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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방식으론 지속 어렵다” LG전자 본격 脫가전 드라이브

  • 유수진 연합인포맥스 기자

    sjyoo@yna.co.kr

    입력2023-10-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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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전기업 LG전자가 글로벌 모터쇼에?

    • 3大 신성장동력 = 논 하드웨어·B2B·新사업

    • 뚝심 투자 결실 VS사업본부

    • LG마그마·ZKW·하이비차저… 자회사로 미래車 사업 다각화

    9월 4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사장)가 미래 모빌리티 고객 경험 테마 ‘알파블(Alpha-able)’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9월 4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사장)가 미래 모빌리티 고객 경험 테마 ‘알파블(Alpha-able)’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모르는 분이 많을 수 있지만 LG전자는 20년 전 전장 사업에 진출했습니다. 오늘은 LG전자의 주요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한 VS사업부(전장)의 로드맵을 제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9월 4일(현지 시간) 독일 뮌헨에서 프레스 콘퍼런스를 개최해 한 말이다. 이 프레스 콘퍼런스는 세계 3대 모터쇼 가운데 하나인 ‘IAA 모빌리티 2023’ 개막을 하루 앞두고 LG전자가 진행한 행사다. 국내외 언론과 거래선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내년 1월 ‘알파블’ 콘셉트카 공개

    ‘1등 가전기업’ LG전자가 국제모터쇼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 사장이 직접 “LG전자가 왜 이 행사에 참가했을지 궁금해할 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을 만큼 이례적이다. 올해엔 스폰서 자격으로 참가해 직접 부스를 꾸리진 않았지만 머잖아 부스를 구성해 모빌리티 제품과 솔루션을 전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조 사장은 가전 사업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미래 모빌리티 영역으로 확대해 혁신적 고객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존에 집으로 한정했던 서비스 공간을 차량으로 넓혀 고객이 도로 위에서도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전장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이 같은 LG전자의 결정엔 글로벌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동화·자율주행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VS(전장)사업본부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앞세워 모빌리티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LG전자는 자동차를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주요 생활공간이자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으로 재정의했다. 여기에는 응답자 가운데 72%가 “차에서 보내는 시간을 나만의 시간으로 즐긴다”고 답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

    이날 조 사장이 제시한 모빌리티 비전의 핵심은 ‘알파블(Alpha-able)’이다. 알파블이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다. 고객이 차량 안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크게 변형·탐험·휴식 등으로 세분화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LG전자가 갖고 있는 디스플레이·가전 기술·webOS 플랫폼·AI 등을 적극 활용해 차별화된 경험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 같은 구상이 담긴 차세대 콘셉트카가 내년 1월 ‘CES 2024’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왜 갑자기 전장 사업 관련 행보에 나섰을까. 전례 없는 모터쇼 데뷔에 더해 CEO가 직접 현장을 찾아 청사진을 밝힌 것은 의미가 크다. 전장 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논 하드웨어·B2B·新사업으로 脫가전 박차

    조 사장이 밝혔듯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시작한 지 20년이 흘렀지만 그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데다 수익성도 좋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 사업에 포커스를 맞춘 까닭은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줄 때가 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른바 ‘탈(脫)가전’ 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LG전자는 올해 하반기 들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시작은 7월 개최한 ‘미래 전략 발표회’다. 조 사장은 무대에 올라 “오늘 LG전자의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자 한다”며 “가전을 넘어 집과 모빌리티, 상업 공간, 나아가 가상공간 메타버스까지 고객의 삶이 있는 다양한 공간과 경험을 연결·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LG전자의 정체성에 변화를 주겠다고 선포한 순간이다. LG전자는 1958년 금성사로 출범한 이래 65년간 사실상 가전 한 우물만 파왔다. 꾸준히 한 분야만 파고들었기에 이른바 ‘가전은 LG’라는 공식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제조업을 접는 건 아니지만 제조 중심 단순 가전 브랜드를 넘어 고객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기존 사업을 영위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추가 성장을 꾀한다는 취지다. 디바이스에서 플랫폼으로, 제품에서 서비스로 사업의 중심축을 옮기는 게 골자다.

    9월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전시장에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맨 오른쪽)이 마그나 인터내셔널 부스를 방문해 전장 사업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LG전자]

    9월 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전시장에서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맨 오른쪽)이 마그나 인터내셔널 부스를 방문해 전장 사업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LG전자]

    LG전자가 이러한 비전을 발표하자 재계에선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가전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만큼 변화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리라고 분석됐다. 실제로 조 사장은 “CEO 부임 후 현장을 돌며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며 “미래 지향적 사업 구조를 만들어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한 바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사업 대전환을 이끌 ‘3대 신성장동력’은 논 하드웨어(Non-HW), 기업간거래(B2B), 신사업이다. 논 하드웨어는 제품을 한번 팔고 끝내는 게 아니라 콘텐츠·구독·렌털 등과 결합해 지속적 수익을 창출하는 ‘순환형 사업 구조’로 만듦을 의미한다.

    B2B의 대표 사업으론 전장을 꼽을 수 있다. 이에 더해 공조·빌트인·사이니즈 등 B2B 사업 성장을 가속화해 2030년 매출 40조 원 규모의 ‘글로벌 톱10’ 전장업체가 되겠다는 게 LG전자의 포부다. 마지막 신사업으론 디지털 헬스케어·전기차 충전이 있다.

    LG전자는 2030년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단 각오다. 2030년 매출 목표치는 100조 원이다. 지난해 매출이 65조 원인 점을 고려하면 8년 내 50% 이상 증가해야 한다.

    LG전자 내부에서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목표로 보고 있기에 연평균 성장률 7%·영업이익률 7%·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이상 달성 등 구체적인 실행 목표를 세웠다. 대규모 투자도 진행한다. 2030년까지 연구개발 25조 원, 설비 투자 17조 원 등 모두 50조 원 이상을 쏟아붓기로 했다.

    조 사장이 회사 전체의 방향성을 제시한 뒤엔 각 부문별 세부 내용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생활가전 부문이 초개인화를 겨냥한 스마트 홈 솔루션을 밝혀 포문을 열었고, VS사업 부문이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고객 경험 청사진 제시로 뒤를 이었다.

    미운 오리새끼 → 미래 성장엔진, VS사업본부

    9월 4일 콘퍼런스에서 조 사장은 VS사업본부를 ‘미래 성장엔진’이라고 칭했다. 현재 모빌리티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핵심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과 사업 영역이 꼭 맞기 때문이다. 올해 말 기준 누적 수주잔고가 100조 원에 육박하는 등 걱정이 없을 정도로 ‘잘’나간다. 조 사장이 “분사는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음에도 분사설(說)이 끊이지 않는 건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함을 방증한다.

    VS사업본부가 이토록 각광받기 시작한 지는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2013년 출범 이래 9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하다 지난해 처음 턴어라운드에 성공해 영업이익 1696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8조6500억 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약 10.4%를 차지했다.

    VS사업본부는 은석현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크게 차량용 모듈 통신인 텔레매틱스와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으로 구성된다. 인포테인먼트는 탑승자에게 주행 관련 다양한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동시에 제공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고용량 데이터를 빠른 스피드로 전송하는 텔레매틱스와 차량 내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관리·분석하는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은 SDV의 차별성을 돋보이게 한다. 고객으로선 최적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누릴 수 있어 매력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애널리틱스 발표를 토대로 LG전자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VS사업본부의 텔레매틱스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점유율 23.3%로 1위를 차지했다. AVN 영역에서도 2021년부터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LG전자 측은 지난 10년간 지속적 투자와 사업 고도화를 진행해 이룬 성과라고 자평한다. 올해 2분기 경우 영업손익에 GM 볼트EV 화재 관련 충당금을 반영하는 바람에 적자가 났다. 5분기 연속 이어온 흑자 행진이 멈추긴 했지만 GM 볼트EV 화재 관련 손실금을 제하면 900억 원가량 이익을 냈다.

    전장 사업 필두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강화

    9월 4일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헝가리 북동부 미슈콜츠시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공장의 예상 조감도.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9월 4일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헝가리 북동부 미슈콜츠시에 전기차 부품 생산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공장의 예상 조감도.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LG전자는 VS사업본부에 더해 다수 종속회사를 통해 전장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해외 자회사 ‘ZKW’가 차량용 조명 시스템을 맡고 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LG전자가 2021년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해 출범한 자동차 부품사다. 지분율은 LG전자 51%, 마그나 인터내셔널이 49%다. 주력 제품은 전기차의 심장 역할을 하는 구동모터와 인버터, 컨버터 등이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IAA 모빌리티 2023’에서 헝가리에 유럽 첫 생산기지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전기차 시장 가운데 하나인 유럽의 현지 수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인천, 중국 난징, 멕시코 라모스 아리즈페에 이은 네 번째 공장이다. 글로벌 사업 강화에 더 속도가 붙으리라 전망된다.

    ZKW는 LG전자가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는 스마트 램프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램프가 차량 주변 환경과 운전자 상황에 맞는 기능으로 알아서 동작해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지킨다. 예컨대 도로에 의미 있는 정보를 표시하는 식이다.

    전장 영역 외에도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강화 노력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LG전자는 전기차 충전 핵심 기술을 보유한 ‘하이비차저(HiEV Charger)’를 인수했다. 차량 내·외부 영역을 아우르는 최적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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