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라이언 트윗 따라 투자했으면 최근 1년 4개월간 코스피 수익률 58%

[구루의 투자법]

  • 강환국 퀀트 투자자

    christianeum@naver.com

    입력2023-09-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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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윌리엄 오닐의 수제자 데이비드 라이언

    • 시장 방향 잘 읽는 ‘투자 예언가’

    • 주식시장 호·불황 적중률 80%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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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라이언은 위대한 투자자이지만 한국에서는 유명세가 덜하다. 그는 1959년 태어나 1982년 UCLA에서 역사학 학사를 받았다. 그의 투자자로서의 롤 모델은 성장주 투자의 귀재 윌리엄 오닐(William O’Neill)이다. (오닐이 누군지는 ‘신동아’ 2023년 7월호 ‘반쪽짜리 오닐식 주식투자로도 3500배 수익’ 기사에 자세히 적혀 있다.)

    데이비드 라이언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데이비드 라이언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대학 졸업 직후 라이언은 다짜고짜 오닐의 회사로 향했다. 입구 리셉션에 앉아 있는 여직원에게 “아무 일이라도 좋고, 무보수도 좋으니 그냥 아무 일이라도 달라”며 구직활동을 했다. 패기 덕분일까. 라이언은 채용됐으며 곧 오닐이 총애하는 직원이 됐다. 4년 후인 1986년 라이언은 27세 나이에 오닐의 회사에서 부사장에 올랐다.

    27세에 부사장 된 일벌레

    그는 일만 잘한 것이 아니다. 연구에도 열심이었다. 주중에는 업무에 집중하고 금요일 오후 수천 장의 주식 차트를 프린트해 집으로 가져가 연구했다고 한다. ‘주식에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자업계에서의 경력과 개인 연구로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운 그는 1985~1987년 3년 연속으로 미국 투자 챔피언십(U.S Investing Championship)에서 우승한다. 수익률은 각각 161%, 160%, 118%, 총 수익률은 1379%다.

    미국 주식 트레이딩의 전설 반열에 오르려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있다. 영미권 최고의 투자 분야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시장의 마법사’ 시리즈 저자 잭 슈와거(Jack Schwager)를 만나야 한다.

    잭 슈와거는 투자계의 고수와 인터뷰를 하고 이를 엮어 ‘시장의 마법사’ 시리즈를 집필한다. 라이언의 스승인 오닐도 잭 슈와거와 인터뷰했다. 이외에도 ‘투자의 신’이라 불리는 마크 미너비니, 올웨더 전략(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수익을 내는 전략)의 대가인 레이 달리오도, 1987년 블랙 먼데이를 예측한 폴 튜더 존스도, 터틀 트레이딩(일종의 추세추종 이론)의 아버지 리처드 데니스도 이 인터뷰를 거쳤다. 라이언도 역시 잭 슈와거와 인터뷰했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라이언의 투자 기법이 오닐의 ‘CANSLIM’ 전략과 닮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의 투자 전략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시장의 마법사’ 1권과 최근 번역본이 나온 ‘모멘텀 마스터스’, 오닐의 ‘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을 참고하기 바란다.

    ‘신동아’ 7월호에서 오닐을 소개하면서 CANSLIM을 자세히 다뤘기 때문에 내용을 간략히만 요약하겠다. CANSLIM 전략은 각 글자마다 투자의 필요한 척도를 의미한다.

    C: 분기 주당수익률이 많이 증가한 기업의 주식 매수
    A: 연간 주당수익률이 많이 증가한 기업의 주식 매수
    N: 신산업, 신제품, 새로운 경영진, 신고가 등이 있는 기업의 주식 매수
    S: 발행 주식이 적을수록 좋음
    L: 가장 핫한 산업의 가장 핫한 기업의 주식을 매수
    I: 기관의 비중이 늘어나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
    M: 상승장일 때만 거래, 하락장일 때는 거래 쉬고 현금 보유

    시장 방향성 기가 막히게 맞히는 인물

    라이언을 ‘본인만의 투자 기법’이 있는 투자 전문가라 보기는 어렵다. 오닐에게 배운 내용을 실전에서 매우 훌륭하게 실천하는 능력을 가진 트레이더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다. 굳이 이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 것보다는 오닐의 책을 읽는 편이 낫지 않을까?

    자신만의 투자 기법은 없을지라도 라이언만 가지고 있는 장점도 있다. 시장의 방향성을 기가 막히게 잘 맞힌다. 20대 중후반에 수백만 개의 차트를 본 것이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몇 년 전부터 트위터(현재는 엑스)를 하는데(아이디 @dryan310),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1~2개월에 1회 정도 S&P500과 나스닥 방향을 예측하는 트윗을 올리기 시작했다.

    2022년은 주식투자자에게 상당히 어려운 해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시작했고, 미국 연준은 금리를 0%에서 5% 이상으로 올리며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 같은 악조건에서 라이언의 트윗만 믿고 별다른 생각 없이 투자를 감행했다면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 코스피와 나스닥 양쪽 전부 확인해 봤다. 그가 사라고 했을 때 나스닥 주가 추종 상품을 사고, 팔라고 했을 때 주가가 떨어진다고 예측하는 공매도를 했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 알아보자.
    라이언은 미국 주식시장을 분석한 결과를 트윗으로 작성했다. 한국의 주식시장은 미국 주식시장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그가 나스닥 예측 트윗을 올릴 때마다 그에 따라 코스피 지수를 매수/매도했다고 가정했다.

    라이언의 트윗을 예의 주시하다가 그가 사라고 하면 사고, 팔라고 하면 공매도를 하는 전략은 훌륭한 전략처럼 보인다. 이 전략을 검증해 본 결과, 2022년 1월 말부터 지금까지 나스닥 수익률은 55.2%, 코스피의 수익률은 58%에 달한다. 물론 라이언도 매번 맞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틀렸을 때(2022년 5월 11일~6월 13일, 2023년 4월 26일~5월 18일)도 손실이 매우 적었다.(표1 참조)

    이 세상에 나를 비롯해 주식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은 매우 많다. 대부분 일리가 있고 그럴싸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추천한 종목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전문가를 맹신해선 안 된다. 그가 내놓은 투자 전략이나 종목이 실제로 돈을 벌 수 있었는지 수차례 검증해야 한다.

    필자는 세계 각지의 투자 구루들의 전략을 접하고 이를 수차례 테스트한 후 분석해 왔다. 테스트 결과, 믿을 수 있는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최근 내가 아는 전문가 중 가장 적중률이 높은 사람이 라이언이다. 그는 올해 5월 동시에 친아버지와 스승을 잃었다. 큰 상심에 빠졌는지 한동안 그의 트윗은 잠잠했는데 8월 25일 그가 다시 등장했다.

    리스크 관리도 배울 점 많아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앞의 직원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주가는 다양한 변수로 예측이 어려웠으나 데이비드 라이언은 시장의 향방을 대부분 맞혔다. 
[동아DB]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앞의 직원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주가는 다양한 변수로 예측이 어려웠으나 데이비드 라이언은 시장의 향방을 대부분 맞혔다. [동아DB]

    “나스닥은 7월 10일 신고점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어닝이 테크 주식의 끝물을 의미한다. 현금을 보유하고 방어적으로 투자하라.” 그가 남긴 트윗이다.

    주식을 사고파는 시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리스크 관리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원칙만 있어도 투자 실패를 줄일 수 있다. 개별주 투자를 하는 투자자 중 90% 이상이 리스크 관리 부재로 손실을 본다. 라이언의 리스크 관리 전략은 투자자들의 금언으로 삼을 만하다.

    라이언은 종목을 첫 매수할 때 최대 총 자산의 10%만 매수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5%만 베팅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했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종목이 있어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25% 이상을 차지하게 허락하지 않는다. 갑자기 급등하는 종목일수록 낙폭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처음부터 주머니를 털어 주식을 산다. 투자 자산의 절반을 넣는 경우는 물론 한 번에 투자금을 한 종목에 넣는 일도 종종 보인다. 심한 경우는 빚을 내서까지 한 종목에 ‘올인(All-in)’ 한다. 손실이 나면 그대로 인생에 타격이 간다.

    라이언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매수 가격에서 7% 하락하면 손절을 한다. 그보다 훨씬 더 빨리 손절하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손절을 어려워한다. 투자액이 큰 만큼 손절할 용기가 나지 않아서다. 통상 10%를 손절선으로 잡는 경우가 많다. 한 자릿수 손실률은 크지 않아 보여서다. 막상 10%의 손실을 보면 손실액이 너무 커 손절이 어려워진다. 1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손실액은 100만 원. 1억 원을 투자했다면 손실액만 1000만 원이다.

    매수한 종목이 오르면 추가 매수를 고려한다. 반대로 떨어지는 종목은 절대로 추가 매수하지 않는 것도 라이언의 리스크 관리법이다. 예를 들어 첫 매수에 자산의 10%를 투입했다고 가정하자. 이 종목이 올라서 투자 자산이 12~13% 정도로 불었다면 이 시점에 추가로 최대 7%를 매수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두 번째 매수 후 가격이 하락해도 첫 매수에서 수익을 냈기 때문에 전체 손실은 매우 제한적이다. 보통의 투자자들은 반대로 움직인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종목이 다시 하락할 것이 두려워 수익을 확정 짓기 위해 매도 버튼을 누른다.

    여러분은 데이비드 라이언처럼 투자하는가. 아니면 ‘대부분 투자자’처럼 투자하는가. 전자라면 수익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후자라면 손실을 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 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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