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텐배거 노릴 만한 미국 회사 다섯 곳은요…”

이석근이 콕 집어준 ‘유명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주식’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3-11-08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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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리스타네트웍스·페이첵스·롤린스 눈여겨보라

    • 수익·배당 안정적인 S&P글로벌·퍼블릭스토리지

    • 투자자만의 통찰력이 미국 주식투자 승패 좌우

    주식투자 연구가 이석근 씨는 “대중의 인기를 많이 얻은 주식은 비싸기 마련이고, 비쌀 때 주식을 산다면 좋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주식투자 연구가 이석근 씨는 “대중의 인기를 많이 얻은 주식은 비싸기 마련이고, 비쌀 때 주식을 산다면 좋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할 수 있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윤 기자]

    이석근(37) 씨는 주식투자 연구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2016년부터 주식투자 경험을 쌓았다. 그 결과 주식으로만 수억 원대 자산을 일구고 올해 초 직장에서 독립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요즘도 본업과 별개로 주식투자 관련 책을 쓰고 온·오프라인에서 강의를 한다.

    최근 그가 연구하는 것은 ‘유명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미국 주식 발굴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높은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악재가 겹치면서 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를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씨는 “사람들을 따라 우량주에 투자한 서학 개미 상당수가 요즘 실망감에 빠져 있다”고 평했다.

    S&P500 가운데 꼽은 텐배거

    “20대든 40대든 미국 주식 얘기만 나오면 그래요. ‘내가 왜 그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테슬라, 애플을 덜컥 샀을까요’ ‘남들 따라 유명한 기업만 골라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어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어요. 보통 대중의 인기를 많이 얻은 주식은 비싸게 마련이고, 비쌀 때 주식을 매수했다면 좋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거든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거죠. 경쟁자들이 쉽사리 넘볼 수 없는 기술이나 사업성을 갖춘 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기 어려우니 당황하고 상실감에 빠지는 거 같아요. 깊은 한숨을 쉬는 분들을 보면서 일반 투자자에게는 낯설지만, 업계에는 널리 알려진 미국 주식에 대해 한번 얘기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빛을 본 결과물이 ‘유명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미국 주식 33선’인가.

    “맞다. 유명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미국 주식 33선이란 제목은 내가 붙인 것이다. 나 역시 한때 잘못된 투자로 뼈아픈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이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블로그와 유튜브에 주린이용(주식+어린이)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내 포트폴리오 구성과 주식투자 성적도 블로그에 투명하게 공개하며 믿을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많은 분의 호응 덕에 8월 책 ‘미국 주식 히든 챔피언 33’(상상스퀘어)을 펴내게 됐다.”

    미국 주식 히든 챔피언 33선 선별 기준이 뭔가.

    “33개 종목은 S&P500을 구성하는 미국 대표 기업들이다. S&P500은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에서 개발한 미국 주가지수로,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기업에 대해 산출한 지수다. 기업이 무너질 확률이 지극히 낮은 튼튼한 우량주라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대중에게 친숙한 상위 50개를 제외한 450개 기업 가운데 국제산업분류기준(GICS) 11개(에너지·자재·산업·유틸리티·헬스케어·금융·자유소비재·필수소비재·정보기술·통신서비스·부동산) 섹터별로 저평가된 주식, 미래를 선도할 기업, 앞으로 텐배거(ten bagger·대박 종목을 뜻하는 증권가 용어)가 될 만한 숨은 진주만을 선별했고, 총 33개 종목이 선정됐다.”



    시장점유율 늘려가는 ‘아리스타 네트웍스’

    이석근 ‘미국 주식 히든 챔피언 33’ 저자. [박해윤 기자]

    이석근 ‘미국 주식 히든 챔피언 33’ 저자. [박해윤 기자]

    33개 종목은 S&P500에 포함될 만큼 유명한 주식이 아닌가. 그럼에도 왜 유명하지 않다는 부제를 붙인 건가.

    “브랜드 컨설팅 그룹인 인터브랜드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 100대 브랜드가치 순위를 발표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이 눈에 많이 띈다. 그런데 내가 소개할 33개 종목은 세계 100대 브랜드가치 순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가치는 높지만 대중에게는 낯설다는 의미에서 그 부제를 붙인 것이다.”

    미국 주식 히든 챔피언 33개 가운데 특히 유망한 종목 5개를 꼽는다면.

    “아리스타 네트웍스, S&P글로벌, 퍼블릭 스토리지, 페이첵스, 롤린스 다섯 종목을 꼽겠다.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전문 기업이고, S&P글로벌은 금융 정보 및 분석 업체이며, 퍼블릭스토리지는 미국에서 가장 큰 개인 창고 대여 서비스 업체로 꼽힌다. 페이첵스는 중소기업의 급여, 복리후생 등을 위한 통합 인적자본 관리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선두 업체다. 롤린스는 주거 및 상업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북미 해충 방제 회사다.”

    탄탄한 금융업을 운영하며 최근 10년 동안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룬 S&P글로벌. [S&P글로벌]

    탄탄한 금융업을 운영하며 최근 10년 동안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룬 S&P글로벌. [S&P글로벌]

    데이터센터, 고성능 네트워크 스위치 분야는 글로벌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다.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어떤 점에서 유망한가.

    “해당 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는 신흥 강자라는 점에서다.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고성능 스위치 시장에서 시스코의 대항마로 불리며, 업계 1, 2위인 시스코와 화웨이의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뺏어오고 있다. 주가도 좋다.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2014년 상장한 이후 주가가 8배 넘게 상승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 성장이 잠시 주춤했으나 이내 다시 2배 가까이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익률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성장세가 가파른 테크주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채비율이 낮고 유동비율이 높아 재무적으로도 안전하다. 데이터센터는 계속해서 늘어갈 것이기에 앞으로도 높은 성장과 더불어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IT 성장주다.”

    미국발(發)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금융업계가 어려워지면서 금융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S&P글로벌을 ‘유명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미국 주식’으로 보는 이유가 뭔가.

    “탄탄한 금융업을 운영하며 최근 10년 동안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최근 5년 이익률도 좋은 편이다. S&P글로벌이 지금은 금융업으로 유명하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사명에 ‘맥그로 힐’이라는 이름이 붙었었다. 맥그로 힐은 출판업을 영위한 회사다. 2012년 S&P글로벌이 맥그로 힐 출판 사업 부문을 매각하면서 지금의 금융 정보·분석 업체로 기업의 정체성이 변화했다. 배당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에게 추천하는 종목이다.”

    물품 보관, 부동산 투자로 불황 이겨낸 ‘퍼블릭스토리지’

    안정적인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주로 잘 알려진 창고 임대 회사 퍼블릭스토리지. [Gettyimage]

    안정적인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주로 잘 알려진 창고 임대 회사 퍼블릭스토리지. [Gettyimage]

    퍼블릭스토리지는 미국에서 가장 큰 물품 보관 부동산 투자 신탁회사로 꼽힌다. 창고 임대 사업이 각광을 받는 이유가 뭔가.

    “회사가 해외 파견 근무를 나가는 조건으로 월급을 대폭 올려주고 승진 약속을 제안한다고 가정해 보자. 평소 해외 근무를 꿈꿔온 사람이라면 이 제안에 솔깃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가구나 가전제품 같은 물건을 처리하는 일이다. 이럴 때 창고를 빌려 짐을 맡기면 문제가 해결된다. 미국에는 창고 임대 서비스 같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창고 임대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바로 퍼블릭스토리지다. 미국, 캐나다, 유럽에 개인 창고 2869개가 있으며 자물쇠나 골판지 상자와 같은 용품을 판매하거나 보험 서비스 등 기타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동산 투자자가 리츠로서 개인 창고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회사 수익의 90% 이상을 투자 수익으로 받는다. 2008년 불황기에 수많은 부동산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지만, 퍼블릭스토리지는 개인 창고라는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의 안정성 덕분에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 실제로 코로나19 등 경기침체 시기에 많은 사람이 집이나 사업체를 축소하고 개인 창고 서비스를 이용했다.”

    리츠는 주식회사 형태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투자 기구다. 이러한 이유로 리츠는 배당수익률이 좋은 경우가 많다. 퍼블릭스토리지의 배당수익률은 어떤가.

    “퍼블릭스토리지는 안정적인 배당금을 지급하는 배당주로 잘 알려져 있다. 1981년부터 4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익의 90% 이상을 투자자에게 반환한다. 2008년부터 2023년 1월까지 지급한 배당금이 개인 창고 리츠 중 가장 큰 규모다. 2021~2022년 연례보고서를 살펴보면 순이익률이 50%를 넘었고, S&P500 기업 중 최상위 순위를 기록했다. 배당은 분기마다 이뤄진다. 현재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3.69%에 달한다.”



    120년 역사, 튼튼한 재무 상태, 매출 성장세 ‘롤린스’

    페이첵스와 롤린스는 어떤 점에서 유망한가.

    “페이첵스는 탁월한 HR(Human Resources·인사팀), 인적자원 관리(Human Capital Management·HCM) 역량을 바탕으로 지난 10년간 한 차례도 빠짐없이 매출과 이익이 증가한 기업이다. 이익률이 늘고 있다는 건 회사의 경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롤린스는 세계 최대 방제 회사 중 하나다. 120년이 넘는 기업 역사와 튼튼한 재무 상태, 성장세를 보이는 매출·이익·이익률로 기업가치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씨는 “미국 주식시장은 효율적인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격이 이미 대부분의 정보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것은 투자자만의 통찰력이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기업 성적도 좋고 재무 상태도 좋고 투자지표도 좋으며 전망도 밝아 보이는데, 주가가 싼 것 같다면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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