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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 실적 반등 정조준, 6대 핵심 전략 수립

[유통 인사이드]

  • 김민지 뉴스웨이 기자

    kmj@newsway.co.kr

    입력2023-11-0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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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목표가 10년 전 실적보다 낮아

    • 2000년대 초 황금기… ‘유통 1위’ 군림

    • 내우외환 + 경영악재에 실적 악화

    • 6대 핵심 전략으로 反轉 노려

    [Gettyimage, 롯데쇼핑]

    [Gettyimage, 롯데쇼핑]

    “6가지 핵심 전략을 바탕으로 2026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과 ‘원팀(One-Team)’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9월 19일 열린 ‘롯데쇼핑 CEO IR DAY’에서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부회장)가 한 말이다. 2026년까지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액 17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6대 핵심 전략을 제시하고 사업부별 시너지를 창출해 ‘고객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라는 비전 달성을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서 IR 행사를 진행한 건 처음이다. 이 행사는 공교롭게도 롯데그룹이 유통·관광·레저·건설 등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세운 베트남 하노이판(版) 롯데타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개관식을 불과 사흘 앞둔 시점에 진행됐다.

    개관식을 앞두고 베트남에서 만난 김 부회장에게 취재진이 가장 먼저 던진 질문도 IR 행사와 관련된 것이었다. 김 부회장은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와서 처음으로 IR 데이를 진행했다”면서 “6가지 핵심 전략을 통해 3년 동안 영업이익을 1조 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IR 자료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답변이었다.

    영업이익 1조 원 名家였건만…

    사실 롯데쇼핑은 김 부회장이 제시한 매출액 17조 원, 영업이익 1조 원을 이미 10년 전에 달성한 적 있다. 현재로선 롯데쇼핑이 3년 안에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찍히는 숫자일지 몰라도, 롯데쇼핑이 유통 명가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당시엔 충분히 가능했다.



    롯데쇼핑은 2008년 연결기준 매출액 12조8393억 원, 영업이익 1조120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매출액은 김 부회장이 제시한 목표치에 4조 원가량 못 미치지만, 영업이익은 1조 원을 넘겼다. 이마저 롯데쇼핑의 역대 최대 실적이 아니다. 2011년 영업이익 1조819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매출액은 2016년 29조5260억 원이 최대 기록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는 그야말로 롯데쇼핑의 황금기였다.

    특히 2000년대는 대형마트의 시대였다. 현재 ‘마트 빅3’로 불리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모두 1990년대에 1호점을 열었고, 2000년대 들어 전국으로 점포를 확장하며 3강 체제를 굳혔다. 이들은 2000년대 초반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며 연 매출이 30%씩 성장했다.

    당시엔 백화점도 불황을 비켜 갔다. 국내 백화점 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에도 지속해서 성장했고, 유통업계의 압도적 1위로 군림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가운데 가장 ‘백화점(百貨店)’이라는 단어에 충실하다는 평을 받았다. 수백 가지 상품을 갖추고 있는 점포라는 의미답게 중저가 브랜드부터 고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전략을 롯데백화점만의 정체성으로 삼았다.

    여기에 지방 곳곳에 소규모 점포를 배치하는 다(多)출점 전략까지 더해 롯데백화점은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가까운 백화점이라는 인식을 굳혔다. 경쟁사들이 지역 거점에 초대형 백화점을 내세워 ‘지역 1번지’ 전략을 펼친 것과는 차별화된 행보였다. 이런 전략은 롯데백화점을 국내 백화점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놨다.

    경영권 분쟁·사드 보복·국정농단 연루 + 전략 부재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롯데쇼핑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영업이익은 2011년 이후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고, 2016년 30조 원에 달하던 매출액은 이듬해 18조 원으로 뚝 떨어졌다. 매출액 감소는 2017년 롯데카드, 코리아세븐 등이 종속기업에서 제외된 탓이 컸지만 그렇다고 해서 체면이 서진 않았다.

    롯데그룹은 2011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신동빈 체제’를 10년 넘게 유지해 왔다. 언뜻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 체제엔 곡절이 많았다. 2015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 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가 시작됐다. 롯데쇼핑은 물론이고 롯데그룹 전반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시기다.

    여기에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여러 차례 법정에 드나들기까지 했다. 특히 신 회장의 경영 공백 상황에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경제 보복, 한일관계 악화와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겹치며 롯데는 집중 표적이 됐다. 2019년 10월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이듬해 신 명예회장이 별세하고,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했다. 창립 최대 위기를 맞은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년 전 수준 이하로 급감했다. 유통 명가의 몰락이었다.

    롯데쇼핑의 2021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8% 감소한 15조5736억 원이다. 영업이익은 20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 떨어졌다. 롯데쇼핑은 1999년 1598억 원, 2000년에 32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당시는 롯데쇼핑이 백화점 사업을 주로 영위하던 시기로 연간 매출액이 4조5000억 원대에 불과했다. 현재 백화점을 비롯해 마트·슈퍼·홈쇼핑·가전양판 등 사업 영역이 커져 매출액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롯데쇼핑의 10년이 송두리째 날아간 요인은 대내외적 악재가 많았긴 했지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해 쌓인 약점이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쇼핑이 소비자의 소비 행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상황을 안일하게 지켜만 봤다고 지적한다.
    대형마트의 위기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2015년께부터다. 2010년대 들어 대형마트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월 2회 강제 휴무 등 대규모 점포 규제가 도입돼 발목을 잡았고, 오프라인 마트를 찾는 대신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 2015년 대형마트 판매액은 무점포(인터넷쇼핑·홈쇼핑·방문판매 등)의 그것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7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통업체 업태별 매출 구성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온라인(29.8%)이다. 백화점(17.6%), 편의점(16.6%), 대형마트(13.3%), 기업형 슈퍼마켓(2.8%)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롯데백화점의 경쟁력 역시 약화되는 모양새다. 롯데백화점은 점포가 경쟁사 대비 많은 만큼 전체 매출액에서 선두가 아닌 적이 없지만 영업이익에서는 2021년부터 2년 연속 신세계백화점에 눌려 선두를 지키지 못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아웃렛 실적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게 백화점 부문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 차는 더 클 것이란 게 업계 분석이다.

    “과거 잊자” 혁신 주문 신동빈, 발맞춘 김상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총괄대표(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롯데가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었던 점을 인정하고 혁신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2020년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지속 성장’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늘은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우리 그룹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등 수차례 질책을 쏟아냈다.

    이후에도 신 회장은 변화 의지를 가질 것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1년이 지난 2021년 상반기 VCM에서 신 회장의 메시지는 한층 차분해졌다. 생존에 급급해하지 말고 혁신 성장에 주력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성장이 아닌 생존 자체가 목적인 회사에는 미래가 없다. 명확한 미래 비전이 있다면 위기 속에서도 혁신적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성장 전략 마련에 고심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주문했다. 올해 상·하반기 VCM에선 “올해는 재도약을 위해 지난 몇 년간 준비했던 노력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쇼핑이 기존 사업부 혁신을 중심으로 6대 핵심 전략을 발표한 것 역시 신 회장의 주문에 발을 맞춘 것이다. 김상현 부회장이 꼽은 6대 핵심 전략은 △핵심상권 마켓 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e커머스 사업 최적화&오카도(영국 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온라인 식료품 주문·배송 전 과정을 다루는 통합 솔루션) 추진 △부진 사업부 턴어라운드 △신규 성장 동력을 고려한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부분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기존 백화점 점포 가운데 본점·잠실점·수원점 등 8곳의 주요 점포를 전략적으로 재단장해 상권별 ‘넘버원(No.1)’ 점포로 키워 시장 지위를 재구축한다.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를 위한 전략에도 박차를 가한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마트·슈퍼 통합 운영으로 수익성을 개선하고 품질·가격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e커머스는 뷰티·럭셔리·패션·키즈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버티컬 전문 몰을 강화하고 수익성 중심 사업전략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지난해 영국 오카도 솔루션과 체결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총 6개의 스마트 물류 자동화 센터 CFC(이하 CFC)를 구축할 예정이다. 6개 CFC가 정상 가동되는 시점에는 약 5조 원의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홈쇼핑, 하이마트 등 실적 개선이 필요한 사업부의 경우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현하고, 점포 재정비와 비효율 상품군 축소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해외 사업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키워나간다. 배트남 하노이에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전초기지다. 롯데쇼핑은 웨스트레이크를 포함해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백화점 3개점, 마트 66개점, 복합몰 1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 에코스마트시티에도 대형 복합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 전환을 위해선 롯데의 4200만 고객 데이터를 자산으로 AI 기술의 유통 사업 연계·데이터 커머스 추진 등 B2B 신사업을 통해 신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을 꾸렸다. 데이터 자산을 광고 테크와 융합해 개인화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제 롯데쇼핑은 2026년을 향해 달려가는 일만 남았다. 김상현 부회장은 수년간 이어진 롯데쇼핑의 부진을 깨고 반등의 초석을 다지며 당기순이익 턴어라운드까지 끌어낸 인물이다. 과연 롯데쇼핑은 과거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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