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호

‘가성비’는 별로…일론 머스크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언박싱

[잇츠미쿡]

  • 황장석 ‘실리콘밸리 스토리’ 작가·前 동아일보 기자

    surono@naver.com

    입력2022-10-1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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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치까지 100만 원+월 이용료 15만 원

    • 불편하진 않지만 안정성 떨어져

    • 동남아엔 효과적, 한국엔 ‘글쎄’

    • 中 “스타링크 엄격히 규제해야”

    • 위성은 계속 발사되고 있다

    [Gettyimage]

    [Gettyimage]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북부 ‘라센 화산 국립공원’ 지역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가 폭설 때문에 인터넷마저 끊기면서 문명과 완전히 차단된 생활을 맛봤던 필자는 올해 1월 19일 사고를 쳤다. 지상이나 지하, 해저로 연결된 케이블로 인터넷을 제공하는 게 아닌, ‘지구와 가까운 저고도를 도는 위성에서 인터넷을 쏴주는’ 스타링크 서비스를 신청한 것.

    미국에선 그 나름 서비스 지역이 크게 늘었다곤 하지만 스타링크는 여전히 대상 지역과 인원이 제한돼 있다. 언제 개통될지 모르는 서비스를 신청하면서 보증금으로 99달러(약 13만4000원)를 지불했으니 “멀쩡한 인터넷 서비스 놔두고 쓸데없이 왜 그딴 걸 신청했느냐”고 타박할 게 뻔한 아내에겐 이렇게 둘러댔다.

    “캘리포니아엔 지진이 일어나잖아.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가족 셋(필자는 고등학생 딸이 있다)이 쓸 수 있는 백업용 인터넷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지. 회사(스페이스X) 대표 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위성을 계속해 쏘아 올리고 있어서 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거야. 여차하면 지금 쓰는 인터넷 서비스를 끊고 스타링크만 쓰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사용 전에 100% 환불받을 수도 있어!”

    신청 후 7개월이 좀 안 된 8월 7일 오후 현관 앞에 박스 하나가 배달됐다. 좀 큰 라면박스 두 개를 붙인 정도 크기(76×51×25㎝)의 네이비블루 톤 박스에는 흰색으로 ‘STARLINK’라고 표기돼 있었다. 이 글은 2023년 한국에도 선보일 예정이라는 스타링크 위성인터넷을 개통하고 사용하면서 느낀, 일종의 ‘언박싱(unboxing)’이라고 하겠다.

    전원 켜는 데 꼬박 한나절

    8월 7일 스타링크에서 필자의 집으로 보낸 박스가 도착했다. 스타링크 서비스 이용을 위한 장치가 들어 있다. [황장석]

    8월 7일 스타링크에서 필자의 집으로 보낸 박스가 도착했다. 스타링크 서비스 이용을 위한 장치가 들어 있다. [황장석]

    요즘 대부분의 서비스가 그렇듯 스타링크는 DIY(Do It Yourself·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한 상품)다. 무게 10.5㎏의 박스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의 위성안테나와 라우터를 연결하는 짙은 회색 케이블, 거치대, 라우터가 담겨 있다. 이것들을 조립하고 설치해 스타링크 위성인터넷에 연결하는 건 고객 몫이다.



    8월 7일 필자가 스타링크 위성안테나의 설치 전 모습을 찍었다(왼쪽). 8월 14일 필자의 집 지붕 측면에 설치된 스타링크 위성안테나. [황장석]

    8월 7일 필자가 스타링크 위성안테나의 설치 전 모습을 찍었다(왼쪽). 8월 14일 필자의 집 지붕 측면에 설치된 스타링크 위성안테나. [황장석]

    먼저 스마트폰으로 스타링크 앱을 다운로드한 후 위성안테나를 설치할 최적의 위치를 정해야 했다. 지붕 위가 최선이었다. 위성에서 쏘는 전파가 지형지물에 방해를 받지 않는 위치에 설치하기 위함인데, 배달된 물품만으론 지붕 위에 설치하기 어렵다는 걸 깨닫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위성안테나를 지붕 측면 벽에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40달러(약 5만4000원) 상당 월마운트(wall mount), 위성안테나와 거실 라우터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고정하는 데 쓸 26달러(약 3만5000원) 케이블 설치 키트를 주문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설치를 완료한 날은 8월 14일. 철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안테나를 설치하고,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 케이블을 거실 라우터에 연결했다. 전원을 켜는 데 성공하기까지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결코 싸지 않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역에 사는 필자의 집에서 사용해 온 기존 인터넷 서비스(Xfinity) 속도는 평균 100Mbps(다운로드 시)/5Mbps(업로드 시) 수준이다. 월 요금은 대략 100달러(약 13만5000원). 광케이블이 연결된 대도시 지역에선 훨씬 빠르면서도 더 저렴한 인터넷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안타깝게도 필자가 사는 동네는 명색이 실리콘밸리의 도시임에도 그렇지 못하다.

    스타링크 서비스는 결코 싸지 않다. 우선 초기 비용이 많이 든다. 올해 1월만 해도 499달러(약 67만3000원)이던 위성안테나와 거치대, 라우터, 케이블 등 하드웨어 장비 가격이 이젠 599달러(약 80만7000원)다. 여기에 추가로 세금이 붙는다. 별도로 매달 내야 하는 이용요금은 110달러(약 14만8000원)다. 물론 다른 위성인터넷 업체도 존재한다. 지역에 따라 스타링크보다 요금이 싼 곳도 있지만 데이터 제한 없이, 기간 약정 없이, 훨씬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업체는 단연 스타링크다.

    스타링크 서비스가 제공하는 인터넷은 시간대별로 속도가 상이해 안정성은 다소 떨어진다. 스타링크 앱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의 피크타임 동안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공지한다(왼쪽). 필자의 측정 결과 오전 12시 49분엔 다운로드 시 252Mbps, 업로드 시 10Mbps의 속도를 기록했지만(가운데) 피크타임엔 다운로드 시 32Mbps, 업로드 시 2.9Mbps로 속도가 느려졌다. [황장석]

    스타링크 서비스가 제공하는 인터넷은 시간대별로 속도가 상이해 안정성은 다소 떨어진다. 스타링크 앱은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의 피크타임 동안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고 공지한다(왼쪽). 필자의 측정 결과 오전 12시 49분엔 다운로드 시 252Mbps, 업로드 시 10Mbps의 속도를 기록했지만(가운데) 피크타임엔 다운로드 시 32Mbps, 업로드 시 2.9Mbps로 속도가 느려졌다. [황장석]

    8월 14일 필자가 집 거실에 설치한 라우터.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라우터에 위성안테나와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황장석]

    8월 14일 필자가 집 거실에 설치한 라우터.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라우터에 위성안테나와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황장석]

    다만 스타링크를 실제로 사용해 보니 속도의 변동성이 컸다. 자정 직후 측정했을 때는 250Mbps(다운로드 시)/10Mbps(업로드 시) 수준까지 나왔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과 시간 동안 측정하면 다운로드 속도는 대략 50~100Mbps, 업로드 속도는 3~10Mbps 정도였다. 이용자가 많은 피크타임(오후 5~10시)에는 눈에 띄게 속도가 느려졌다. 다운로드 속도가 30Mbps 이하, 업로드 속도는 3Mbps 이하로 나오기도 했다. 스타링크 앱(애플리케이션)엔 이렇게 공지돼 있다.

    “피크타임에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앞으로 위성을 계획대로 완전히 다 쏘아 올리면, 특히 스타십(한 번에 수백 대 위성을 실을 수 있는 초대형 로켓)을 쏘아 올리면, 속도 저하 문제가 개선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피크 타임이 아님에도 속도 저하가 지속되면 설치가 잘못됐기 때문일 수 있다. 라우터를 놓아둔 장소나 케이블 결함 같은 문제일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인터넷 서비스 이용엔 대체로 불편함이 없지만 아직까지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한다고 보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2023년 한국 진출 예정이라지만…

    스페이스X는 지속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위성이 많아질수록 스타링크 서비스 품질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구 저궤도상에 떠 있는 스타링크 위성을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 [스페이스X]

    스페이스X는 지속적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위성이 많아질수록 스타링크 서비스 품질도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구 저궤도상에 떠 있는 스타링크 위성을 그래픽으로 나타낸 것.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 현황을 업데이트해 온 천체물리학자 조너선 맥도웰(Jonathan McDowell) 박사의 블로그 내용에 따르면 8월 20일 기준 작동하는 스타링크 위성은 2809개다. 이 가운데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성은 2313개다. 스페이스X가 현재까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발사 허가를 받은 위성 숫자는 1만2000대. 앞으로 3만 대를 추가로 허가받아 총 4만2000대의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5월 19일 스페이스X 측이 FCC와 회의하면서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스타링크 서비스가 제공되는 국가는 36개국, 서비스 가입자는 40만 명이 넘는다. 내년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 진출할 계획이다. 스타링크 공식 웹사이트엔 현재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역과 조만간 제공될 예정인 지역이 나와 있다. 일본은 올해 3분기, 한국은 내년에 제공될 예정이라고 표시돼 있다. 몇 분기에 시작될지는 나와 있지 않다.

    필자는 한국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이용할 사람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 스타링크 서비스보다 저렴하면서도 빠른 인터넷 서비스가 보편화한 지역이지 않은가. 잠시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외딴섬이나 깊은 산골이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도시에선 다운로드 속도 최대 1Gbps(100Mbps의 100배) 수준의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약정 없이, 월 7만 원쯤이면 이용 가능하다. 소수의 얼리어답터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굳이 80만 원가량의 초기 비용을 들이고, 월 14만 원이 넘는 요금을 내면서까지 스타링크를 이용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게다가 아파트 같은 건물이 밀집된 특성상 위성인터넷 안테나를 옥상이나 지붕에 설치하는 것도 까다로운 일이다. 별도의 안테나를 설치하지 않아도 위성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술(현재 스페이스X는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히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이 아니라 올해 4분기에 진출할 계획인 필리핀, 내년을 목표로 삼아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하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 주요 타깃이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6월 9일 니혼게이자이는 스타링크 서비스가 동남아 지역을 공략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섬이 7000개가 넘는 필리핀, 1만6000개가 넘는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외딴섬이 많아 인터넷 접근이 어려운데, 이를 고려하면 해저케이블로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보다 위성인터넷이 훨씬 편리하다고 분석했다.

    또 기사는 직접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운 나라들이 스타링크 같은 위성인터넷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공공기관과 병원, 군사시설 등 주요 시설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기업은 인터넷 기반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추가 투자 없이 바로 서비스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 니혼게이자이가 공개한 국가별 인터넷 속도 측정 자료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지역은 인터넷 서비스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이다. 4월 기준 모바일 기기 다운로드 속도에서 인도네시아는 17.96Mbps로 전체 조사 대상국 142개 가운데 100위, 필리핀은 19.45Mbps로 95위를 기록했다.

    기존 통신망 단절 시 해법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를 통해 제공되는 위성인터넷 서비스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기존 통신망이 붕괴되더라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AP 뉴시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를 통해 제공되는 위성인터넷 서비스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기존 통신망이 붕괴되더라도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AP 뉴시스]

    올해 스타링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침공 직후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인터넷 기반시설이 파괴돼 군대와 병원 같은 기관에서도 인터넷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머스크에게 다음과 같이 SOS를 친 것.

    “당신이 화성을 정복하려고 하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려 합니다. 당신의 로켓들이 (탑재한 위성들을 우주로 보내고) 성공적으로 지구로 귀환할 때, 러시아의 로켓들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공격합니다.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제공해 러시아에 맞설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요청을 받은 직후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위성안테나를 비롯한 장비를 보내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했다. 8월 초 BBC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우크라이나에 1만5000대가량의 위성인터넷 장비를 보냈다.

    앞서 언급한 니혼게이자이 기사를 되짚어보자. 기사는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국가에 위성인터넷이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남사군도를 놓고 중국과 다투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의 경우 분쟁으로 기존 통신망이 단절될 때 위성을 통해 인터넷을 제공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일본에도 해당한다. 기사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일본과 중국 사이에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센카쿠 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지역이지만 중국은 지속적으로 해경 함정을 보내 주변을 순항하는 등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해 왔다.

    중국이 스타링크에 대해 적대적인 건 이러한 분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우주정거장이 스타링크 위성과 충돌할 뻔했다”며 유엔에 문제를 제기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또 미국 정부 차원에서 스타링크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차 나아지겠지?

    “스타링크 팀은 당신의 주문을 처리할 준비가 됐습니다. 7일 이내애 주문을 확정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주문은 완전히 취소가 되고 보증금은 환불됩니다.”
    8월 1일 오후 6시 49분 스타링크로부터 ‘주문을 확정하세요(Confirm Your Order)’라는 e메일이 도착했다. 주문만 확정하면 이제 곧 물건을 배송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신청 후 6개월 넘게 기다린 e메일이다.

    e메일을 받기 이틀 전 만난 친구 생각이 났다. 캠핑카를 타고 주로 미국 서부의 국립공원을 다니며 자연경관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콘텐츠로 제작하는 사업가다. 친구는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장비를 구입해 캠핑카에 싣고 다닌다”며 “요세미티국립공원 골짜기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친구와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도착한 스타링크 박스. 어렵사리 설치한 위성인터넷은 계속 시험하고 관찰하게 되는 신기한 물건이다. 현재까지 가격 대비 성능이 썩 만족스럽진 않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계속 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다. 그와 비례해 인터넷 속도와 품질은 개선되고 있으니 당분간 지켜볼 생각이다.



    잇츠미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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