량은 수요량을 상회한다”며 국민에게 공급은 충분하다는 시그널을 던졌다. 이후 공급 계획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으나 정부는 줄곧 투기 수요를 억제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데 힘썼다.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자 무주택자들의 불만은 커져갔다. 무주택 기간이 쌓여 청약 점수가 높아지는 속도보다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 속도가 더 빨랐다.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추격 매수 심리는 중장년층을 넘어 2030세대까지 집어삼켰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는 데 쏟아붓는 ‘영끌족’을 탄생시켰다. 이런 추세는 서울을 시작으로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까지 옮겨갔다.



    정부는 뒤늦게 소극적인 공급 노선을 철회했다. 2018년 9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30만 가구 공급 방안을 내놓았다. 지구 지정, 토지 보상, 개발, 분양, 입주 등의 절차를 거쳐 공급이 현실화되기까지 최단 7년,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돼 매수 대기자들의 기대심리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재고 주택이라도 시장에 풀려야 집값이 안정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마저 꽁꽁 묶어버리는 악수를 뒀다.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가 아닌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부과한 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까지 중과해 주택을 쉽사리 팔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현재 서울을 비롯한 조정 대상 지역의 2주택자는 양도세 중과세율이 최고 65%,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는 75%를 적용하고 있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3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최다 82.5%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한다. 집을 팔고 얻는 양도소득이 1억 원이라면 세금으로 8250만 원을 낸 나머지 1750만 원만 손에 쥐는 셈이다.

    또 문재인 정부는 투기 수요를 잡는다는 명목 아래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강화했다. 2020년 2월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대출 기준을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에서 시가 9억 원 이하는 LTV 50%, 9억 원 초과는 LTV 30%로 기준을 낮췄다. 15억 원 이상 주택 구입 시 담보대출 금지, 총부채상황비율(DSR) 40% 규제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 밖에 공시가격 현실화로 인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및 고령층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비롯된 전셋값 폭등 등의 부작용도 발생했다.

    새 정부 첫 대책, 다주택자 중과세 1년 유예

    불안한 시장 상황에 내 집 마련 기회를 놓친 무주택자, 재건축 규제에 발목 잡힌 유주택자, 종부세 및 건보료 부담이 커진 노년층, 전셋값 폭등으로 삶의 터전에서 밀려난 청년층 등 불만이 켜켜이 쌓인 유권자들은 변화를 갈망하며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 내놓은 부동산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노선과 180도 달랐다. 그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기조로 공급 확대·세금 완화·정비사업 활성화 등 시장 친화적 정책을 펼칠 것을 약속했다. 5년간 전국 250만 가구 이상, 수도권 130만 가구 이상 신규 주택을 공급하고, 이 가운데 200만 가구는 민간 주도, 50만 가구는 공공 주도로 계획했다. 여기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청년원가주택 30만 호, 역세권 첫 집 20만 호도 포함됐다.

    그간 지지부진하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변화도 예고했다. 역세권 재건축 용적률 500% 상향, 준공 30년 이상 아파트 ‘정밀안전진단’ 단계 면제 등은 속도감 있는 신규 주택 공급을 기대하게 했다. 이는 재건축·재개발조합뿐 아니라 신규 분양 물량을 기다리는 이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공약이었다.

    이 밖에 △종부세 및 재산세 통합을 통한 이중과세 해소 △세부담 상한율 50~200%로 완화 △종부세 및 재산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 95% 동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2년간 배제 △1주택자 및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세금 부담 완화 등 여러 공약도 국민적 호응을 얻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직후 즉각 부동산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월 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부동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 기본 방향과 주요 검토 과제를 논의했다.

    3월 31일에는 새 정부의 첫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도 발표됐다. 인수위 경제1분과 최상목 간사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부동산 세제 정상화 과제 중 첫째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과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수위가 대통령 취임 전인 4월 중으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현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철학과 맞지 않는 정책이어서 수락하지 않았다. 현 정부 동의를 얻지 못하자 인수위는 대통령 취임식 이튿날인 5월 11일 양도 건부터 1년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필두로 인수위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핵심 역할을 할 공급 방안 마련에도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구성한 ‘도심주택 공급 실행TF’는 4월 6일 1차 회의를 열고 윤석열 당선인의 ‘주택 250만 호 공급’ 공약 구체화 방안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완화, 초과이익환수제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인수위는 향후 순차적으로 발표될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집값이 불안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 정부 출범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공급 로드맵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도세 부담 낮아지자 움직이는 다주택자들

    새 정부의 첫 규제 완화 정책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1년 유예’가 사실상 결정되자 다주택자들은 대체적으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거주하는 70대 다주택자 정모 씨는 “은퇴 후 자식들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아 10여 년 전 서울 아파트 2채를 매입했다. 몇 년 전 사업체를 정리하고 임대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최근 2년간 보유세가 너무 올라 생활비 걱정을 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며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기다렸는데 이제야 정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 양도소득세 비중이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낮은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 매도 움직임이 살아나는 모양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원정 투자를 내려올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는데 지난해 봄부터는 매물도 없고, 사려는 사람도 없어 ‘좋은 시절 끝났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그런데 인수위에서 양도세 중과 1년 유예를 발표하자 ‘언제부터 시행되나’ ‘얼마나 줄어드느냐’는 다주택자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 5월 이후에는 거래가 다수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는 이상기류가 형성됐다. 4월 8일 부동산R114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선 이후 한 달 사이 서울은 재정비사업 이슈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올랐다. 특히 재건축 완화 기대감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의 호재가 있는 용산구 아파트값이 0.38% 상승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 중구(0.33%), 동작(0.13%), 강남(0.11%), 서초(0.09%), 양천(0.07%) 순이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대선 직후 아파트값이 상승한 곳은 7군데였으나 대선 한 달 뒤에는 12군데로 늘었다.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 수년 사이 서울의 주택 가격은 신축과 재건축 아파트가 견인해 왔다. 지어진 지 3~5년 정도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가가 나오면, 인근 재건축 아파트도 키를 맞추는 식으로 시세에 추종해 호가가 올랐다.

    그런데 20대 대선 이후 부동산시장은 재건축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집권기에 사실상 중단됐던 정비사업이 지난해 4월 오세훈 시장 재취임 이후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 추진으로 속도가 빨라진 데다 윤석열 당선인 역시 속도감 있는 재건축 사업을 약속한 바 있어 분위기가 반전된 것. 신속통합기획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공공이 조합을 보조하면서 통상 5년 정도 소요되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2년으로 대폭 단축하는 제도로 서울 주요 재건축조합이 신청해 기대감을 높였다.

    신통기획 사업지로 선정된 재건축 단지 가운데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곳도 나왔다. 2월 16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2017년부터 통과되지 못했던 정비계획안이 5년 만에 통과돼 이르면 내년 연말 이주가 완료된다. 막혔던 정비사업이 뚫렸다는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하는 모양새다. 정비계획안 통과 한 달 뒤인 3월 31일 잠실주공5단지 공급면적 112㎡짜리 아파트는 27억1000만 원에 거래됐고, 4월 중순 기준 네이버부동산 시세는 28억~30억 원에 형성됐다.

    서울시내 주요 재건축 단지의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4월 첫째 주 현장을 찾았다. 준공 30~50년 된 재건축 단지들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서초구 반포동, 양천구 목동 등 6곳에는 전반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1-동부이촌동 “1년 만에 21억 원 올라, 팔려는 매물도 아냐”

    1971년 준공된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조합은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설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1971년 준공된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조합은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설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조영철 기자]

    한강대교 북단과 동작대교 북단 사이에 자리한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아파트들은 강북에서는 찾기 어려운 바둑판 형태의 단지들로 강남 못지않은 생활 편의성을 갖춘 곳이다. 특히 남으로는 한강에 인접해 있고, 북으로는 남산 자락 아래 국립중앙박물관과 용산가족공원으로 둘러싸여 배산임수 지형의 표본으로 손꼽힌다.

    현재 이곳의 시세는 2015년에 완공된 아파트인 래미안첼리투스가 이끌고 있다. 래미안첼리투스는 1974년 준공된 삼익주택을 지상 56층 규모로 재건축한 아파트로, 공급면적 166㎡ 460가구로 이뤄져 있다. 실거래가는 지난해 6월 43억 원에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올해 1월 50억9998만 원에 거래되면서 3.3㎡당 1억 원을 넘겼다.

    이외 재건축 단지 가운데서는 가장 큰 규모인 데다가 한강과 바로 인접한 한강맨션이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한강맨션은 1971년에 지어져 올해 51년 된 주택단지로, 공급면적 88~180㎡ 660가구로 조성돼 있다. 입주 당시 국내 최초로 중앙난방시설을 갖춰 화제를 모았다.

    재건축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7년 조합이 설립됐고, 2년 뒤 재건축 계획이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해 지난 1월 조합 정기총회에서 GS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했다. 계획대로라면 한강맨션은 2024년 1월 착공해 3년 뒤 지상 35층 15개동, 총 1441가구로 탈바꿈한다.

    4월 초에 찾은 한강맨션은 5층짜리 낡은 건물들 사이로 수령을 짐작하기 어려운 오래된 꽃나무들이 봄 햇살 아래 만개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를 여러 곳 둘러봤으나 전·월세를 제외하고는 매물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M부동산 대표 김모 씨에 의하면 대통령이 바뀌고 난 뒤 규제가 완화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나와 있던 매물이 다 들어갔다고 한다. 그는 “지금 나온 매물은 1건인데 121㎡가 50억 원이다. 재건축 이후 170㎡로 받을 수 있어 3.3㎡당 1억 원짜리 매물인데 솔직히 팔려고 내놓은 매물은 아니고 본다. 집주인이 호가만 올려놓고 ‘사려면 사라’는 뜻이어서 시세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강맨션 121㎡는 지난해 1월 16일과 21일 각각 29억 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1년 뒤인 1월 24일에는 43억 원에 거래됐고, 4월 초 시세는 7억 원 오른 50억 원에 형성됐다. 1년여 만에 가격이 21억 원이나 오른 셈이다. 김모 씨는 “이렇게 된 데는 오세훈 시장 취임을 비롯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다들 재건축이 쉽지 않을 거라고 봐서 3.3㎡당 8000만 원에 거래가 됐다. 시장이 바뀌고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층수 제한이 풀려 기존 35층에서 50층으로 높이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면 추가부담금이 적어지니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높인다. 대통령까지 바뀌니 집주인들이 ‘이제는 확실히 재건축된다’고 믿는다. 한강맨션은 대지지분이 많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약 50㎡씩 넓혀갈 수 있다. 그렇게 따지면 래미안첼리투스의 현재 가격과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아직 동부이촌동은 3.3㎡당 1억 원짜리 시세가 일반적이지 않아 매수세가 잘 붙지 않는다.”

    재건축은 기본계획 수립,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승인, 조합설립 인가,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철거 신고, 착공 신고, 일반분양 승인 등 10단계를 거친다. 일반적으로 시세는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일반분양 단계에서 세 차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인다. 지금 한강맨션의 경우 시공사 선정을 마치고 조합원 동·호수 추첨을 앞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자면 일반분양 단계에서 한 차례 더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한강맨션은 남쪽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단지라는 점에서 조합원들 사이에 ‘부르는 게 값’이라는 여론도 형성돼 있다고 한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한강 조망이 가능한 113㎡ 매물이 지난 1월 21일 46억6000만 원에 실거래돼 시세가 3.3㎡당 1억3000만 원을 넘겼다. 한강맨션이 넘보지 못할 가격은 아니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여의도동 “이미 3.3㎡당 1억 원, 수익률은…”

    여의도동 시범아파트는 1971년 지어진 최초의 고층 아파트로 현대식 설비를 갖춰 당시 지어지는 아파트의 표본이 됐다. [조영철 기자]

    여의도동 시범아파트는 1971년 지어진 최초의 고층 아파트로 현대식 설비를 갖춰 당시 지어지는 아파트의 표본이 됐다. [조영철 기자]

    여의도는 서울지하철 5호선을 기준으로 서쪽은 국회, 방송국, 상업용 빌딩 등이 자리한 반면 동쪽은 아파트 단지가 70%가량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 1970년대 지어진 재건축 아파트들로 5호선 여의나루역 인근 서울, 목화, 공작, 삼부아파트가 한강변에 인접한 주요 단지로 꼽힌다. 현재 여의도 내 16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지 면적만 놓고 보면 원효대교 남단, 63빌딩 맞은편에 위치한 시범아파트가 가장 큰 규모다.

    시범아파트는 1971년 당시로서는 최초의 고층 아파트인 13층 높이로 지어져 화제를 불러일으킨 단지다. 면적은 60~156㎡, 총 24개동 1578가구로 조성됐다. 복도형 통로에 판상형 구조, 신식 엘리베이터에 냉온 급수, 중앙난방 등 현대식 설비를 갖춰 아파트명대로 그야말로 당시 지어지는 아파트들의 ‘시범’이 됐다. 여의도 내 가장 큰 대단지로 오늘날 재건축이 이슈가 될 때마다 매번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현재 시범아파트는 과거의 영광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노후화됐다. 4월 초, 이른 오전에 찾아간 시범아파트는 화창한 대낮에도 영화 세트장을 연상케 할 정도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아파트 동별로 외벽에 길게 덧대 놓은 철근은 51년 된 낡은 건축물을 힘겹게 버티고 서 있는 듯했다.

    시범아파트 동쪽 2~4동 건물 1층에는 슈퍼마켓, 치킨집 등 각종 상점이 즐비한데, 군데군데 자리한 공인중개사무소 창문에는 아파트 시세를 알리는 전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S부동산 대표 정모 씨는 “현재 시세는 3.3㎡당 1억 원이다. 제일 작은 크기인 60㎡가 17.5억~18억 원 정도인데 그나마 저렴한 편이어서 나오는 대로 거래돼 지금은 매물이 없다”고 말했다.

    그보다 큰 79·118·156㎡ 매물은 나와 있긴 해도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고. 가격도 비싸거니와 여의도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수인이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에 한해 국토부에서 거래를 승인해 준다. 그런데 51년 된 재건축 아파트에 살기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 상태다.

    그나마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집주인들이 겪는 희망 고문도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시범아파트는 2016년 조합이 아닌 한국자산신탁이 주민 96% 동의를 얻어 재건축을 관할하고 있다. 2017년 안전진단 통과가 됐고, 서울시에서 시범아파트가 속한 3지구를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 한다고 해 신탁에서 50층 이상 주상복합건물을 계획하고 있다. 정모 씨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에는 서울시의회에서 사업시행자 지정이 통과가 안 됐다. 지난해 시장이 바뀌었지만 서울시의회를 더불어민주당이 잡고 있어서 불안한 측면은 있으나 재건축을 계속 막기만 한다면 여론이 더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통과되리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의도는 아파트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 측면에서 재건축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도 있었다. 시범아파트 인근 Y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김모 씨는 “15억 원 이상 대출 불가로 융자가 어려운 데다 실제 거주까지 해야 하는 재건축 아파트는 수익률만 놓고 보면 이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여의도는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크게 성공하면서 땅값이 올랐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장사가 잘되지 않았던 IFC몰을 신세계에서 인수해 스타필드로 바꾼다고 하니 기대감이 높아졌다. 재건축 투자를 알아보던 투자자가 지대 상승 기대감으로 주상복합이나 10억 원 이하의 상가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주상복합은 잘 오르지 않는데 여의도 내 주상복합은 재건축 시세의 80% 선을 유지하면서 따라가는 추세다. 상업건물도 노후화로 각기 재건축을 추진하는 분위기어서 자녀 명의로 하나씩 사주는 등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3-압구정동 “3.3㎡당 2억 원 시대 열릴 것”

    대한민국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는 최근 시세가 3.3㎡당 1억2000만 원에 형성됐다. [박해윤 기자]

    대한민국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는 최근 시세가 3.3㎡당 1억2000만 원에 형성됐다. [박해윤 기자]

    부동산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단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부촌으로 손꼽힌다. 한남대교 남단부터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까지 미성(1233가구)·신현대(1924가구)·구현대(4449가구)·한양아파트(2729가구) 등 총 24개 단지, 1만466가구가 한강변에 자리하고 있다. 한강 조망권에 따라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형태의 판상형 아파트들이어서 아파트명에 관계없이 직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오른 가격에 꾸준히 거래되고 있다.

    압구정동의 아파트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10년 동안 순차적으로 완공돼 지금의 모습을 형성했다. 1976년 가장 먼저 현대1·2·3차 아파트, 1977년 한양1차 아파트, 마지막으로 미성2차가 1987년 입주를 완료했다. 최고 46년, 최저 35년 된 아파트들로 재건축 가능 연한을 넘긴 지 오래다.

    재건축은 현재 1구역(미성), 2구역(신현대), 3구역(현대1~7차, 10·13·14차),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 5구역(한양1·2차), 6구역(한양5·7·8차) 등 6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나뉘어 추진되고있다. 지난해 1,6구역을 제외한 2~5구역은 모두 조합 설립 인가를 획득해 10년 보유 5년 이상 실거주, 1주택자에 한해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 또 압구정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어서 2년 실거주 조건으로 국토부로부터 거래 승인을 받을 수 있다.

    4월 초 찾아간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는 50년 넘은 아파트 치고는 크게 낡아 보이지 않았다. 고층 아파트 단지임에도 동 간 간격이 좁아 지상주차장이 협소해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초·중·고등학교, 한강공원, 백화점 등 접근성이 좋아 사는 데 큰 불편은 없을 듯했다.

    인근 중개사무소에는 전·월세를 제외하고 매매 시세를 알리는 전단이 붙어 있지 않아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S부동산 이모 실장은 “대통령이 바뀌고 매물이 다 들어갔다. 지금 급하게 팔 것 없이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이 많다. 이곳은 부동산정책과 상관없이 늘 사려는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매도자 우위 시장”이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재건축조합은 대부분 1대 1 재건축을 선호하기 때문에 향후 일반분양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이유로 조합원의 지위를 양도받으려는 매수 대기자가 적지 않다. 따라서 가격도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1월 18일 한강변에 바로 인접해 한강 조망이 가능한 현대1차 211㎡가 80억 원에 거래돼 3.3㎡당 1억2300만 원에 신고가를 찍었다. 이는 직전 최고가인 지난해 3월 64억 원보다 16억 원 높은 가격이다. 4월 중순 현재 시세는 3.3㎡당 1억1000만~1억20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서울시 아파트 가격이 정체 현상을 보이는 와중에도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값이 급등한 이유는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라진 데 있다. 조합 측은 그간 재건축 추진에 느긋한 자세를 취해 왔다. 조합원 대부분이 60~80대 고령층인 데다가 140㎡ 이상 대형이 절반 이상이고, 각자 리모델링해 불편함 없이 사는 이가 많기 때문. 그러나 이모 실장의 말에 의하면 최근 수년 사이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조합원들이 재건축에 회의적이었는데 최근 30~40대 젊은 사람들이 상당수 매입하면서 조합원 평균연령이 낮아졌다. 연로한 집주인들은 집을 팔고 싶어 하는데 자녀들이 증여를 원하고, 재건축을 설득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서울시장이 바뀐 뒤로 분위기가 달라져 빠르면 내후년 시공사도 선정될 듯하다. 용적률이 200% 이상이어서 층수 상향 없이는 건축비 부담이 크지만, 조합원들이 공공임대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서울시가 제안하는 층수 상향에도 관심이 없다. 기존 계획대로 1대 1 재건축이 추진될 걸로 보인다. 농담이 아니라 집주인들은 재건축 이후 3.3㎡당 2억 원까지 올라갈 걸로 예상한다.”

    4-대치동 “매물 싹 들어가, 호가에 맞춰줘야”

    사교육 중심지인 강남구 대치동에서 최근 대치미도1·2차 아파트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정혜연 기자]

    사교육 중심지인 강남구 대치동에서 최근 대치미도1·2차 아파트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선정돼 주목을 받았다. [정혜연 기자]

    대한민국 사교육의 메카라고 불리는 강남구 대치동은 통상 역삼로 남쪽, 양재천 북쪽을 일컫는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동쪽으로 자리한 우선미(우성·선경·미도) 아파트와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이고 2015년에 청실아파트 재건축 후 입주한 래미안대치팰리스를 필두로 동부센트레빌, 대치SK뷰, 대치아이파크 등이 비교적 신축에 속한다.

    대치동에서는 입주 7년차를 맞은 래미안대치팰리스가 시세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5일 125㎡가 40억5000만 원에 거래돼 3.3㎡당 1억650만 원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래미안대치팰리스가 대장 아파트임을 부인할 수 없으나 향후 위상은 바뀔 걸로 전망된다. 1983년 준공한 대치미도1·2차 아파트가 신통기획에 참여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 서울시는 지난 1월 주민설명회를 열어 조합 측에 35층 이상 층수 상향, 역세권 고밀복합개발(용적률 300~700%), 공공시설 기부채납 등을 제안하고 건축 기획설계 용역을 발주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상반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정비사업구역 지정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초 서울지하철 3호선 대치역 5번 출구로 나와 미도아파트를 찾았다. 지하철역에서 바로 보이는 미도아파트는 대치동에서도 남동쪽 끝에 위치해 한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1980년대식 고층 판상형 아파트 총 21개동, 2436가구로 조성된 이곳은 낮 시간에도 지상주차장에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주차난이 심했다. 반면 대곡초등학교가 아파트 초입에 위치해 있고, 바로 옆 단지 내 상가에 웬만한 편의시설이 다 갖춰져 있어 생활하기에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4월 초 상가 내 공인중개사무소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J부동산 정모 실장은 “3월 신학기가 지나면서 전·월세 물량이 거의 소화됐다. 매매는 지난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집주인들이 안 팔겠다고 다 거둬들여 찾기 어렵다. 정말 매수를 원한다면 집주인이 부르는 가격에 맞춰줘야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28일 113㎡가 27억3000만 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뒤 현재 시세는 30억 원, 3.3㎡당 약 8800만 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에 비하면 낮은 가격이지만 매수세가 몰리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정모 실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실거주를 해야 매입할 수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미도아파트는 지난해 신통기획에 지정돼 대치동에서는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우·선·미 등 재건축 단지가 여럿 있고, 2년 실거주 부담도 있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1·2차가 동시에 재건축되고, 소요 기간도 5~8년으로 단축됐다는 장점이 있다. 집주인들은 재건축 이후 3.3㎡당 1억 원은 무난하게 갈 거라고 본다.”

    5-반포동 “한강변 아닌 재건축도 정권교체 호재”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반포미도1차 아파트가 지난 3월 정비구역 지정 절차에 들어가면서 재건축이 가시화돼 이목을 끌었다. [박해윤 기자]

    서초구 반포동에서는 반포미도1차 아파트가 지난 3월 정비구역 지정 절차에 들어가면서 재건축이 가시화돼 이목을 끌었다. [박해윤 기자]

    반포동은 반포대교 남단부터 동작대교 남단까지 한강변에 자리한 구반포와 신반포에 대장 아파트들이 모여 있다. 2016년 신반포1차를 재건축해 완공된 아크로리버파크는 북쪽으로 한강 조망이 가능한 대단지 신축 아파트여서 매번 신고가를 경신하며 가격 상승을 주도해 왔다. 지난 3월 24일 한강 조망이 가능한 172㎡ 36층 매물이 63억 원에 거래되며 3.3㎡당 약 1억2110만 원 최고가를 찍었다.

    아크로리버파크 양옆으로는 재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동쪽으로는 경남·신반포3차 등을 통합재건축한 래미안원베일리가 2023년 완공을 앞두고 공사 중이고, 서쪽으로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지난해 이주를 마치고 철거에 들어가 2026년 디에이치클래스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두 아파트 단지 모두 아크로리버파크보다 규모가 큰데 현재 시세는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입주 후에는 신축 프리미엄이 붙어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걸로 전망된다.

    구반포·신반포 단지들은 이미 가격이 고점에 이르러 투자수익률만 놓고 보면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시세보다 저평가된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들은 수익성 측면에서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는다.

    이런 이유로 최근 반포1동의 반포미도1·2차 아파트가 주목받고 있다. 이곳은 1987년 1차(1260가구), 1989년 2차(435가구)가 순차적으로 입주했다. 북쪽으로 고속터미널, 서쪽으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인접해 있고, 동쪽으로는 학원가가 형성돼 모든 학원을 걸어서 다닐 수 있다. 통학 가능하다. 서울지하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도 인접해 입지적으로 반포동에서 여느 아파트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4월초 찾아간 반포미도는 언덕 위에 우뚝 솟아 대로변에서도 눈에 띄었다. 아파트 입구로 향하는데 양옆으로 학원 간판이 빼곡하게 걸린 빌딩이 늘어서 있었다. 반포미도는 병풍 형태로 길게 세워졌는데 대부분 동향으로 고층에서는 멀리 강남역 일대까지 훤히 보일 듯했다. 반포미도1차는 용적률이 177%로 30년 넘은 아파트 치고는 지상주차장이 널찍해 주차에 큰 어려움은 없을 걸로 예상됐다.

    반포미도1차는 3월 정비구역 지정 절차에 들어갔고,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반포미도2차는 지난해 10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2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재건축이 가시화되면서 가격도 뛰었다. 지난 2월 8일 반포미도1차 110㎡가 26억7500만 원에 거래됐고, 4월 초 시세는 27억~28억 원에 형성됐다.

    반포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매매에 제약은 없다. 그러나 양도소득세가 큰 탓에 연초까지 시중에 매물이 많지 않았다고.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대통령 취임식 이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가 실시되면 다주택자 매물이 다소 풀릴 것으로 보는 분위기였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최모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수세가 없어서 호가를 조금 내리는 집주인도 있었는데 대선 이후 다시 올리는 분위기다. 최근 2년간 양도세가 높아서 팔지 못한 다주택자가 많았는데 정리하려는 이들도 조금씩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원가가 밀집한 반포동 삼호가든 사거리를 중심으로 최근 3~4년 사이 신축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섰다. 2018년 준공된 반포래미안아이파크와 반포써밋, 2021년 준공된 디에이치라클라스 등은 3.3㎡당 1억1000만 원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최모 씨는 “재건축 초기 단계인 반포미도1·2차는 이들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2011년 입주한 반포리체 113㎡ 호가가 35억 원 이상이다. 반포미도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을뿐더러 전세가가 10억 원 선이어서 17억~18억 원 정도에 투자도 가능하다. 지난해 반포미도는 안전진단이 통과되면서 가격이 한차례 뛰었는데, 앞으로 시공사 선정 이후 또 한 차례 상승이 예상된다. 반포1동 집주인들은 한강변이 아니라도 3년 안에 3.3㎡당 1억5000만 원은 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신축보다 재건축으로 움직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득일 수 있다.”

    6-목동 “호가만 올라, 실거주 규제로 선뜻 거래 안 돼”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단지 중앙에 위치한 7단지는 2020년 11월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올해 2차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조영철 기자]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단지 중앙에 위치한 7단지는 2020년 11월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올해 2차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조영철 기자]

    목동은 서울안의 미니 신도시로 불릴 정도로 대단지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목동 신시가지아파트는 1985년에 완공된 1단지부터 1988년에 들어선 12단지까지 약 2만6000가구가 안양천 서편에 남북으로 길게 자리한다.

    서울지하철 5호선 목동역을 기준으로 북부는 1~7단지, 남부는 8~14단지로 나누어져 있는데 정중앙에 위치한 7단지가 목동역을 비롯해 오목로 학원가와 인접해 대장 아파트로 꼽힌다. 또 학구열이 높은 지역인 만큼 목동학원가에 접근성이 좋은 1·2·5·6단지도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최근에는 재건축 속도에 따라 인기 단지가 바뀌는 분위기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들은 준공 34~37년차에 들어서 단지별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20년 6월 6단지가 전체 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2차 안전진단을 통과해 주목받았고, 같은 해 11월 7단지도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4월 초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를 찾아갔다. 목동역 4번 출구로 나오면 8차선 도로를 양옆으로 판상형 아파트 단지가 일렬로 자리해 있다. 7단지는 하나의 단지가 대로를 중심으로 둘로 나누어져 있어 다른 아파트처럼 보이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같은 단지 안에 5층짜리 낮은 건물과 15층짜리 고층 건물이 섞여 있다는 것. 재건축 시점에 건물에 따라 대지지분이 다르게 나올 것으로 추측됐다.

    7단지 매매가는 3월 9일 대통령선거 이후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고 한다. M부동산 대표 박모 씨는 “몇 건 나와 있지도 않은데 다들 높게 부른다. 대지지분이 많아 재건축 이후 100㎡를 받을 수 있는 저층 72㎡가 20억 원에 나와 있다. 1년 전에 16억3000만 원에 팔린 이후로 거래되지 않다가 최근 3억 원가량 오른 가격에 매물이 나온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지지분이 적은 고층 75㎡는 17억5000만~18억 원에, 재건축 이후 150㎡ 이상 받을 수 있는 121㎡는 지난해 4월 25억 원에 거래된 이후 현재 호가는 27억~28억 원대다.

    매물은 간간이 나오지만 실제로 매수하려는 이는 없다고. 박모 씨는 “최근 1년 동안 7단지 안에서 거래된 매물이 3건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개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목동은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실거래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폭 줄었다. 서울시장이 바뀌어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지만 초기 단계여서 크게 호재는 아니라고 한다.

    “매매 예약서를 쓰고 구청에 토지거래허가신청서를 내면 허가가 떨어지는 데만 3주가 걸린다. 정식으로 매매가 성사되는 데 최단 한 달이 걸리고, 허가가 나도 6개월 이내에 매수자가 입주해야 하니 거래가 잘 될 리 없다. 7단지는 현재 추진위가 설립됐는데 관리처분 인가까지 빠르면 4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이 당장 되는 줄 알고 문의를 많이 하는데, 가구수가 많기 때문에 의견이 달라 빨리 추진되기 어렵다. 번개처럼 진행한다고 해도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도 생길 테고, 의견 취합이 어려워 최단10년은 걸린다고 봐야한다.”

    규제 완화로 버블 우려, 대응방안 필요

    현재 새 정부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부동산정책은 정권의 명운을 가르는 중차대한 문제로 특히 지난 정부의 전철을 밟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러 대책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공급 로드맵 구체화를 꼽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 겸 경인여대 교수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결국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주택 공급에 있어 재고 주택과 신규 주택의 비율은 대략 8대 2다.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로 재고주택 거래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신규 주택 공급안이 나와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가 서울 및 수도권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신규 공급을 활성화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부작용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건축 단지 한 군데에서 이주를 시작하면 일대 전세난과 전셋값 상승이 빚어진다. 17년 전 송파구 잠실동의 잠실주공1단지(현 잠실엘스)와 2단지(현 잠실리센츠)가 이주할 당시 인근 단지뿐 아니라 잠실대교 너머 광진구를 비롯해 강동구까지 전세난이 빚어진 것은 유명한 일화다.

    또 시간이 갈수록 서울과 수도권의 재건축 대상 단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승인해 주다 보면 부동산시장이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고종완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서울시에서 순환 재건축·재개발 등 순서를 정해 시장 자극이 적은 쪽부터 추진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재건축 아파트 입주민의 약 70%는 세입자인데, 이들의 사정을 고려한 공급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4월 10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발탁됐다. 부동산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선 과정에서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을 맡아 공약 전반을 총괄하고, 대선 이후에도 인수위 기획위원장으로서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챙겨와 적임자로 꼽힌다.

    후보 지명 이튿날 원희룡 후보자는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에 집값이 다시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지나친 규제 완화나 시장에서 잘못된 시그널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신중할 뿐만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교하게 움직이겠다”고 답했다. 새 정부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높은 가운데 정책 입안자의 책임 있는 발표에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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