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하마스보다 무서운 北 로켓 두고 눈 가린 한국軍

[Special Report |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北 장사정포 가랑비에 수도권 조금만 젖어도 대참사

  • 김기호 강서대 교수·前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remnanthero@gmail.com

    입력2023-10-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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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깟삼 로켓 5000발에 구멍 난 아이언 돔

    • 北 장사정포 시간당 1만6000발 퍼부을 수 있어

    • 핵탄두 소형화 성공 시 대재앙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이 흰 연기를 뿜으며 이스라엘 쪽으로 향하고 있다. [AP뉴시스]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이 흰 연기를 뿜으며 이스라엘 쪽으로 향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 요격 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로켓 소나기 기습 공격’에 무너졌다. 아이언 돔은 팔레스타인 로켓 공격에 대해 90% 이상의 요격률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물량 공세에는 장사가 없었다. 하마스는 개전(開戰) 첫날 최다 5000발 이상의 로켓을 이스라엘에 퍼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마스의 주력 로켓은 ‘깟삼 로켓(Qassam Rocket)’. 생산비가 한 발당 한화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저가 무기다. 가랑비에 옷 젖듯, 이스라엘의 자랑 아이언 돔은 초저가 로켓 폭격에 무릎을 꿇었다.

    이스라엘의 방어선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뚫리면서 한국군의 대북(對北) 안보 전략에도 비상이 걸렸다. 북한의 무력은 하마스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여기에 북한의 전술핵 및 게릴라식 파상 공격이 이뤄질 경우 백령도, 파주 등 최전방 지역은 물론 수도권을 방어하기도 버거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北 장사정포, 양도 질도 뛰어나

    아이언 돔은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로켓 공격 등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저고도 요격 방어 체계다. 2007년부터 미국과 공동 개발한 대공방어 체계로 2011년 실전 배치됐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4차례에 걸쳐 중첩 방어하는 시스템을 자랑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 같은 고도의 대공방어 체계가 하마스의 물량 공세에 무너졌다. 아이언 돔 레이더는 로켓이나 포탄, 미사일 등 분당 최다 200개의 표적을 탐지·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는 숫자를 넘어서는 로켓이나 미사일이 날아오면 요격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하마스의 깟삼 로켓보다 위협적이다. 일단 그 물량이 압도적이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장사정포는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다연장로켓) 두 종류가 있다. 북한은 1100문의 장사정포를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DMZ) 인근 최전방 지역에 배치했는데, 수도권을 직접 위협하는 것은 340문 정도다. 이 중 240㎜ 방사포가 200문, 17㎜ 자주포가 140문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 내부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을 겨냥한 북 장사정포는 개전(開戰) 1시간 내에 최다 1만6000발의 포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 개전 10분 내에 최다 5200발을 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마스 측이 밝힌 바에 따르면 10월 7일 이스라엘에 발사한 깟삼 로켓은 5000발. 북한은 10분 만에 이보다 더 많은 포탄을 수도권에 쏠 수 있다.

    물론 이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실제 북한이 쏠 수 있는 포탄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K9 자주포와 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Korean Tactical Surface to Surface Missile·KTSSM) 등으로 대화력전을 수행함으로써 북측 장사정포를 타격해 공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깟삼 로켓에 비해 성능이 뛰어나다. 일단 사거리가 길다. 240㎜ 방사포는 240㎜ 로켓 발사관 12개, 22개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최대사거리는 65㎞ 정도였지만 최근의 개량형은 70㎞ 이상으로 늘어났다. 깟삼 로켓의 경우 최대사거리가 70㎞ 내외다. 170㎜ 자주포의 최대사거리는 54㎞다.

    북한은 수년 전 로켓에 유도장치도 달았다. 최근에는 미사일처럼 정확한 240㎜ 유도 로켓까지 개발해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깟삼 로켓은 저가인 만큼 유도장치가 따로 없다. 사거리에 이어서 정확도까지 북한 로켓이 깟삼 로켓을 앞선다.

    9·19 군사합의로 사각지대만 17.5㎞

    한국군의 눈이 가려져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반도 DMZ 일대는 고지대와 깊고 좁은 계곡들로 인해 현대화된 과학화 장비를 배치해도 감시 사각지대가 무수히 많다. 군은 산악 지형의 특성을 고려해 DMZ 일대의 주요 공격축선의 감시 사각지대에 무인기(Unmanned Aerial Vehicle·UAV)를 대거 투입해 이를 보완해 왔다.

    2018년 체결된 9·19 남북군사합의로 사각지대가 생겼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Military Demarcation Line·MDL) 기준 서부는 20㎞, 동부는 40㎞ 상공에서 전투기 등 고정익 항공기의 군사 정찰 및 감시 활동이 금지됐다.

    북한은 최전방 화력 무기를 주로 MDL 인근 산기슭에 배치한다. 한국군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다. 갱도를 파 그 안에 무기를 넣어두는 경우도 있다. 이를 조기에 탐지에 대응하려면 MDL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정찰해야 한다. MDL에서 멀어질수록 산 너머를 보지 못하는 ‘정찰 사각지대’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각을 줄이려 정찰 고도를 높이면 정찰 해상도가 떨어져 면밀한 관찰이 어려워진다.

    군사합의 전에는 DMZ 인근까지 접근해 정찰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MDL 이북 20~40㎞ 내로 접근이 불가능하다. 이 조치로 MDL 근처 산악 지형물 뒤편으로 17.5㎞가량의 사각지대가 생겼다. 북한이 이 위치에 미사일을 대거 배치해 놓고 발사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

    한국군의 눈은 가려졌는데 북한의 미사일은 더 고도화됐다. 현재까지 북한이 개발해 실전 배치한 미사일만 20여 종에 달한다.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ICBM)에 주목하는 동안 북한은 수많은 중·단거리 탄도 및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 과거 북한은 스커드나 노동 등 구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주로 운용했다.

    최근에는 운용 미사일 종류가 다양해졌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전술탄도미사일로 대체되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 미사일이다. 이 미사일은 하강 중에 다시 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요격미사일을 피할 수 있다. KN-23의 개량형인 KN-24도 2019년 2월 북한군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했다. 이외에도 북한은 1분대면 수도권에 도달하는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했다.

    7월 2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노동신문]

    7월 24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 [노동신문]

    북한이 7차 핵실험으로 정교한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하면 이는 대재앙이 된다.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 의미는 모든 북한 무기체계가 ‘핵투발 수단’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물론 KN-23, KN-24, 초대형 방사포(KN-25)에도 소형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한국형 아이언 돔이 한 발이라도 놓치게 된다면 수도권이 잿더미가 될 수 있다.

    LAMD 한 번에 130발 요격 가능하지만

    한국도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포격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장사정포 요격체계’ LAMD(Low Altitude Missile Defense)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LAMD의 첫 시험발사가 있었다. LAMD의 요격미사일은 ‘해궁(K-SAAM)’ 국산 함정 탑재 요격미사일을 개량해 만들었다. 최장 20㎞ 떨어진 미사일과 로켓을 요격할 수 있다고 한다. 1개 포대는 32연장 발사대 6기, 총 192발의 요격미사일로 구성돼 있다. 레이더는 동시에 200개 이상의 표적을 탐지·추적해 130발 이상을 동시에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해궁 미사일의 가격이다. 1발당 10억 원에 달한다. 아이언 돔처럼 다수의 미사일을 탑재해 사용하기엔 운용비가 부담스럽다. 유도장치 등을 간소화해 가격을 낮춰도 아이언 돔의 타미르 미사일(1발당 5000만~6000만 원)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가능성이 크다.

    방어 유도 요격미사일 ‘해궁’의 발사 모습. [뉴스1]

    방어 유도 요격미사일 ‘해궁’의 발사 모습. [뉴스1]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처럼 동시에 수천 발의 포탄이 날아올 경우 다 요격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아이언 돔도 분당 200개의 미사일을 탐지·추적할 수 있었지만 5000여 발의 로켓에 뚫렸다. 북한의 로켓과 포탄은 하마스의 로켓에 비해 압도적 성능을 자랑한다. LAMD만 믿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사정포 도발을 억제할 공세적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위적 선제타격 전략인 ‘킬 체인(KILL CHAIN)’이 대표적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기색이 보이면 먼저 공격해 타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도 약점은 있다. 미사일 방호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장사정포 방호가 어렵다.

    장사정포는 공격을 받은 뒤에야 대화력전에 의한 대응 포격이 가능하다. 날아오는 북한 장사정포를 1격(擊)에 요격하지 못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북한의 장사정포 포탄과 로켓의 위력이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아 건물 안에 대피하면 인명 피해는 줄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쏜 깟삼 로켓도 성능이 좋은 무기는 아니었다. 수천 발이 기습적으로 떨어지자 피해는 심각했다.

    한국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에 돌입해야 한다. 대북 정찰 전력을 갖추고 각종 방호 체계 개발에 힘써야 한다.


    김기호
    ● 예비역 육군 대령, 국제정치학 박사
    ●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합참 군사전략과 전략기획장교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과 교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現 강서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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